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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코칭매니지먼트 각성하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7 10:06:23

의외의 말에 이현성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신, 성공 보수 방식이었으면 합니다. 제가 선수님의 코칭을 맡은 이후, 선수님의 연봉이 인상되거나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경우, 그 인상분의 일정 비율을 저의 보수로 지급하는 겁니다. 만약 성과가 없다면, 저도 한 푼도 받지 않겠습니다.”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이현성에게는 아무런 손해가 없는 밑져야 본전인 계약. 동시에 이 제안은 강지훈이 자신의 능력에 얼마나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했다.

“왜… 왜 그렇게까지…?”

“저도 증명해야 하니까요. 제 능력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이현성 선수는 그 최고의 증명이 되어줄 겁니다.”

지훈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이현성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는 망설임 없이 테이블 위에 놓인 펜을 집어 들고 합의서의 서명란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이현성’

2년 만에 처음으로, 미래를 향한 계약에 사인을 했다.

사인을 마친 이현성이 고개를 들었다.

“이제 뭘 하면 됩니까?”

“우선 제대로 된 인솔부터 맞춰야 합니다. 제가 아는 전문가에게 연락해서 선수님의 발에 완벽하게 맞는 걸로 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2주. 2주간 제가 짜주는 프로그램대로만 움직여 주십시오.”

시스템 창에 떠올랐던 ‘예상 교정 기간: 2주’라는 문구가 지훈의 머릿속에 선명했다.

“2주 후에는 어떻게 되는데요?”

“2주 후에, 당신은 1군 마운드에 다시 서게 될 겁니다. 예전보다 훨씬 더 강력해진 모습으로.”

지훈의 단호한 선언에 이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때, 이현성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은 ‘김민철 실장’이었다. 그의 정식 에이전트였다. 이현성은 잠시 망설이다가 지훈을 쳐다봤다. 지훈은 고개를 끄덕여 받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네, 실장님.”

[“너 지금 어디야? 오늘 2군 등판 엉망이었다며? 구단에서 연락 왔잖아. 너 그냥 은퇴시키는 게 어떻겠냐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차갑고 무심했다. 이미 자신에게 모든 기대를 접었다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예전 같았으면 이 말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겠지만, 지금의 이현성은 달랐다. 그의 곁에는 강지훈이 있었다.

“실장님. 저, 당분간 개인 훈련에 들어가겠습니다.”

[“개인 훈련? 또 무슨 헛소리야. 너 지금 그럴 상황 아니…”]

“2주만 시간을 주십시오. 2주 후에 모든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이현성은 단호하게 말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의 행동에 지훈이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이현성이 지훈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코치님.”

‘코치님’.

평생을 듣고 싶었던 그 한마디가 지훈의 심장에 묵직하게 박혔다.

해고당한 말단 사원에서, S급 포텐셜을 가진 천재 투수의 개인 코치가 되기까지. 모든 것이 단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지훈은 자신을 바라보는 이현성의 신뢰 가득한 눈빛을 마주하며 생각했다.

‘그래, 이제 시작이다.’

이현성을 다시 리그 최고의 투수로 만드는 것. 그것은 자신의 능력을 세상에 증명할 첫 번째 무대이자, 거대한 스포츠 매니지먼트 제국을 건설하기 위한 장대한 서막의 시작일 뿐이었다.

“코치님, 정말… 여기 맞습니까?”

이현성은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목적지 앞에서 망설이며 물었다. 그의 눈앞에 있는 것은 최첨단 장비가 즐비한 스포츠 과학 연구소나 전문 클리닉이 아니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낡은 상가 건물. ‘수제화 전문, 발 편한 구두’ 따위의 빛바랜 간판이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었다.

“네, 여기가 맞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발과 균형에 관해서는 최고인 분이 계신 곳이죠.”

강지훈은 태연하게 대답하며 건물의 좁은 계단을 올라갔다. ‘미래 수제화’라는 이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낡은 나무 문이 그들을 맞았다. 문을 열자, 가죽과 접착제, 그리고 오래된 먼지가 뒤섞인 쿰쿰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작업장 안은 온갖 종류의 구두 골과 가죽, 낡은 재봉틀과 연장들로 발 디딜 틈 없이 어지러웠다. 그 한가운데서, 백발이 성성한 노인 한 명이 두꺼운 돋보기를 쓴 채 묵묵히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어른, 저 왔습니다.”

지훈의 목소리에 망치질이 멈췄다. 장인은 돋보기를 이마 위로 밀어 올리며 날카로운 눈으로 지훈과 그 뒤에 서 있는 이현성을 훑어봤다.

“웬 놈들이냐. 젊은 놈들이 올 곳이 아닌데.”

“도움이 필요해서 찾아왔습니다. 이쪽은 야구선수 이현성 군입니다.”

장인의 시선이 이현성의 하체, 특히 발 쪽으로 향했다. 수십 년간 발만 봐온 장인의 눈은 그 어떤 측정 장비보다 정확했다.

“몸뚱이는 쓸 만해 보이는데, 서 있는 폼이 영 불안하구먼. 중심이 살짝 바깥으로 빠져있어. 운동선수, 특히 투수한테는 최악의 밸런스지.”

이현성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자신의 문제를 한눈에 꿰뚫어 보는 노인의 안광에 압도당했다.

“역시 장인어른은 못 속이겠네요.”

지훈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이 친구 발에 맞는 인솔을 좀 제작해 주셨으면 합니다. 투구 시에 디딤발 역할을 하는 왼쪽 발에 필요합니다.”

장인은 코웃음을 쳤다.

“투수가 공을 못 던지는 건 어깨나 팔꿈치 문제지, 발바닥에 종이 쪼가리 좀 깐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야. 헛걸음했으니 돌아가.”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지훈은 당황하지 않고 한 걸음 다가섰다.

“물론 어깨와 팔꿈치가 중요하죠. 하지만 모든 힘의 시작은 지면입니다. 장인어른께서도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러고는 이현성의 발을 가리키며, 시스템이 알려준 정보를 바탕으로 주문을 시작했다.

“왼쪽 발입니다. 중족골 아치는 지금보다 7mm 정도 높여주시고 아치 끝에서 뒤꿈치로 이어지는 부분은 부드럽게 경사지게 처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착지 시 발목이 바깥으로 약 2.3도 정도 외회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내측 세로 아치 부분은 고탄성 카본 소재로 보강해서 무너지는 걸 막아주십시오.

발가락 부분은 힘 전달이 잘 되도록 유연한 소재를 써주시고요.”

망치 자루를 닦던 장인의 손이 허공에서 멎었다.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7mm… 2.3도 외회전… 내측 세로 아치 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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