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실장님, 제가 봤어요. 이 친구는 그냥 연기를 잘하는 수준이 아니에요. 괴물이라구요. 현장에서 직접 봤으면 실장님도 제 말에 동의했을 겁니다."
"지한아, 네 안목을 의심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알잖아. 현장의 감정과 카메라 앞에서의 연기는 다를 수 있다는 거. 순간의 몰입이 꾸준함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고."
김동진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현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의 눈이 심연처럼 깊어졌다.
"이현준 씨."
"네, 실장님."
"내가 지금부터 딱 1분 줄게요. 여기서, 나를 상대로 연기를 한번 해봐요."
방 안의 공기가 차갑게 식었다. 강지한조차 예상치 못한 제안에 얼굴이 굳었다. 이것은 단순한 테스트가 아니었다. 현준의 모든 것을 건, 일생일대의 오디션이었다.
"어떤... 연기를 하면 되겠습니까?"
현준은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며 물었다.
김동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잔인할 정도로 간단한 지시를 내렸다.
"상황을 줄게요. 당신은 6살짜리 딸을 둔 아빠야. 오늘 아침, 유치원 버스를 태워 보내면서 이따 저녁에 인형 사주겠다고 약속했어.
그런데 방금, 유치원 버스가 전복되었다는 뉴스를 봤어. 사망자 명단에... 당신 딸의 이름이 있고. 지금 당신은 병원 영안실 앞에서,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해. 아내는 아직 아무것도 몰라. 저기 빈 의자가 당신 아내야. 시작해요."
"..."
너무나도 잔혹한 설정이었다. 하지만 현준은 불평하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눈빛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1분의 기적
김동진과 강지한은 숨을 죽였다. 방금 전까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던 청년은 사라지고, 세상의 모든 절망을 짊어진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핏기가 가시고, 동공은 공허하게 풀려 있었다. 손은 식탁 밑에서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하게 경련하고 있었다.
현준, 아니 '딸을 잃은 아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김동진이 가리킨 빈 의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술이 달싹였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목구멍에 거대한 돌덩이라도 걸린 것처럼, 그는 몇 번이고 숨을 삼켰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큰 충격에 눈물마저 말라버린 사람처럼, 텅 빈 눈으로 허공을 응시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오열보다도 깊은 슬픔이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왔다. 어깨는 무너져 내렸고, 등은 굽어 있었다. 마치 순식간에 20년은 늙어버린 것 같았다.
그는 떨리는 손을 뻗어, 보이지 않는 아내의 손을 잡으려는 듯 허공을 더듬었다.
"...여보."
마침내 터져 나온 그의 목소리는 쇳소리가 섞인, 갈라지고 메마른 소리였다.
"...우리... 우리 민지..."
그는 끝내 말을 잊지 못했다. '죽었다'는 그 잔인한 단어를 차마 입에 올릴 수 없었다. 대신 그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어깨가 가늘게 들썩이기 시작했다.
소리 없는 오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울음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그것은 보는 사람의 심장까지 저미게 만드는, 진짜 슬픔이었다.
딱 1분이 지났을 때였다.
"그만."
김동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현준의 어깨가 멈췄다. 그는 깊은숨을 몇 번 내쉬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다시 원래의 차분한 눈으로 돌아와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방 안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김동진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현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지한은 자신의 팔에 소름이 돋은 것을 알아차렸다.
"허..."
김동진의 입에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마른세수를 한번 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진짜였네. 강지한 말이... 진짜였어."
그는 더 이상 현준을 '엑스트라'로 보지 않았다. 그의 눈은 마치 희귀한 보석 원석을 발견한 광부처럼 뜨겁게 빛나고 있었다.
"이현준 씨. 계약합시다."
김동진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가방에서 서류철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계약서였다.
"일단은 신인 표준 계약입니다. 하지만 내가 약속하죠. 1년 안에 이현준이라는 이름 석 자, 대한민국에 모르는 사람이 없게 만들어 줄 테니. 내 모든 걸 걸고 당신을 키워보겠습니다."
현준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10년 동안 그토록 바라던 순간이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획사에서, 최고의 매니저가 자신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감사... 감사합니다."
"감사는 나중에 하고. 지금부터는 내 배우니까, 시키는 대로만 해요."
김동진은 완전히 비즈니스 모드로 돌아와 있었다.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웠다.
"마침 잘 됐어. 당신에게 딱 맞는 배역이 하나 있거든."
그는 서류철에서 또 다른 종이를 꺼냈다. 시나리오의 일부인 것처럼 보이는 몇 장의 페이지였다.
"이창욱 감독님, 알죠?"
현준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이창욱 감독. '충무로의 거장', '배우를 조련하는 마술사'라 불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감독이었다. 그의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모든 배우의 꿈이었다.
"이창욱 감독님이 준비하는 신작 '아수라'에 배역 하나가 비어있어요. 원래는 다른 배우가 내정되어 있었는데, 스케줄 문제로 얼마 전에 펑크가 났죠. 감독님 성격이 워낙 까다로워서, 웬만한 신인은 쳐다보지도 않는데... 이상하게 이 배역만큼은 오디션을 보겠다고 하더군요."
김동진은 시나리오를 현준 앞으로 쓱 밀었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남규만'의 아역. 총 세 장면 나오고, 대사는 열 마디도 안 돼요. 하지만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입니다."
사이코패스의 아역. 현준의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이 오디션, 한번 해볼 생각 있어요?"
"네! 당연히...!"
현준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김동진이 그의 말을 잘랐다.
"좋아요. 그럼 내일 아침 10시까지 이 주소로 와요."
김동진이 명함 뒤에 주소를 적어 건넸다.
"오디션, 내일 오전이거든요."
"...네? 내일... 말입니까?"
현준의 눈이 커졌다. 이제 고작 열두 시간도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래요, 내일. 이 바닥은 원래 이렇게 기회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입니다. 잡을 준비가 된 놈만 살아남는 거고."
김동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스터 이, 준비는 됐습니까? 동부 전선의 한파는 생각보다 훨씬 가혹할 텐데요?"크리스찬 밴스가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현준에게 다가와 건넨 말에는 명백한 도발이 섞여 있었다. 현준은 그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묵직하게 대답했다."전선보다 가혹한 것은 인간의 내면이지 않겠습니까. 준비는 끝났습니다, 밴스 씨."현준의 담담하지만 뼈 있는 한마디에 밴스의 눈매가 살짝 가늘어졌다."레디, 액션!"감독의 큐 사인이 떨어지는 순간, 촬영장의 공기는 순식간에 영하로 떨어지는 듯했다. 짙은 회색빛의 장교 제복을 입은 현준이 긴 장화를 내딛으며 연무가 자욱한 성벽을 걸어 나왔다. 그의 걸음걸이와 손짓, 그리고 허공을 응시하는 눈빛에는 이미 에리히의 고독과 살기가 완벽하게 녹아 있었다.첫 신은 에리히 장교가 자신에게 반기를 들려는 참모인 크리스찬 밴스를 취조하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었다. 밴스가 대사를 읊조리며 위압적인 기세로 현준을 압박하려 했다. 하지만 현준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밴스를 바라보았을 때, 밴스는 순간적으로 대사 흐름을 놓칠 뻔했다.현준의 눈동자에는 지옥을 경험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은 심연이 자리하고 있었다. 정제된 나치 장교의 차가움 뒤로 뿜어져 나오는 처절한 죄책감과 광기. 그것은 밴스가 평생 할리우드에서 수많은 아카데미 수상 배우들과 합을 맞추며 느꼈던 기세 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이고 압도적인 것이었다."자네는 내가 이 제복을 입고 얼마나 많은 유령을 보았는지 아는가?"
김동진의 흥분된 목소리에도 현준은 담담하게 찻잔을 들었다. 12년 동안 무명의 바닥을 굴러봤기에, 세상의 화려한 조명이 얼마나 쉽게 켜지고 꺼지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실장님, 서두를 것 없습니다. 좋은 작품을 찾는 게 우선입니다. 대본부터 천천히 검토해 주세요.""어휴, 이 친구는 세계가 뒤집혔는데도 이렇게 태연하다니까. 아무튼 정말 대단해. 이현준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이제 글로벌 브랜드가 됐다고!"김동진이 혀를 내두르며 대본 더미를 정리하러 나간 뒤, 대기실에는 현준과 세리 두 사람만 남았다. 세리는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 도심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는 현준의 등 뒤로 다가왔다."현준 씨, 진짜 세계적인 스타가 됐네요. 기분이 어때요?"현준은 뒤돌아서서 세리를 따뜻하게 바라보았다."글로벌 스타라는 타이틀보다, 세리 씨 곁에서 오래오래 연기할 수 있는 단단한 배우가 됐다는 게 더 기쁩니다.""말은 참 잘해요."세리가 피식 웃으며 현준의 가슴에 이마를 기대었다. 현준은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쓸어내렸다. 화려한 찬사와 천문학적인 금액의 출연료 제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지만, 현준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했다. 자신의 삶을 잡아주는 가장 소중한 존재가 곁에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현준의 항해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군주와 그림자'의 폭발적인 성공은 또 다른 거대한 기회의 문을 열어젖히고 있었다. 전 세계 정상급 감독들이 이현준이라는 연기 괴물을 자신의 작품에 담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오기 시작
"태양이 스스로를 태워 세상을 사막으로 만든다면, 그림자는 그 태양을 가려 숲을 살려야 하는 법입니다."현준은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들었다. 차르륵 소리를 내며 검신이 드러났다. 검 끝이 유려한 호를 그리며 안성현의 가슴팍을 정확히 가리켰다.연출을 맡은 류승호 감독은 동공이 확장된 채 모니터 화면으로 빨려 들어갈 듯 몸을 기울였다. 카메라 세 대가 동시에 두 사람의 미세한 근육 떨림과 숨소리까지 포착하고 있었다."감히 나를 베겠다는 것이냐?""베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전하의 광기를 멈출 뿐입니다."현준의 몸이 순식간에 튀어 나갔다. 바닥의 거친 마룻바닥을 차고 나가는 동작은 전남 해남의 광활한 갯벌에서 푹푹 빠지는 진흙을 뚫고 훈련했던 바로 그 단단한 하체 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어떠한 흔들림도 없는 곧은 궤적이었다.안성현이 칼을 내리쳤다. 챙 하는 날카로운 금속음이 편전 천장을 때렸다. 두 사람의 검이 공중에서 부딪치며 불꽃을 튀겼다. 그것은 단순히 무술 감독이 짜놓은 합을 맞추는 액션이 아니었다. 배우 안성현과 배우 이현준이 각자의 연기 철학과 영혼을 부딪치는 처절한 결투였다.안성현의 검은 묵직하고 거셌다. 왕의 권력을 상징하듯 압도적인 힘으로 현준을 눌러왔다. 현준은 그 힘을 유연하게 흘려보내며 검을 회전시켰다. 이신의 검술은 서늘하고 은밀했다. 왕의 공격을 막아내면서도 단 한 번도 왕의 목숨을 위협하지 않는 정교한 조율. 현준은 그 미세한 힘의 균형을 완벽하게 컨트롤하고 있었다."너는 나를 베지 못한다, 이신! 너는 내 그림자니까!"
촬영장 위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앞으로 닥칠 수많은 시련과 갈등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현준은 이제 그 모든 것을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그의 곁에는 자신을 믿어주는 동료들이 있었고, 무엇보다 연기라는 이름의 구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현준의 항해는 이제 거친 파도를 뚫고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고 있었다.그는 다시 한번 검을 챙겨 들었다. 내일은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웃을 수 있었다. 그림자가 빛을 품었을 때, 비로소 세상은 가장 아름다운 색으로 물든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빛을 향한 걸음세트장의 열기가 잠시 식은 오후, 현준은 대기실 의자에 깊숙이 묻혀 앉아 있었다. 극 중 서윤 공주를 향한 이신의 감정이 깊어질수록, 카메라 밖의 이현준은 오히려 현실의 한 사람을 간절하게 떠올렸다.그의 정신적 등대이자, 마음의 안식처인 윤세리.12년의 어두운 무명 시절을 지나오며 영혼까지 짓눌렸던 현준을 구원한 것은 다름 아닌 세리였다.'아수라'의 남규만을 연기하며 광기에 잠식될 뻔했을 때도, '아버지의 바다' 속 박정수의 처절한 고독에 갇혀 헤어 나오지 못했을 때도, 그의 곁에서 정신과 전문의이자 액팅 코치로서 그를 현실로 끌어당겨 준 유일한 사람이었다.그녀는 현준에게 단순한 연인 그 이상의 의미였다. 지독한 고독 속에서 연기를 하던 그가 유일하게 가면을 벗고 온전한 '이현준'으로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안식처였다."현준 씨, 많이 지쳐 보여요. 차 한잔 마실래요?"
촬영장의 소음이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막이 쳐져 있는 듯했다.분장실로 돌아온 현준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피 칠갑이 된 모습과 지독하게 슬픈 눈. 그는 문득 이 캐릭터가 자신을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연기는 타인의 삶을 사는 행위라지만, 이번에는 그 경계가 너무나도 위태로웠다.'나는 이신인가, 이현준인가?'현준은 세면대에서 차가운 물로 얼굴을 씻어냈다. 붉은 액체가 씻겨 내려가며 원래의 살색이 드러났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 새겨진 이신의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저녁이 되자 촬영 팀은 근처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연 배우들과 감독, 주요 스태프들이 모인 자리였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엣플릭스 동시 공개가 확정되면서 제작사의 지원도 전폭적으로 늘어난 덕분이었다."우리 현준 씨 덕분에 이번 드라마 해외 반응이 벌써부터 뜨거워요. 예고편 조회수가 역대급이라더군."제작사 대표의 칭찬에 현준은 겸손하게 웃으며 술잔을 받았다. 옆자리에 앉은 유진은 조용히 그의 잔을 채워주었다."현준 오빠, 아까 그 장면 찍을 때 정말 이신이 제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았어요. 오빠는 어떻게 그렇게 몰입을 잘해요?"유진의 물음에 현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글쎄요. 그냥 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가 느꼈을 외로움과 고통을 제 경험 중에서 비슷한 조각들을 찾아 맞추는 거죠.""그 조각들이 너무 아픈 건
숙소에 도착한 현준은 씻지도 않은 채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바라보며 내일 찍을 분량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했다. 내일은 이신이 왕의 밀명을 받고 반대파 대신을 암살하러 가는 장면이었다. 다시 냉혹한 살인귀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사랑은 사치다. 나는 그림자다.'현준은 눈을 감고 이신의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주변을 감싸고 있던 로맨틱한 분위기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서늘한 살기가 그 자리를 채웠다. 그는 잠들기 직전까지 검을 휘두르는 손동작을 연습하며 자신을 채찍질했다.다음 날 새벽, 촬영장은 다시 긴장감에 휩싸였다. 안개 낀 산속에서 진행된 암살 신은 박진감 넘치는 액션으로 가득했다. 현준은 대역 없이 고난도 와이어 액션을 소화하며 스태프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그는 나뭇가지 사이를 날아다니며 적들의 목을 베었다. 피 튀기는 현장 속에서 그의 표정은 무심했다. 어제 공주 앞에서 눈물짓던 남자는 온데간데없었다. 오직 주군의 명령을 수행하는 기계적인 암살자만이 존재할 뿐이었다.류승호 감독은 모니터를 보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현준 씨는 정말 천의 얼굴을 가졌어. 어떻게 하루 만에 눈빛이 저렇게 달라지지? 이게 진짜 배우의 힘인가 봐."현준은 마지막 적을 쓰러뜨리고 검의 피를 닦아냈다. 안개 너머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이신은 피투성이가 된 채 숲속을 빠져나왔다. 그의 앞에는 다시 왕궁의 화려한 단청이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알고 있었다. 이 화려함 아래 얼마나 많은 시신이 깔려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그 시신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