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완벽한 쇼윈도 부부의 은밀한 이중생활 : Bab 101 - Bab 110

217 Bab

제102화. 사라지지 마

문예라의 이름으로 들어온 유해 운송차가 병동 전용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해야는 내 품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도겸이 화면을 돌렸다.[사망자 TK-S01-B.][인도 요청자 문예라.][보호자 이의 없음.]“제가 직접 취소할게요.”“지금 서명하면 또 복제됩니다.”“그럼 제 이름으로 온 사람을 어떻게 막아요?”나는 병원 기록 카메라를 켰다.“서명이 아니라 당신 얼굴로 거부해요.”문이 열리자 운송업체 직원 두 명이 빈 이동 보육기를 밀고 들어왔다.“문예라 보호자 요청으로 왔습니다.”예라가 그들 앞에 섰다.“제가 문예라예요.”직원은 태블릿의 사진과 그녀를 번갈아 확인했다.“전자 동의가 접수됐습니다.”“그 서명은 훔친 거예요.”예라는 이름과 생년월일을 말한 뒤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온해야는 살아 있습니다. 저는 이송도, 유해 인도도 요청하지 않았습니다.”담당의가 해야의 실시간 맥박과 산소포화도를 기록에 붙였다.윤리위원회가 집행 보류를 승인한 시각은 직원이 보육기 잠금장치를 풀기 12초 전이었다.해야를 지킬 사람은 여전히 서류에 없었다.한 시간 뒤, 도겸의 법률사무실 탁자 위에 휴대폰 세 대가 봉인됐다.외부망이 끊긴 노트북과 합의서 한 부만 남았다.예라는 의자에 앉자마자 가방에서 녹음기를 꺼냈다.“친권 포기 각서부터 내밀 줄 알았는데, 면접교섭 일정을 먼저 묻네요?”“포기하라고 부른 게 아니니까요.”나는 첫 조항을 그녀 앞으로 밀었다.[해야에게 출생의 진실을 감추지 않는다.]예라의 손이 녹음기 위에서 멈췄다.“제가 아이를 이용한 것도요?”이록이 두 번째 문장을 적었다.[출산 직후 아이를 이용한 일과 태강에 맞서 아이를 살린 일을 함께 남긴다.]“나쁜 일 하나로 전부 나쁜 사람이 되지는 않지만, 좋은 일 하나로 앞의 일이 없어지지도 않습니다.”예라가 펜을 내려놓았다.“두 분은 결국 부부가 될 거고, 저는 가장 먼저 밀려나겠죠.”“우리가 부부인 것과 당신이 출산한 사람인 건 서로 대신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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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아이를 죽인 건 나예요

해야의 출생신고가 접수되기도 전에 반려됐다.[신고 대상자 사망 처리 확인.]살아 있는 아이의 이름을 올리려면, 먼저 죽지 않았다는 증거를 내라는 요구였다.도겸이 세 개의 문서를 나란히 펼쳤다.병원 출생 기록 정정 신청.수사기관의 사망 조작 증거 보전.법원의 임시 신분 확인 신청.“셋은 서로 대신할 수 없습니다.”“병원 기록이 고쳐져도 가족관계가 바로 생기지는 않고,수사 자료만으로 사망 등록이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내가 성명 칸에 적은 온해야를 손끝으로 눌렀다.“그럼 이 이름도 아직 못 쓰나요?”“이름은 적을 수 있습니다. 다만 누구의 자녀인지 연결하는 절차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나는 성을 올려달라는 요청서를 접어 뒤로 밀었다.“내 성은 나중에 붙여요.”“오늘은 이 아이가 살아 태어났다는 것부터 돌려놔요.”이록이 내 옆으로 의자를 당겼다.“같이 보자.”“내 대신 고르지는 말고요.”“안 골라. 당신이 놓치는 줄만 잡을게.”문예라는 출산 당일 서류를 한 장씩 넘겼다.산모 확인서 아래에 적힌 자기 이름에서 손이 멈췄다.“이거 제가 쓴 글씨 아니에요.”도겸이 원본 확대 화면을 열었다.“확실합니까?”“그날 오른손에 링거가 꽂혀 있었어요. 서명하려다 피가 역류해서 간호사가 왼손으로 쓰라고 했어요.”예라는 빈 종이에 왼손으로 이름을 썼다.첫 획은 오른쪽으로 기울었고, 마지막 글자는 짧게 끊겼다.출산 확인서의 서명은 오른손 필체였다.끝 획은 길었고, 글자 아래에는 희미한 흰 점 두 개가 남아 있었다.도겸이 어젯밤 유출된 합의서 사진을 불러왔다.붉은 테두리 안에 갇혔던 예라의 서명에도 같은 점이 있었다.“출산 서류를 새로 만든 게 아닙니다.”“서명 부분만 최근 이미지로 덮었습니다.”태강은 과거의 거짓말을 그대로 보관하지 않았다.새 증거가 생길 때마다 더 믿을 만한 거짓말로 갈아 끼웠다.이록이 병원 전산의 수정 이력을 요청했다.답은 곧바로 돌아왔다.[원본 이력 외부 백업 이전.][병원 내부 열람 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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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내 이름이 아이를 훔쳤어

“제가 아이를 죽은 것으로 입력했습니다.”간호사는 해야의 원본 팔찌를 소각함 위에 내려놓았다.“그래야 그 사람들이 살아 있는 아이를 바로 찾지 못할 테니까요.”화면의 폐기 시간은 11분 42초를 가리켰다.나는 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아이를 살리려고 사망자로 만들었다는 말을 믿으라고요?”“믿지 마세요. 기록부터 보세요.”그녀가 노트북을 내 쪽으로 돌렸다.출산 당일 03시 18분, 해야의 첫 울음이 녹음됐다.03시 19분, 신생아 팔찌 TK-S01-B가 발급됐다.03시 21분, 연구동 이송 명령이 들어왔다.간호사는 그 명령을 거부한 뒤 사망 코드를 입력했다.[사망자 이동 보류.][연구 검체 인계 중단.]사망 기록이 아이를 살린 시간은 46초뿐이었다.03시 22분, 백문우 병원장 명의의 자동 승인 코드가 사망 보류를 해제했다.이어서 권선재 측 보안 계정이 신생아 이동 통로를 열었다.“백문우와 권선재가 함께 지시한 겁니까?”“그건 확인하지 못했습니다.”그녀는 두 기록 사이에 선을 긋지 않았다.“제가 본 건 자동 승인 코드와 열린 문입니다. 누가 단말기를 직접 눌렀는지는 모릅니다.”도겸의 목소리가 내 이어폰으로 들어왔다.“진술과 로그가 일치하는 구간만 보존하겠습니다. 나머지는 추정으로 분리합니다.”간호사는 내 귀에 꽂힌 이어폰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역시 혼자 오지 않았네요.”“당신도 혼자 감당한 척만 했잖아요.”나는 팔찌를 가리켰다.“왜 7주 동안 숨겼어요?”“처음에는 아이가 살아 있는지 몰랐습니다.”“그다음에는요?”“살아 있다는 걸 안 날, 제 아들 학교 앞 사진이 왔어요.”그녀가 휴대폰에서 사진을 열었다.교문 앞에 선 아이의 뒷모습과 촬영 시각이 남아 있었다.발신자는 없었다.문장은 하나였다.[죽은 아이는 찾지 마.]나는 사진을 오래 보지 않았다.“협박받았다고 해야가 죽은 기록으로 산 시간이 없어지진 않아요.”“압니다.”“좋은 의도였다는 말로 절차까지 용서받을 생각도 하지 마요.”“그럴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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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사진 밖에 숨지 마

내 이름으로 아이를 훔친 밴드는 가족사진 기사의 가방 안에서 아직 살아 있었다.[온사율-02.]출입 상태는 유효였다.마지막 사용 시각은 오늘 06시 14분.태강재단병원 1층 가족사진 촬영실이었다.도겸이 촬영실 문을 잠갔다.이록은 기사와 가방 사이에 섰다.“손부터 탁자 위에 올려요.”기사는 카메라에서 손을 뗐다.“무슨 일인지 설명해주십시오.”“7주 전 내 아내 이름으로 신생아 이동문을 연 물건이 당신 가방에 있습니다.”기사가 가방을 뒤집었지만 밴드는 나오지 않았다.도겸이 탐지기를 어깨끈에 대자 짧은 경고음이 반복됐다.봉제선을 뜯어내자 얇은 출입띠가 모습을 드러냈다.내 사진과 이름이 붙은 두 번째 온사율이었다.“이걸 어디서 받았죠?”“처음 봅니다.”“당신 가방에서 나왔어요.”“출산 촬영이 끝난 뒤 태강이 장비를 전부 회수했습니다. 돌려받은 건 오늘 5시였습니다.”가방 안쪽에는 촬영 의뢰서도 숨겨져 있었다.[신생아 인계 확인 촬영.][요청자 온사율.][아이 얼굴 촬영 금지.]나는 의뢰서의 서명을 확인했다.이혼 서류와 병원 동의서에서 떼어낸 획이 이어 붙어 있었다.“나는 이런 촬영을 요청한 적 없어요.”“그날은 대리인이 왔다고 들었습니다.”기사가 원본 메모리 카드를 내놓았다.영상 속 여자는 내 코트와 같은 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얼굴은 끝까지 카메라 밖에 뒀다.온사율-01로 분만실 문을 열고, 촬영 가방을 신생아 이동문 앞에 내려놓았다.가방 속 온사율-02가 같은 시각 두 번째 문을 열었다.사람 두 명이 아니었다.여자 한 명과 카메라 가방 한 개가 나를 둘로 만들었다.영상에서 해야의 울음이 터졌다.여자가 카메라를 밀어냈고, 렌즈 옆 반사판에 손등이 비쳤다.수술용 테이프 자국.엄지 끝의 검은 얼룩.도겸이 화면을 멈췄다.“생체서명 채취 직후일 가능성은 있습니다.”“누구 손인지는요?”“이 화면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얼굴은 정말 못 봤습니까?”“네.”“그런데 원본은 왜 남겼죠?”기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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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이걸 먼저 태워

죽은 하겸이 오늘 날짜로 우편을 보냈다.그리고 13분 뒤, 그 우편은 열리지 않은 채 파쇄될 예정이었다.등기 영수증의 발송 시각은 09시 30분이었다.현재 시각은 09시 47분.수령 장소는 하겸이 갇혀 있던 B2-R 병실이 아니라,12년 전 폐업한 세림산부인과의 사서함 17번이었다.도겸이 예약 발송 내역을 열었다.하겸은 죽기 3주 전 생체 확인값과 발송 조건을 함께 등록해뒀다.[태강 대표이사 해임 보도 후 첫 월요일.]조건이 충족되면 하겸의 이름으로 등기가 발송되고, 지정 장소에서 30분 동안만 보관됐다.“오늘 손가락을 댄 사람이 있는 건 아니죠?”“없습니다.”도겸이 인증 생성 시각과 저장 시각을 분리해 보여줬다.“7주 전 저장된 값이 오늘 전달된 겁니다.”하겸이 살아 돌아온 것이 아니었다.죽기 전에 눌러둔 손가락이 오늘 움직였을 뿐이었다.이록은 영수증을 접지 않았다.“왜 나한테 직접 보내지 않았지?”“누가 먼저 가로챌지 몰랐겠죠.”“그럼 사진기사 가방에 숨긴 이유는?”도겸이 촬영기사의 외주 기록을 띄웠다.그는 가족사진 촬영업체에 들어오기 전,폐업 병원의 사서함을 관리하던 용역회사에서 배송 업무를 맡았다.7주 전 태강 홍보팀은 그의 촬영 장비를 회수하면서 회사 출입증과 채무 내역까지 확보했다.이후 그는 태강 행사 촬영 명단에 반복해서 들어갔다.“포섭됐다는 증거가 있습니까?”“대가를 받았다는 기록은 아직 없습니다.”도겸은 계좌 화면을 닫았다.“확인된 건 태강이 이 사람의 장비와 근무 이력에 접근했다는 사실뿐입니다.”촬영기사는 자기 가방에서 나온 영수증을 바라봤다.“저는 우편물을 본 적도 없습니다.”“그 말도 지금은 진술입니다.”나는 그를 몰아세우지 않았다.사람을 범인으로 정한 뒤 증거를 맞추는 건 태강이 하던 방식이었다.대신 영수증의 접힌 자국과 가방 안감의 봉제 흔적을 보존했다.우리가 세림산부인과에 도착했을 때 남은 보관 시간은 08분 12초였다.건물 1층에는 녹슨 사서함 20개가 벽에 붙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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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열지 마

“열지 마.”이록이 35-B 보관함 앞에서 처음으로 자기 출생기록을 피했다.자물쇠는 하겸이 남긴 열쇠 하나만 기다리고 있었다.도겸은 봉인과 접근 기록부터 촬영하게 했다.35-B는 35년 동안 3번 열렸다.마지막 공식 접근자는 온하겸.사고 5일 전이었다.“하겸은 안을 확인하고도 이 열쇠를 나한테 남겼어.”이록이 열쇠를 내게 내밀었다.“당신이 열어.”나는 손을 받지 않았다.“당신이 태어난 날의 기록이에요.”“그래서 못 열겠어.”그때 예라에게서 영상전화가 걸려왔다.화면에는 검사를 기다리다 잠든 해야가 보였다.해야는 이록이 두고 간 손수건 끝을 쥐고 있었다.“검사실 들어가기 전에 얼굴 한번 보여줘요. 아까 이록 씨 목소리를 듣고 울음을 멈췄어요.”예라가 화면을 가까이 가져갔다.이록은 휴대폰에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해야한테는 출생의 진실을 숨기지 않겠다고 서명했지.”“그랬죠.”“아이한테는 약속해놓고 내 기록만 피할 수는 없겠군.”그는 열쇠를 다시 가져가 자물쇠에 꽂았다.“대신 열어주지는 마.”“옆에만 있을게요.”보관함 안에는 봉투 3개와 신생아 사진 1장이 들어 있었다.첫 봉투의 산모 이송표에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산모 윤서정.][상태 사망.][전원 승인.]사망 처리된 산모에게 산소 공급과 수액 유지 지시가 붙어 있었다.이록이 종이를 내 쪽으로 돌렸다.“죽은 사람을 왜 다른 병원으로 옮겨?”“사망 기록과 실제 상태가 달랐을 가능성은 있어요.”도겸이 이송표를 별도 봉투에 넣었다.“문서가 원본인지, 실제 탑승자가 윤서정인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두 번째 봉투에는 현금 수령증처럼 보이는 문서가 있었다.[신생아 인계금 3천만 원.][수령인 윤서정.]이록의 손이 종이 끝을 접었다.“나를 팔았네.”“아직 확인된 건 이름과 금액이 적힌 종이가 있다는 것뿐이에요.”“이보다 뭘 더 확인해.”“이 종이를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요.”도겸이 문서번호와 병원 장부를 대조했다.수령증 날짜는 이록의 출생 당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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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결과가 달라도 안 떠나

윤서정의 주소까지는 걸어서 4분이었다.그 4분을 움직이기도 전에, 법원은 이록에게 아버지라는 이름부터 다시 증명하라고 했다.[권이록과 온해야의 친생관계를 독립 감정으로 다시 확인할 것.]이록은 보완명령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내 어머니가 죽은 사람으로 바뀐 날을 찾자마자, 이번에는 내가 아버지인지 다시 증명하라는군.”도겸은 사진 뒤 주소를 경찰에 넘겼다.주소만으로 문을 열거나 거주자를 윤서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상대를 숨게 만들지 않도록 외부 출입만 확인하기로 했다.“기존 검사 결과가 틀렸다는 뜻은 아닙니다.”“그럼 왜 다시 하지?”“채취실에서 운송 담당자에게 넘어가기 전까지의 인계 서명이 빠져 있습니다.해야의 사망 기록을 정정하려면 그 구간부터 다시 막아야 합니다.”태강이 남긴 배아대장과 친생 검사지는 수사 자료로 보존돼 있었다.하지만 아이의 이름을 되찾는 절차에 쓸 독립 감정은 없었다.나는 검사 조건부터 적었다.법원 지정 감정인 입회.태강과 거래 이력이 없는 기관.이록과 해야의 시료를 같은 장소에서 채취.각 시료를 2개로 나눠 다른 봉인번호 부여.채취부터 도착까지 인계자와 시각을 기록.예라는 기관 목록의 첫 번째 이름에 줄을 그었다.“여기 책임자는 백문우와 공동 논문을 냈어요. 태강 의료자문단에도 있었고요.”두 번째 기관도 지웠다.태강재단 연구비를 받은 기록이 있었다.남은 독립기관은 1곳뿐이었다.“여기로 해요.”도겸이 사율과 이록을 차례로 확인했다.“동의합니까?”이록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해야의 손수건을 접어 아이 손이 닿는 곳에 놓았다.“결과가 다르면 어떻게 되지?”“먼저 시료와 검사 과정을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그 말 말고.”그는 잠든 해야를 바라봤다.“내 아이가 아니라고 나오면, 나는 이 아이한테 뭐가 돼?”나는 괜찮다는 말부터 하지 않았다.“혈연과 법적 관계는 다시 확인해야 할 수 있어요.”이록의 손가락이 손수건 끝에서 떨어졌다.“그래도 당신이 해야 곁에 남은 시간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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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다시 훔쳐진 검사봉투

윤서정을 옮기라는 명령은 해야의 채취가 끝난 지 12분 만에 떨어졌다.검사봉투를 훔치지 못한 사람들은 이번에는 살아 있는 사람부터 치우려 했다.이록이 차 열쇠를 집었다가 스스로 내려놓았다.“내가 찾아가면 저 사람은 도망칠 권리부터 잃겠지.”그는 화면 속 주소를 지우지 않은 채 손을 거뒀다.“안 가. 대신 살아 있는지만 확인해.”도겸은 관할서에 주소 주변 비공개 보호 관찰을 요청했다.현관을 막지 않고 출입자만 확인하며, 강제 진입이나 이동 정황이 보일 때 개입하는 조건이었다.해당 호수의 임대차 명의는 정윤이었다.임대차계약서 사본에는 생년월일 뒷자리가 가려져 있었고 본인확인 서류도 첨부되지 않았다.보증금은 십 년 전 현금으로 납부됐고 월세는 매달 다른 이름으로 입금됐다.“이름을 바꿔온 사람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이름을 바꾸게 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도겸의 말에 이록은 대답하지 않았다.해야가 잠결에 손을 흔들자 그는 아이 손바닥에 검지를 내주었다.손을 잡힌 뒤에야 그의 어깨가 내려갔다.“나는 결과가 달라도 이 아이 곁에 남겠다고 했어.”그가 해야를 보며 말했다.“그 사람한테도 똑같이 해야겠지. 내가 아들이어도, 만나라고 몰아붙이지 않는 것.”나는 차 열쇠를 그의 앞에서 더 멀리 치우지 않았다.이번에는 그가 스스로 가지 않기로 한 선택을 믿어야 했다.도겸은 가짜 운송 앱의 인계창을 다시 띄웠다.진짜 시료는 이미 경찰 입회 아래 감정기관으로 향하고 있었다.추적용 보냉함에는 폐기 예정 면봉과 가짜 접수증, 위치 송신기 세 개를 넣었다.겉면의 봉인실은 법원 봉인과 다른 색을 썼다.가까이서 보면 가짜였지만 급하게 훔치는 사람에게는 충분했다.“저들이 알고 있는 서비스 출구로 내보내요.”“운전자를 잡는 게 목적은 아닙니다.”도겸이 보냉함 바닥을 닫았다.“누구에게 넘기는지 봅니다.”16시 08분, 추적용 차량이 지하 연결로에 멈췄다.고장 경고가 뜨자 견인 조끼를 입은 남자가 나타나 시설팀 서류를 내밀었다.직인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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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엄마는 둘입니다

기자회견 시작 7분 전, 열두 개 언론사에 같은 영상이 도착했다.검은 화면 위로 윤서정의 이름이 뜬 뒤 여자의 목소리가 흘렀다.[나는 아들을 버린 어머니입니다.]도겸이 송출실 화면을 멈췄다.“원본인지는 아직 확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세 구간의 배경음이 다르고 문장 사이에 편집 흔적이 있습니다.”영상 마지막에는 자막이 붙어 있었다.[친생검사 조작을 막기 위해 생모가 직접 진실을 밝힌다.]“회견을 미룹니까?”도겸의 질문에 나는 발표문 한 장을 빼냈다.윤서정의 생존 가능성.삼십오 년 전 출생기록 조작.현재 거주지 감시 정황.모두 확인 중인 사실이었고, 당사자는 공개를 허락하지 않았다.“아니요.”나는 삭제한 장을 반으로 접었다.“저들이 윤서정 씨 입으로 거짓말을 만들기 전에, 우리가 말하지 않을 것부터 밝힐 거예요.”이록은 해야의 유모차 손잡이를 쥐고 있었다.“오늘 윤서정 이름은 꺼내지 마.”“기자들이 물을 거예요.”“대답하지 않으면 돼.”그는 해야의 담요 끝을 정리했다.“내가 어머니를 찾고 싶다는 이유로 저 사람을 다시 세상 앞에 세우진 않아.”문예라는 자신의 발표문 옆에 서류 한 부를 더 놓았다.해야의 사진과 출산 기록을 이용한 인터뷰 제안을 모두 거절한다는 확인서였다.“제가 낳았다고 말하면 또 친권 싸움이라고 쓸 거예요.”“그래도 지우면 안 돼요.”“사모님은 제가 엄마라고 생각해요?”“그건 내가 정할 일이 아니에요.”나는 유모차 안의 해야를 봤다.“해야가 자라서 부를 이름이에요.”회견장에는 카메라 서른두 대가 들어왔다.해야는 데려가지 않았다.단상 위에는 마이크 세 개와 공개 가능한 서류만 놓였다.나는 세 사람이 서명한 합의서의 공개 조항을 단상 위에 올렸다.친생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해야의 거주지와 치료 정보를 비공개로 유지할 것.누구도 출산과 양육 사실을 광고나 협상에 이용하지 않을 것.법적 지위가 정해지기 전에도 치료와 생활비를 공동으로 책임질 것.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온해야는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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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사진 속 여자는 살아 있다

“권이록 씨, 당신 생일은 기록된 날이 아닙니다.”음성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짧은 숨 뒤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났다.[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믿지 마세요.]링크는 재생이 끝나자 사라졌다.도겸은 외부 저장장치에 남긴 복제본부터 잠갔다.“오늘 녹음된 음성인지, 과거 자료를 이어 붙인 건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습니다.”이록은 다시 틀어달라고 하지 않았다.“살아 있다는 증거도 아니군.”“아직은 그렇습니다.”나는 파일 도착 시각을 확인했다.기자회견이 끝난 지 1분 12초 뒤였다.누군가는 우리가 윤서정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뒤 이 파일을 보냈다.“답장을 보낼 방법은요?”“발신 계정은 삭제됐습니다. 링크가 생성된 중계 서버도 해외 우회망을 거쳤고요.”이록은 회견장에서 빼낸 발표문을 펼쳤다.윤서정이라는 이름이 적힌 부분만 접힌 안쪽에 있었다.“찾아도 주소는 말하지 마십시오.”“안전 여부를 판단하려면 현재 위치를 확인해야 합니다.”“수사에 필요한 사람만 아세요. 내가 아들이라는 이유로 받을 정보는 빼고.”그는 종이를 다시 접었다.“평생 내 이름을 다른 사람이 정했는데, 나까지 저 사람 이름을 마음대로 열고 싶지는 않습니다.”도겸은 음성의 배경음을 분리했다.자동문 안내음.약봉투를 접는 소리.호출번호 뒤로 흘러나온 약국 광고.마지막 네 글자만 남았다.[…봄약국입니다.]윤서정의 집에서 사라진 약봉투 사진과 로고를 대조하자 지점은 하나로 좁혀졌다.집에서 버스로 스무 분 거리의 한봄약국이었다.도겸은 관할 경찰에게 안전 확인만 요청했다.강제로 이동시키려는 사람이 있는지 살피고,당사자가 거부하면 보호 차량에도 태우지 않는 조건이었다.“현장 확인 자료가 오면 보여드릴까요?”이록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평생 찾던 사람의 현재 얼굴을 몇 분 안에 볼 수 있었다.그는 화면을 향하던 시선을 거뒀다.“아니요.”“본인 확인에는 필요할 수 있습니다.”“도겸 씨가 확인하세요.”그가 해야의 빈 유모차 손잡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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