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완벽한 쇼윈도 부부의 은밀한 이중생활 : Bab 111 - Bab 120

217 Bab

제112화. 죽은 이름으로 사는 여자

윤서정은 35년 전에 죽었다.정윤은 그 뒤로 한 번도 죽지 않았다.같은 여자가 두 이름으로 나뉜 채 살아온 시간이었다.오전 여덟 시 열한 분, 정윤 명의로 태강재단병원 기록정정 상담이 접수됐다.연락처 칸에는 도겸이 약국에 남긴 수사 전용 번호가 적혀 있었다.십 분 뒤 문자가 도착했다.[온사율 씨 혼자 오세요.][권이록 씨에게 오늘 일을 말하지 마세요.]이록은 두 문장을 끝까지 읽었다.“혼자 가.”“두 번째 요구도 받아들이라는 뜻이에요?”“그건 당신이 정해.”그는 해야의 침상 난간을 확인했다.“저 사람이 처음으로 고른 상대가 당신이라면, 내가 끼어들지 않을게.”약속 장소는 병원에서 두 정거장 떨어진 폐업 세탁소였다.유리문 안에는 의자 두 개와 먼지 쌓인 다리미만 남아 있었다.도겸은 주변에 인원을 배치했지만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정윤은 약속 시각보다 먼저 와 있었다.사진 속 젊은 여자의 눈매가 남아 있었지만 나는 그 말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내 얼굴보다 빈 문을 먼저 확인했다.“권이록 씨는 안 왔네요.”“당신이 오지 말라고 했으니까요.”“그럼 오늘 나를 만난 것도 말하지 마세요.”“그 약속은 못 합니다.”정윤의 손이 가방 끈에서 멈췄다.“내 이야기예요.”“당신이 어디에 사는지, 어떤 이름으로 사는지는 당신 이야기예요.”나는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하지만 어머니가 살아 있다는 사실까지 이록 씨에게 숨기겠다고 약속할 수는 없어요.”“그럼 왜 혼자 왔죠?”“당신을 억지로 데려가지 않겠다는 약속은 지키려고요.”정윤은 나를 오래 보다가 물었다.“기자회견에서 왜 내 이름을 확인해주지 않았어요?”“당신이 허락하지 않았으니까요.”“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면서요?”“그래서 더 말하면 안 됐어요.”그녀는 그제야 출입문에서 손을 떼고 의자에 앉았다.“권이록 씨도 같은 생각입니까?”“당신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보지 않았어요.”정윤의 입술이 열렸다가 닫혔다.“당신이 먼저 보기로 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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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아들을 모른 척한 어머니

[십 분만 만나겠습니다.][질문은 세 개만 받겠습니다.][아이와는 만나지 않겠습니다.]윤서정이 정한 조건이었다.이록은 답장에 한 줄만 적었다.[당신이 먼저 나를 알아보지 않아도 됩니다.]약속 장소는 해야가 진료받는 소아과의 비어 있는 상담실이었다.윤서정은 먼저 와 있었고, 이록이 들어오자 고개를 숙였다.모르는 사람에게 예의를 갖추는 인사였다.이록은 문 앞에서 멈췄다.“내 버릇을 어떻게 압니까?”첫 질문이었다.윤서정의 손이 무릎 위에서 겹쳐졌다.“열이틀 동안 봤으니까요.”이록의 시선이 그녀에게 박혔다.“나는 태어난 뒤 바로 빼앗긴 줄 알았습니다.”“나도 그렇게 믿게 만들려고 했어요.”“누가요?”“그건 두 번째 질문입니까?”이록은 이를 악문 채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윤서정은 삼십오 년 전 산후 병실에서 아이가 죽었다는 말을 들었다.하지만 새벽마다 복도 끝에서 같은 울음이 들렸다.새벽 네 시 이십 분이면 청소를 위해 수유실 잠금이 칠 분 동안 풀렸다.윤서정은 그 틈에 병실을 빠져나갔다.“셋째 칸에 당신이 있었어요.”“나라는 건 어떻게 알았습니까?”“왼손을 쥐고 울었어요.”윤서정은 자기 오른손을 귀 뒤로 가져갔다.“젖을 두 번 빨다가 놓쳤고, 여길 문질러주면 다시 먹었어요.”이록의 입술이 굳었다.“나는 그 칠 분 동안만 당신 엄마였어요.”진료실 너머에서 해야의 울음이 들렸다.이록과 윤서정의 시선이 동시에 닫힌 문으로 향했다.먼저 고개를 돌린 사람은 윤서정이었다.“열이틀째에는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두 번째 질문이었다.“수유실이 비어 있었어요.”“찾지 않았습니까?”“계단 아래까지 갔어요.”윤서정은 그날 자신을 막은 남자가 태강의 병원 배지를 달고 있었다고 했다.아이를 다시 찾으면 산모의 사망 기록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살아 있는 아이도 잘못 보관된 기록으로 처리될 수 있다고 했다.“그걸 믿었습니까?”“나를 이미 죽은 사람으로 만든 뒤였어요.”“그래서 나를 모른 척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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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35년 전의 거래서

거래서의 지문은 윤서정의 것과 일치한다는 감정 소견이 나왔다.그러나 그 아래 적힌 서명은 달랐다.문서감정인은 두 결과를 분리해 설명했다.오른손 엄지 지문은 윤서정의 현재 지문과 특징점 열세 곳이 일치했다.반면 서명은 비교 문서와 필압의 방향부터 달랐다.윤서정은 ‘윤’ 자의 마지막 획을 안쪽으로 거두었지만, 거래서의 서명은 바깥으로 길게 뻗어 있었다.획을 긋는 순서도 달랐다.“지문이 본인 것이라고 서류 내용에 동의했다는 뜻은 아닙니다.”감정인이 거래서를 투명판 위에 올렸다.“어떤 설명을 들었는지, 의식이 온전했는지, 자발적으로 날인했는지는 지문만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거래서에는 윤서정이 신생아에 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삼억 원을 받았다고 적혀 있었다.지급 방식은 현금.수령 장소는 태강재단병원 산후병동.작성일은 이록이 태어난 지 열하루째였다.발도장 천 안쪽의 지시보다 하루 전이었다.[12일 후 분리.]아이를 떼어내기 전에 어머니가 팔았다는 기록부터 완성해둔 셈이었다.윤서정은 거래서를 오래 보다가 오른손 엄지를 감쌌다.“이 종이를 본 기억은 없어요.”“지문을 찍은 기억은요?”도겸의 질문에 그녀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진통제라고 했던 주사를 맞고 나면 눈을 뜨고 있어도 시간이 끊겼어요.”“그 상태에서 서류를 받았습니까?”“간호사가 여러 장을 넘겼어요. 치료 동의서라고 했습니다.”“몇 장이었습니까?”“여섯 장이었던 것 같아요.”윤서정은 거래서 오른쪽 아래를 짚었다.“작은 패드에 엄지를 누르게 한 뒤 종이마다 찍었어요.”“간호사 이름을 기억합니까?”“최명숙.”이름은 삼십오 년 전 산후병동 근무표에서 확인됐다.최명숙은 윤서정 담당 간호사였고, 이록이 분리된 다음 날 사직했다.퇴직서는 병원 인사팀이 아니라 태강 법무팀 직원이 대신 제출했다.퇴직금도 병원 계좌가 아닌 태강 외주법인에서 지급됐다.거래서의 돈도 확인했다.해당 날짜 병원 현금출납부에는 삼억 원 인출 기록이 없었다.윤서정 명의로 확인된 지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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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어머니가 팔았다는 녹음

[돈을 받았습니다.][아이를 두고 나온 것도 맞습니다.]녹음 속 윤서정은 너무 또렷하게 아들을 버렸다.잡음도 울음도 없었다.망설임조차 잘라낸 목소리만 법원 제출 목록 위에 남아 있었다.이록은 파일을 끝까지 들었다.두 번째 재생이 시작되려는 순간 그가 노트북 덮개를 내렸다.“그만.”윤서정은 맞은편에서 손을 무릎 아래로 숨겼다.“내 목소리는 맞아요.”“무슨 질문에 한 대답인지도 기억합니까?”“모두는 아니에요.”이록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쪽을 보지 않았다.“혼자 있고 싶어.”“같이 확인하기로 했잖아요.”“지금은 당신까지 믿으라고 말할 것 같아서 싫어.”문이 닫힌 뒤에도 나는 따라가지 않았다.그가 밀어낸 건 내가 아니라, 또 누군가가 정해주는 결론이었다.한 시간 뒤 병실에서 이록을 찾았다.해야는 그의 손가락을 쥔 채 잠들어 있었다.나는 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문턱에 섰다.“저 사람을 믿으면, 내가 믿고 싶어서 속는 것 같아.”“믿지 않아도 돼요.”그가 처음으로 나를 봤다.“그럼 뭘 하라는 거야.”“잘린 문장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아요.”“원래 문장이 더 나쁘면?”“그때 상처받으면 돼요.”나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결론까지 함께 견디자는 약속이었지, 같은 결론을 고르자는 약속은 아니었어요.”이록은 해야의 손을 침대 위에 내려놓고 담요를 덮었다.“십 분만 더 혼자 있을게.”“기다릴게요.”그는 십 분을 채우기 전에 돌아왔다.돌아온 그의 손에는 해야가 놓친 손수건이 들려 있었다.그는 그것을 내 앞에 내려놓고 다시 파일을 열었다.도겸은 제출 파일의 해시값과 메타데이터를 보존한 뒤 분석 사본에서 음성 구간을 나눴다.첫 문장 직전에는 냉장고 모터 같은 소리가 일정하게 이어졌다.두 번째 문장 앞에서는 그 소리가 사라지고 멀리 문 닫히는 소리가 들어왔다.두 구간 사이의 테이프 잡음도 달랐다.“서로 다른 답변을 이어 붙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가능성 말고 확인할 방법은요?”“원본 테이프와 전체 질문 목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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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권이록의 첫 도망

이록이 사라졌다.휴대폰도 경호도 두고, 결혼반지만 낀 채로.그가 있던 자리에는 찢긴 독점 방송 계약서와 메모 한 장만 남아 있었다.[찾지 마.]나는 반사적으로 보안실 번호부터 눌렀다.차량 출입 기록, 병원 엘리베이터, 건물 외부 카메라.이록이 사라질 때마다 나는 동선을 잘라 사람을 찾아냈다.놓치는 것보다 가두는 편이 안전하다고 믿었다.통화 버튼을 누르기 직전 손을 멈췄다.찾지 말라는 말은 위험에 빠졌다는 신호가 아니었다.지금만큼은 누구의 아들도, 남편도, 아버지도 아닌 채 있고 싶다는 요구였다.그러나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까지 존중이라 부를 수는 없었다.나는 해야를 예라에게 맡겼다.“어디 가세요?”“이록 씨가 혼자 있는 곳에요.”“데려오려고요?”해야를 안은 예라가 나를 똑바로 봤다.나는 코트를 걸치다 말고 대답했다.“돌아올 길만 확인하려고요.”“여기는 제가 지켜요. 사모님은 그 사람을 끌고 오지 말고, 돌아올 수 있게만 해주세요.”보호 인력에게는 병실을 지키라고 했다. 도겸에게도 위치 추적을 요청하지 않았다.대신 라희에게 전화했다.“이록 씨가 태강에 들어오기 전, 혼자 가던 곳 알아요?”라희는 한참 말이 없었다.“오빠가 정말 없어졌어요?”“잠깐 나간 거야.”“그 잠깐이 길어질 때 가는 곳이 있어요. 서부 종점. 지금은 노선도 거의 끊긴 데.”“왜 거기였어?”“어디든 갈 수 있는데, 아무 데도 안 가도 되는 곳이라서요.”오래된 버스 종점에는 새벽 첫차를 기다리는 사람도 없었다.대합실 불은 절반만 켜져 있었고, 폐쇄된 매점 앞 벤치에 이록이 앉아 있었다.넥타이는 없었고 셔츠 소매는 팔꿈치까지 걷혀 있었다. 손에는 표도, 지갑도 없었다.그는 내가 오는 걸 봤지만 일어나지 않았다.“찾지 말라고 했잖아.”“추적 안 했어요.”“그럼 어떻게 왔어.”“당신을 아는 사람한테 물었어요.”“그게 더 싫은데.”나는 그의 옆이 아니라 한 칸 떨어진 벤치에 앉았다.“싫어해도 돼요. 데려가진 않을 테니까.”이록의 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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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아들을 버린 게 아닌 증거

“버리지 않았다는 증거를 가져온 게 아니에요.”윤서정이 현관등 아래에서 테이프를 들어 보였다.“버릴 수밖에 없게 만든 사람의 목소리를 가져왔어요.”이록은 문을 열지 않은 채 테이프 옆면의 보존번호를 확인했다.전직 기자가 원본이라고 내민 복제본에는 없던 방송사 취재코드와 녹음 날짜가 남아 있었다.“왜 당신이 가지고 있습니까?”“녹음이 끝난 뒤 기자가 편집용 사본을 만들었어요. 원래 테이프는 돌려줬고요.”“그 사람이 판 건 복제본이었군요.”“순서를 바꾸기 전까지는 같은 목소리였겠죠.”윤서정은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테이프부터 제출할게요.”우리는 수사팀의 음성 증거처리실로 이동했다.증거담당자는 윤서정의 자발적 제출 의사를 영상으로 확인하고,35년간의 보관 장소와 이동 경로를 기록했다.윤서정은 집을 옮길 때마다 테이프를 약 상자 밑에 숨겼다고 했다.재생한 것은 두 번뿐이었다.외관과 라벨, 되감기 위치가 촬영된 뒤 원본은 봉인번호와 접수 시각,인계자 서명을 남기고 증거담당자에게 넘겨졌다.분석에는 입회 아래 만든 복제본만 사용됐다.테이프에는 기자의 질문이 처음부터 남아 있었다.—태강에서 돈을 받았습니까?—퇴원 뒤 치료비를 받았습니다.—그럼 돈을 받은 건 맞습니까?—네. 돈을 받았습니다.다음 질문은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나왔느냐는 것이었다.—아니요. 아이를 두고 나온 것도 맞습니다.그 뒤 기자가 물었다.—아이를 돈과 바꾼 겁니까?윤서정의 답은 세 번 이어졌다.—아니요.—그런 적 없습니다.—아이를 달라고 했어요. 한 번만 보게 해달라고 했습니다.법원 제출본은 앞의 두 답변을 이어 붙이고, 세 번의 부정을 전부 잘라냈다.[돈을 받았습니다.][아이를 두고 나온 것도 맞습니다.]문장은 윤서정의 것이었지만 자백은 아니었다.“이것만으로 강제로 빼앗겼다는 사실까지 증명됩니까?”이록의 질문에 도겸은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편집 정황을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강제 분리는 다른 기록과 함께 판단해야 합니다.”“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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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생모의 조건

“증언할게요. 대신 재판이 끝나면, 다시는 나를 어머니라고 찾지 마세요.”윤서정은 하겸의 메모를 돌려받기도 전에 조건부터 꺼냈다.이록의 시선이 종이에서 그녀에게 옮겨갔다.“증언의 대가가 그겁니까?”“대가가 아니에요. 내가 법정에 서기 위한 조건이에요.”윤서정이 도겸 앞으로 서류 세 장을 밀었다.증언 과정에서 얼굴이 촬영되지 않을 것.정윤으로 살아온 주소와 직장, 현재 가족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을 것.재판이 끝난 뒤 권이록은 직접 또는 제삼자를 통해 연락하거나 찾아오지 않을 것.마지막 조항 아래에는 빈 서명란이 있었다.“정윤으로 살아오며 만든 가족이 있어요. 그 사람들은 윤서정도, 태강도 모릅니다.”“보호조치를 신청하면 됩니다.”“보호가 끝난 뒤에는요?”이록이 대답하지 못했다.재판은 몇 달이면 끝날 수 있었지만 공개된 얼굴과 주소는 끝나지 않았다.도겸이 조건서를 자기 쪽으로 당겼다.“얼굴 비공개와 인적사항 보호는 재판부에 요청할 수 있습니다.차폐시설이나 영상 연결 방식도 검토하겠습니다.”“전부 받아들여집니까?”“장담할 수 없습니다.”윤서정의 손끝이 종이 위에서 멈췄다.“피고인의 반대신문권과 공개재판 원칙 때문에 제한될 수 있습니다.현재의 위협 정황을 함께 제출해 필요한 범위를 설득하겠습니다.”“거절되면요?”“다른 진술 방식도 검토하겠습니다. 그것 역시 채택된다고 약속할 수는 없습니다.”“확실한 게 없네요.”“확실하지 않은 걸 확실하다고 말하면 태강이 하던 방식과 같아집니다.”도겸의 대답에 그녀는 종이를 거두지 않았다.이록은 마지막 조항만 다시 읽었다.“재판이 끝나면 다시는 찾지 말라.”“네.”“증언하고 나면 내 어머니였던 일도 끝내겠다는 뜻입니까?”“그렇게 말하지 않았어요.”“같은 말로 들립니다.”이록이 일어서자 나는 그의 앞을 막지 않았다.대신 조건서와 증언 신청서를 나란히 놓았다.“두 종이를 묶지 마요.”그가 나를 봤다.“윤서정 씨가 증언해야만 어머니로 남는 것도 아니고,당신이 이 조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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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어머니라고 부르지 못한 밤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을게요. 대신 오늘만, 내가 뭘 좋아했을 아이였는지 말해줘요.”이록이 먼저 자리에 앉았다.윤서정은 대답하지 못한 채 맞은편 의자만 바라봤다.나는 두 사람만 남겨두려고 해야의 유모차 손잡이를 잡았다.“가지 마세요.”윤서정이 나를 붙잡았다.“둘만 있으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사율 씨와 아이도 같이 있어주세요.”“오늘은 두 분이 확인할 시간이잖아요.”“그래서 더 있어야 해요. 저 사람의 지금을 아는 사람이 필요해요.”이록은 나가라고도, 남으라고도 하지 않았다.대신 자기 옆 의자를 당겼다.나는 유모차를 식탁 옆에 세우고 그 자리에 앉았다.증언 전날 밤, 네 사람은 태강과 아무 관계도 없는 작은 백반집 안쪽 방에 모였다.예약자 이름은 도겸의 사무실 명의였고 창문에는 불투명 필름이 붙어 있었다.윤서정은 이록 앞의 수저를 바로 놓으려다 손을 거뒀다.“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여기로 정했어요.”“나도 내가 뭘 좋아했을 아이였는지는 모릅니다.”“우유보다 사람 목소리에 먼저 반응했어요.”이록이 그녀를 봤다.“무슨 말을 해줬습니까?”“아무 말이나 했어요. 조용해지면 더 세게 울어서.”“내 이름도 불렀습니까?”“지어준 이름은 없었어요.”윤서정은 손을 들어 올렸다가 멈췄다.“대신 오늘도 여기 있다고 말했어요. 잠들지 못할 때는 오른쪽 귀 뒤를 만져줬고요.”“그건 들었습니다.”“알아도 다시 말하고 싶었어요. 내가 기억하는 당신이 그것뿐이라서.”이록은 물컵을 만지다 손을 놓았다.“가지는 싫어합니다.”윤서정의 젓가락이 가지볶음 위에서 멈췄다.“나도 싫어해요.”“그걸로 닮았다고 하지는 마십시오.”“안 했어요.”“국은 뜨거운 것보다 식은 걸 좋아하고, 커피에는 설탕을 넣지 않습니다.새벽에는 순댓국을 먹지만 좋아해서는 아니고요.”“잠은 잘 잡니까?”“해야가 깨면 같이 깨고, 사율이가 없으면 더 못 잡니다.”내가 이록을 봤다.그는 내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윤서정은 그 짧은 대답을 오래 듣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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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권이록의 진짜 생일

내 남편은 오늘 서른다섯 살이 되었다.정확히는 서류보다 사흘 먼저 태어났고, 서른다섯 해 늦게 처음 제 날짜의 생일을 맞았다.새벽 2시 18분.나는 병원 가족실 식탁에 손바닥만 한 케이크를 올렸다.윤서정이 35년 동안 간직한 팔찌에 적힌 출생 시각이었다.초는 서른다섯 개 대신 하나만 꽂았다.잃어버린 해를 한꺼번에 되돌린 척하고 싶지 않았다.이록은 케이크보다 식탁에 앉은 사람들을 먼저 봤다.내 옆에는 해야가 잠들어 있었고, 맞은편에는 법정에 갈 옷을 입은 윤서정이 앉아 있었다.예라는 따뜻한 물을 내려놓은 뒤 문 가까운 의자에 자리했다.누구도 가족사진을 찍지 않았다.“축하한다고 해도 됩니까?”윤서정이 물었다.이록은 촛불이 없는 초를 바라봤다.“오늘은 날짜가 맞으니까요.”도겸이 인증 사본 두 장을 식탁 위에 놓았다.하나는 이록의 출생신고 보조서류였고, 다른 하나는 태강 승계예정자 등록안이었다.출생신고서의 작성일은 실제 출생 사흘 뒤였다.승계안의 효력 발생일도 같은 날이었다.윤서정은 두 문서의 날짜를 확인한 뒤 입을 열었다.“병실에서 법무실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들었어요.아이 날짜를 승계안에 맞춰야 한다고, 신고는 아직 내지 말라고 했어요.”도겸이 승계안의 효력 발생일을 짚었다.“출생일이 이보다 빠르면 부속 승계 문서를 다시 작성해야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다만 당시 문서 체계를 더 확인해야 합니다.”“당신을 사망 처리한 것도 그 사흘 사이입니까?”“네.”윤서정은 자신이 직접 본 사실과 나중에 기록으로 확인한 내용을 나눠 말했다.분만 당일 병실기록에서 그녀는 살아 있었다.다음 날 산후 출혈 사망으로 바뀌었고, 사흘째에는 정윤 명의의 치료기록이 새로 만들어졌다.같은 날 권이록의 출생신고와 승계안이 접수됐다.“아이의 어머니가 살아 있으면 보호권 포기 서류를 처리하기 어렵다는 말도 들었어요.그 말이 법적으로 맞는지는 모릅니다.”도겸은 문서를 차례로 증거봉투에 넣었다.“출생일 조작만으로 불법 이식이나 강제 분리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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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증언대에 선 생모

“네. 온하겸 씨를 만났습니다.”차폐막 뒤 윤서정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그리고 그날, 제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처음 들켰습니다.”태강 측 변호인은 기다렸다는 듯 서류를 들었다.“증인은 온하겸 씨에게 먼저 연락했습니까?”“아니요.”“그가 병원 자료를 보여주며 증언을 요구했습니까?”“증언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그럼 왜 만났죠?”“내가 아이를 낳았다는 기록이 아직 남아 있는지 확인하러 왔다고 했습니다.”윤서정은 하겸의 말을 옮기기 전에 자신이 직접 겪은 일부터 증언했다.출산 시각은 오전 두 시 십팔 분.병원은 아이가 죽었다고 알렸다.그러나 새벽마다 복도 끝 수유실에서 같은 울음이 들렸다.새벽 네 시 이십 분이면 청소를 위해 잠금이 칠 분 동안 풀렸다.윤서정은 열이틀 동안 그 틈에 수유실로 들어갔다.열이틀째, 아이가 사라졌다.그날 태강 법무실 직원은 아이를 다시 찾으면 치료와 새 신분을 모두 끊겠다고 협박했다.윤서정은 분만실에서 직접 본 것과 수유실에서 확인한 것, 다른 사람에게 들은 말을 구분했다.기억나지 않는 직원의 이름과 아이가 옮겨진 장소는 모른다고 답했다.“누가 아이를 데려갔는지 직접 봤습니까?”“못 봤습니다.”“권태겸 피고인이 지시하는 말을 들었습니까?”“듣지 못했습니다.”“그런데 강제로 빼앗겼다고 주장하는군요.”윤서정은 잠시 침묵했다.“제가 직접 본 것은 비어 있는 수유실과 저를 막은 직원입니다.”그녀는 단어 하나도 넓혀 말하지 않았다.“직접 들은 것은 다시 접근하면 치료와 신분을 없애겠다는 협박입니다.최종 지시자가 누구인지는 모릅니다.”“그럼 확실한 건 무엇입니까?”“나는 아이를 포기한다고 동의한 적이 없습니다.”변호인은 거래서 사본을 화면에 띄웠다.“증인의 지문이 찍혀 있습니다.”“치료 동의서라고 설명받은 종이에 찍었습니다.”“태강에서 돈도 받았죠?”“치료비를 받았습니다.”“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는군요.”“아이를 넘긴 대가라는 말은 인정하지 않습니다.”“정윤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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