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완벽한 쇼윈도 부부의 은밀한 이중생활 : Chapter 81 - Chapter 90

217 Chapters

제82화. 아이의 아버지를 바꾸는 피

휠체어 남자가 입을 열자, 병실에 남은 수사관 한 명의 바디캠이 꺼졌다.“그 사람부터 잡아요.”도겸이 통신기를 들었다.“누구를 말하는 겁니까?”“아이 옆에 남겨둔 남자요.”통신 화면에는 예라와 인큐베이터를 지키던 수사관 두 명 중 한 명만 보였다.다른 한 명의 영상은 십일 초 전부터 검게 멈춰 있었다.이록이 병실로 연결했다.“문예라 씨, 대답해요.”응답이 없었다.대신 금속이 바닥에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나는 통로를 향해 몸을 돌렸다.“올라가요.”“잠깐.”도겸이 휠체어 남자의 손목 띠를 촬영했다.[권이록.]이름 아래에는 환자 번호가 아니라 출입 권한 번호가 적혀 있었다.남자가 자신의 얼굴을 가리켰다.“나는 권이록이 아닙니다.”“그 이름을 차면 병원 문이 열렸어요.”도겸이 그의 목 뒤에서 얇은 접착 흔적을 확인했다.OHG-02 여자의 얼굴에 붙어 있던 막과 같은 재질이었다.남자는 오늘 새벽 권이록의 얼굴을 쓰고 신생아 보호구역에 들어갔다.그래서 같은 시각 두 장소에 권이록이 찍혔다.사람이 둘이었던 게 아니었다.태강이 권이록이라는 출입증을 사람 몸에 씌운 것이었다.“보호구역에서 뭘 했죠?”남자가 내 얼굴을 피했다.“혈액 봉투를 넣었습니다.”“누구 혈액이에요?”“모릅니다.”이록이 휠체어 손잡이를 움켜쥐었다.“거짓말하지 마.”“봉투에는 이름이 없었어요.”남자는 숨을 몰아쉰 뒤 말을 이었다.“대신 등록할 아버지 이름은 들었습니다.”통신기 너머로 예라의 비명이 터졌다.“당신 경찰 아니죠?”영상이 다시 켜졌다.카메라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기울어진 화면 끝에서 경찰 제복을 입은 남자가 인큐베이터 잠금장치를 풀고 있었다.예라가 그의 팔에 매달렸다.남자는 예라를 밀어내고 아이의 발뒤꿈치에 채혈침을 댔다.수사관 한 명이 달려들었지만, 보호구역 문이 사이에서 잠겼다.[친생 확인용 검체 채취.][외부 검체와 교체 대기.]“문 열어!”이록이 병원 보안팀에 원격 해제를 지시했다.[권한 거부.][보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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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남편을 살리면 살인자가 된다

권이록의 이름을 되돌리면, 그는 온하겸을 죽인 사람으로 체포된다.도겸이 진행 막대 아래 숨겨진 연동 명령을 열었다.[원본 제공자 KWR 복구 시 HGM-ACC 전송.][수신처 경찰청·검찰청·법원.]“저게 뭔데요?”“하겸 씨 사고 관련 기록 묶음입니다.”“내용은요?”도겸이 파일 목록을 펼쳤다.사고 차량 사용 승인서.외주 경호업체 대금 이체 기록.사고 시각 병원 출입 로그.이미 여러 번 권이록의 이름으로 조작됐던 자료들이었다.이번에는 서명과 인감만 있는 게 아니었다.혈액형과 지문, 얼굴 인증값까지 붙어 있었다.“복구 버튼을 누르면 저 자료가 원본으로 표시된 채 세 기관에 동시에 전송됩니다.”“복구하지 않으면요?”도겸이 반대편 화면을 가리켰다.[KWR → KJS 교체 완료 시각 00:41.]“아이의 생물학적 제공자 표시가 권선재로 굳어집니다.”그때 예라에게서 영상 통화가 왔다.아이의 인큐베이터 화면에도 같은 변경이 번지고 있었다.[보호자 KJS.][기존 보호자 KWR 권한 종료.]병실 밖에는 권선재 명의의 이송 승인서를 든 직원들이 다시 모여 있었다.예라는 인큐베이터 앞에 의자를 끌어다 놓고 앉았다.“여기 들어오려면 나부터 치우고 와요.”담당의가 장비 번호에 걸린 이동 금지 명령을 재확인해 문을 잠갔다.아이의 몸은 안전했지만, 아이를 데려갈 권한은 이미 다른 이름으로 넘어가고 있었다.이름을 되찾으면 살인자가 되고, 살인 혐의를 피하면 아이의 아버지가 아니게 된다.태강은 이록에게 남편과 살인범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이록이 복구 승인 칸에 손을 올렸다.“멈춰요.”내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아이 기록부터 지켜.”“당신을 살인자로 내주고요?”“난 살아서 해명할 수 있어.”“죽은 사람은 해명할 수 없다는 걸 방금 봤잖아요.”“그래서 당신은 아이를 죽은 기록에 둘 거야?”“둘 다 안 둬요.”나는 도겸을 봤다.“선택지 말고 구조를 찾아요.”도겸은 공증 보관된 S-01 종이 대장의 인증 사본을 법원 당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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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하겸을 죽인 10분

강도식은 하겸을 죽이지 않았다고 자백했다.정확히는, 죽어가는 하겸을 보고도 구조대가 오기 전에 현장을 떠났다고 했다.“수갑은 그대로 두십시오.”도겸이 체포팀을 막았다.“권이록 씨 영장과 강도식 씨 진술은 별개입니다.”“먼저 이 사람이 실제 강도식인지, 사고 현장에 있었는지부터 확인합니다.”수사관이 지문과 홍채를 채취했다.태강 외주 보안팀에 남은 인사 자료와 지문 열 개가 모두 일치했다.[강도식.][신원 일치.]“권이록 씨 얼굴은 왜 썼죠?”“병원에서 차량을 받아내려고요.”“사고 순간에도 쓰고 있었습니까?”강도식이 고개를 저었다.“차를 인수한 뒤 바로 벗었습니다.”“회장 의전차 안에 권이록 얼굴이 찍히게 하라는 지시는 없었습니다.”그 말은 이전에 확보한 도로 영상과 충돌했다.영상 속 권이록은 사고 차량에서 내려 하겸의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다.도겸이 해당 장면을 확대했다.강도식은 화면을 보자마자 입술을 깨물었다.“저건 사고 전 영상입니다.”“시간 정보가 조작됐어요.”“근거는요?”“차량 오른쪽 전조등을 보세요.”사고 뒤 전조등은 깨져 있었다.그런데 권이록 얼굴을 한 남자가 내릴 때는 양쪽 불빛이 모두 살아 있었다.태강은 사고 전에 찍은 영상을 사고 뒤로 옮겼다.남편을 살인자로 만들기 위해 시간을 바꿨다.“사고는 어떻게 냈습니까?”“내가 낸 게 아닙니다.”“차를 세워두고 원격 운행 장치를 켰습니다.”“누가 작동시켰죠?”“모릅니다.”도겸이 바로 받아 적었다.“직접 본 사람 없음.”“원격 실행자 미확인.”강도식은 변명할 자격조차 없다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충돌 직후 돌아가 확인했습니다.”“하겸 씨는 조수석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119에 신고했어요?”“했습니다.”“그런데 구조대 도착 기록은 사고 추정 시각보다 십 분 늦어요.”강도식이 처음으로 나를 보지 못했다.“다시 전화가 왔습니다.”“현장 이탈 지시였습니다.”“누구한테요?”“모르는 번호였습니다.”“목소리는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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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살아 있는데 왜 끝났다고 보고했어요?

“하겸은 아직 살아 있습니다.”삭제된 통화가 복원되자 조사실 안의 시선이 한곳에 멈췄다.권선재의 목소리였다.[통화 시각 22:39:18.]하겸의 사망 시각은 22시 47분.죽기 여덟 분 전, 권선재는 살아 있는 내 동생을 보고 있었다.도겸이 재생을 멈췄다.“통화 상대부터 확인하겠습니다.”발신지는 권선재의 차량이었다.수신 번호는 권태겸 비서실이었지만 착신 단말기는 한미라의 차 안에 있었다.내가 한미라를 봤다.“어머님이 받았네요.”“그래.”“선재에게 뭐라고 했어요?”“하겸 곁에 있으라고 했다.”도겸이 통화를 처음부터 재생했다.“하겸은 아직 살아 있습니다.”“구조대는?”“강도식이 신고했습니다.”“그럼 기다려.”한미라의 목소리가 이어졌다.“나는 창고 안의 여자를 먼저 옮길게.”통화는 14초 만에 끝났다.그러나 권선재의 차량은 47초 뒤 사고 현장을 떠났다.구조대가 도착하려면 9분이 더 필요했다.영상 조사에 접속한 권선재가 입을 열었다.“신고가 됐다고 들었습니다.”“직접 상태를 확인했죠?”“차 안을 봤습니다.”“숨 쉬는 것도 봤고요?”도겸이 사고 차량 감식 사진을 띄웠다.조수석 문손잡이에서 검출된 미확인 지문이 방금 채취한 권선재의 지문과 일치했다.[일치도 99.9%.]이록이 화면 앞으로 다가서자 수사관이 길을 막았다.“문을 열고도 그냥 갔어?”권선재는 내 쪽이 아니라 이록만 봤다.“형님은 늦게 왔고, 나는 먼저 떠났습니다.”“그 차이가 살인이라고 믿고 싶은 모양이군요.”이록의 주먹이 들리기 전에 내가 그의 손을 붙잡았다.“때리면 저 사람은 맞은 피해자가 돼요.”“하겸은 저 자식 앞에서 살아 있었어.”“그러니까 살아 있던 시간을 뺏지 마요.”그의 손가락이 내 손 안에서 천천히 펴졌다.도겸은 권선재의 차량 블랙박스 음성을 복원했다.출발 직전 조수석에서 남자의 질문이 들렸다.“아직 움직이는데 갑니까?”권선재가 답했다.“신고됐잖아.”“회장님께는 뭐라고 보고합니까?”“관찰 종료.”도겸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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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죽은 뒤에도 네 몸은 태강 것이었다

하겸은 죽은 뒤, 자기 몸을 태강에 넘긴 것으로 서명됐다.도겸이 권선재 차량에서 복구한 문서의 발급 시각을 화면에 띄웠다.[23시 30분.]하겸의 사망 시각은 22시 47분이었다.죽은 지 43분 뒤였다.“이 서류, 전에 본 적 있어요.”나는 권태겸의 금고에서 꺼냈던 사본을 떠올렸다.[생체검사 및 조직 채취 동의서.]서명란에는 하겸의 이름이 있었다.도겸이 원본 파일과 금고 사본의 해시값을 비교했다.“같은 문서입니다.”“죽은 사람이 서명했다는 사실도 그대로고요.”권선재가 변호인을 바라봤다.“나는 저 문서를 본 적 없습니다.”“하지만 당신 차에서 내려받았습니다.”“휴대전화를 연결한 뒤 자동으로 복사된 파일일 수 있습니다.”“그 주장도 기록하겠습니다.”도겸은 행위와 추정을 섞지 않았다.대신 문서의 인증 경로를 열었다.승인에 사용된 기기는 하겸의 휴대전화였다.사고 현장에서 권선재가 가져간 바로 그 전화였다.[본인 인증 성공.][사용자 온하겸.][승인 시각 23시 30분 11초.]이록이 권선재를 향해 한 걸음 나섰다.“죽은 사람 전화로 동의까지 눌렀어?”“내가 누르지 않았습니다.”“당신 차 안에서 실행됐잖아.”“위치가 같다는 이유로 사용자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권선재의 반박은 틀리지 않았다.저들은 늘 사실 하나와 빈칸 하나를 붙여 빠져나갔다.도겸이 차량 내부 블랙박스를 다시 열었다.23시 29분 48초.권선재의 조수석에서 휴대전화 화면이 켜졌다.손 하나가 비밀번호를 입력했다.얼굴은 잡히지 않았다.오른손 검지에 검은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한미라가 화면을 보자 손을 움켜쥐었다.나는 그 반지를 알고 있었다.태강병원 의료이사회 기념 반지.백문우가 공식 행사마다 끼던 물건이었다.“백문우가 선재 씨 차에 탔어요?”한미라는 대답하지 않았다.도겸이 차량 승하차 기록을 확인했다.조수석 문은 23시 26분에 열렸다가 23시 34분에 닫혔다.그 여덟 분 동안 차량 무게 센서는 성인 한 명을 감지했다.하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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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내 이름으로 내 동생을 죽였다

“아이를 훔친 게 아니에요.”병상 위 여자가 잘린 발목 띠를 가리켰다.“그걸 아이에게서 떼지 않았으면, 온하겸 씨는 오늘 또 살아났을 거예요.”나는 증거 봉투 안의 0717-01을 봤다.“죽은 사람을 어떻게 다시 살려요?”“몸이 아니라 기록을요.”도겸이 말을 끊었다.“직접 본 것과 들은 말을 나눠서 설명하십시오.”여자는 하겸이 죽던 밤 B2-R 병상에 묶여 있었다고 했다.하겸은 그녀의 구속 장치를 풀기 위해 단말기에 손을 댔다.지문과 정맥, 맥박이 동시에 저장됐다.그 값은 하겸이 죽은 뒤에도 동의서와 출입 기록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원본 사용자 HGM.][대리 사용자 OHG-02.]“당신이 하겸 씨 대신 인증한 겁니까?”“처음에는 몰랐어요.”“손목 패치를 단말기에 대라고 했고, 대면 문이 열렸어요.”“나중에야 내 맥박으로 죽은 사람의 지문을 움직인다는 걸 알았어요.”담당의가 패치의 저장 구조를 확인했다.여자의 생체 신호가 감지될 때만 하겸의 인증값이 전송되도록 만들어져 있었다.살아 있는 몸 하나를 열쇠로 삼아 죽은 사람의 동의를 계속 찍어낸 것이다.“누가 시켰죠?”“백문우가 패치를 채웠어요.”“직접 확인했습니까?”“얼굴과 의료이사회 반지를 봤어요.”도겸은 반지 사진을 내밀었다.여자는 안쪽의 일련번호를 가리켰다.“17번이었어요.”병원 지급 대장에는 17번 수령자가 백문우로 남아 있었다.하지만 도겸은 확정하지 않았다.“반지 수령자와 실제 착용자가 같았는지는 추가로 확인하겠습니다.”나는 발목 띠를 다시 봤다.“그런데 왜 아이 띠 안에 하겸의 기록이 있었어요?”도겸이 내장칩을 분리했다.일반 환자 띠에는 없는 승계 항목이 열렸다.[기존 대리 사용자 OHG-02.][후속 사용자 0717-01.][승계 조건 기존 사용자 생체 신호 종료.]여자가 죽거나 패치가 제거되면, 아이 번호가 하겸의 대리 사용자 자리를 이어받도록 예약돼 있었다.아이가 하겸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아이의 번호를 이용해 하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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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죽은 뒤에 왜 내 목소리가 들렸어?

하겸은 죽은 뒤 마흔네 분이 지나 이록에게 전화를 걸었다.도겸이 이록의 옛 휴대전화를 증거대 위에 올렸다.[수신 시각 23:31:06.][발신자 온하겸.][통화 시간 04:22.]하겸의 사망 기록은 22시 47분이었다.둘 중 하나는 거짓이었다.“통신사 교환 기록과 단말기 수신 기록이 일치합니다.”도겸은 확인된 범위만 말했다.“적어도 이 통화가 해당 시각에 연결됐다는 사실은 확인됩니다.”재생 버튼을 누르자 일 년 전 하겸의 숨이 조사실 안으로 돌아왔다.“형부, 검은 차가 따라와요.”이록의 과거 목소리가 다급하게 겹쳤다.“하겸 씨, 위치 말해. 차 세우지 말고 사람 많은 곳으로 가.”“안 돼요. 서면 잡혀요.”하겸은 7층 배아 보관실과 S-01을 말했다.내 아이를 지켜달라는 부탁 뒤 급브레이크 소리가 터졌다.충돌음이 이어졌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나는 여러 번 들었던 통화라고 생각했다.도겸이 재생 막대를 멈출 때까지는.“왜 끝까지 안 들었어요?”화면에는 아직 26초가 남아 있었다.이록이 휴대전화를 바라봤다.“통화 종료음이 들렸어.”“종료음이 아닙니다.”도겸이 파형을 확대했다.“누군가 통화 중인 기기에서 재생한 녹음입니다.”사고 뒤에도 통화는 계속 연결돼 있었다.도겸이 묻혀 있던 음역을 분리했다.타이어가 자갈을 밟는 소리.차 문이 열리는 소리.그리고 하겸의 기침.“살아 있었어요.”내 입에서 말이 새어 나왔다.충돌 뒤에도 하겸은 숨을 쉬고 있었다.남자가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휴대전화부터 찾으십시오.”또 다른 사람이 하겸의 몸을 뒤지는 소리가 들렸다.이록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끊임없이 하겸을 불렀다.“대답해요. 하겸 씨, 들리면 아무 말이나 해요.”하겸이 겨우 입을 열었다.“형부.”그 한마디가 끝나기 전에 여자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온하겸 씨, 보호 이송에 동의하세요.”나는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했다.내 목소리였다.억양도, 호흡도, 문장 끝을 누르는 습관도 같았다.“저 아니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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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당신, S-01을 알았어요?

내 목소리가 아이를 권선재에게 넘기는 순간, 법원 화면에 한 줄이 먼저 떴다.[병원 내부 보호자 변경 완료.][외부 효력 심사 대기.]권선재는 유리문 앞에서 인계서를 펼쳤다.“이제 문 여십시오.”예라가 인큐베이터를 등지고 섰다.“법원 도장도 없는 종이로 애를 데려가겠다고요?”“온사율 씨가 직접 포기했습니다.”“저 여자는 여기 서 있는데요.”“병원은 저장된 의사를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나는 법원 영상 앞으로 다가갔다.“지금 말하는 나와 저장된 내 목소리 중 어느 쪽이 본인인지 직접 확인해 주십시오.”담당 판사는 내 생체 인증을 요구했다.지문을 대자 권한 거부가 떴다.[OSA-DTH 이력 보유.][직접 의사 확인 제한.]죽은 기록 때문에 살아 있는 내 지문은 거부되고,훔친 목소리는 아이를 포기할 수 있었다.도겸이 두 화면을 동시에 제출했다.“동일 시스템이 신청인을 사망자로 배제하면서 신청인의 의사표시는 유효하다고 처리하고 있습니다.”“외부 효력 발생 전 아이의 이동부터 막아 주십시오.”법원은 병원 내부 변경과 실제 인계를 분리했다.[현장 신생아 이동 금지.][보호자 변경 외부 효력 정지.]권선재가 문손잡이에서 손을 뗐다.“시간만 번 겁니다.”“그 시간이 당신한테는 제일 비싼 시간이 될 거예요.”그는 인계서 하단의 시각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심사는 삼십 분 뒤 끝납니다.”“그때까지 위조를 입증하지 못하면 아이는 내 보호 아래로 옵니다.”예라가 아이의 손을 감싸 쥐었다.“그 삼십 분 동안 당신이 얼마나 더러운지 다 보여주면 되겠네요.”도겸은 내 음성 승인에 붙은 원본 문서를 열었다.[배아 S-01 처리 위임 동의.]작성일은 오 년 전이었다.내가 불임 검사를 받은 날이었다.서명란에는 내 이름이 있었다.필체도, 잉크 연대도 내가 쓴 것이 맞았다.“저는 이런 문서에 서명한 적 없어요.”도겸이 스캔 순서를 복원했다.내가 서명한 것은 마취 동의서 마지막 장이었다.그 서명지만 분리돼 S-01 처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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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방금 만든 과거

이록이 S-01을 숨겼다는 오 년 전 서류는, 열한 분 전에 만들어졌다.도겸이 법원 서버에 제출된 문서 묶음의 생성 정보를 열었다.[문서 생성 시각 03:47:19.][원본 서명 촬영일 5년 전 3월 22일.]서명은 과거의 것이었지만, 서명 위에 붙은 문장은 오늘 만들어졌다.“본문 양식도 오 년 전 병원 서식이 아닙니다.”담당의가 문서 번호를 대조했다.“이 버전은 석 달 전에 개정됐습니다.”권선재가 내민 인계서는 과거에 작성된 계약이 아니었다.오래된 서명을 잘라 방금 만든 과거였다.“그럼 이록 씨가 S-01을 숨겼다는 것도 거짓이네요.”예라가 인큐베이터 앞에서 물었다.도겸은 고개를 젓지 않았다.“문서가 조작됐다는 사실과 권이록 씨가 무엇을 알았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나는 이록을 봤다.“당신이 서명한 원본은 뭐였어요?”“당신 몸에서 나온 검체를 누구도 더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요청서.”“검체가 난자라는 건 알았고요?”“알았어.”“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요?”“병원은 손상돼 폐기했다고 했어.”“그 말을 믿었어요?”“안 믿어서 사용 금지 요청을 남겼어.”“그런데 나한테는 숨겼고요.”이록의 손이 내게 닿으려다 멈췄다.“당신이 깨어났을 때 다시 수술대 얘기를 듣게 하고 싶지 않았어.”“그건 배려가 아니에요.”나는 그의 손을 밀어내지 않았다.“내가 감당할 수 있는지 당신이 대신 정한 거죠.”“그래.”“그건 내 잘못이야.”도겸이 원본 요청서를 복원했다.[잔여 생식세포 외부 반출 금지.][추가 수정 및 제삼자 사용 금지.][요청자 권이록.]이록은 S-01을 보존해 달라고 한 것이 아니었다.내 몸에서 가져간 것으로 아무것도 만들지 못하게 막으려 했다.병원은 요청서를 접수한 지 십구 분 뒤 거부했다.[본인 의사와 상충.][환자 온사율, 사용 동의 확인.]승인에 쓰인 것은 내 목소리와 대리 생체키였다.나는 그 시각 마취 상태였다.태강은 남편의 금지 요청을 아내가 직접 거절한 것처럼 만들었다.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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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화. 네가 아버지였어?

권선재가 불태우려던 마지막 장에는 내 아이의 아버지가 이미 바뀌어 있었다.태강 생명연구소 구관에 도착했을 때 자료 폐기까지 네 분 남아 있었다.출입문은 잠겨 있었고 복도 안쪽에서는 파쇄기 돌아가는 소리가 이어졌다.도겸이 압수수색 영장을 단말기에 입력했다.[승인 거부.][시설 관리자 KJS.]“권선재가 폐쇄 권한을 가져갔습니다.”이록이 비상문을 가리켰다.“열어.”수사관이 잠금 장치를 끊자 타는 종이 냄새가 밀려왔다.기록실 안에서 권선재가 서류 상자를 소각 투입구로 밀어 넣고 있었다.“멈춰요.”그가 얇은 장부 한 권을 집어 들었다.“이미 끝난 기록입니다.”“끝난 걸 왜 태워요?”“당신들이 과거를 자기 입맛대로 읽으니까.”도겸이 소각기 전원을 내렸다.권선재는 마지막 장을 찢어 불씨 쪽으로 던졌다.나는 떨어지는 종이를 낚아챘다.종이 끝이 손바닥에 달라붙었다.이록이 내 손에서 불씨를 털어냈다.“손 놔.”“이것부터 봐야 해요.”타다 남은 표 위로 세 줄이 보였다.[난자 제공 OSA.][정자 제공 KWR.][배양번호 S-01.]배양 완료일은 6월 19일이었다.이록의 검체가 채취된 지 닷새 뒤였다.오 년 전 3월에 이미 만들어졌다는 장부는 조작이었지만,이 페이지의 잉크와 압인은 6월 기록과 일치했다.“이게 최초 생성 원부입니다.”도겸이 종이를 증거판 위에 눕혔다.“친생 제공자는 온사율 씨와 권이록 씨로 기재돼 있습니다.”권선재가 이록을 보며 말했다.“이제 만족하십니까, 형님?”“네 이름은 왜 여기 있어?”이록이 찢긴 아래쪽을 펼쳤다.[출생 후 보호자 등록 예정 KJS.][친생 제공자 정보 비공개.]내가 권선재를 바라봤다.“처음부터 당신 아이로 만들려고 했어요?”“저건 친생부 기록이 아닙니다.”도겸이 먼저 선을 그었다.“다만 출생 이후 권선재 씨를 보호자로 올릴 계획이 있었다는 자료입니다.”“누가 정했죠?”권선재는 대답하지 않았다.도겸이 원부의 승인 이력을 복구했다.작성자 백문우.최종 승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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