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완벽한 쇼윈도 부부의 은밀한 이중생활 : Bab 131 - Bab 140

217 Bab

제132화. 피해자가 가해자로 돌아오다 

김지원은 최나경의 얼굴을 보자마자 물을 끼얹었다.“나를 병원에 넘긴 사람이에요. 내가 숨어 있던 방 번호까지 태강에 보낸 사람이 왜 피해자 자리에 앉아 있어요?”최나경의 셔츠에서 물이 떨어졌지만 그녀는 손으로 닦지도, 변명하지도 않았다. 지원이 빈 컵을 다시 들기 전에 나는 직원을 불러 두 사람을 다른 방으로 옮겼다. 물을 끼얹은 행동도 별도로 기록하되, 지금 당장 지원에게 최나경과 같은 공간을 견디라고 요구하지는 않았다.“왜 저 사람한테도 선택권을 줘요?”“최나경 씨가 지원 씨의 선택권을 태강에 넘겼으니까, 지금은 지원 씨 것부터 돌려드리겠습니다. 같은 방에 남을지, 저 사람의 자료를 볼지, 오늘 대면을 끝낼지 지원 씨가 정하세요. 최나경 씨의 안전은 별도로 처리하겠습니다.”지원은 사과를 들으려는 게 아니라 사실 세 가지만 확인하겠다고 했다. 주소를 보냈는지, 자신이 다시 끌려간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알고도 다른 피해자들의 위치를 넘겼는지였다. 최나경은 답변이 끝나면 다른 출구로 나가고, 두 사람의 연락처와 진술서는 서로에게 전달하지 않기로 했다. 외부 조사자가 자료를 보관한다는 조건까지 각각 확인한 뒤에야 문을 다시 열었다.“내 주소를 보냈어요?”“보냈습니다.”“내가 다시 병원에 끌려간 것도 알았고요?”“다음 날 알았습니다.”“그런데 또 보냈어요?”“두 번 더 보냈습니다.”“살기 위해서?”“처음에는 그랬습니다. 나중에는 멈추면 제가 다음 사람이 될까 봐 보냈습니다. 이유는 기록해도 됩니다. 하지만 제가 보낸 주소까지 이유로 지우지는 마세요.”최나경은 당시 메시지 원본과 사실확인서를 내놓았다. 태강 관리자는 약과 치료비를 끊겠다고 협박했고, 그녀는 지원의 숙소 주소와 방 번호를 전송했다. 지원이 끌려간 다음 날에도 다른 피해자 둘의 위치를 보냈으며, 그 대가로 현금과 새 휴대전화를 받았다는 내용까지 적혀 있었다. 협박 메시지와 입금 시각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것이 모든 행동을 강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독립 조사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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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재단 온의 첫 내분 

내가 세운 재단에서, 나를 끌어내리는 투표가 시작됐다.긴급 총회 화면에는 ‘대표 온사율 해임’이라는 안건이 떠 있었다. 첫 발언자는 태강이 보낸 외부 인물도, 돈을 받은 이사도 아니었다. 태강과 오래 싸운 피해자 이사였다.“대표는 최나경 씨와 접촉한 사실을 김지원 씨가 그 얼굴을 알아본 뒤에야 알렸습니다. 기존 피해자가 위험을 판단할 시간보다 대표의 선의가 먼저였던 것 아닙니까?”“접촉 사실을 늦게 보고한 건 제 잘못입니다. 익명을 지킨다는 이유로 위험 평가가 시작됐다는 사실까지 혼자 쥐고 있었습니다.”“그럼 해임 사유를 인정하는 겁니까?”“제가 잘못한 부분은 인정합니다. 다만 조사도 없이 최나경 씨를 내보내자는 결론까지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회의는 곧 갈라졌다. 내가 물러나면 태강 잔존 세력이 재단을 흔들 거라는 쪽과, 나를 지키겠다며 대표에게 권한을 더 모으면 재단이 태강을 닮는다는 쪽이었다. 한 이사는 최나경의 익명을 보호해야 했다고 옹호했지만, 다른 이사는 익명 보호와 기존 피해자 안전 고지는 양립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누구를 받아들였느냐가 아니라, 그 판단이 대표실에서 시작돼 대표실에서 끝났다는 것이었다.이록은 자신이 가진 지분과 후원 약정을 이용하면 일부 표를 돌릴 수 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나는 발언권을 요청했다.“그 돈으로 내 자리를 지키면 오늘 총회는 끝나도 재단 온은 끝납니다.”이록의 답은 길지 않았다.“알겠습니다.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겠습니다.”한 이사가 그에게 직접 물었다.“대표가 남는 것이 재단 안정에 필요하지 않습니까?”“그 판단을 돈을 낸 사람이 하면 태강과 다르지 않습니다. 사율의 거취는 이 총회가 결정해야 합니다.”그는 내 옆자리를 지키면서도 누구에게 표를 부탁하지 않았다. 나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총회의 선택을 대신하지 않는 것이,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동행이었다.김지원은 해임 찬성 발언자로 나섰다. 나를 배신자라고 부르지도, 최나경을 당장 쫓아내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다.“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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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기부금 100억의 함정 

100억을 주겠다는 사람이 요구한 건 영수증이 아니라 피해자 명단이었다.약정서를 받은 외부 이사는 다음 날 총회가 열리자 봉투째 제출했다. 발신 법인과 따로 연락하지 않았고, 기부 심사가 끝날 때까지 내 해임안의 마지막 표도 행사하지 않겠다고 회의록에 남겼다. 돈은 아직 입금되지 않았지만, 표결권을 가진 사람에게 먼저 도착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압력이었다. 봉투의 수신인은 개인 이름이었으나 약정 상대는 재단 온이었다. 누군가는 총회를 거치지 않고 마지막 표를 가진 사람부터 설득하려 했다.약정서 제목은 ‘태강 의료 피해자 연구·회복 지원’이었다. 본문만 읽으면 재단 온의 치료비와 법률 지원을 장기간 보장하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장 뒤에 붙은 부속합의서에는 전혀 다른 권리가 적혀 있었다.익명 사례의 통계와 원자료 열람권. 재단 명칭 변경 협의권. 대표 선임 시 기부자 의견 청취.“의견 청취라고 적혀 있지만 기부 중단을 내세워 대표 선임을 지연시키거나 압박하는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나는 부속표를 총회 화면에 띄웠다. 피해자의 본명과 연락처는 제외한다고 되어 있었지만 진료 시기, 시술 종류, 이동 경로, 가족관계, 지원 심사 사유까지 열람 대상에 들어 있었다. 몇 항목만 겹치면 이름이 없어도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 더구나 자료를 검토할 분석 인력의 소속과 재위탁 제한은 비어 있었다. 한 번 나간 기록이 누구 손을 거칠지 재단이 통제할 장치도 없었다.“통계만 넘기고 원자료는 주지 않는 방향으로 협상하면 되지 않습니까?”재정 담당 이사는 지원 신청자가 늘었고 장기 치료비 집행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부를 놓치면 지원 범위를 줄여야 할 수도 있으니, 개인정보 조건을 없애는 협상부터 해 보자는 주장이었다.김지원이 발언권을 눌렀다.“제 진료기록이 또 돈이 되는 순간이네요.”“원자료 조건은 삭제하도록 요구할 수 있습니다.”“삭제해 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순간부터 이미 거래 대상이 된 거예요. 태강은 내 몸으로 연구비를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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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온하겸 이름을 지우라는 조건 

“내 동생 이름을 지우는 데 찬성합니다.”김지원이 가장 먼저 발언권을 눌렀다.“100억을 거절해 놓고, 결국 그 사람들이 시킨 대로 하겠다는 겁니까?”첫 번째 안건인 조건부 기부 거절안은 방금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피해자 원자료와 대표 선임권을 돈으로 사려다 실패하자, 상대는 하겸의 이름을 새로운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런데도 나는 두 번째 안건이 시작되자마자 이름 사용을 바꾸는 쪽에 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했다.“돈을 거절했기 때문에 이제 우리 기준으로 다시 판단하자는 겁니다.”“저들이 지우라고 한 바로 다음 날에요?”“저들이 지우라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남긴다면 그것도 저들의 요구에 끌려가는 겁니다. 하겸의 이름을 어떻게 남길지는 우리가 결정해야 해요.”나는 의장석에서 내려와 일반 참석자 자리로 옮겼다. 하겸은 내 동생이었고, 이 안건에서 대표 권한까지 가진 채 발언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았다. 진행은 피해자 이사가 맡았고, 나는 다른 참석자와 같은 시간만 사용하기로 했다.재단 온은 하겸이 죽은 뒤 시작됐다. 나는 빼앗긴 이름을 기록에 남기고, 태강이 지운 사람을 다시 세상 앞에 놓겠다는 뜻으로 하겸의 이름을 모든 홍보물에 새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살아 있는 피해자들은 늘 하겸의 뒤에 놓였다. 후원 안내문도, 피해 사례집도, 행사 무대도 죽은 한 사람을 먼저 설명한 다음 다른 사람을 불렀다.한 피해자는 언론 인터뷰를 할 때마다 자신이 무엇을 당했는지보다 하겸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부터 질문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은 하겸의 이름이 있었기에 재단을 믿고 찾아왔다며, 그 상징을 걷어내면 태강이 가장 원한 망각을 도와주는 셈이라고 반박했다. 두 주장 모두 하겸을 이용하려는 말은 아니었다. 살아남은 방식이 달랐고, 그 이름에서 얻은 안전도 달랐다.“재단이 한 사람의 순교 이야기로만 기억되면 살아 있는 피해자는 하겸을 증명하는 배경이 됩니다. 나는 그 구조를 유지하는 데 찬성하지 않습니다.”김지원은 곧바로 반박했다.“이름을 빼는 순간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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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사율이 재단 대표에서 물러나다 

태강을 무너뜨린 날보다, 내 이름표를 떼는 날이 더 무서웠다.태강의 권력은 빼앗으면 됐지만, 재단에서 내가 쥔 권력은 스스로 내려놓아야 했다.총회 화면에는 내가 올린 안건이 떠 있었다.[대표 온사율의 사임.]방금 전까지 하겸의 이름을 어디에 남길지 논쟁하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내 이름을 두고 발언권을 눌렀다. 해임안의 최종 의결은 하루 연기된 상태였지만, 나는 마지막 표를 기다려 자리를 보존할 생각이 없었다.“최나경 씨와의 접촉을 독단으로 시작했고, 그 사실이 기존 피해자의 안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제때 알리지 않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 판단을 대표 한 사람에게 허용한 구조입니다. 그 책임으로 사임하겠습니다.”피해자 이사 한 명이 바로 반대했다.“지금 대표님이 물러나면 사람들은 피해자들이 온사율을 쫓아냈다고 할 겁니다. 태강은 재단이 무너졌다고 선전할 거고요. 그걸 알면서도 나가겠다는 겁니까?”“나를 지키기 위해 피해자들이 결정권을 포기해야 한다면, 대표직을 유지하는 순간부터 재단이 무너지는 겁니다. 물러날 수 없는 대표는 이름만 다른 회장입니다.”“대표님이 떠나면 누가 태강을 상대합니까?”“나만 상대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든 것부터 잘못입니다.”나는 사임을 면책으로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나경 접촉 과정과 김지원의 안전 고지가 늦어진 경위는 독립 윤리 검토에 그대로 넘기고, 직함을 내려놓은 뒤에도 설명과 자료 제출에 응하겠다고 했다. 사임이 수리된다고 내 판단이 정당해지는 것도 아니었다.이록은 내 결정을 취소하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총회에 하나의 선택지만 제시했다.“온사율이 대표가 아니어도 법률·전략 자문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의결권과 피해자 정보 접근권 없이 총회가 요청한 사안에만 의견을 내는 방식입니다.”“그 자리를 보장하자는 겁니까?”“아닙니다. 역할이 필요한지, 필요한 사람이 사율인지 모두 총회가 결정해야 합니다. 대표에서 내려온 사람을 자동으로 내칠 이유도, 창립자라는 이유로 다른 의자에 앉힐 이유도 없습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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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무너진 대표의 생방송 

“네,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제 자리부터 없앴습니다.”생방송 화면 옆에는 이미 다른 결론이 떠 있었다.[피해자들에게 축출된 온사율.]김지원이 내 권력 집중을 비판한 발언과 내가 최나경 접촉을 독단으로 처리했다고 인정한 문장만 잘려 반복됐다. 내가 먼저 사임한 이유도, 100억 기부를 거절한 표결도, 정보 접근권을 세 갈래로 나눈 결정도 기사에서 사라졌다. 한 방송은 ‘피해자 내분으로 붕괴한 재단’이라는 자막을 달았고, 다른 방송은 김지원의 발언 직후 내 사임 선언을 붙여 내가 현장에서 쫓겨난 것처럼 내보냈다. 사람들은 재단이 무엇을 바꿨는지보다 누가 나를 끌어내렸는지를 먼저 묻고 있었다.홍보 담당자가 재단 명의 반박문 초안을 보내왔지만 나는 새 운영위원회가 판단하도록 돌려보냈다. 전 대표의 평판을 지키는 일이 새 체제의 첫 업무가 되어서는 안 됐다. 대신 재단 계정도 공식 로고도 쓰지 않고 개인 방송을 켰다. 개인정보를 가린 사임 수리 기록과 기부 거절 의결문, 임시 운영위원회 구성표만 화면 아래에 첨부했다. 최나경과 김지원의 진술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내 결정을 설명한다는 이유로 두 사람의 피해를 다시 재료로 쓸 수는 없었다.이록이 카메라 옆에 섰다.“옆에 있을게.”“이번 설명은 대표였던 내 책임이에요. 화면 밖에서 기다려 줘요.”그는 물만 내려놓고 나갔다. 방송이 끝날 때까지 문을 열지 않겠다고 했다.“오늘 네 가지를 순서대로 설명하겠습니다.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사임했는지, 재단이 100억을 왜 거절했는지, 앞으로 누가 재단을 운영하는지입니다.”첫째, 나는 최나경과 접촉하면서 익명 보호를 이유로 위험 평가가 시작됐다는 사실까지 혼자 쥐었다. 그 결과 김지원은 자신에게 영향을 줄 사람이 재단 안에 들어온 뒤에야 상황을 알았다.“익명을 지킨 판단과 기존 피해자에게 판단할 시간을 주지 않은 잘못은 별개입니다. 그 잘못은 제 것입니다.”댓글에는 최나경을 감싸려다 기존 피해자를 버린 것이냐는 질문이 올라왔다.“최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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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피해자들이 고른 새 대표 

제138화. 피해자들이 고른 새 대표 피해자들은 나를 다시 뽑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안도했다.재선거 결과가 화면에 뜨자 박수보다 먼저 정적이 흘렀다. 김지원과 외부 행정 전문가가 공동대표로 선출됐다. 피해자 지원과 안전에 관한 결정은 지원이 맡고, 재정·인사·계약은 외부 대표가 담당하되 어느 한쪽도 단독으로 전체 자료를 열거나 장기 계약을 체결할 수 없었다.내 이름은 대표 후보 명단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마지막 안건에 ‘의결권 없는 전략자문’이 적혀 있었다.“창립자 자리를 따로 만든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내가 먼저 지적하자 지원이 답했다.“그래서 임기도 자동 갱신도 없습니다. 총회가 요청한 사건에만 의견을 받고, 피해자 원본에는 접근하지 못하게 했어요.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바로 끝나는 역할입니다.”“그 조건이면 받아들이겠습니다.”나를 다시 중심에 세우는 자리가 아니라, 필요할 때만 불러 쓰고 필요하지 않으면 비워 둘 자리였다. 예전의 나는 그 차이를 모욕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번에는 내 이름이 표에서 빠졌다는 사실이 재단이 나 없이도 움직일 수 있다는 증거로 보였다. 필요 없어질 수 있다는 건 버려졌다는 뜻이 아니었다. 내가 만든 조직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남겨야 할 결과였다.첫 번째 인계 안건은 자료 관리권이었다. 나는 대표 시절 확보한 지원 심사 기록과 피해자 연락 자료, 외부기관에서 받은 사본의 보관 목록을 새 공동대표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공동대표실로 옮기지는 않았다. 총회는 원본과 보존용 사본의 관리권을 재단 밖 독립 보관기관으로 넘기고, 재단은 필요한 범위만 승인받아 열람하기로 했다.“대표가 바뀔 때마다 자료가 따라 움직이지 않게 하겠습니다.”김지원이 인계서에 서명했다.“대표를 믿는 구조 대신, 대표도 기록 앞에서 허락받는 구조로요.”이록도 새 공동대표들 앞에서 후원 약정서를 다시 내놓았다. 그가 제공하던 운영자금은 사율 개인과의 협의로 집행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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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태강 주식을 팔지 않는 이유 

태강을 무너뜨린 주식이, 이제 재단을 먹여 살릴 돈이 될 수 있었다.대리인의 태블릿에서 발견된 임시 주주총회 초안에는 재단 온이 보유한 태강 지분이 별도 매각 대상으로 표시돼 있었다. 공개된 매각 의사도 없었는데 외부 펀드는 이미 예상 수량과 가격을 계산해 두었다. 새 공동대표 체제는 초안의 출처를 확인하는 동시에, 실제로 지분 일부를 팔지 검토하기로 했다.재단의 운영자금은 빠르게 줄고 있었다. 치료비와 긴급 주거 지원 신청은 늘었고, 조건부 100억을 거절한 뒤 단기 재원을 새로 마련해야 했다. 지원을 승인하고도 지급 일정을 나누거나 다음 달로 미룬 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때 외부 펀드가 시장 평가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매각 대금이면 밀린 지원을 집행하고 대기 중인 피해자들의 치료를 앞당길 수 있었다.김지원이 먼저 찬성 쪽에 섰다.“주식을 지키는 동안 치료를 미루는 사람이 생기면 누구를 위한 감시 지분입니까? 태강을 벌주는 것과 피해자가 이번 달 병원비를 내는 건 같은 시간이 아니에요.”“전량을 넘기면 새 주인이 과거 기록과 내부 보존 자료를 없앨 수 있습니다.”“그 가능성 때문에 지금 필요한 돈을 또 기다리라고 할 겁니까?”지원의 질문은 계산표보다 무거웠다. 태강 주식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었다. 주주로 남아 있으면 주요 안건을 확인하고 기록 보존을 요구할 수 있었다. 태강이 이름만 바꿔 사업을 정리하거나 과거 책임 자료를 폐기하려 할 때 제동을 걸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상징을 지키기 위해 살아 있는 피해자에게 더 참으라고 말하는 순간, 정의는 다시 누군가의 비용으로 유지됐다.외부 행정 대표는 매각 예상액과 향후 지원 수요를 나눠 보여 줬다. 전량 매각은 단기 재정 문제를 크게 줄이지만 감시 수단을 잃고, 전량 보유는 기록 접근 가능성을 남기지만 당장 승인된 지원부터 늦어질 수 있었다. 어느 쪽도 손실이 없는 선택은 아니었다.이록은 전량 보유와 전량 매각 사이의 안을 내놓았다.“직접 지원에 필요한 물량만 먼저 매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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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재단 금고 속 배신자 

배신자는 피해자도 대표도 아니었다. 아무도 이름을 기억하지 않던 외주 회계 담당자였다.독립 감사팀이 찾아낸 첫 흔적은 재단 온 회계팀 공용 인증서의 복제 기록이었다. 인증서는 외주 회계 담당자 오기준의 개인 노트북에서 사용됐고, 차명 의심 회사로 넘어간 첫 입금도 그 인증서로 승인돼 있었다. 금액은 매번 작았다. 자문료, 장비 점검비, 행사 정산금처럼 보이도록 항목을 바꿔 같은 계좌로 흘려보냈다. 한 번에 큰돈을 빼면 걸리지만, 정상 거래 사이에 소액을 섞으면 누구도 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는다는 계산이었다.김지원이 감사표를 넘기며 물었다.“우리 회계팀이 직접 보낸 돈은 아닙니까?”“명의는 회계팀이지만 승인 기기는 오기준 씨 개인 장비입니다. 다만 인증서가 복제됐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이체를 그가 실행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회계팀 직원들은 서로가 의심받기 시작했다. 누가 공용 인증서를 마지막으로 썼는지, 누가 지분 매각 검토를 먼저 알았는지 질문이 이어졌다. 나는 내부 직원을 한 방에 모아 추궁하자는 의견에 반대했다. 유출자를 찾겠다는 이유로 피해자와 직원 모두의 장비를 임의로 열면, 우리가 고치겠다고 한 구조를 감사가 다시 무너뜨릴 수 있었다.우리는 접속 시각과 근무표, 외주 계약서, 입금 계좌를 분리해 확인했다. 오기준이 재단 사무실에 들어온 날에는 기부 대리인도 방문했고, 방문용 태블릿에서 내 옛 대표 인증서가 복제됐다. 두 기기의 비정상 호출 시각은 13분 차이였다. 회계팀 계정은 정상 업무 시간에만 열렸지만 오기준의 노트북에서는 퇴근 뒤 같은 인증 정보가 2차례 호출됐다.오기준은 처음에는 회계 편의를 위해 인증서를 저장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감사팀이 태강 외주 법무망과 주고받은 비용 청구서를 내놓자 말을 바꿨다.“재단을 무너뜨리라는 지시는 아니었습니다.”“그럼 무슨 지시였죠?”“피해자들끼리 의견이 갈리게 만들고, 지분 매각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게 하라는 정도였습니다.”“총회 녹음도 넘겼습니까?”“파일을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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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서도겸이 체포되다

“사율 씨, 이번엔 제 말을 믿지 마세요. 기록을 믿으세요.”서도겸은 수갑을 찬 채 호송차 문 앞에 서 있었다.새벽 5시 18분이었다. 체포영장 집행 시각, 압수 장소, 적용 혐의를 나는 차례로 받아 적었다.증거조작 공모. 법원 보관 원본 교체. 최근 제출된 증거 인계표의 서명 위조.“변호사부터 선임할게요.”“태강과 거래한 적 없는 사람으로 하세요. 그리고 제 과거 서명도 숨기지 마십시오.”“지금 그 말을 하면—”“과거에 결재한 건 사실입니다. 지금 만든 문서는 아니고요. 둘을 섞는 순간 제가 아니라 저쪽이 이깁니다.”도겸은 변명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위험했다. 죄책감이 있는 사람은 자신이 하지 않은 일까지 떠안을 때가 있었다.조사 전 허용된 짧은 접견에서 도겸은 변호인보다 먼저 나를 봤다.“제가 서명한 결재 문서는 부인하지 않겠습니다.”“내용을 확인했어요?”“표지와 인계 수량만 봤습니다. 첨부 목록은 보지 않았고요.”“그게 당신 과실이네요.”“예.”도겸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사과로 사실을 덮지도 않았다.“당시에는 원본이 법원 보관 절차로 넘어간다고 믿었습니다. 확인하지 않은 책임은 제 겁니다. 하지만 최근 인계표에 서명하거나 원본 교체를 지시한 적은 없습니다.”“그 두 문장을 반드시 따로 진술해요. 첫 번째 책임 때문에 두 번째 혐의까지 받아들이지 말고.”“그래서 사율 씨가 온 겁니까?”“당신을 믿어 주러 온 게 아니에요. 섞인 기록을 분리하러 왔어요.”도겸은 그제야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그걸로 충분합니다.”호송차가 출발하자 이록이 내 손에서 메모지를 가져갔다. 종이에는 체포 시각 5시 18분, 영장 제시 5시 11분, 압수물 봉인번호 7개가 적혀 있었다.“오기준 하나로 끝날 일이 아니었어.”“보복일 가능성은 있어요. 가능성만.”“도겸이 법원 원본을 바꿨다고 믿어?”“믿는 문제가 아니에요.”나는 오기준의 보관함에서 나온 두 문서의 사본을 나란히 놓았다. 태강 외부 법무팀 시절 도겸이 실제로 서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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