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완벽한 쇼윈도 부부의 은밀한 이중생활 : Chapter 21 - Chapter 30

217 Chapters

제21화. 태아 신탁 발표

회의실 자리표에서 이록의 이름이 지워진 자리에,태아 코드가 올라가 있었다.TK-S01-B.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가 살아 있는 아들을 밀어냈다.“태아에게 태강 지분 7%를 신탁한다.”권태겸의 선언에 계열사 사장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문예라는 회장 오른쪽에 앉아 배 위에 손을 얹었다.그녀 앞의 명패에는 이름 대신 특별 관계인이라고 적혀 있었다.아이에게는 지분이 주어졌고, 아이를 품은 여자는 관계로만 분류됐다.회의실 문이 열렸다.이록이 내 손목을 잡은 채 들어왔다.“초대받지 않은 사람은 나가게.”권태겸은 서류에서 눈도 들지 않았다.“제 이름을 지운 회의라면, 제가 들어야 할 설명이 더 많을 텐데요.”이록이 빈 의자를 당겨 앉았다.나는 문예라 맞은편에 자리했다.“독립기관 재검사도 끝나지 않았는데 지분부터 넘기시는군요.”권태겸이 나를 봤다.“태강의 피는 외부 기관 허락을 기다리지 않는다.”“그 피를 확인한 곳도 태강병원이죠.”계열사 대표 하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법적 검토는 모두 끝난 겁니까?”“끝났네.”권태겸이 계약서 마지막 장에 서명했다.“법이 못 하는 일은 법무팀이 하고, 법무팀이 못 하는 일은 병원이 하지.”몇 사람이 억지로 웃었다.웃지 않으면 뜻을 알아들었다는 표정이 될 테니까.문예라가 나를 향해 미소 지었다.“사모님은 십 년을 살아도 1%도 못 받으셨다면서요.이 아이는 태어나기도 전에 7%네요.”“축하해요.”“진심이세요?”“덕분에 아주 좋은 계약서가 세상에 나왔으니까요.”권태겸의 펜 끝이 멈췄다.“오늘 자료는 대외비다.”“잘 보관하세요. 태강 대외비는 죽은 사람 이름으로 자꾸 밖에 나오니까.”회의는 예정 시간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끝났다.복도에서 예라가 내 앞을 막았다.“무슨 계약서가 좋다는 거예요?”“전문은 읽어봤어요?”“회장님이 아이를 위해 알아서 해주셨어요.”“당신이 서명할 종이를 남이 알아서 읽었다고요?”“저를 겁주려는 거면 소용없어요.”“겁낼지는 읽어보고 정해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0
Read more

제22화. 상간녀의 폭로 인터뷰

문예라가 내 서명을 들어 올리는 순간,실시간 검색어 1위가 내 이름으로 바뀌었다.“온사율 씨가 저를 고용했습니다.”태강 계열 방송사의 단독 생방송.완벽한 조명 아래 예라는 검은 원피스를 입고 울고 있었다.손에 든 것은 내가 예전에 건넨 계약서 사본이었다.계약금 조항 세 번째 줄.숫자 하나가 틀려 있었다.오직 미끼용 사본에만 심어둔 오류였다.진행자가 종이를 화면 가득 확대했다.[배우자 부정행위 유도 및 증거 수집 계약서.]제목도 바뀌어 있었다.진짜 계약서에는 배우자 부정행위 정황 확인을 위한 조사 용역이라고 적혀 있었다.태강은 목적을 유도로 고치고 내 서명만 남겼다.“사모님이 먼저 접근했어요.”예라는 손수건으로 눈가를 눌렀다.“권이록 사장님을 유혹하고 호텔로 데려가라고 했어요.카메라 앞에서 관계를 가진 것처럼 보이게 하라고도 했고요.저는 돈이 필요해서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절반은 사실이었다.기사 제목은 곧바로 확정됐다.[재벌가 며느리, 남편 불륜 직접 설계.][임신부 고용해 피해자 행세.]도겸이 전화를 걸어왔다.“방송 중단 가처분 넣겠습니다.”“넣지 마요.”“저 문서가 진짜로 굳어집니다.”“태강이 진짜라고 믿게 둬요.”나는 방송 화면을 녹화하며 시간을 적었다.계약서가 확대된 시각.예라가 내 지시를 주장한 시각.태강 공식 입장이 뜬 시각.진행자가 물었다.“권태겸 회장이나 태강 측에서 인터뷰를 제안했습니까?”예라의 시선이 카메라 왼쪽으로 움직였다.30초.누군가 그곳에 서 있었다.“아니요. 전부 제 선택입니다.”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자막이 올라왔다.[태강그룹은 문예라 씨의 용기 있는 고백을 존중합니다.]개인의 선택이라던 인터뷰에 태강의 입장문이 8초 만에 붙었다.“질문도 답도 자막도 미리 준비됐네요.”“전부 저장해요. 특히 8초.”인터뷰가 끝나기도 전에 추가 고소장이 접수됐다.사기.강요.업무방해.태강 법무팀은 방송에 나온 사본을 증거로 첨부했다.도겸이 물었다.“이제 원본을 공개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0
Read more

제23화. 버려진 아내의 반격

갈라 참석자 명단에서 내 이름은 지워졌고,남편의 동반인 자리에는 문예라가 올라가 있었다.입구 직원이 태블릿을 두 번 확인한 뒤 길을 막았다.“사모님, 초청자 명단에 없습니다.”뒤에서 플래시가 터졌다.태강이 준비한 첫 장면이었다.버려진 아내가 문 앞에서 쫓겨나는 장면.나는 결혼반지가 낀 손을 들어 보였다.“태강문화재단 정관 12조 확인하세요.이사 배우자는 공식 행사에 참석할 권리가 있어요.”“하지만 오늘 동반인은...”“아직 이혼 서류에 서명하지 않았어요.”직원의 말이 끊겼다.서류로 막은 문은 서류로 열면 됐다.검은 드레스 자락을 정리하고 홀 안으로 들어섰다.문예라는 이록의 이름이 놓인 자리 옆에 앉아 있었다.나를 본 그녀가 배 위에 손을 올렸다.한미라는 웃고 있었고, 권태겸은 와인잔조차 내려놓지 않았다.태강은 내가 울기를 기다렸다.기자들이 먼저 달려들었다.“문예라 씨의 인터뷰가 사실입니까?”“남편의 불륜을 직접 설계하신 겁니까?”“이혼은 언제 하실 예정입니까?”질문은 전부 침실로 향했다.나는 홀 뒤편의 태강재단병원 후원 현수막을 봤다.“오늘은 다른 방 이야기를 하겠습니다.”마이크가 가까워졌다.“태강재단병원 7층. 엘리베이터 버튼에도 표시되지 않는 비공개 병동입니다.”홀의 소음이 멎었다.“저는 재단 이사 배우자 자격으로 최근 10년간 생식의학센터 시술 기록,배아 보관 현황, 사망자 조직 채취 동의서 원본에 대한 특별 감사를 요청합니다.”권태겸의 비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예상한 반응이었다.권태겸은 잔을 들어 입술에 댔지만 마시지 않았다.대신 비서에게 시선을 한 번 보냈다.비서는 휴대폰을 확인한 뒤 홀을 빠져나갔다.감사 요청이 먹힌 순간이었다.나는 말을 이었다.“제 불륜이 궁금하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카메라를 정면으로 봤다.“침대보다 냉동고에 더 큰 뉴스가 있을 겁니다.”플래시가 폭발했다.한미라가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카메라 앞에서는 다정한 시어머니의 각도였다.“사율아, 몸도 안 좋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0
Read more

제24화. 친자 결과지의 얼룩

결과지에서 가장 늦게 태어난 것은 아이가 아니었다.‘태아’ 두 글자였다.문서감정사가 친자 확인서를 라이트 박스 위에 올렸다.오른쪽 아래의 갈색 얼룩은 가장자리가 보랏빛으로 번져 있었다.“닌히드린 반응입니다. 종이에서 지문을 검출할 때 쓰는 약품이죠.”“정식 발급 문서에도 남습니까?”“통상적인 과정에서는 보기 어렵습니다.”그가 용지 끝을 확대했다.기계로 잘린 단면이 아니었다.사무용 커터가 눌렀다가 미끄러진 흔적이 남아 있었다.“원본이나 앞선 출력물을 감정한 뒤,필요한 부분을 잘라 다시 인쇄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가능성.위조라고 단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었다.“나중에 인쇄된 곳은요?”조명의 각도가 바뀌었다.본문의 잉크 농도는 일정했다.검사 대상 칸만 달랐다.검사 대상: 태아.두 글자만 더 진했고, 자간도 부자연스럽게 벌어져 있었다.“이 부분은 다른 시점에 인쇄됐습니다.”“원래 내용은 복원할 수 있어요?”“전부는 어렵습니다. 지금보다 긴 문자열이었다는 정도입니다.”확대한 화면에 희미한 눌림이 드러났다.짧은 가로획.여러 개의 세로획.글자 사이에는 문장부호처럼 보이는 빈틈도 있었다.코드일 가능성은 있었다.하지만 S-01이라고 읽을 근거는 없었다.“감정서에는 보이는 것만 적어주세요.”“재인쇄 정황과 추가 인쇄까지요?”“그리고 삭제 전 문자열이 지금보다 길었다는 사실까지만요.”감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원래 문구를 확인하려면 최초 발급 데이터가 필요합니다.”“유전체분석센터 서버에 있겠죠.”“보전되었다면요.”그 말이 가장 정확했다.도겸은 결과지 발급 권한을 가진 선임연구원을 찾아냈다.이록이 가져온 영상에는 연구원이 병원 뒷문에서 검은 세단에 오르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차량은 태강 회장 비서실 소속이었다.15분 뒤 연구원이 내린 곳은 본사 전용 출입구였다.그의 손에는 갈색 서류 봉투가 들려 있었다.“아버지 차량 관제 기록이야.”이록이 말했다.“회장님이 비서실 차까지 감시해요?”“자기 사람이라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0
Read more

제25화. 남편의 생모

권이록의 출생기록에는 부모가 있었다.정작 낳은 사람만 없었다.출생 신고서에는 분만 병원이 태강재단병원으로 적혀 있었다.하지만 이록이 태어난 날, 한미라의 입원 기록은 한 줄도 없었다.산부인과 접수.분만실 사용.투약과 퇴원.신생아실 보호자 서명까지.아이를 낳았다면 반드시 남아야 할 기록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삭제된 걸 수도 있잖아요.”내 말에 도겸이 고개를 저었다.“삭제 이력도 없습니다.한미라 여사는 그날 병원에 오지 않은 사람으로 처리돼 있습니다.”흑백사진 속 한미라의 손목은 비어 있었다.갓난아기를 안은 낯선 여자에게만 산모용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사진의 낡은 간판은 해원산부인과로 확인됐다.지방의 작은 병원.이록이 태어난 지 백일도 되지 않아 폐업한 곳이었다.“폐업 사유는요?”“출생증명서 대리 발급과 분만대장 누락 의혹입니다.행정조사를 앞두고 자진 폐업했어요.”“원장은 처벌받았고요?”도겸이 자료 마지막 장을 넘겼다.“아니요. 이듬해 태강재단병원 개원 멤버가 됐습니다.”이름을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백문우.내 불임 진단서.하겸의 사망진단서.사망자 조직 채취 동의서.문예라의 친자 결과지.그리고 이제 이록의 출생까지.태강에서 사람의 시작과 끝이 바뀔 때마다 같은 의사가 서명했다.해원산부인과에서 근무했던 전 간호사는 지방 요양원에 있었다.나는 사진을 보여주기 전에 병원 외관부터 확인시켰다.“여기서 일하신 적 있습니까?”노인은 한참 사진을 들여다봤다.“해원이네.”“이 여자들을 기억하세요?”낯선 산모를 가리키자 눈동자가 흔들렸다.그러나 입에서 나온 말은 달랐다.“모릅니다.”“한미라 씨는요?”손끝이 사진 가장자리를 눌렀다.“그 이름도 몰라요.”거짓말이었다.나는 한미라의 이름이 적힌 신생아 인계대장 사본을 탁자 위에 놓았다.노인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저희는 진실을 확인하러 왔습니다. 책임을 떠넘기러 온 게 아니에요.”“그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고 사람부터 없앴어.”“누가요?”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0
Read more

제27화. 빼앗긴 난자

문예라의 피가 분석 장비에 들어간 순간,신탁서 9항은 계약 문구가 아니라 의료 지시가 됐다.우리가 7층 특수진료실에 도착했을 때 그녀의 팔에는 채혈 자국이 남아 있었다.휴대폰은 간호대 위 투명 봉투에 들어가 있었다.출입문 안쪽에는 잠금 표시가 켜져 있었다.벽면 모니터에는 대조 분석 진행률이 떠 있었다.[S-01 유전형 대조 18%.]“이게 무슨 검사예요?”예라가 간호사를 붙잡았다.“산전 유전검사입니다.”“그런 일정 없었어요.”내 말에 간호사의 눈이 처방 화면으로 향했다.의사 이름은 없었다.승인 계정만 있었다.KTYG-01.권태겸 회장실.이록이 검사실 문을 막아섰다.“검체 처리 중단하세요.”“이미 장비에 투입됐습니다.”“산모 동의서는요?”“신탁 수탁자의 긴급 요청이 있었습니다.”“신탁이 의료 동의를 대신하지는 못해요.”나는 처방 화면과 채혈 시각, 잠긴 문을 차례로 촬영했다.간호사가 막으려다 이록을 보고 손을 내렸다.예라는 뒤늦게 배를 감쌌다.“회장님은 아이를 위한 검사라고 했어요.”“아이를 위한 검사라면 결과가 다를 때 왜 보호 조치를 검토하죠?”나는 신탁서 9항을 펼쳤다.예라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결과가 다르면 어떻게 되는데요?”“당신에게 묻지 않고 방과 연락처를 통제할 명분으로 쓸 수 있어요.”이미 들어간 검체를 되찾을 수는 없었다.대신 예라가 추가 채혈과 외부 전송을 거부한다는 문장을 직접 쓰게 했다.그녀의 서명과 작성 과정을 영상으로 남겼다.태강이 전부 동의받았다고 주장하지 못하게 하는 최소한의 방어였다.병원을 나온 나는 곧장 태강과 무관한 대학병원으로 향했다.세 번째 검사였다.의사는 초음파 화면을 오래 확인했다.“불임이 아닙니다.”처음 듣는 문장이었지만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현재 소견으로는 자연 임신을 어렵게 할 이상이 없습니다.”“그런데요?”“양쪽 난소에 반복 천자 흔적이 있습니다.과배란 유도 후 난자 채취술에서 보이는 형태와 유사합니다.”화면에 작은 흔적들이 표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0
Read more

제28화. 내 아이일 가능성

문예라가 7층에서 사라졌다.전화가 끊긴 지 3분 만에 휴대폰 위치가 지워졌다.전원이 꺼진 게 아니었다.병원 보안망에서 기기 등록 자체가 삭제됐다.특수진료실 문 앞에는 경호원 둘이 서 있었다.“산모 안정이 필요합니다.”“의사 판단입니까?”대답은 없었다.문 안쪽 잠금 표시만 붉게 켜져 있었다.이록이 병원 법무팀에 전화를 걸었다.“처방 없이 임신부를 가두고 통신기기를 압수한 기록,지금부터 전부 보존해.”나는 예라가 직접 쓴 추가 채혈 거부서를 카메라 앞에 펼쳤다.“이 문이 열리지 않으면 감금 신고부터 하겠습니다.”경호원 한 명이 이어폰을 눌렀다.잠금 표시가 꺼졌다.예라는 환자복 차림으로 침대 끝에 앉아 있었다.휴대폰은 투명 봉투에 들어가 있었고,팔에는 이름 없는 수액이 연결돼 있었다.“나가게 해주세요.”처음으로 부탁하는 목소리였다.나는 수액 라벨과 처방 화면을 촬영했다.의사 이름은 비어 있었다.승인 계정만 남아 있었다.KTYG-01.권태겸은 회장실.우리는 예라를 태강과 무관한 산부인과로 옮겼다.법적 다툼은 남았지만, 적어도 오늘 밤 그녀를 7층에 둘 수는 없었다.독립 의료진이 초음파를 확인했다.“태아 상태는 안정적입니다.”그 말을 들은 뒤에야 예라는 나를 봤다.“회장님이 한 말, 무슨 뜻이에요?”나는 자료를 탁자 위에 놓았다.5년 전 내 난자 채취에 부합하는 신체 소견.S-01 제공자 기록.10개월 전 시술실 이관.예라의 첫 진료일.그리고 모계 표지 24개 중 23개가 일치한 중간 결과.“이걸로 아이가 내 아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어요.”“23개나 같은데요?”“검체가 제대로 이어졌는지 확인되지 않았어요.오염이나 분석 오류도 배제하지 못했고요.”예라가 종이를 밀어냈다.“그럼 사모님도 모르는 거잖아요.”“맞아요.”“모르면서 내 아이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한 거예요?”“태강은 모르면서 당신 아이가 맞다고 확정했어요.”그녀의 입이 닫혔다.나는 첫 진료기록을 펼쳤다.“이날 무슨 시술을 받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0
Read more

제29화. 문예라의 새 조건

문예라가 엄마 자리를 요구한 날,권태겸은 그녀를 다시 7층에 넣을 시간부터 정해두고 있었다.“출생신고에 내 이름을 올려줘요.”예라는 산모 안전 확약서 위에 두 줄을 적었다.[출생신고인 문예라.][친권자 문예라.]“이걸 보장하면 협조할게요.”나는 펜을 집지 않았다.“지금은 약속 못 해요.”“내 배로 키우고 내가 낳는데도요?”“유전적 출처도 확인되지 않았어요.친권을 미리 나누는 계약은 아이를 또 서류로 만드는 일이에요.”“확인되면 사모님이 가져갈 거잖아요.”“확인되기 전부터 내 것이라고 쓰지는 않겠다는 뜻이에요.”“회장님은 나를 법적 아내로 만들어준다고 했어요.”나는 혼인무효 확인서 초안을 탁자에 놓았다.권이록과 내 혼인을 없던 것으로 만들고,출산 뒤 예라를 배우자로 등록한다는 문서였다.“소송은 이미 시작됐어요.”“사건번호를 봤어요?”법원 접수 도장도 사건번호도 없었다.마지막 장에만 태강 법무팀 검토 완료라고 찍혀 있었다.“직접 물어봐요.”예라는 망설이다 권태겸 비서실에 전화했다.통화가 연결되자 스피커를 켰다.“혼인무효 소송 사건번호를 알려주세요.”잠깐의 침묵 뒤 비서실장의 목소리가 들렸다.“문예라 씨는 출산 전 불필요한 법률 확인을 삼가십시오.”“접수는 된 거예요?”“내일 기자회견 원고부터 숙지하세요.”“사건번호만 말해줘요.”“외부인과 접촉한 사실이 확인되면 보호 조치가 재개됩니다.”전화가 끊겼다.약속을 확인해달라는 질문에 돌아온 것은 경고였다.“이게 안주인에게 하는 대답 같아요?”“갑자기 물어서 의심한 거예요.”“의심한 게 아니라 관리한 겁니다.”나는 초안 마지막 장을 펼쳤다.[출산 완료 시까지 태강 측의 의료 및 거주 관리에 전적으로 따른다.][위반 시 배우자 지위 부여 약속은 철회한다.]예라의 손에서 종이가 구겨졌다.“그럼 나는 뭐예요?”“태강 문서에 적힌 대로라면 모체겠죠.”“사모님도 그렇게 생각하잖아요.”“그랬으면 당신을 7층에서 꺼내지 않았어요.”나는 새 확약서를 내밀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0
Read more

제30화. 가짜 엄마의 선언

기자회견은 태강 본사 로비에서 열렸다.문예라는 흰 원피스를 입고 단상에 섰다.만삭에 가까운 배.그 옆에는 권태겸의 비서실장이 그림자처럼 붙어 있었다.단상 위 원고는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종이 상단에 태강 홍보실 양식 번호가 인쇄되어 있는 것이,중계 카메라 줌에 잠깐 잡혔다.“이 아이의 엄마는 접니다.”플래시가 폭죽처럼 터졌다.“온사율 씨가 아이의 출처를 두고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분명히 말씀드립니다.”“이 아이는 제가 품은, 제 아이입니다.”“그리고 저는 이 아이를, 태강가의 보호 아래에서 낳을 겁니다.”예라가 이록의 팔을 잡았다.행사 참석차 로비에 있던 이록의 팔을, 각본대로.카메라들이 그 그림을 받아먹었다.그리고 반대편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는 나까지, 한 프레임에 담았다.[단독 포착: 승자의 미소와 패자의 침묵]내일 아침 헤드라인이 눈에 선했다.나는 그 헤드라인을 위해 웃어주었다.패자는 물러나는 법이니까, 물러나는 척했다.물러나면서, 나는 오늘 확보한 것을 코트 안주머니에 품고 있었다.예라의 산전 진료 동의서 사본.오늘 회견 직전, 확약서에 대한 답 대신 예라가 화장실 파우더룸에서 내 손에 밀어 넣고 간 종이.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거울 앞에서 립스틱을 고쳐 바르며, 거울 속의 나와 반 초 눈을 맞췄을 뿐이다.그 반 초가 그녀의 서명이었다.동의서의 보호자 란.거기에 적힌 이름은 문예라의 가족도, 권태겸도 아니었다.온사율.내 이름이, 내 필체를 흉내 낸 서명과 함께 박혀 있었다.병원은 처음부터 이 임신의 법적 보호자를 나로 등록해두었다.배아의 주인이 나라는 것을, 그들 스스로 서류에 남겨둔 것이다.조작에 익숙한 손은 조작으로 제 무덤을 판다.이유도 짐작이 갔다.아이가 태어난 뒤 친권 분쟁이 생기면,태강은 언제든 이 동의서를 꺼내 판을 뒤집을 수 있다.문예라를 지우는 서류.그들이 예라를 지우려고 만든 종이가, 이제 그들을 지울 종이가 되었다.그리고 그 종이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1
Read more

제31화. 병원장 백문우

문예라의 산전 진료 동의서에 내 이름을 넣은 최종 승인자는 백문우였다.그런데 그는 사과 대신 나를 번호로 불렀다.“S-01.”태강 의료재단 세미나 리셉션.백문우가 샴페인 잔을 들어 보이며 웃었다.“아, 실례했습니다. 온사율 사모님.”5년 전 내 불임 진단서와 하겸의 사망진단서에 서명한 손이었다.“방금 저를 뭐라고 부르셨죠?”“직업병입니다. 병원에서는 이름보다 번호가 정확하거든요.”실수가 아니었다.그는 내가 지하 2층 배아 보관실에서 S-01을 확인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나는 산전 진료 동의서 사본을 꺼냈다.[보호자: 온사율.]내 필체를 흉내 낸 서명.비대면 확인 완료.정작 통화 기록과 녹취 번호는 없었다.“최종 승인 계정이 BMW-01이더군요.”백문우의 시선이 서류에 닿았다.“긴급한 산전 처치는 행정 절차가 나중에 보완되기도 합니다.”“긴급했다는 설명은 처음 듣네요.”그의 손이 잠깐 멎었다.준비하지 않은 변명이 먼저 나온 것이다.“문예라 씨를 외부 병원으로 옮기신 것도 현명한 판단은 아니었습니다.”예라의 병원은 공개하지 않았다.“산모 위치를 추적하고 있습니까?”“태강의 후계자를 보호하는 일입니다.”“보호받는 사람의 전화기를 빼앗고 문을 잠그나요?”“결과가 좋다면 보호와 통제를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죠.”온화한 목소리였다.사람을 가두는 일도 처방처럼 말하는 남자였다.나는 한 걸음 가까이 갔다.“TK-S01-B의 B는 뭡니까?”백문우의 잔이 입술 앞에서 멈췄다.“어디서 보셨습니까?”“모르는 코드라면 출처가 왜 궁금하죠?”B의 뜻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다만 태아 신탁의 코드가 병원 기록과 무관하다는 변명은 어려워졌다.“사모님은 기록에 너무 가까이 가고 계십니다.”“원장님이 지운 기록에요?”“지워진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 기록입니다.”“아니요.”나는 그의 잔에 내 잔을 가볍게 부딪쳤다.“지워진 기록은 지운 사람이 있다는 기록이에요.”백문우의 눈에서 웃음이 사라졌다.“지하 2층에서 보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1
Read more
PREV
123456
...
22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