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은 태강 본사 로비에서 열렸다.문예라는 흰 원피스를 입고 단상에 섰다.만삭에 가까운 배.그 옆에는 권태겸의 비서실장이 그림자처럼 붙어 있었다.단상 위 원고는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종이 상단에 태강 홍보실 양식 번호가 인쇄되어 있는 것이,중계 카메라 줌에 잠깐 잡혔다.“이 아이의 엄마는 접니다.”플래시가 폭죽처럼 터졌다.“온사율 씨가 아이의 출처를 두고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분명히 말씀드립니다.”“이 아이는 제가 품은, 제 아이입니다.”“그리고 저는 이 아이를, 태강가의 보호 아래에서 낳을 겁니다.”예라가 이록의 팔을 잡았다.행사 참석차 로비에 있던 이록의 팔을, 각본대로.카메라들이 그 그림을 받아먹었다.그리고 반대편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는 나까지, 한 프레임에 담았다.[단독 포착: 승자의 미소와 패자의 침묵]내일 아침 헤드라인이 눈에 선했다.나는 그 헤드라인을 위해 웃어주었다.패자는 물러나는 법이니까, 물러나는 척했다.물러나면서, 나는 오늘 확보한 것을 코트 안주머니에 품고 있었다.예라의 산전 진료 동의서 사본.오늘 회견 직전, 확약서에 대한 답 대신 예라가 화장실 파우더룸에서 내 손에 밀어 넣고 간 종이.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거울 앞에서 립스틱을 고쳐 바르며, 거울 속의 나와 반 초 눈을 맞췄을 뿐이다.그 반 초가 그녀의 서명이었다.동의서의 보호자 란.거기에 적힌 이름은 문예라의 가족도, 권태겸도 아니었다.온사율.내 이름이, 내 필체를 흉내 낸 서명과 함께 박혀 있었다.병원은 처음부터 이 임신의 법적 보호자를 나로 등록해두었다.배아의 주인이 나라는 것을, 그들 스스로 서류에 남겨둔 것이다.조작에 익숙한 손은 조작으로 제 무덤을 판다.이유도 짐작이 갔다.아이가 태어난 뒤 친권 분쟁이 생기면,태강은 언제든 이 동의서를 꺼내 판을 뒤집을 수 있다.문예라를 지우는 서류.그들이 예라를 지우려고 만든 종이가, 이제 그들을 지울 종이가 되었다.그리고 그 종이를
Last Updated : 2026-07-1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