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층 기록보관실 문을 연 사람은 권태겸이 아니었다.회장 비서실장이 KTG-01 카드를 들고 서 있었다.이록과 나는 수사관보다 먼저 계단을 올라왔다.비서실장은 기록보관실 안으로 한 발을 들인 상태였다.라희는 잠금장치 옆 벽에 붙어 휴대전화를 쥐고 있었다.“카드 내려놓으세요.”뒤따라온 수사관이 신분을 고지했다.비서실장은 카드를 바닥에 놓았다.“회장님 지시로 권 이사를 모시러 왔습니다.”“직접 전달받았습니까?”“비서실 업무 지시였습니다.”권태겸이 실제로 지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수사관은 두 사람을 분리하고 43층 출입 기록과 복도 영상을 보존했다.KTG-01 카드의 사용 경위도 별도로 확인하기로 했다.다만 라희가 구조를 요청한 통화와 강제 개방 정황은 진술과 영상으로 남았다.“다친 데 없어?”이록이 라희 앞을 막아섰다.“오빠가 그런 것도 물어보네.”“지금 농담할 때야?”“농담 아니야. 처음 들어봐서 그래.”라희는 내 쪽을 보았다.“온사율 씨에게 먼저 설명할게요. 오빠는 내 말을 안 믿을 테니까.”“저도 증거가 없으면 믿지 않아요.”“그래서 여기로 온 거예요.”기록보관실 안쪽 캐비닛에는 낡은 녹음기와 저장 장치 세 개가 들어 있었다.라희는 열아홉 살 때부터 집과 본사에서 들은 대화를 녹음했다고 말했다.목록에는 날짜와 장소가 적힌 파일이 217개 있었다.회장 서재, 가족 식사실, 본사 차량, 병원장실.라희는 원본을 집에 두면 가장 먼저 사라질 것 같아폐기 예정 문서 사이에 복제본을 숨겼다고 했다.오늘 KRL-04가 병원에서 다시 인증되자 임원 보안 앱으로 알림이 왔다.수사팀이 카드 소유자를 조회한 순간에도 확인 알림이 한 번 더 전송됐다.라희가 우리가 카드를 찾았다는 사실을 알았던 이유였다.수사관은 카드 조회가 소유자에게 통보되는 구조를 기록하고 추가 알림을 차단하게 했다.원본 여부와 편집 흔적, 녹음된 인물은 감정이 필요했다.“병원 단말기에 왜 당신 카드를 넣었죠?”“삭제되기 전 접속 기록을 복사하
Last Updated : 2026-07-1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