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완벽한 쇼윈도 부부의 은밀한 이중생활 : Chapter 51 - Chapter 60

217 Chapters

제52화. 죽은 동생의 동의서

하겸은 죽은 뒤,자신의 검체를 해외로 보내는 데 동의했다.제네바 보관 기록에 첨부된 문서의 제목은 인체유래물 국외 반출 동의서였다.대상자 온하겸.현지 보관 코드 OHG.반출 기관 태강재단병원.도착 기관 제네바 태강생명연구소.“내용물은 뭡니까?”수사관이 물었다.도겸이 세부 항목을 열었다.[혈액 및 조직 검체 7점.]그 아래 항목은 비공개 처리돼 있었다.세부 코드만 확인할 수 있었다.혈액 4점.조직 3점.채취 시각은 모두 하겸의 사망 보고 시각 전이었다.가장 이른 것은 28분 전.가장 늦은 것은 11분 전.채취 장소는 태강재단병원 7층 처치실로 기록돼 있었다.채취 담당자와 진료 목적은 비어 있었다.대신 비고란에 같은 문장이 반복됐다.[본인 동의서 추후 첨부.]검체부터 채취한 뒤 동의서를 나중에 붙인 기록이었다.기록만으로 실제 보관물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다만 하겸에게서 유래했다고 등록된 물질이일 년 반 동안 제네바에서 관리됐다는 사실은 남아 있었다.“스위스 연구소에 바로 연락할 수 있어요?”“연락은 할 수 있지만, 우리가 직접 압수나 폐기를 명령할 권한은 없습니다.”현지 기관에 대한 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국내 서버의 원본 기록부터 확보해야 했다.검찰은 제네바 연구소와 현지 보관 업체에 긴급 보존 요청을 전달했다.그러나 현지 기관의 강제 명령이 아니어서, 접수만으로 폐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국내에서 확보할 수 있는 것은 태강 본사의 감사 자료였다.이록이 전용기 운항 승인서 뒷장을 펼쳤다.“제네바 연구소는 독립 법인처럼 보이지만 서버 운영은 태강바이오가 맡고 있어.국내 본사에 감사용 복제본이 남아.”“접근 권한 있어요?”“열람 권한만. 수정은 못 해.”“그대로 보여줘요. 화면과 접속 시각을 수사관 앞에서 기록하고요.”이록은 회사 단말기를 경찰에게 먼저 건넸다.수사관이 화면을 녹화하는 가운데 감사 서버에 접속했다.OHG 항목에는 지금까지 4번의 열람 기록이 있었다.첫 번째는 반입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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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소각로 앞의 혈액

하겸의 첫 번째 혈액 검체가 소각로 앞에 도착했다.[OHG-B01 / 폐기실 입고 완료.][소각 장비 예열 12%.]도겸은 제네바 현지 시각과 폐기 작업 번호를 다시 확인했다.“보존 요청은 접수됐지만 강제력이 없습니다.”“현지 수사기관은요?”“검찰이 긴급 통보했습니다. 출동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화면을 지켜보며 모든 변화를 기록하는 것뿐이었다.이록이 태강 내부 규정을 검색했다.“법적 분쟁이 통보된 검체는 폐기 전에 준법 확인을 받아야 해.”“누가 확인하죠?”“제네바 연구소 준법책임자. 그런데 승인란이 이미 채워져 있어.”[준법 확인 계정 BWM-01.]백문우에게 연결된 계정 하나가 반출 동의와 보관, 폐기 승인까지 모두 통과시켰다.실제 사용자가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그러나 내부 견제 절차가 같은 계정으로 무력화된 기록은 남았다.소각 장비 예열이 31%로 올라갔다.두 번째 검체도 이동을 시작했다.[OHG-B02 / 폐기실 이송 중.]“현지 연구소에 직접 전화하겠습니다.”수사관이 통역을 연결한 뒤 보관 책임자와 통화했다.상대는 폐기 중단을 거부했다.“본사 승인과 대상자 동의가 모두 확인됐다고 합니다.”“대상자는 동의서 생성 전에 사망했어요.”도겸이 사망 보고 시각과 전자서명 시각을 전달했다.“두 문서를 함께 보존하라고 하세요.지금 폐기하면 사망자의 동의 여부를 확인할 실물까지 없어집니다.”통역이 말을 옮겼지만 답은 같았다.현지 기관의 명령이 없으면 예정대로 처리한다.[소각 장비 예열 54%.]“당신이 직접 전화해도 달라지지 않아.”“알아요.”“그런데 왜 번호를 찾고 있어.”“하겸이 마지막으로 전화했던 번호가 스위스였어요.그 사람이 아직 연구소에 있을 수도 있으니까.”하겸의 통화 내역에 남은 번호는 제네바 연구소의 이전 대표번호와 일치했다.현재 번호로 변경되기 전 사용했다는 기록도 연구소 법인 자료에 남아 있었다.하지만 확인하지 않고 카운트다운만 볼 수는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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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회장실에 없던 접속자

회장실 단말기는 우리가 도착하기 96초 전에 접속을 끊었다.[TG-41-01 / 원격 세션 종료.]수사관은 본사 41층 출입을 통제했다.원격으로 증거가 삭제될 가능성이 있어 단말기 보존 절차가 먼저 진행됐다.이록은 회장실 출입카드를 수사관에게 건넸다.“저도 들어가면 안 됩니까?”“내부 관계자는 수색이 끝날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셔야 합니다.”“알겠습니다.”아버지의 방 앞에서 이록은 직접 문을 열지 않았다.대신 자신의 출입 권한을 경찰에게 넘겼다.디지털 포렌식 담당자가 먼저 들어갔다.책상 위 단말기 전원은 켜져 있었다.OHG-B03 검사 요약 화면도 그대로였다.담당자는 화면과 시스템 시각, 연결 장치들을 촬영한 뒤 네트워크를 차단했다.회장실 내부에는 아무도 없었다.원격 접속에는 비밀번호 외에 하드웨어 인증 장치가 사용됐다.[인증 토큰 KTG-T02.]토큰의 등록 보관 장소는 회장실 벽면 금고였다.수사관이 금고를 촬영한 뒤 회사 보안 담당자에게 개방하게 했다.토큰 보관함은 비어 있었다.반출 기록도 없었다.마지막 재고 확인자는 권태겸의 비서실장이었다.재고 확인 서명이 실제 작성자의 것인지는 감정이 필요했다.“아버지 계정에, 아버지 방 토큰이야.”이록이 잠긴 금고를 바라봤다.“그래도 아버지라고 단정하지 말아요.”“만약 아버지라면?”“그때도 당신 죄는 아니에요. 대신 확인하는 일에서는 빠지지 마요.”출입 기록상 마지막 입실자는 권태겸이었다.시각은 전날 오후 6시 12분.그 뒤로 등록된 출입은 없었다.“그럼 회장이 원격으로 접속한 겁니까?”“아직 모릅니다.”도겸은 화면에서 확인된 범위만 말했다.“출입카드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이나 원격 사용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회장실 CCTV는 오후 6시 30분부터 같은 장면을 반복하고 있었다.창밖의 구름이 14초마다 같은 모양으로 돌아왔다.누군가 과거 영상을 재생해 빈 방처럼 보이게 만든 정황이었다.반복 영상 파일의 생성 시각은 오늘 새벽 0시 6분.문예라의 가짜 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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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6분 안의 구조

예라를 실은 엘리베이터가 6층을 통과했다.[산모 분리 완료까지 05:42.]수사관이 병원 현장팀과 통화를 연결했다.“엘리베이터를 바로 멈추면 안 됩니다. 임산부가 이동 침대에 누워 있습니다.”병원 시설 담당자가 운행 정보를 확인했다.직원용 3호기.현재 5층과 4층 사이.목적지는 지하 2층.“가장 가까운 층으로 문을 열 수 있습니까?”“소방 운전 모드로 전환하면 지하 1층에서 회수할 수 있습니다.”“전환하세요. 경찰이 먼저 배치된 뒤에요.”현장팀 두 명이 지하 1층 승강기 앞을 막았다.다른 팀은 지하 2층 검체 이송실과 화물 통로를 통제했다.지하 주차장에서는 제복과 휴대전화,무전기를 빼앗기고 결박된 진짜 경찰관 두 명이 발견됐다.의식은 있었지만 약물 투여와 부상 여부는 검사해야 했다.경찰관 한 명은 본청 감찰팀을 사칭한 남자들에게신분 확인을 요구하던 중 공격받았다고 진술했다.공격자와의 동일성은 영상 분석과 대면 확인이 필요했다.주차장 CCTV는 공격 전후 7분이 삭제돼 있었다.병원 보안실 공용 계정이 사용됐고 원본과 접속 기록은 보존됐다.[산모 분리 완료까지 04:51.]엘리베이터가 2층을 지났다.시설 담당자가 소방 운전 전환키를 돌렸다.화면의 목적지가 바뀌었다.[B2 → B1 강제 회수.]그 순간 직원용 3호기 내부 비상 통화가 연결됐다.남자가 시설 담당자에게 말했다.“경찰 이송 중입니다. 조작을 중지하세요.”“담당 경찰관 성명과 소속을 말하세요.”대답이 없었다.대신 엘리베이터 안에서 예라의 비명이 들렸다.“배가 아파요!”현장팀이 문 양옆으로 자리를 잡았다.외부 산부인과 전문의와 응급팀도 뒤에서 대기했다.엘리베이터가 지하 1층에 멈췄다.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내부에서 누군가 도어 잠금 장치를 유지하고 있었다.시설 담당자가 수동 개방 절차에 들어갔다.[산모 분리 완료까지 03:18.]나는 끊어진 예라의 전화에 다시 걸었다.열두 번째 신호에서 통화가 연결됐다.아무도 말하지 않았다.대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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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빈 엘리베이터의 주인

지하 2층에서 올라온 서비스 엘리베이터에는 아무도 없었다.경찰이 지하 1층에서 강제로 문을 열었다.회색 운반 카트 한 대가 중앙에 놓여 있었다.카트 아래에서는 병원 내부망 케이블에 연결된 소형 단말기가 작동하고 있었다.[목적지 P-07 동기화 완료.][비상 출입 권한 전송 중.]폭발물 위험이 없는지 확인한 뒤 포렌식 담당자가 장치와 연결 상태를 촬영했다.케이블을 바로 뽑지는 않았다.남아 있는 통신 기록을 보존하면서 병원 전산실에서 해당 포트만 외부망과 분리했다.그 순간 P-07 출입 기록이 바뀌었다.[보호병동 P-07 원격 개방.]수사관이 무전으로 지시했다.“P-07 진입 금지. 산모는 현재 위치에서 보호하세요.”예라는 아직 지하 1층 응급처치실에 있었다.전문의가 이동 전 검사를 먼저 하겠다고 결정한 덕분이었다.경찰이 병실 주변을 통제했고 예라의 팔찌에서는 위치 전송 기능이 해제됐다.신원 확인은 의료진과 수사관이 함께 대면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사모님, 또 방이 바뀌어요?”“이번엔 전산에 새 방을 등록하지 않을 거예요.”“그럼 저 사람들은 어떻게 찾아와요?”“찾아오게 두고 누가 길을 열어주는지 볼 거예요.”예라는 잠시 침묵했다.“나를 미끼로 쓰겠다는 말처럼 들리는데요.”“당신이 동의하지 않으면 안 해요. 안전한 이동이 먼저예요.”“그 말부터 하는 사람은 사모님밖에 없네요.”예라는 경찰과 의료진이 동행하는 조건으로 병원 안에 남겠다고 했다.동의 내용은 녹음되고 진료기록에도 남았다.P-07에는 산모도 의료진도 없었다.침대 위에는 새 환자복과 산소 마스크, 사용하지 않은 억제대가 놓여 있었다.벽면 모니터에는 환자 이름 대신 임시 인계 번호가 떠 있었다.[MYR-P01 도착 대기.][도착 후 B2 이송 승인.]P-07은 예라를 다시 지하 2층으로 내리기 위한 중간 지점으로 사용하려 한 정황이었다.누가 승인했는지는 화면만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침대 옆 수액 봉투에는 다른 이름이 붙어 있었다.[환자 강미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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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후계자의 종료 조건

43층 기록보관실 문을 연 사람은 권태겸이 아니었다.회장 비서실장이 KTG-01 카드를 들고 서 있었다.이록과 나는 수사관보다 먼저 계단을 올라왔다.비서실장은 기록보관실 안으로 한 발을 들인 상태였다.라희는 잠금장치 옆 벽에 붙어 휴대전화를 쥐고 있었다.“카드 내려놓으세요.”뒤따라온 수사관이 신분을 고지했다.비서실장은 카드를 바닥에 놓았다.“회장님 지시로 권 이사를 모시러 왔습니다.”“직접 전달받았습니까?”“비서실 업무 지시였습니다.”권태겸이 실제로 지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수사관은 두 사람을 분리하고 43층 출입 기록과 복도 영상을 보존했다.KTG-01 카드의 사용 경위도 별도로 확인하기로 했다.다만 라희가 구조를 요청한 통화와 강제 개방 정황은 진술과 영상으로 남았다.“다친 데 없어?”이록이 라희 앞을 막아섰다.“오빠가 그런 것도 물어보네.”“지금 농담할 때야?”“농담 아니야. 처음 들어봐서 그래.”라희는 내 쪽을 보았다.“온사율 씨에게 먼저 설명할게요. 오빠는 내 말을 안 믿을 테니까.”“저도 증거가 없으면 믿지 않아요.”“그래서 여기로 온 거예요.”기록보관실 안쪽 캐비닛에는 낡은 녹음기와 저장 장치 세 개가 들어 있었다.라희는 열아홉 살 때부터 집과 본사에서 들은 대화를 녹음했다고 말했다.목록에는 날짜와 장소가 적힌 파일이 217개 있었다.회장 서재, 가족 식사실, 본사 차량, 병원장실.라희는 원본을 집에 두면 가장 먼저 사라질 것 같아폐기 예정 문서 사이에 복제본을 숨겼다고 했다.오늘 KRL-04가 병원에서 다시 인증되자 임원 보안 앱으로 알림이 왔다.수사팀이 카드 소유자를 조회한 순간에도 확인 알림이 한 번 더 전송됐다.라희가 우리가 카드를 찾았다는 사실을 알았던 이유였다.수사관은 카드 조회가 소유자에게 통보되는 구조를 기록하고 추가 알림을 차단하게 했다.원본 여부와 편집 흔적, 녹음된 인물은 감정이 필요했다.“병원 단말기에 왜 당신 카드를 넣었죠?”“삭제되기 전 접속 기록을 복사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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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태어나지 않은 권선재

[후계자 상태 종료까지 09:41.]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이록의 자리를 빼앗기 시작했다.“화면부터 보존하세요.”수사관이 포렌식 담당자에게 지시했다.출산 지시 화면과 시스템 시각, 접속 세션이 순서대로 촬영됐다.병원 현장팀에서는 예라의 상태를 다시 확인했다.의식이 있었고 출산은 시작되지 않았다.담당 전문의는 현재 시각까지 분만 사실이 없다는 확인서를 작성했다.그 문서도 수사 기록에 즉시 첨부됐다.예라는 보호된 영상 통화 앞에서 자신의 이름과 시각을 직접 말했다.“문예라. 0시 12분. 아직 아이를 낳지 않았습니다.”담당 전문의가 같은 화면에서 임신이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했다.영상은 정식 감정이나 진료기록을 대신할 수 없지만,그 시각의 상태를 보존하는 자료가 됐다.“사모님, 저 사람들은 애를 낳지도 않은 나를 벌써 산모에서 지웠어요?”“전산 기록만 먼저 움직인 거예요.”“하겸 씨도 죽기 전에 보고서부터 준비됐잖아요.”예라는 카메라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이번에는 내가 살아 있는 얼굴도 같이 남겨요.”나는 영상 보존이 끝날 때까지 통화를 끊지 않았다.[후계자 상태 종료까지 08:56.]도겸이 신탁 전환 조건을 열었다.출생 확인.현 후계자 상태 종료.신탁 의결권 대리인 승인.세 조건 중 첫 번째와 세 번째가 이미 완료돼 있었다.[출생 확인 승인 계정 BMW-01.][의결권 대리 승인 계정 KTG-02.]백문우와 권태겸 명의의 계정이었다.실제 사용자가 누구인지는 접속 장소와 인증 기록을 더 확인해야 했다.KTG-T02는 경찰이 봉인했지만 앞서 열린 세션이 종료되지 않은 상태였다.“토큰을 끊으면 됩니까?”“기록부터 복제한 뒤 세션을 차단해야 합니다.바로 끊으면 남은 작업 내역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포렌식 담당자가 활성 세션을 복제 서버에 기록했다.그동안 숫자는 계속 줄었다.[07:32.]이록에게는 현 후계자 명의로 전환에 이의를 제기할 권한이 있었다.하지만 이의 신청에는 얼굴 인증과 지문, 개인 인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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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봉인된 토큰의 재접속

[사망 보고서 자동 생성까지 19:41.]이록의 이름으로 등록된 보호 해제는 경찰의 보호 명령까지 없애지 못했다.병원 전산상의 보호 상태와 수사기관의 신변 보호는 별개였다.현장 수사관은 예라를 이동시키지 말고 모든 병원 지시를 자신에게 확인하도록 했다.병실 출입 장치도 전산망에서 분리됐다.문은 현장 경찰과 담당 전문의가 가진 수동키로만 열 수 있었다.“예라 씨는 안전합니까?”“현재 보호 인력과 함께 있습니다. 병원 전산 지시로는 이동시키지 않겠습니다.”그 답을 녹음하고 나서야 나는 이록의 승인 기록을 다시 봤다.[승인자 KIR.]이록이 신탁 이의 신청에 사용한 인증값과 보호 해제에 붙은 인증값은 같았다.그러나 두 작업의 발생 시각 차이는 0.3초였다.사람이 서로 다른 화면에서 직접 승인하기 어려운 간격이었다.같은 인증 세션이 자동으로 재사용됐을 가능성이 있었다.포렌식 담당자는 두 요청의 원본 로그와 전자서명값을 보존했다.“내 지문으로 예라 씨를 내보내려 했다는 거군.”“그렇게 기록한 겁니다. 실제로 승인했다는 뜻은 아닙니다.”도겸은 이록이 승인하지 않았다는 진술도 정확한 시각과 함께 남겼다.태강 서버에 저장된 이록의 생체 인증은 즉시 사용 중지 요청됐다.앞으로 이록 명의의 추가 지시는 수기 확인과 대면 절차 없이는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사망 보고서 자동 생성까지 16:22.]“보고서 생성도 지금 막을까요?”포렌식 담당자의 질문에 나는 병원 화면을 확인했다.생성 경로를 차단하면 수신처와 후속 명령을 찾기 어려울 수 있었다.하지만 예라의 동의 없이 그녀의 사망 문서를 미끼로 둘 수는 없었다.나는 보호 회선으로 예라에게 상황을 설명했다.“보고서가 만들어져도 법적 사망이 확정되는 건 아니에요.그래도 당신 이름이 들어간 문서예요. 중단을 원하면 지금 멈출게요.”“그걸 받는 사람이 누군지 볼 수 있어요?”“가능성은 있어요. 확실하진 않아요.”“그럼 만들게 둬요.”“예라 씨.”“나를 밖으로 내보내지만 않으면 돼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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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사고 후 48분

백문우가 내려간 지하 4층에는 엘리베이터 호출 버튼이 없었다.B2의 회장 전용 이송기는 아래에서 잠겼다.시설 담당자는 존재하지 않는 층이라며 제어 권한이 없다고 답했다.경찰은 이송기를 억지로 움직이지 않았다.안에 사람이 있거나 승강로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대신 안치실 보관장 뒤 구조를 확인했다.열화상 장비에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 형태가 잡혔다.방화문 안쪽에는 별도의 비상계단이 숨겨져 있었다.소방 구조대가 문과 잠금장치를 촬영한 뒤 수동으로 개방했다.“민간인은 내려오시면 안 됩니다.”현장 수사관이 이록과 내 진입을 막았다.우리는 본사 42층에서 현장팀 보디캠 영상을 공유받았다.별도 팀이 병원 밖의 확인된 출구를 막았고,진입팀은 B4의 상태를 보존하며 수색하기로 했다.계단 벽에는 층수 표시가 없었다.지하 3층 출입문은 용접돼 있었다.지하 4층 문에는 병원 명칭 대신 코드만 적혀 있었다.[TK-RC.]경찰이 신분을 고지한 뒤 문을 열었다.안쪽은 폐쇄 병동과 비슷한 구조였다.복도 양옆에 여덟 개의 병실과 처치실, 기록실이 있었다.출입문은 모두 바깥에서 잠글 수 있게 설치돼 있었다.정식 병동 번호와 의료기관 표시는 보이지 않았다.전력과 환기 장치는 병원 본관이 아니라 장례시설 설비 계정에 연결돼 있었다.병원 전산망이 끊겨도 별도 운영이 가능한 구조였다.출입대장에는 환자 이름 대신 S-01부터 S-17까지의 코드만 반복됐다.이곳이 임시로 숨긴 공간이 아니라 장기간 운영된 시설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이었다.현장팀은 공간 전체를 촬영하고 방마다 안전 여부를 확인했다.첫 번째 병실은 비어 있었다.침대 위 억제대에는 최근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주름이 남아 있었다.두 번째 병실에서는 폐기 전 환자 팔찌가 발견됐다.[강미정.]서로 다른 생년월일이 덧씌워진 팔찌가 일곱 개였다.앞서 확인한 일곱 번의 수정 이력과 숫자가 같았다.같은 사람들의 것인지는 환자 자료와 대조해야 했다.기록실 단말기는 전원이 켜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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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사망 시각 이후의 호흡

—언니, 나 아직 살아 있어.하겸의 목소리는 사고 발생 뒤 36분이 지난 시각에 녹음돼 있었다.나는 재생을 멈추지 않았다.포렌식 담당자는 원본 파일을 복제하고 해시값과 복구 과정을 기록했다.음성 속 인물의 신원과 편집 여부는 별도 감정이 필요했다.그러나 파일 생성 시각과 B4 입실 기록은 일치했다.하겸이 비상 호출기에 대고 말했다.—제 이름은 온하겸입니다. 교통사고가 났지만 의식 있습니다. 언니에게 전화하게 해주세요.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응급실로 올려야 합니다. 혈압도 떨어지고 있어요.남자가 대답했다.—정식 환자가 아닙니다. 차트 만들지 마세요.라희가 음성을 듣고 말했다.“백문우예요.”그 판단만으로 화자를 확정할 수는 없었다.권태겸과 백문우의 기존 녹음 파일도 함께 감정하기로 했다.[00:19:08.]—휴대전화 잠금 풀어.—싫어요.—네가 찍은 사진이 어디로 갔는지만 확인하면 치료받게 해주지.—치료할 사람이 환자 기록부터 지워요?하겸은 자신이 배아 보관 자료와 출산 지시서를 촬영했다고 말했다.휴대전화에서 원본을 지워도 이미 한 부를 보냈다는 말도 남겼다.수신자가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았다.[00:26:17.]병실 밖에서 다급한 보고가 들렸다.—권이록 사장이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사고 환자를 찾고 있습니다.—응급실에는 들어온 환자가 없다고 해.—직접 확인하겠답니다.—보안팀 불러서 내보내.하겸이 침대에서 몸을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형부가 왔어요? 나 여기 있다고 말해주세요.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잠시 뒤 하겸이 다시 호출기를 눌렀다.—권이록 씨가 나를 찾으러 왔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내가 없다고 거짓말하고 있어요.이록은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같은 건물 안에 있었어.”“당신이 못 찾은 게 아니에요. 저 사람들이 숨긴 거예요.”“한 층만 알았어도...”“그 말은 나중에 해요. 지금은 하겸이 남긴 순서부터 끝까지 들어요.”이록은 더 말하지 않고 재생 시간표를 기록했다.“정지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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