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완벽한 쇼윈도 부부의 은밀한 이중생활 : Chapter 31 - Chapter 40

217 Chapters

제32화. 간호사 유란의 증언

하겸이 죽던 밤, 백문우는 사람보다 봉투를 먼저 회수하라고 했다.“오늘 제가 사라지면, 백문우 원장부터 찾으세요.”강변 성당 앞.간호사 유란은 인사도 없이 휴대폰 전원을 끄고 배터리까지 분리했다.도겸과 이록은 건너편 차 안에서 주변을 지켜보고 있었다.“병원에서 연락하면 안 됐습니까?”“7층 직원 전화는 원장실에서 봐요.”유란이 코트 안에서 낡은 근무표를 꺼냈다.1년 전 3월 11일.하겸이 죽던 날의 야간 근무표였다.원래 근무자는 3명.오후 8시 40분, 원장실 지시로 2명이 갑자기 빠졌다.7층에는 유란만 남았다.“밤 10시쯤 하겸 씨가 왔어요.”하겸은 생식의학센터 표식이 붙은 갈색 봉투를 가슴에 안고 있었다.유란을 보자마자 달려와 물었다.“온사율이라는 이름을 아느냐고 했어요.”“뭐라고 답했죠?”“대답 못 했어요.”“왜요?”“S-01은 이름으로 부르면 안 되는 기록이었으니까.”“하겸은 뭐라고 했습니까?”유란의 목소리가 떨렸다.“언니의 아이가 여기 있다고 했어요.”그 말의 진위는 아직 확인할 수 없었다.다만 하겸이 죽기 전부터 S-01과 나를 연결해 추적했다는 정황은 됐다.“그다음은요?”“엘리베이터가 열렸어요.”검은 양복의 남자가 내렸다.하겸은 그를 보자 비상계단으로 뛰었다.남자는 바로 쫓지 않았다.먼저 복도 끝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그곳에는 백문우가 서 있었다.공식 퇴근 시각은 오후 7시 10분.하지만 밤 10시에도 그는 7층에 있었다.“원장이 하겸을 기다린 겁니까?”“아니요.”유란이 고개를 저었다.“봉투를 기다렸어요.”“어떻게 압니까?”“백 원장이 그 남자한테 말했어요.”유란은 그날 들은 문장을 그대로 옮겼다.“사람은 놓쳐도 된다.”“서류는 안 된다.”성당 종이 울렸다.하겸은 사람이었고, 봉투는 증거였다.태강은 무엇을 살릴지 이미 정해두었다.“봉투 안을 봤습니까?”“아니요. 하겸 씨가 뛰다가 종이 한 장을 떨어뜨렸어요.”“S-01 이동 승인서였어요.”“수혜자 이름도 봤어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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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선택은 이미 끝나 있었다

파일 소거까지 60초.“이름부터 살려요.”내 말이 떨어지자 도겸이 복원 순서를 바꿨다.태강재단병원 전산실에서 들어온 삭제 명령이 하겸의 클라우드를 덮고 있었다.복원율 97%수혜자 칸은 깨진 글자 세 칸으로 남아 있었다.[연계 시술 예정 / 수혜자: □□□.]“접속자를 추적하면 복원이 늦어집니다.”“추적은 버려요.”“백문우일 수도 있어요.”“하겸이 확인한 이름이 먼저예요.”동생의 마지막 목소리보다 이름을 먼저 고르는 일이 목을 조였다.하지만 둘 다 잡으려다 다시 전부 잃을 수는 없었다.화면이 흔들렸다.첫 글자가 살아났다.문.두 번째 글자.예.[수혜자: 문예□.]“강제 소거까지 32초.”도겸의 키보드 소리가 빨라졌다.마지막 글자가 깨졌다가 돌아왔다.[연계 시술 예정 / 수혜자: 문예라.]짐작이 기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촬영 시각은 1년 전 3월 11일 밤 9시 54분.내가 대리모 후보를 찾기 시작하기 전이었다.이록이 후보 검토 파일을 열었다.생성일 6월 2일.영상보다 83일 뒤.세 후보의 자료는 같은 날 만들어졌지만,예라의 신원조회 원본만 3개월 먼저 서버에 올라가 있었다.작성 계정은 태강 비서실.“우리가 고른 게 아니었군.”“적어도 수혜자가 먼저 정해졌다는 정황은 확실해요.”나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예라의 빚.정리된 신원.우연처럼 열린 접근 경로.어디까지 조작됐는지는 더 확인해야 했다.그러나 선택의 순서는 이미 뒤집혀 있었다.태강은 예라를 먼저 정했다.그 뒤 내가 고른 것처럼 후보 명단을 만들었다.도겸이 파일 속성도 띄웠다.후보 검토서 표지에는 3월 작성이라고 적혀 있었지만실제 생성 시각은 6월 2일 오전 4시 18분이었다.세 사람의 서명 이미지도 같은 스캐너에서 11분 간격으로 등록돼 있었다.예라가 직접 제출한 후보 서류라는 설명과 맞지 않았다.“날짜를 앞당겨 붙였네요.”“예라가 우연히 후보가 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영상 본문 재생합니다.”남은 시간 19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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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죽기 전에 열린 사망진단서

하겸의 사망진단서는, 하겸이 죽기 3분 전에 만들어졌다.생성 시각 밤 10시 44분.공식 사망 시각 밤 10시 47분.도겸이 병원 서버 기록을 확대했다.“단순히 빈 서식을 연 게 아닙니다.”임시 저장본에는 이미 두 항목이 입력돼 있었다.[사망 원인: 외상성 쇼크.][사망 장소: 응급실 도착 전.]하겸의 응급실 접수번호가 생성되기도 전이었다.누군가는 그 애가 어떤 상태로 병원에 올지 알고 있었다.그 시작은 사고 지점 300미터 전 편의점 CCTV였다.밤 10시 35분.하겸의 소형차가 화면을 지나갔다.4초 뒤, 전조등을 끈 검은 세단이 같은 방향으로 따라붙었다.번호판에는 진흙이 묻어 있었다.그러나 앞 범퍼 왼쪽의 크롬 몰딩에는 사선으로 긴 흠집이 남아 있었다.태강 법인차량 정비 사진과 대조하자 같은 흠집을 가진 차량이 한 대 나왔다.권태겸 회장 전용 의전차량 2호.사고 6일 뒤 범퍼 전체가 교체됐다.정비 사유는 주차 중 접촉.결제 방식은 현금.그날 밤 10시부터 자정까지의 운행기록만 비어 있었다.하루가 아니라 정확히 2시간이었다.“운전기사는요?”“최영복. 사고 한 달 뒤 퇴사했고 현재 베트남 체류 중입니다.”아내와 아들은 국내에 남아 있었다.아들은 태강재단병원에서 희귀질환 치료를 받고 있었다.월 치료비 800만 원.수납자는 태강 총무팀이었다.“가족을 버리고 도망간 게 아니네요.”“가족을 남겨둬야 치료비가 계속 나오는 구조입니다.”최영복의 아내는 세 번째 방문에야 문을 열었다.“남편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요.”인사보다 부정이 먼저였다.“저도 남편분이 하겸을 들이받았다고 단정하지 않습니다.”“그럼 왜 왔어요?”“누가 남편분에게 하겸의 뒤를 막으라고 했는지 확인하려고요.”그녀는 한참 뒤 서랍에서 오래된 휴대폰을 꺼냈다.“남편이 버리지 말라고 했어요.”“이게 언젠가 우리 아이를 살릴 거라고.”휴대폰에는 사고 당일 저장된 차량 음성 백업 파일이 있었다.엔진 소음 뒤로 무전기 잡음이 흘렀다.“대상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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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한미라의 서명

한미라가 내민 각서에는, 내가 아직 묻지도 않은 단어가 적혀 있었다.[의료 및 출생 관련 정보의 영구 비공개.]“이 집에서 나가라.”그녀가 블루블랙 만년필을 각서 위에 내려놓았다.“서명하면 위자료 문제는 더 묻지 않으마.”나는 펜을 잡지 않았다.대신 각서를 그녀 쪽으로 돌려놓았다.“발행인 확인이 없네요.”“내가 직접 가져왔는데 무슨 확인이 더 필요하니?”“나중에 비서가 임의로 만든 문서라고 하실 수도 있으니까요.”한미라가 각서를 도로 집으려 했다.나는 손끝으로 하단의 빈칸을 눌렀다.“회수하시려면 여기 사유와 성함을 적으세요.”문서 회수 확인란이었다.그녀는 짜증스럽게 한 줄을 썼다.[당사자 서명 거부로 회수.]한미라.나는 잉크가 마르기 전에 투명 파일을 덮었다.“뭐 하는 짓이니?”“최신 필적 표본을 확보했어요.”그녀의 손이 멎었다.탁자 위에 의전차량 2호 수리비 승인서와최영복 아들의 치료비 지급서를 올렸다.두 문서의 승인 코드는 HM-01.하겸이 죽은 다음 날 오전 8시 12분과 8시 19분에 결재됐다.“하나는 사고 차량의 범퍼를 바꾼 돈이고,하나는 운전기사 가족에게 처음 지급된 치료비예요.”“비서실 업무를 결재했을 뿐이다.”“둘 다 긴급 보안 지출입니다.”나는 승인서 상단을 짚었다.“이 양식은 승인자가 지출 사유를 직접 확인해야 쓸 수 있죠.”한미라의 눈이 서류 날짜에 멈췄다.“차량 수리와 아이 수술이 왜 같은 보안 사유였습니까?”“억측이구나.”“맞아요. 아직은 정황이에요.”나는 혼전 검사 의뢰서를 그 위에 놓았다.보호자 서명란.한미라.“그래서 이것도 확인하려고요.”“병원에서 가족 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성인 여성의 건강검진에 시어머니 동의가 필요하다는 규정은 없어요.”“결혼 전 검사였으니까 예외였겠지.”“누가 예외라고 했죠?”한미라는 대답하지 않았다.나는 방문 간호 기록을 펼쳤다.[난포 반응 양호.][채취 예정일 확인.]연락처에는 한미라 비서실 번호가 적혀 있었다.“영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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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사망한 태아의 심박수

문예라가 살아 있다고 말하기도 전에,태강은 그녀의 아이에게 폐기 번호를 붙였다.[임신 32주 자연유산.][태아 조직 인계 예정.]진단서 발급 시각은 구급차가 독립병원을 빠져나간 지 47초 뒤였다.“차량 잡혔습니다.”도겸의 목소리가 차 안 스피커로 울렸다.태강 구급차는 강변북로에서 김포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전자 전원 동의서에는 문예라의 서명이 찍혀 있었다.하지만 서명 시각, 예라는 수면검사실에 있었고 휴대폰은 변호사가 보관 중이었다.“사전 거부서도 경찰에 보냈어요?”“전송했습니다.”전날 예라가 직접 작성한 문서였다.[태강재단 및 관계자의 이송과 투약에 동의하지 않는다.]먼저 작성된 명시적 거부.그 뒤 7층 단말기에서 생성된 전원 동의.두 문서가 정면으로 충돌했다.앞쪽 교차로에서 순찰차가 구급차를 갓길로 유도했다.태강 차량은 멈추는 척하다 차선을 바꿨다.다른 순찰차가 앞을 막고 나서야 급정거했다.우리가 도착했을 때 태강 의료진은 서류부터 내밀었다.“응급 전원입니다. 산모가 극도로 불안정합니다.”“본인이 동의했습니까?”“전자서명이 있습니다.”나는 예라의 사전 거부서 원본을 경찰에게 건넸다.“이 문서가 하루 먼저 작성됐습니다.”그때 구급차 안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경찰이 뒷문을 열었다.예라는 들것에 고정돼 있었다.손목에는 밴드가 감겨 있었고, 팔에는 수액관이 꽂혀 있었다.의료진 한 명이 주사기를 수액관에 가져가고 있었다.“무슨 약입니까?”“산모 안정을 위한 진정제입니다.”“동의받았어요?”대답이 없었다.예라가 눈을 겨우 떴다.주사기가 수액관에 닿기 직전, 그녀가 팔을 비틀었다.주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태강…… 안 가.”경찰의 바디캠이 그녀를 향했다.“본인 의사로 이송을 거부합니까?”예라는 숨을 몰아쉬었다.“내가 서명한 거 아니에요.”그리고 배를 감쌌다.“이 아이도…… 살아 있어요.”그 한마디가 유산 진단서보다 먼저 현장을 장악했다.경찰이 태강 의료진을 분리했다.독립병원 구급대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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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첫 번째 아이의 흔적

별장 인큐베이터는 비어 있었다.그런데 안쪽 온도는 36.4도였다.신생아의 마지막 심박 기록은 우리가 도착하기 2분 전에 끊겼다.[TK-S00-A.][심박수 146회.][산소포화도 97%.]“아이를 옮긴 겁니다.”도겸이 후문 출입 영상을 멈췄다.흰색 승합차 한 대가 별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번호판은 적외선 반사 필름으로 가려져 있었다.경찰과 아동보호전담팀이 지하 시설을 봉쇄했다.분만대.산소 공급기.신생아 소생 장비.인큐베이터 두 대.2호기에는 TK-S01-B라는 라벨이 붙어 있었다.문예라의 아이를 받을 예정이던 자리였다.1호기는 비어 있었다.하지만 매트에는 작은 몸이 눌렸던 자국이 남아 있었다.피부 센서 선은 가위로 잘려 있었고,옆 탁자에는 절반쯤 비운 분유병이 놓여 있었다.젖꼭지는 아직 젖어 있었다.“실제 신생아가 머물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전담관이 말했다.가능성.아이를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그 이상 단정할 수 없었다.그래도 시험 가동 장비에 분유를 먹인 기록까지 남기지는 않는다.도겸이 장비 로그를 복사했다.[금일 수유량 30ml.][체중 2.84kg.][제대 소독 완료.]마지막 입력 계정은 BMW-01.백문우의 원장 계정이었다.최종 승인 코드는 HM-01.한미라의 코드였다.“두 사람이 우리가 들어오기 직전까지 접속했습니다.”“삭제된 이송 기록부터 살려요.”회색 항목 하나가 복구됐다.[출발지: H-OB.][경유지: 별장 N-1.][복귀지: H-OB-R1.]H-OB가 해원산부인과를 뜻하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했다.하지만 백문우가 매주 드나드는 폐업 병원과 코드가 겹쳤다.“별장은 출산 장소가 아니었어요.”내가 말했다.“아이를 잠깐 숨기는 중간 지점이었어요.”이록이 폐기물 통에서 비닐 포장 하나를 꺼냈다.신생아 선별검사용 발뒤꿈치 채혈 카드였다.검붉은 혈액이 원 안에 말라 있었다.[검체 코드: TK-S00-A.][산모: 미기재.][출생 장소: H-OB.]출생 시각과 이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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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0%의 후계자

권태겸의 아들이 아닌 남자에게,태강은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라고 했다.[친자 관계 성립 확률: 0.00%.]이록은 결과지를 오래 내려다봤다.손은 움직이지 않았다.“검체는 확실해요?”“내 건 혈액.”“권태겸은요?”“서재 빗에 남은 모근.”같은 검체를 두 기관에 보냈고, 결과는 같았다.0%다만 채취 과정에 제3자 입회가 없었다.법정에서 확정하려면 권태겸의 공식 검체로 재검해야 했다.“언제부터 의심했어요?”“해원산부인과 기록을 봤을 때.”이록의 출생증명서는 있었다.하지만 한미라의 입원 기록은 없었다.분만실 사용 내역도, 신생아실 기록도 없었다.남은 것은 출생 다음 날 작성된 문서 한 장뿐이었다.[후계자 등록 승인.]승인자 권태겸.“아들을 낳았다는 기록은 없는데, 후계자를 받았다는 기록만 있네요.”“그 사람한테 필요한 건 아들이 아니었겠지.”“자기 뜻대로 움직일 이름이었을 거야.”나는 해외 신탁 원문을 다시 열었다.승계 조건은 권태겸의 생물학적 손자가 아니었다.[태강가의 적법한 직계 후계자로 등록된 자.]피가 아니라 등록이었다.그래서 태강은 TK-S00-A와 문예라의 아이를 이록의 이름 아래 묶으려 했다.두 아이의 유전적 출처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하지만 아버지란에 권이록을 넣을 준비를 했다는 정황은 분명했다.이록이 권태겸의 친아들이어서가 아니었다.35년 동안 법적으로 유지된 후계자였기 때문이다.“권태겸이 이 결과를 알고 있을까요?”“몰라.”이록은 단정하지 않았다.“알고 있었다면 처음부터 나를 만든 거고.”그가 결과지를 접었다.“몰랐다면 지금 가장 두려운 비밀이 되겠지.”어느 쪽이든 공개 시점이 중요했다.지금 터뜨리면 권태겸은 이록을 후계 구도에서 잘라낼 수 있었다.그 순간 두 아이의 기록을 다른 이름 아래 옮길 가능성도 있었다.사라진 TK-S00-A를 더 깊이 숨길 수도 있었다.“당분간 공개하지 마요.”“아이들이 먼저라서?”“당신은 자기 이름을 되찾을 수 있어요.”나는 결과지를 받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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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첫 번째 출고

원본 장부는 내 몸에서 사라진 난자보다 먼저, 태강이 감춘 첫 번째 출생을 가리켰다.도겸은 장부를 투명 증거 봉투에서 꺼내지 않았다.봉인 번호와 촬영 시각부터 영상으로 남겼다.“지금부터 접촉자와 열람 사유 전부 기록합니다.”5년 전 3월 22일.[검체번호 S-01.][생물학적 제공자(F): 온사율.][생물학적 제공자(M): 권이록.][수정 완료.][동결 배아 수량: 2.]담당자 백문우.승인자 권태겸.잉크로 적힌 두 사람의 이름이 같은 줄에 있었다.그 기록만으로 문예라의 아이가 우리 배아에서 시작됐다고 확정할 수는 없었다.장부의 작성 시기와 필적을 감정해야 했고,아이가 태어난 뒤 독립 유전자 검사도 필요했다.하지만 내 동의 없이 난자가 채취되고,수정 배아로 보관됐다는 정황은 종이 원본에 남았다.“동의서 번호가 없습니다.”도겸이 확대 촬영본을 띄웠다.옆 검체들은 전부 동의서 번호가 적혀 있었다.S-01 칸만 종이 표면이 얇게 벗겨져 있었다.“지운 겁니까?”“화학 약품으로 잉크를 빼낸 흔적이 있습니다.”적외선 촬영을 겹치자 숫자 일부가 떠올랐다.발급일은 내 혼전 검진 다음 날.서명자는 알아볼 수 없었다.“원본은 바로 증거보전 신청에 넣어요.”“지질 연대와 잉크 감정도 동시에 진행하겠습니다.”“유란 씨 이름은 확보 경로에서 빼주세요.”“상대가 증거 능력을 공격할 겁니다.”“증거는 법정에서 다투면 돼요.”나는 장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증인은 살아 있어야 다툴 수 있고요.”다음 기록은 10개월 전이었다.[해동 승인.][반출 목적지: H-OB.][반출 수량: 1.][사유: 후계 절차.]승인란에는 권태겸의 서명이 있었다.잔여 수량은 1.상태는 보관 유지.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문이 열렸다.문예라가 들어왔다.그녀는 장부보다 내 얼굴부터 봤다.“찾았다면서요.”“배아 보관 대장 원본으로 추정되는 문서예요.”“그래서 확실해졌어요?”예라의 손이 배 위로 올라갔다.“이 아이가 사모님 아이라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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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후계자 발표식

권태겸은 아이의 얼굴보다 지분 7%를 먼저 세상에 내놓았다.[태강가 새 생명 축복연.]초대장에는 이름도 사진도 없었다.대신 신탁 발효 시각과 1차 수익자라는 문구가 금박으로 찍혀 있었다.도겸이 확보한 내부 결재본에는 행사의 진짜 목적이 적혀 있었다.[1차 후계자 실재의 대외 공표.][직계 후계 신탁 발효 요건 충족.]축복은 초대장에만 있었다.태강의 문서 속에서 아이는 자산이었다.문예라는 독립 병원 보호실에 있었다.첫 번째 아이는 위치조차 확인되지 않았다.그런데 권태겸은 두 아이의 순번부터 발표하려 했다.나는 검은 정장을 입고 호텔로 갔다.무대 중앙에는 빈 요람이 놓여 있었다.대형 화면에는 권이록의 이름 아래 두 갈래 선이 뻗어 있었다.[1차 후계자: 출생 완료.][2차 후계자: 출산 예정.]산모의 이름은 없었다.아이의 이름도 없었다.권태겸이 단상에 올랐다.“태강은 오늘 새로운 직계 후계자의 탄생을 공식적으로 알립니다.”박수가 터졌다.“첫 번째 아이는 건강상의 이유로 공개하지 않습니다.적법한 절차를 거쳐 권이록의 장남으로 등록되며,태강 신탁의 1차 수익자가 될 것입니다.”나는 휴대폰 녹화를 켰다.아이의 존재.권이록을 아버지로 등록할 계획.신탁 수익자 지정.권태겸은 수백 명 앞에서 세 가지를 직접 인정했다.“현재 임신 중인 두 번째 아이는 대체 수익자로 지정됩니다.”객석에서 다시 박수가 나왔다.태강에게 아이는 첫 번째가 사라지면 두 번째가 대신하는 승계 장치였다.권라희가 내 옆에 앉았다.그녀는 잔 아래로 접힌 결재 사본을 밀었다.“잠시 뒤 실재 확인 영상을 튼대요.”“영상 원본은요?”“백 원장이 직접 가져왔어요. 홍보팀에도 송출 파일만 줬고요.”조명이 꺼졌다.화면에 흰 담요와 작은 손이 나타났다.발목 띠의 코드는 흐리게 처리돼 있었다.그 아래 심박수와 산소포화도가 표시됐다.145회.98퍼센트.객석에서는 탄성이 흘렀다.하지만 작은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녹화 영상일 가능성이 높았다.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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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죽어야 완성되는 어머니

인큐베이터 배터리가 1%로 떨어진 순간, 납골함 뒤 벽이 열렸다.선산 관리동 수색을 시작한 지 4분째였다.가장 오래된 납골함 12개가 레일을 따라옆으로 밀리자 차가운 공기와 경고음이 쏟아졌다.산소포화도 91%심박수 158회.좁은 통로 끝에 이동형 인큐베이터가 있었다.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전원 케이블을 뽑은 채 뒷문으로 향하고 있었다.“멈추세요.”남자는 도망치려 했지만 경찰이 출구를 막았다.구급대원이 즉시 외부 전원과 산소를 연결했다.“체온 35.7도. 산소 반응 올라옵니다.”투명 덮개 안에서 작은 가슴이 빠르게 움직였다.발목 띠에는 이름 대신 TK-S00-A가 적혀 있었다.이 아이가 S-01에서 시작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누가 임신했고, 누가 낳았는지도 알 수 없었다.확실한 것은 하나뿐이었다.살아 있었다.산소포화도가 94%로 올랐다.다시 96%그제야 이록이 꽉 쥔 손을 폈다.“독립 병원으로 이송합니다.”아동보호전담관이 말했다.“검체 채취와 신원 확인은 법원 허가와 보호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습니다.”“산모부터 찾아주세요.”내가 말했다.“유전자보다 먼저 이 아이를 낳은 사람이 어디 있는지 확인해야 해요.”붙잡힌 남자는 태강 7층에서 근무했던 의료기사였다.그의 업무용 단말기에는 세 단계의 명령이 남아 있었다.[신생아 이관.][출생통보 자료 생성.][후견 절차 개시.]아이를 옮긴 뒤, 서류로 부모를 정하고, 마지막에 보호자를 바꾸는 순서였다.이록이 처치대 아래 잠긴 서랍을 열었다.안에는 신생아 용품 대신 문서 봉투가 들어 있었다.[TK-S00-A 출생 등록 세트.]출생확인서.부친 인지 동의서.신탁 수익자 신청서.부친란에는 권이록의 이름과 위조된 전자서명이 있었다.모친란은 보안 라벨로 덮여 있었다.도겸이 증거 촬영을 마친 뒤 라벨을 떼었다.온사율.내 이름이었다.“나는 임신한 적이 없어요.”“그래서 입원 기록이 필요 없는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도겸이 출생확인서 특이사항을 읽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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