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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보스의 순정: Chapter 121 - Chapter 130

155 Chapters

121

전투에서 적들을 물리치고 금의환향하는 개선 장군같은 얼굴로, 세 박스나 되는 복숭아를 안고 도혁이 왔다.“진짜 복숭아예요?”도혁의 전담 쇼퍼가 있는 백화점에는 복숭아가 없어 압구정동으로 간다고 했다. 그 곳 백화점 지하 식품관은 유명하니까. 특히 과일은 국제적이었다.거기에 있으려나 기대하기가 무섭게 다시 차를 돌렸다고 했다.삼성동에는 복숭아가 있다는 확인을 받았으니까 사서 갈테니 기다리라고.낱개 포장된 두 세개 정도 생각했으나 도혁은 무려 세 박스나 안고 왔다.“조혜은 실장 애써줬어. 일단 먹자.”도혁은 저녁도 제쳐 놓은 채 복숭아를 정성들여 씻었다. 기다리는 세나에게 1분이라도 빨리 먹여 주고 싶어 마음이 급했다. 큼지막한 손에 어울리지 않는 과도를 잡고 씻은 복숭아를 잘라 접시에 예쁘게 담았다.복숭아의 단내가 화악 올라 왔다.“자, 빨리 먹어 보자.”닦아도 물기가 남은 손에 접시를 들고 소파에 앉았다.포크로 하나를 찍어 세나의 입에 넣어 주었다.“어때?”딱딱하지도 않고 무르지도 않은 단단한 식감의 복숭아가 세나의 입 안 가득 달콤한 향을 퍼트렸다.“맛있어요, 너무.”이 복숭아를 구하려고 차를 이리저리 돌린 도혁을 상상하면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포크를 쥐고 있는 도혁의 손위에 세나가 제 손을 올려 힘주어 한 조각을 더 찍어 올렸다.“진짜 너무 달아요.”도혁의 입에 복숭아가 들어 갔다.익을대로 익어 달달한 향이 금세 입안에 가득했다.“많이 먹어. 다 먹으면 또 사 올게.”세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연신 복숭아를 입에서 오물거렸다.하나의 포크로 사이 좋게 한 조각씩 서로의 입에 넣어 주었다.“이렇게라도 먹고 싶은 게 있어서 좋다. 아무 것도 못 먹고 누워 있을 때는 오빠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모르지?”“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도혁의 어깨에 기대오는 세나에게서 달콤한 향이 났다.복숭아는 눈 깜짝할 새 사라졌다.“더 먹을래?”“아니요. 배 불러요. 소화가 좀 되면 저녁 차릴게요.”“아니야. 하지마. 나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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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혁이 지시하는 내용을 태블릿 PC에 적어 내려가던 태오는 생각했다.어떤 놈인지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다른 이도 아닌 태원의 차도혁을 속이려 했다니. 감히.유출자는 아마 …처분은 도혁이 알아서 하겠지.태오는 찾아 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민석과 도혁이 나가고 임원 회의에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 나는데 세나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항상 전화를 하기 전에 통화가 괜찮은지 먼저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세나의 습관이었다.“어머님이 과일을 보내 주셨는데 너무 많아요.”당황한 세나가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상상되는 말투였다.“뒀다 먹어.”“진짜 너무 많아요. 잠깐만요…”통화중에 세나가 사진을 보내왔다.현관을 가득 채운 과일 상자들. 도혁은 어머니다운 행동에 웃음이 났다.“입덧하는 며느리가 걱정이 되셨나 보네.”“저걸 언제 다 먹어요?”“사용인들이 다 알아서 할 거야. 당장 먹을 것들만 알려 줘.”아침 9시가 되자마자 벨이 울리고 이어서 올라온 것들은 과일 상자들이었다.어제 도혁이 사 온 복숭아도 겨우 세 개 먹었을 뿐인데.이러다 먹는 속도보다 상하거나 물러서 버리는 속도가 더 빠를까 싶어 도혁에게 도움을 청했다.하지만, 도혁은 다 알아서 하니 아무 신경쓰지 말고 맛있게 먹으라는 말과 잘 받았다는 전화는 어머니에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만 했다.감사 인사 역시 도혁이 알아서 한다며. 그래도 그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시어머니 서애리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머님, 식사하셨어요?”“그럼, 먹었지. 차 한잔 하는 중이다. 며느리, 몸은 좀 어때?”“입덧이 있긴 한데 견딜만 해요.”“아유, 그 놈의 입덧. 왜 임신과 입덧은 무슨 공식같니. 입덧만 없었어도 내가 차회장 동생 하나 정도는 더 낳았을 건데.”그 말에 세나가 긴장을 풀고 웃었다.“괴롭지. 먹어도 괴롭고 먹지 않아도 괴롭고. 그나마 과일은 조금 먹는다길래 보내 봤다. 골고루 먹어 보고 특히 자주 먹어지는 과일은 나한테 말하렴. 더 보내 줄거니까.”“신경 써 주셔서 감사해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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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의 불호령에 보안실장을 선두로 직원들이 부리나케 뛰어 올라 왔다.“내보내요.”정다정의 우는 소리는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한 번만 도와 주면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숫자 일이 싫어질 지경이었다.보안 직원들을 보자 정다정은 도혁의 책상에 매달렸다.“아르떼가 쓰러지면 연쇄적으로 이 업계가 쓰러진다구요! 그걸 원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업계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아르떼의 부도만은 막아 주세요!”듣자듣자 하니까.도혁이 책상에서 일어나 정다정의 앞으로 걸어 나왔다.“정다정씨. 남해의 토지를 내가 사라고 했나? 레저 단지 개발 계획서를 내가 제출했나? 정다정씨 본인이 저지른 일이잖아. 그런데 왜! 여기와서 나한테 도와 달라 마라야! ”“내가 죽게 생겼다구요,흑흑흑.”정다정은 보안실과 비서실 직원들이 보는 가운데 울음을 터트렸다.“정다정씨가 죽든 말든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지금 우리 보안 직원들과 조용히 나갈 건지, 경찰한테 끌려 나갈 건지 결정해요. 지금 보안 직원들과 나가지 않으면 강실장! 경찰에 신고하세요!”실로 오랜만에 들어 보는 대장 늑대의 포효였다. 집무실에서 이 광경을 지켜 보던 직원들의 목이 저절로 움츠러 졌다.“가시죠. 업무 방해로 신고하기 전에.”보안 실장의 말이 끝나자 검정 양복을 입은 여자 직원이 정다정의 팔을 낚아 챘다.거의 끌려 나가다 시피했다.정다정이 나가자 비서실에서 얼른 얼음을 띄운 물을 가져와 도혁에게 건넸다.“로비 데스크에 연락해서 정다정 출입 금지 시키고, 호텔과 카지노에는 블랙 리스트로 올리라고 해!”아빠가 될 거니까 좋은 생각만 하고 좋은 말만 하며 지내야 하는데 정다정때문에 기운이 더렵혀 졌다.“집에 들어가기 전에 소금이라도 뿌려야 하나.”불쾌감에 씩씩거리며 넥타이를 잡아 늘였다. 그리고는 태오를 호출했다.“네, 회장님.”“아르떼가 사 들인 남해 토지. 근저당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확인 좀 해 봐. 부도라는거 보니까 대출 상환이 안 되고 있는 것 같은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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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복숭아 사드린 값 치고는 제가 너무 과하게 돌려 받는 것 같습니다.”“사람 하나 살린 값 치고는 약소합니다. 그 날 우리 아내가 복숭아를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봤다면 그 말이 쏙 들어갈 겁니다.”담당하고 있는 VIP들의 결제 금액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 조혜은의 입장에서는 몇 십배를 돌려 받은 셈이었다.“앞으로 올 일이 자주 생길 것 같습니다.”“네,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도혁과 세나는 조혜은의 배웅을 받으며 쇼핑을 마쳤다.“우리 복키가 쓸 거는 입덧이 좀 가라 앉으면 오자. 한 두번에 끝날 건 아니니까.”그렇다기엔 이미 복키 용품들은 적지 않았다.덩치가 큰 유모차나 침대같은 것들은 아직 비교중이라 선택을 하지 못 했을 뿐.“저녁은 먹고 들어 가자. 뭐 먹고 싶어?”“음…뭘 먹을까요. 오빠도 저도 둘 다 잘 먹을 수 있는 거면 좋겠어요.”비슷한 반응을 보일 때도,전혀 다른 음식에 손이 갈 때도 있어 쉽지 않은 고민이었다.냄새가 덜 하고, 국물이 없고, 조용하고…도혁의 머리에 한 가지가 떠올랐다.세나도 도혁도 만족시킬만한 메뉴와 분위기.“가자.”도혁과 세나를 태운 차가 태원 호텔 입구에 정차했다.퇴근을 한 회장님이 기사도 없이 직접 운전을 해서 등장하자 무슨 일인가 싶은 도어맨이 도혁의 차 앞에 섰다.이 시간에 도혁의 등장에 관해 지시 받은바가 전혀 없었다.“아내와 식사하러 온 겁니다.”운전석에서 내리며 수트 재킷의 단추를 채운 도혁이 차 앞을 돌아 문이 열린 보조석으로 왔다.도어맨이 문을 열고 도혁이 손을 내밀었다.덩치가 큰 SUV라 혹여나 세나가 내릴 때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단정한 원피스를 입은 세나가 내리자 도어맨이 정중하게 인사했다. 세나도 깍듯하게 인사를 받았다.“호텔에서 저녁 먹어요?”“2층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면 우리 둘 다 식사를 잘 마칠수 있을 것 같아서.”도혁이 추천하는 거니까 실패할 일은 없었다.로비에서 마주 치는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2층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입장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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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실컷 놀라고 1박으로 예약한 것도 맞고 미혼인 친구들이 거기에서 자도 상관없었다.다만 세나는 집으로 돌아 와야 했다.하지만 싫으면 그러지 않겠다며 미리 한 수 접고 들어 오는 바람에 도혁은 진퇴양난에 빠졌다.남자를 좋아한다고 걱정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신경쓰이는 그 놈, 세준이 거슬리는게 가장 큰 이유였다.취향이 뭐가 됐든 남자는 남자니까.여기서 안 된다고 하기도, 자고 오라고 큰소리 쳐 놓고 불안에 떨기에도, 모두 속이 쪼잔한 남편의 모습이었다."자고 오고 싶어?""오랜만에 만나기도 하고...앞으로 아기 있으면 이런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요."통 크게 호텔 스위트룸을 예약해 주고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그렇게 하고 싶으면 해."내키지 않지만 허락을 했다."네에? 진짜요?""응, 진짜요."세나가 도혁의 목에 매달렸다."고마워요, 진짜. 세준이는 놀다가 집에 간다고 했어요."뭘 불안해 하는지 알고 있는 세나의 말에 도혁이 웃었다."혹시나 응급상황 생길까봐 걱정되서 그런 거지 다른 뜻은 없어."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주말에는 커피를 많이 마셔 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도혁이 사 준 임부복을 입은 세나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지하 주차장에서 스위트룸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였다.친구들이 조금 일찍 도착했다며 먼저 체크인을 하겠다는 말에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그래서 세나는 주차장에서 바로 스위트룸으로 향했다.작은 여행용 가방은 경호원이 들고 세나의 뒤를 따랐다.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친구들은 이모가 되는 거냐며 꺄르륵 거리다 입덧이 가라 앉기만 기다리고 있었다."감사해요."여행 가방을 넘겨 받은 세나가 스위트룸의 벨을 눌렀다.출입문으로 우다다 소리가 들리더니 가은이 문을 열어 주었다."왔어? 뭐야. 임신했다더니 더 예뻐졌잖아. 얼굴에서 광이 나는데?"칭찬을 질투섞인 말로 포장하는 것은 가은의 특징이었다. 거실로 들어 가려는 세나를 친구들이 제지하며 일단 가방을 받았다."일단 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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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혁의 손을 끌어와 조금 부풀어 오른 제 배위에 올렸다.“오늘 처음으로 복키가 신호를 보냈어요.”“응? 복키가?”“태동이 있었어요. 잘 있다고 알리는 것 같이.”세나의 배는 어떤 미동도 없이 잠잠했다.“아무 느낌이 없는데?”“아이 참. 쉴새 없이 움직이지는 않아요. 사실 저도 궁금해요.”이 작은 배 안에서 아이가 움직였다는 말이 그저 신비롭기만 했다.“복키의 첫 태동인데 아빠도 느껴야 할 거 같아서, 그래서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얼굴이 예쁜 세나는 말까지 예쁘게 하는 재주가 있다.아빠, 엄마라 불리어질 두 사람의 첫 아기.그 아기가 보내는 인사.새벽 시간이라 그런지 모든 게 감성적이었다. 문득 도혁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격하게.가슴 한 쪽이 뻐근해 왔다.“아빠한테 인사시키려고?”“네. 어쩌면 기념할 만한 날이잖아요. 복키의 첫 태동.”도혁이 배에 올린 손을 걷어 세나의 손을 잡았다.“감동이다.”“오빠 말 들을걸 그랬어요.”“무슨 말?”“사실 제가 오늘 친구들이랑 같이 자고 온다는 거 별로 내키지 않았죠?”도혁은 맛있는 걸 훔쳐 먹다 걸린 아이처럼 얼굴이 빨개졌다.“무슨 소리. 아니야. 오빠는 그렇게 속 좁은 놈이 아니란다.”“그런 셈으로 칠게요.”눈치 하나는 빠르다.집으로 돌아 가는 새벽길이 하나도 피곤하지 않고 행복했다.아마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차 안의 공기만 바깥과 달랐을지도 모르겠다.잠이 들 때까지 잠잠했던 복키는 도혁이 일어날 무렵, 아빠에게 인사했다.“어?”손바닥안에서 무언가가 톡톡하는 기운에 도혁이 눈을 떴다. 세나의 등에 가슴을 붙이고 뒤에서 안은 채로 잠을 청했다. 언제 일어나 활동할 지 모르는 복키를 느끼고 싶어서.일찍 일어나는 것을 보니 도혁은 제 핏줄이긴 하구나 싶어 웃음이 나왔다.큰 손을 활짝 펴서 배 전체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엄마와 다른 손길을 복키도 느낄까.“으응…일어 나셨어요?”“내가 깨웠나 보네. 복키가 먼저 일어 나서 아빠를 깨우길래 일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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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를 막 끝내고 집무실로 돌아 왔을 때였다.태오가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 왔다.“판결 결과 들어 왔어. 징역 3년이야.”오늘이 진영의 첫 공판이라고 했다.참관하겠냐는 법무팀장의 물음에 굳이, 라고 답했다.오늘을 시작으로 앞으로 소송이 이어질 건데 그 때마다 참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예상대로네.”성폭력 처벌법 위반과 업무방해, 형사고소의 결과였다.이걸로 끝낼 생각은 아니었다. 손해 배상을 포함한 민사 소송의 결과가 나오면 명예훼손 소송이 시작될 것이었다.“항소여부는?”“아직 알려진 바 없는데 할 것 같다.”30을 갓 넘긴 젊은 여자에게 3년이라는 옥살이는 길게 느껴질 터였다.그래서, 진영이라면 항소를 필히 할 것이라 생각했다.“홍보팀장 불러 올려.”태오가 즉시 도혁의 집무실을 나가 홍보팀장을 호출했다.“부르셨습니까.”“앉아요.”홍보팀장을 수첩을 꺼내 도혁의 지시 사항을 메모할 준비를 했다.“오늘 신진영씨가 징역 3년을 받았다고 합니다.항소여부는 알 수 없는데 아마 할 것 같습니다.”“아, 그렇군요.”“기사를 하나 작성해 놓으세요. 신진영씨가 왜 조사를 받았고 판결은 어떻게 되었는지. 그리고 남은 소송은 무엇인지까지.”“매체로 송부합니까.”“기사는 먼저 써 놓고 대기하고 있다가 신진영측에서 항소한다는 말이 나오면 바로 기사 내세요.”“매체는 어디로 생각하고 계십니까.”진영이 항소한다면 기사로 압박을 넣을 생각이었다.“매체는 어디든 좋습니다. 신문사도 좋고 인터넷 언론도 괜찮아요.”“네, 바로 작업하겠습니다.”세나의 유산에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가 진영이라는 사실을 도혁은 잊지 않았다.그래서 진영을 용서할 수 없었다.그간은 친구인 재영때문에 흐린 눈을 하고 모든 것을 넘겼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응징만 남았다.다음 날 오후가 되어 진영이 항소를 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마자 기사가 터졌다.홍보팀이 쓴 초고를 기자가 다듬어 낸 기사는 완벽했다.죽은 오빠를 대신해 후원을 해 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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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주했던 진영이 잡혀온 후 한 동안 떠들썩 했던 도혁과 재영에 관한 기사들.분명 내부에서만 공유했던 매각측 부채에 관한 숫자가 기사에 정확하게 나왔던 것을 도혁은 기억했다.내부자 소행이라고 확신하고 유출자를 비밀리에 찾아 나섰다.“강릉 건 인수때 내부 자료 유출된 정황이 발견됐다.”태오였다.중요한 연락이라 늦은 시간임에도 연락을 했다고.“유출된 정황을 찾았으니 유출자도 금방 찾아낼 수 있겠군.”“우리 내부자료 입수한 곳도 확인하고 있으니까 역으로 올라 가면 금방이야.”“그렇지.”태오는 내일 이 건에 대해서 보고를 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늘 그래왔듯 태오는 업무에 관한 통화가 늦게 이루어지면 꼭 그와 관련된 파일을 메일로 보냈다.이번에도 어김없이 메일이 도착해 있는 것을 확인했다.유출자를 찾아 내기만 하면 그 길로 그 놈은 끝장이다.도혁은 태블릿 PC를 챙겨 침실로 돌아 갔다.“회사에 무슨 일이 생겼어요?”“일은 아니고. 뭘 알아보라 지시한 게 있는데 그걸 찾아 냈다는 전화였어.”“그 뭘,이 굉장히 중요한 건가 봐요. 이 시간에 전호가 오는 걸 보면.”도혁은 굉장히 간단하게, 두 개 정도의 문장으로 상황을 압축했다.“그 숫자를 다 기억해요?”“기억해야지. 중요한 거니까.”일에 있어서는 철두철미하고 그에 관련된 사람들에게는 냉정한 사람이 도혁이었다.조금전까지 옆에 누워 복키에게 다정하게 굿나잇 인사를 했던 사람도 도혁이었다.태블릿 PC를 보는 눈빛은 날카롭지만 세나의 배를 쓰다듬는 손길은 다정했다.“침대가 불편하면 서재에 가서 일 하세요.”“아니. 메일 확인만 하면 되서 금방 끝나.”세나는 제 배를 쓰다듬는 도혁과 한 번씩 눈이 마주치다 어느새 스르륵 잠이 들었다.*****업무전 회의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서 시작되었다.밤늦게 보고를 받아 도혁도, 민석도 상황은 인지하고 있었다.내부에만, 그것도 일부에게만 공개된 비밀문서가 유출이 되었다는 건 공개 문서 모두가 유출되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었다.누가, 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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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떼가 매입한 토지 중 급매로 나온 부분은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이었다.어차피 레저단지를 목적으로 매매가 이루어진 것이라 급매로 내놓았지만 문의조차 이루어 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었다.값이 가장 많이 오른만큼 빨리 팔릴 것이라는 기대는 헛된 것이었다.정다정은 뭘 해서라도 대출 상환을 해야 했다. 이미 사정하고 사정해서 2개월이라는 유예기간을 받았지만 그 2개월의 끝도 다가 오고 있었다.내린 가격이 손해라는 것을 알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대출 이자상환이 아닌 대출금 상환이라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마련해야 했다.관계사의 명의까지 끌어 온 터라 상환을 하지 못 하면 도미노처럼 줄줄이 쓰러지게 되어 있었다.인수에 실패한 정다정은 도혁이 인수한 호텔 맞은편에 아르떼의 이름을 건 호텔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문제는 자금이었다.당장의 대출 상환도 발등에 떨어진 불인데 추가 대출은 엄청난 무리수였다. 그리고 더 이상의 대출실행 역시 불가능했다.잠시 접어 두었던 차도혁에 대한 분노가 돈때문에 이리저리 치일대마다 다시 스물스물 피어 올랐다.투자자들을 찾아 다니며 거절을 당할 때마다 더 그랬다.도혁은 남해로 사람을 내려 보냈다. 내려 가서 할 일은 호텔 주변의 토지 동향을 확인하는 것.혹시나 매입하려는 자가 있으면 파악하는 것.도혁은 제 값을 주고 살 마음이 없었다.자금줄이 막히면 가격을 더 낮추거나 또 다른 토지가 나올 상황을 낚으려는 목적이었다.그 동안 머릿속에서만 구상하던 것들을 조금 더 구체화 해 보기로 했다.*****세나의 배가 조금씩 불러 왔다. 그만큼 뱃 속의 복키가 커 간다는 증거였다.개월 수가 차 갈수록 살도 찐다는데 세나는 배만 나와 보였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도혁은 제 시간에 퇴근을 해 하루 종일 복키를 품고 힘들었을 세나를 케어했다.먼저 세나의 몸은 괜찮은지 확인하고 복키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넸다.“복키가 아빠 목소리 아는가 봐요. 막 움직여요.”배에 가만히 손을 올리자 신난 복키의 움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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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애리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로 외출 금지를 당한 채 감시를 받던 때가 있었다. 집에만 갇혀 만나지 못 하는 그리움을 눈물로 보낼 때 도혁의 아버지 차무진은 이틀에 한 번 꼴로 서애리의 방 창문을 노크했다.눈물이 절절한 편지와 함께 서애리가 좋아하던 오렌지 주스나 바나나 우유를 사 와 손에 쥐어 주고는 돌아 갔다.담장 아래에서 밤이 되기를 기다려 몰래 담을 넘어 왔던 차무진.건달이었지만 서애리를 향한 마음만은 한결같았다.그 변함없는 사랑에 서애리의 아버지가 백기를 든 것은 당연했다.“오래오래 행복하게 해 주겠다더니 뭐가 급하다고 그렇게 빨리 갔을까. 나는 여기 두고.”추모 공원을 찾을 때마다 서애리가 하는 말, 그만큼 그리워한다는 뜻이었다.세나의 마음도 찡했다. 추모 공원에 도착해 차무진의 봉안당 앞에 나란히 섰다.유리 안에서 놓여진 두 사람의 결혼 사진과 증명사진을 서애리가 손가락으로 더듬었다.“나는 이렇게 나이 들었는데 당신은 그대로네요.”서애리가 백에서 손수건을 꺼냈다.“우리 도혁이 결혼하고 잘 살고 있는 거도 보고 있죠? 당신, 곧 할아버지 돼요. 예쁜 며느리가 손주도 안겨 줄 거예요. 당신이 봤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말은 없지만 도혁도 울고 싶지 않을까.세나는 도혁의 손을 잡았다.“우리 며느리 순산하게 당신이 잘 지켜봐 줘요. 여보, 도혁아빠…차무진씨…보고 싶어요.”서애리의 말끝이 살짝 떨렸다.세나도 눈끝이 따가워 괜히 눈에 힘을 주었다. 그 모습을 눈치 챈 도혁이 세나의 손을 더 꽉 잡았다.“얘, 도혁아. 아버지한테 인사드리고 이제 그만 돌아 가자.”서애리가 손수건으로 눈끝을 누르며 돌아 섰다.“아버지 손주 낳으면 같이 한 번 오겠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뱃 속에 복키가 있어서 그런지 유독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옆에 계셨으면 첫 눈에 반한 여자가 있다고 연애 상담도 했을 것이고, 좀처럼 마음을 주지 않는 여자의 마음을 얻는 방법도 물었을 것이다.한 해 한 해 지날 수록 그리움이 짙어 갔다.세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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