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형에게 안기면 의 모든 챕터: 챕터 41 - 챕터 50

85 챕터

41화. 네 이름으로 쓴 자백

“네 이름이 네 것이라는 증거부터 내놓으렴.”오혜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사 23개가 동시에 올라왔다.6년 전 영상 속 하진은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내용을 확인했고 동의합니까?”“네. 확인했고 동의합니다.”화면 아래에는 윤하진, 원고 권리 양도 인정이라는 자막이 붙었다.댓글 창이 순식간에 뒤집혔다.하진은 통화를 끊지 않았다.“원본을 공개하세요.”“지금 보고 있잖니.”“당신이 잘라 붙인 장면 말고요.”“잘라 붙였다는 것도 네가 증명해야지.”전화가 끊겼다.이재가 송출을 중단하려 하자 하진이 손을 뻗었다.“끄지 마.”“지금은 네가 무슨 말을 해도 해명으로 보여.”“그래서 해명이 아니라 증거를 찾을 거야.”하진은 영상을 처음부터 다시 틀었다.뒤편 책장에 태겸의 작업실에서 쓰던 달력이 걸려 있었다.영상 오른쪽 아래에는 잘린 문서 제목의 윗부분이 남아 있었다.보조 인력 작업비 정산.“이건 저작권 계약이 아니에요.”하진이 오래된 메일함을 열었다.같은 날짜에 태겸이 보낸 메일 제목도 보조 인력 작업비 정산 확인이었다.첨부 계약서에는 저작권이나 원고 양도에 관한 문장이 없었다.지급액은 기사에 적힌 합의금의 20분의 1이었다.이재가 6년 전 정산서와 3년 전 양도서를 겹쳤다.두 서명의 마지막 획과 잉크 번짐이 정확히 포개졌다.종이 가장자리에서 잘린 흔적까지 같았다.“두 번 쓴 게 아니야.”이재가 화면을 확대했다.“정산서 서명을 복사해서 양도서에 붙였어.”기자 한 명이 카메라 밖에서 물었다.“계좌는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설명하지 않겠습니다.”하진이 휴대폰을 들었다.“명의 도용으로 신고하고 기록으로 확인할 겁니다.”그는 은행 사고 신고 번호에 전화를 걸어 계좌 개설 자료와 접속 기록의 보존을 요청했다.상담원은 상세 내역은 영업점 본인 확인과 수사기관의 요청이 필요하다고 안내했다.하진은 접수 번호를 받아 적은 뒤 카메라를 향해 종이를 들어 보였다.“이제부터 제 기억이 아니라 남아 있는 기록으로 말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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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두 사람의 이름을 훔친 자

영상 속 하진이 울고 있었다.“강서우가 제 휴대폰을 빼앗았습니다. 밖으로 나가면 죽이겠다고 했습니다.”얼굴도 목소리도 하진이었다.영상 오른쪽 아래에는 10분 전 시각이 찍혀 있었다.같은 시각 실제 하진은 7만 명이 보는 생방송에서 은행 사고 신고 번호를 읽고 있었다.이재가 두 화면을 나란히 띄웠다.“고소장은 접수됐지만 아직 담당 배정 전이야. 그런데 전자서명과 본인 진술 영상까지 붙어 있어.”하진은 카메라를 끄지 않았다.“저는 강서우를 고소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보고 있는 영상과 접수 기록을 그대로 보존해 주세요.”서우가 화면 밖에서 물었다.“네 옆으로 가도 되나?”“들어와요. 숨어 있으면 저 영상이 진짜가 되니까.”서우는 하진이 가리킨 자리에서 멈췄다.이재가 접속 기록을 불러왔다.하진의 공식 계정 비밀번호 재설정, 고소장 접수,본사 임시 출입증 발급에 같은 전자서명 인증서가 사용돼 있었다.인증서 발급을 보조한 내부 계정은 차유경의 것이었다.“계정만으로 차유경이 직접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하진이 대답했다.“그럼 사람을 확인해.”본사 복도 영상이 도착했다.윤하진 명의의 임시 출입증으로 대표실에 들어간 사람은 차유경이었다.모자를 벗은 얼굴이 카메라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서우가 보안팀에 연락하려 하자 하진이 먼저 말했다.“직원부터 빼고 경찰에 영상 넘겨요. 문을 부수다 원본부터 없애게 하지 말고.”서우는 그대로 지시했다.그 순간 하진의 공식 계정에서 생방송이 시작됐다.차유경은 서우의 개인 금고 앞에 앉아 있었다.“윤하진 씨, 본인 계정으로 본인을 보니까 기분이 어때요?”“내 이름에서 나가요.”“이름은 지키는 사람이 주인이에요.”차유경은 금고에서 계약서 두 장을 꺼냈다.첫 번째는 3년 전 원고 권리 양도서였다.두 번째 제목은 전속 집필 및 장래 저작물 이용 계약이었다.계약 기간은 10년이었다.양도인은 윤하진, 대리인은 차유경, 수익 귀속자는 강태겸으로 적혀 있었다.서우가 문서를 확대했다.“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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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카메라 안의 공범

화면 속 서우가 하진의 목을 움켜쥐었다.실제 서우는 하진에게서 두 걸음 떨어져 있었다.“윤하진의 글도 윤하진도 내 것입니다.”주 송출이 끊기자 작업실에 있던 기자 23명이 동시에 휴대폰을 들었다.각자의 계정에서 생방송이 켜졌다.하진은 가장 가까운 카메라를 향했다.“편집하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남겨 주세요.”이재가 가짜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멈췄다.서우의 입이 움직이기 직전 배경 시계의 초침이 두 칸 건너뛰었다.하진의 목을 잡은 손 아래에는 그림자가 없었다.한 문장 안에는 오늘 작업실의 냉방기 소리와 3년 전 회의실의 문 닫히는 소리가 함께 섞여 있었다.“합성 영상이야.”하진이 물었다.“내 얼굴은 어디서 가져왔어?”“오늘 생방송과 6년 전 정산 영상이야.”서우의 목소리는 2년 전 지분 인터뷰와 3년 전 출판사 회의 영상에서 잘려 있었다.실제로 했던 말들이 하지 않은 자백으로 이어져 있었다.그때 본사 대표실 화면이 흔들렸다.경찰과 보안팀이 금고 앞에 있던 차유경을 확보했다.계약서와 저장 장치는 현장에서 봉인됐다.차유경은 끌려가기 직전 카메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서류와 출입증은 내가 만들었어요.”하진이 기자의 휴대폰을 받아 물었다.“그 영상도 당신이 만들었어요?”“아니.”“누가 줬어요?”차유경이 작업실 화면을 보며 웃었다.“거기 있는 사람.”본사 송출이 끊겼다.작업실 안의 카메라가 서로를 향했다.서우가 출입문 쪽으로 움직이자 하진이 말했다.“문 잠그지 마요.”“공범이 나가면?”“사람을 가두는 순간 저 고소 영상이 힘을 얻어요.”서우는 문에서 물러났다.“나가고 싶은 사람은 나가도 됩니다.”하진이 기자들을 둘러봤다.“대신 장비는 두고 가세요.”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조명운에게서 권리 분쟁 신고가 접수됐다는 보고가 이어졌다.계약 효력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플랫폼 6곳과출판사 12곳은 검토가 끝날 때까지 신규 연재와 정산을 보류할 수 있었다.서우가 말했다.“내 이름을 권리자에서 먼저 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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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강서우를 죽이는 법

“강서우 씨, 이제 윤하진을 살리려면 당신이 죽어야 합니다.”화면에 10분짜리 숫자가 떠올랐다.하진은 서우보다 먼저 휴대폰을 집었다.“죽는다는 게 무슨 뜻이죠?”“사람이 아니라 신원을 없애겠다는 뜻입니다.”이재가 가짜 기자의 기기를 격리망에 연결했다.화면 아래의 82퍼센트 옆에서 세부 항목이 열렸다.신분증, 전자서명, 법인 인증서, 계좌 권한, 음성, 얼굴, 행동 기록.“학습률이 아니야.”이재가 말했다.“강서우라는 신원을 다른 사람에게 옮긴 진행률이야.”가려진 인물이 문장 하나를 띄웠다.[ 윤하진의 장래 저작물은 강서우에게 귀속되며, 나는 이를 자발적으로 인정합니다. ]“직접 읽으세요.”서우가 입을 열려 하자 하진이 손으로 막았다.“읽지 마요.”“네 계정을 돌려준다면?”“저 문장이 마지막 음성 인증이에요.”이재가 문장의 발음 구성을 확인했다.회사 생체 인증에서 요구하는 자음과 모음이 전부 들어 있었다.서우는 화면을 향해 말했다.“다른 조건을 내놔.”“없습니다.”“그럼 거절한다.”숫자가 86퍼센트로 올랐다.서우가 아무것도 읽지 않았는데도 수치가 움직였다.이재가 작업실의 마이크 전원을 내렸다.숫자는 멈추지 않았다.“지금 대화 자체를 먹고 있어.”하진은 기자들을 향했다.“모든 생방송과 녹음을 꺼 주세요.”카메라가 하나씩 내려갔다.23개 중 22개가 종료됐다.정문익 기자 계정의 방송 하나만 남았다.정문익은 작업실에 없었다.가짜 기자의 카메라 전원을 뽑아도 송출은 계속됐다.이재가 전송 경로를 추적했다.외부망이 아니라 같은 층 내부 스위치를 거치고 있었다.“송출하는 사람이 이 건물 안에 있어.”서우가 출입문으로 향하자 하진이 그의 팔을 잡았다.“혼자 가지 마요.”“여기 있으면 계속 수집된다.”“나를 살린다고 또 혼자 사라지지 말라고 했어요.”서우는 걸음을 멈췄다.“그럼 같이 간다.”그 순간 회사에서 긴급 알림이 도착했다.[ 서우 명의의 사임서와 원고 도용 자백서가 접수돼 있었다.효력은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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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내가 놓은 손

경비 책임자가 실제 서우의 팔을 뒤로 꺾었다.하진이 두 사람 사이로 들어갔다.“놓으세요.”“대표자 보호 요청이 접수됐습니다.”“보호를 요청한 피해자가 그 요청을 부인하고 있습니다.”가짜 서우가 명령했다.“침입자를 격리해.”하진이 그를 돌아봤다.“내가 싫다고 했는데도요?”남자의 대답이 한 박자 늦었다.하진은 두 서우를 번갈아 보았다.“지금부터 허락 없이 나한테 손대지 마요.”그는 실제 서우 쪽으로 한 걸음 옮겼다.“내가 당신에게 가도 돼요?”가짜가 먼저 입을 열었다.“와.”실제 서우는 움직이지 않았다.“네가 정해.”하진은 실제 서우 옆에 섰다.“이게 법적 증거는 아니에요.”그는 기자들의 카메라를 향했다.“그래도 내가 고른 사람은 이쪽입니다.”하진은 들고 있던 원고지 뒷면에 한 문장을 적었다.[ 나를 놓은 사람은 강서우가 아니다. ]경찰이 경비를 떼어 냈다.외부 인증 업체가 보관한 최초 손바닥 정맥 등록 자료가 도착했다.회사 서버를 거치지 않고 일치 여부만 회신하는 원등록본이었다.실제 서우가 판독기에 왼손을 올렸다.일치 표시가 떴다.가짜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기계가 조작됐습니다.”하진이 물었다.“그럼 확인하면 되잖아요.”남자가 출입문으로 몸을 틀었다.이재가 가장자리를 잡아당기자 강서우의 얼굴이 찢어진 가면처럼 벗겨졌다.목소리 변조기가 바닥에 떨어졌다.그 아래에서 강태겸이 웃었다.“이번에도 형을 골랐네.”“당신이 가짜라서가 아니야.”하진은 태겸을 내려다봤다.“저 사람은 내가 싫다고 하면 멈추니까.”서우의 주먹이 굳었다.하진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치지 마요.”“알아.”하진은 태겸의 휴대폰을 이재에게 넘겼다.“내가 지운 문장은 어떻게 봤어?”연결 기록에는 하진이 6년 전 쓰던 태블릿이 신뢰 기기로 남아 있었다.오래된 로그인 토큰이 자동 백업 폴더를 열고 있었다.하진은 모든 세션을 종료하고 복구 수단을 바꿨다.“이제 내 문장은 못 가져가.”태겸이 입가의 피를 닦았다.“문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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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47번째 밤

“이번에는 어느 윤하진을 믿으시겠습니까?”투표 숫자가 올라가는 동안 생방송 속 하진의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다.훔친 목소리만 계속 서우를 고발했다.“강서우가 나를 넘겼습니다.”하진은 손목의 금속 고리로 바닥을 두 번 짧게, 한 번 길게 두드렸다.서우가 화면 가까이 다가갔다.“위치를 보여 달라는 뜻이야.”하진이 발끝으로 카메라 다리를 밀었다.흔들린 화면 아래로 노란 글씨가 들어왔다.[ 지하 3층 인쇄 설비실. ]하진은 금속 고리로 바닥을 긁었다.'입술을 봐.'그가 천천히 입을 움직였다.“나는 고소하지 않았어요.”투표 증가가 멈췄다.서우는 경찰과 함께 비상계단으로 내려갔다.“내가 앞장서지 않겠습니다.”“강서우 씨는 현장 밖에서 대기하십시오.”“하진이 멈추라고 하면 멈추겠습니다.”지하 3층 철문 앞에 도착하자 화면 속 하진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서우가 손잡이에 닿기 직전 하진의 입술이 열렸다.“멈춰요.”서우는 즉시 손을 뗐다.경찰이 문 아래를 비추자 얇은 압력선이 손잡이와 하진의 손목 케이블에 연결돼 있었다.문을 열면 케이블이 감기며 그의 팔을 위로 끌어올리는 구조였다.스피커에서 변조된 웃음이 흘렀다.“이번에도 윤하진 씨 말을 듣다가 놓치겠군요.”서우는 문에서 물러났다.“놓치지 않는다.”“구하려면 열어야 하지 않습니까?”“하진이 다른 길을 고를 때까지 기다린다.”화면 속 하진이 오른쪽 벽을 턱으로 가리켰다.낡은 인쇄기 뒤편에 비상 점검구가 있었다.경찰 두 명이 옆 설비실을 돌아 점검구 안으로 들어갔다.이재는 작업실에서 영상과 음성 경로를 분리했다.하진의 영상은 내부 회선을 타고 있었고 가짜 음성만 외부 장치에서 덧씌워지고 있었다.“원음 채널 찾았어.”기자 23명의 계정에 하진의 실제 목소리가 동시에 연결됐다.가짜 목소리 위로 진짜 하진의 말이 겹쳤다.“나는 강서우에게 손을 놓으라고 말했습니다.”하진은 카메라를 똑바로 보았다.“그 사람은 내가 놓으라고 한 뒤에 놓았습니다.”경찰이 점검구 안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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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48번째 밤

비상등 속 렌즈가 하진과 서우의 맞잡은 손을 따라 움직였다.자정까지 1시간 37분이 남아 있었다.하진은 손을 놓지 않았다.“카메라부터 끄지 마요.”서우가 그를 보았다.“계속 찍히게 둘 생각이야?”“내가 허락한 장면과 저들이 훔친 장면을 먼저 나눌 거예요.”이재가 8개 서버의 공개 구조를 펼쳤다.46개 영상은 이미 분할돼 있었고,47번째 실시간 영상이 자정 공개 목록의 마지막 색인을 만들고 있었다.카메라를 부숴도 전송된 조각은 남았다.멈춰야 하는 것은 촬영이 아니라 공개 명령이었다.하진은 법무 대리인에게 파일 식별값과 불법 촬영 신고 번호를 보냈다.8개 운영사에는 증거 보존과 긴급 공개 중지 요청이 동시에 접수됐다.“제가 공개에 동의하는 범위는 구조된 뒤 제가 먼저 강서우의 손을 잡은 42초뿐입니다.”하진은 카메라 앞으로 손을 들어 보였다.“나머지 46개 영상과 지금 이후의 촬영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서우가 물었다.“내 얼굴과 이름이 같이 나가도 괜찮아?”“내가 선택한 장면이니까요.”“나중에 지우고 싶어지면?”“그때도 내가 정할게요.”하진은 42초 영상과 동의 범위 문서, 원본 시각과 장소를 기자 23명에게 동시에 전송했다.“나는 강서우에게 버려진 게 아닙니다.”그는 렌즈를 똑바로 보았다.“내가 놓으라고 했고, 내가 다시 손을 내밀었습니다.”42초가 윤하진의 이름으로 공개됐다.오혜련의 목소리가 비상등에서 흘러나왔다.“네가 고른 장면 하나로 나머지를 덮을 수 있을까?”“덮지 않아요.”하진이 대답했다.“내가 허락한 것과 당신이 훔친 것을 분리하는 겁니다.”7개 서버에 임시 동결 표시가 떴다.마지막 서버는 윤하진 명의로 개설돼 있었다.계정은 6년 전에 만들어졌고 복구 수단은 모두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하진은 명의 도용 신고 기록과 본인 확인 자료를 제출했다.운영사는 계정 소유권을 넘기지 않고 공개 작업만 24시간 정지했다.자정 공개 예약이 멈췄다.작업실 안에서 짧은 숨이 터졌다.서우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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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돌려보낸 밤

“그날 널 태겸에게 돌려보낸 사람이 나니까.”하진은 서우에게서 한 걸음 물러났다.서우는 따라오지 않았다.“왜요?”“오혜련이 자정까지 널 돌려보내지 않으면 내가 병원에서 널 빼돌렸다고 만들겠다고 했다.”“그래서 나를 다시 태겸한테 줬어요?”“그때는 그게 네가 사라지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당신이 생각했네요. 나는 싫다고 말했는데.”서우는 부정하지 않았다.“그래.”하진은 6년 전 영상을 처음부터 다시 틀었다.환자복을 입은 21살의 자신이 서우의 소파에 누워 있었다.몸 위에는 서우의 코트가 덮여 있었다.영상 속 하진이 눈을 뜨며 물었다.“태겸 씨는요?”“여기 없어.”“돌아가야 해요.”“왜?”“내가 없으면 그 사람 원고가 멈춰요.”서우가 표지에 윤하진이라고 적힌 원고를 들어 보였다.“이건 네 원고야.”“아니라고 해야 해요. 그래야 태겸 씨가 안 버린대요.”현재의 하진이 영상을 멈췄다.“내가 이용당하는 걸 알고 있었네요.”“알았다.”“내 원고인 것도 알았고요.”“알았다.”“그런데도 돌려보냈어요.”“그래.”이재가 영상에 붙은 통화 파일을 열었다.오혜련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자정까지 돌려보내.”“거절하면?”“병원 기록에는 네 사람이 의식 없는 윤하진을 데려간 것으로 남는다.”“태겸이 데리고 나온 영상이 있어.”“병원 서버 원본은 이미 바뀌었다.”종이 넘기는 소리가 이어졌다.오혜련은 직원 진술서까지 준비해 두고 있었다.윤하진은 강서우에게 납치됐으며 귀가 의사를 밝히지 못했다.현재의 하진이 말했다.“지금 내 이름으로 낸 감금 고소랑 같은 방식이네요.”“같은 방식이야.”“당신은 나를 믿은 게 아니라,저 사람이 만들 서류보다 더 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고 믿었어요.”“맞아.”“감시는 얼마나 했어요?”“3개월.”“그 뒤 보고가 끊겼는데도 직접 확인하지 않았고요?”“안 했다.”“위험을 없앤 게 아니에요. 당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곳으로 나를 옮긴 거예요.”“그래.”“내가 싫다고 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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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가지 마, 하진아.

“가지 마, 하진아.”하진은 문고리를 잡은 채 돌아보지 않았다.“6년 전에는 내가 가지 않겠다고 했는데 보냈잖아요.”“그래서 지금은 붙잡을 자격도 없다는 걸 안다.”“그런데 왜 말했어요?”“자격이 없어도 잃고 싶지 않으니까.”하진은 손을 놓았지만 서우에게 다가가지는 않았다.테이블 위에는 서우가 방금 적은 자백과 6년 전 자신이 남긴 거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미안하다는 말로 끝낼 생각은 하지 마요.”“끝낼 생각 없다.”서우는 휴대폰 카메라를 켜고 귀가 확인서를 화면 앞에 세웠다.“나는 윤하진이 강태겸에게 돌아가기를 거부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그는 자신의 서명이 찍힌 문서를 들어 보였다.“그 거부를 지우고 자발적 귀가로 기록했으며, 윤하진이 남긴 영상의 삭제도 승인했습니다.”서우는 녹화를 멈추지 않은 채 하진을 보았다.“미안하다.”그 말은 변명이 붙을 자리를 남기지 않았다.“이 영상과 원본 기록을 백이재에게 넘기겠다.”“내가 공개하지 말라고 하면요?”“보관한다.”“당신을 지키려고 없애라고 하면요?”“없애지 않는다.”하진의 시선이 서우에게 박혔다.“이번에도 내 선택을 거절하겠다는 거예요?”“네가 나를 지키기 위해 네 대답을 다시 지우는 건 선택으로 받지 않겠다.”“그 판단도 당신이 하네요.”“맞아.”서우가 문서를 하진 쪽으로 밀었다.“그러니 최종 결정권은 네가 가져.”하진의 휴대폰에 영상과 서버 접속 기록, 삭제 승인 내역이 차례로 도착했다.마지막 파일에는 조명운의 진술서까지 붙어 있었다.백이재에게서 곧바로 전화가 걸려 왔다.“이 정도면 오혜련이 낸 감금 고소부터 뒤집을 수 있어.”“병원 기록이 먼저 퍼지면?”“완전히 막는다고는 못 해.”이재는 잠시 말을 멈췄다.“대신 네가 불안정해서 끌려다녔다는 서사를 깨려면, 네가 직접 말해야 해.”“어디에서?”“내일 오전 9시 기자회견.”서우가 끼어들었다.“하진은 나가지 않습니다.”하진이 곧바로 그를 보았다.“방금 뭐라고 했어요?”“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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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용서하지 않아도 사랑해요.

“그 영상, 이미 퍼지고 있어.”이재가 화면을 확대했다.접속자는 만 명을 넘었고 숫자는 계속 뛰었다.영상 속 스물한 살의 하진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했다.“제가 돌아가겠다고 했어요.”댓글마다 같은 문장이 복사되고 있었다.윤하진은 스스로 돌아갔다.강서우는 피해자를 빼돌렸다.하진이 재생 속도를 절반으로 낮췄다.입술이 마지막 음절에서 올라갔다.“이건 대답이 아니야.”서우가 화면을 보았다.“질문이군.”이재가 음성 파형을 복원하자 지워진 억양이 되살아났다.“제가 돌아가겠다고 했어요?”마침표 하나가 물음표를 덮고 있었다.서우가 법무팀 번호를 눌렀다.하진이 그의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막지 마요.”“지금도 네 이름으로 거짓말이 퍼지고 있다.”“그러니까 내가 끝낼게요.”“방법을 정한 건가?”“저 영상이 올라오는 시간에 기자회견을 열 거예요.”이재가 숨을 삼켰다.“같은 시각이면 질문이 전부 네 병력하고 감금 고소로 몰릴 거야.”“피하면 저 영상이 내 대답이 돼.”하진은 서우의 자백 영상과 귀가 확인서, 삭제 승인 기록을 한 폴더에 넣었다.파일명은 윤하진은 거부했다였다.“당신 자백도 공개할 거예요.”“그래.”“6년 전 나를 돌려보낸 사람이 지금 내 옆에 있다는 것도 숨기지 않을 거고요.”“내가 옆에 서면 네 진술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그래서 서야 해요.”“나를 용서했다는 뜻으로 보일 거다.”“용서한 적 없어요.”하진은 기자회견 참석자 명단 첫 줄에 강서우를 적었다.“당신은 연인이 아니라 입회인으로 서요.”“그 자리에서 내가 무너져도?”“이번에는 내가 판단해요.”조명운에게서 복구 파일이 도착했다.6년 전 차량 블랙박스 임시 저장본이었다.영상 속 하진은 뒷좌석 문을 붙잡고 있었다.“제가 돌아가겠다고 했어요?”조명운이 운전석에서 답했다.“대표님이 그렇게 확인했습니다.”“거짓말이에요.”스물한 살의 하진이 손잡이를 당겼다.잠금장치가 풀리지 않았다.“세워주세요.”차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나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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