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그 남자의 형에게 안기면 : Bab 21 - Bab 30

85 Bab

21화. 사진의 밤

“저 사진, 지울까요 아니면 이용할까요?”조명운이 태블릿을 탁자 위에 놓았다.차량 내부에서 찍힌 사진에는 하진이 서우의 손을 제 허리 위에 얹고 있었다.밖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각도였다.“삭제해도 이미 복제됐습니다.”조명운이 사진 하단의 접속 기록을 확대했다.“대신 원본마다 다른 표식을 심어 흘리면 다시 여는 쪽을 찾을 수 있습니다.”서우는 화면보다 하진을 보았다.“네가 정해.”사진 속 서우는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그런데도 하진이 견디고 있는지만 살피고 있었다.그 얼굴까지 누군가의 기사 제목이 되는 것은 무서웠다.하지만 또 숨으면 태겸은 하진이 부끄러워 도망쳤다고 쓸 것이다.“이용해요.”“사진이 더 퍼질 수 있다.”“내가 고른 장면을 훔친 사람부터 잡아요.”조명운이 사진에 추적 표식을 심어 세 언론사 계정으로 전송했다.“접속되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문이 닫히자 방 안이 갑자기 넓어졌다.기자들 앞에서는 버티던 하진의 손이 이제야 떨리기 시작했다.서우는 다가오지 않고 물잔부터 건넸다.“숨이 막히나.”“조금요.”“어디까지 가면 되지.”하진은 물잔을 내려놓고 서우의 손을 잡았다.이번에는 목덜미도 허리도 아니었다.차갑게 식은 제 손가락을 서우의 두 손 사이에 밀어 넣었다.“여기부터요.”서우의 손바닥이 하진의 손을 감쌌다.비비거나 주무르지 않고 체온이 옮겨올 때까지 그대로 품었다.“사람들 앞에서는 안 떨었는데.”“지금은 떨 수 있는 곳이니까.”“당신 앞이라서 더 창피해요.”“내 앞에서는 늦게 무너져도 된다.”하진은 맞잡힌 손을 당겨 서우의 가슴께에 댔다.셔츠 아래의 심장이 손가락 마디를 두드렸다.“당신도 떨었네요.”“네가 카메라 앞으로 걸어 나갈 때부터.”“그런 얼굴로 잘도 멀쩡한 척했어요.”“네가 보고 있었으니까.”하진은 서우의 어깨에 이마를 기대려다 멈췄다.“오늘은 묻지 말고 안아줘요.”서우의 팔이 바로 움직였다.한 손은 등을 감싸고 다른 손은 하진의 팔꿈치 안쪽을 받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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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도난당한 원고

“그 소설, 원래 제 거였어요.”하진은 화면 속 첫 문장을 손끝으로 눌렀다.태겸에게 넘기기 전 남겨둔 오타와 문장 번호가 그대로였다.조명운이 원고 정보 창을 확대했다.작성자는 윤하진.최초 저장일은 출간보다 11개월 전이었다.그 아래에는 더 노골적인 수정 기록이 남아 있었다.― 윤하진 원문 삭제 후 강태겸 명의로 정리.하진은 웃지 못했다.태겸은 들키지 않으리라 믿고 훔친 흔적까지 남겨두었다.“이걸로 제 원고라는 게 증명돼요?”“작성 이력은 유력한 증거입니다.”조명운이 다른 창을 열었다.“사진을 연 법무팀 계정이 보관함에 긴급 폐기를 걸었습니다.”“19분 뒤입니다.”화면 오른쪽 위에서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다.18분 57초.서우가 물었다.“보존 명령은.”“법원 접수까지 최소 1시간입니다.”“그 전에 원본이 지워지면요?”“삭제 기록은 남지만 문장 자체는 잃을 수 있습니다.”하진은 가짜 저작권 포기각서를 열었다.병원 동의서에서 잘라낸 자신의 서명이 마지막 장에 붙어 있었다.“태겸 씨는 내가 스스로 줬다고 만들었어요.”“이번에도 없애버리면 사람들이 저 문서를 믿겠죠.”“사람들이 믿는 것과 사실은 다르다.”“태겸 씨는 그 차이를 없애는 사람이에요.”남은 시간은 17분 41초였다.조명운이 원고 폴더를 내려받으려 하자 경고창이 떴다.― 외부 복사 시 즉시 영구 삭제.“복사는 못 합니다.”“그럼 화면을 녹화해요.”“원고가 1,400쪽이 넘습니다.”하진은 파일 목록을 훑었다.초고, 수정본, 음성 메모.태겸에게 보낸 적 없는 결말 폴더까지 있었다.“잠깐만요.”하진이 가장 오래된 음성 파일을 열었다.스피커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47화에서는 주인공이 문을 열지 않는다. 나가는 대신 안에서 자기 이름을 쓴다.녹음 끝에 태겸의 목소리가 붙어 있었다.― 이 부분은 내가 쓴 걸로 정리해.방 안이 조용해졌다.“저것도 저장돼요?”“지금 재생한 구간은 임시 기록에 남습니다.”“그럼 계속 열게요.”하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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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원고실의 열쇠

“이 방은 제 건가요?”하진은 문턱을 넘기 전에 물었다.방 안에는 새 책상과 모니터, 아직 잉크 냄새가 남은 프린터가 놓여 있었다.창가에는 오래 앉아도 허리가 버틸 의자가 있었고,벽 한쪽은 어떤 책도 꽂히지 않은 채 비어 있었다.서우는 하진의 뒤에서 한 걸음 떨어져 섰다.“쓰는 동안만 빌리는 방은 아니다.”“그럼 언제까지요?”“네가 없애고 싶을 때까지.”하진은 손안의 열쇠를 내려다봤다.번호도 이름도 새겨지지 않은 작은 열쇠였다.“복사본은요?”“없다.”“관리실에도요?”“없어.”“당신은 어떻게 들어와요?”“네가 열어주면.”“안 열어주면요?”“밖에 있는다.”하진은 문을 닫고 잠금장치를 돌렸다.철컥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가슴은 조이지 않았다.잠금쇠는 안쪽에서만 움직였고,문 옆에는 외부 접속이 끊긴 표시등이 켜져 있었다.태겸의 집에서는 잠기는 소리가 감금의 시작이었다.이 방에서는 자신이 원할 때 누구도 들어오지 못한다는 증명이었다.하진은 다시 문을 열었다.서우는 아까와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정말 안 들어왔네요.”“네가 시험한 거라면 통과했나.”“아직요.”하진은 방 안으로 들어가 가장 아래 서랍을 열었다.포장도 뜯지 않은 노트와 펜 아래에 황동 명패가 뒤집혀 있었다.윤하진.하진은 명패를 모니터 뒤에 세웠다가 다시 꺼냈다.가장 잘 보이는 책상 가운데에 놓았다.“이제 보여요?”“잘 보인다.”“당신 이름보다도요?”서우의 시선이 명패에서 하진에게 옮겨왔다.“이 방에서는 네 이름만 보여야 한다.”하진은 의자에 앉아 새 문서를 열었다.빈 화면에서 커서가 깜빡였다.태겸이 훔쳐본 문장도, 빼앗긴 제목도 없는 완전한 빈칸이었다.안도해야 하는데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첫 문장은 당신으로 쓴다고 했는데.”“약속 때문에 쓰지 마.”“왜요?”“나 때문에 시작한 글은 나 때문에 멈출 수도 있으니까.”“당신은 내가 좋아한다고 해도 자꾸 빠져나갈 구멍부터 찾네요.”“네 글에서까지 자리를 빼앗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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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정략 약혼녀

“강서우 씨에게 약혼녀가 있었다고요?”차윤서는 원고실 문밖에 서 있었다.방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태도가 예의라기보다 경고처럼 보였다.“정확히는 내일 오전 약혼녀로 발표될 사람입니다.”하진은 서우를 돌아봤다.서우는 변명 대신 문 앞으로 나섰다.“그 발표는 나가지 않습니다.”“강 대표가 막을 수 있었다면 제가 여기까지 오지 않았겠죠.”차윤서는 봉인된 검은 상자를 문턱 안으로 밀었다.상자 안에는 자선 파티 좌석표와 약혼 발표문,강태겸의 신작 낭독 순서지가 들어 있었다.하진의 시선이 마지막 종이에 멎었다.낭독 작품의 제목은 태겸의 베스트셀러 후속작이었다.첫 문장은 하진이 빼앗긴 원고의 문장이었다.“이걸 내일 사람들 앞에서 읽어요?”“약혼 발표 직전입니다.”“태겸 씨가 원작자로 소개되고요?”“윤하진 씨는 원고를 되찾으려고 형제에게 접근한 협박범으로 발표됩니다.”서우가 상자를 닫았다.“듣지 않아도 된다.”하진은 뚜껑 위에 팔꿈치를 얹어 다시 열리지 못하게 막았다.“내 얘기인데 왜 또 당신이 닫아요?”차윤서가 태블릿을 켰다.오혜련의 음성이 재생됐다.― 윤하진이 나타나면 표절범으로 세우고, 나타나지 않으면 약혼을 확정해요.― 어느 쪽이든 강서우에게서 떼어놓으면 됩니다.녹음이 끝나자 빈 원고실에 프린터 돌아가는 소리만 남았다.“내가 안 가면 약혼이 되고.”하진은 낭독 순서지를 들어 올렸다.“가면 내 글을 훔친 사람이 되네요.”“그래서 제안하러 왔습니다.”차윤서는 발표문에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부분을 접었다.“저는 약혼 발표를 거부하고, 윤하진 씨는 낭독이 시작되기 전에 원작자임을 밝히세요.”“왜 나를 도와줘요?”“당신이 이기면 나도 저 집이 정한 결혼에서 빠져나오니까요.”“결국 이용하는 거네요.”“서로 이용하는 동맹이 배신하기 어려운 법입니다.”서우가 차윤서와 하진 사이를 막았다.“하진은 파티에 가지 않습니다.”하진은 순서지의 모서리로 서우의 셔츠 단추를 가볍게 눌렀다.한 걸음 더 다가오려던 서우가 그 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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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파티 초대장

“당신 옆자리, 제가 앉아도 돼요?”하진은 차윤서가 보낸 전자 초대장을 서우의 태블릿에 띄웠다.좌석표에는 강서우와 차윤서의 이름이 나란히 있었고,서우의 왼쪽에는 윤하진 작가가 적혀 있었다.그러나 이름 아래 붙은 작은 글씨가 달랐다.생중계 시작 전까지만 착석 가능.하진이 화면을 확대했다.“방송이 켜지면 나를 치우겠다는 뜻이네요.”“파티에 가지 마.”“내 글을 태겸 씨가 읽는 동안 집에서 보고 있으라고요?”서우가 답하기 전에 차윤서의 전화가 연결됐다.“좌석은 미끼예요.”윤서는 행사 진행표를 공유했다.태겸의 신작 낭독이 시작되면 하진을 별실로 이동시키고,그 자리에는 차윤서가 앉도록 되어 있었다.곧이어 서우와 윤서의 약혼 발표가 이어졌다.마지막 순서에는 더 잔인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윤하진의 현장 난입 및 원작자 사칭 가능성에 대비할 것.“초대해놓고 난입이라고 쓰네요.”“당신이 무대에 접근하는 순간 경호팀이 움직입니다.”윤서가 별도의 파일을 열었다.“그리고 끌려나가는 장면까지 생중계할 겁니다.”화면에는 방송 자막 초안이 준비돼 있었다.표절 의혹 작가 윤하진, 강태겸의 신작 발표 방해.서우가 태블릿을 뒤집었다.“행사를 취소시킨다.”“그러면 태겸 씨는 원고를 비공개 낭독으로 바꾸겠죠.”하진이 다시 화면을 세웠다.“증거가 될 첫 문장도 사라지고요.”“네가 끌려나가는 장면을 증거와 바꿀 수는 없다.”“끌려나가지 않으면 돼요.”하진은 초대장 하단의 초청자 이름을 가리켰다.차윤서.윤서가 말했다.“내 공식 동반인으로 등록하면 행사장 측이 임의로 끌어낼 명분이 사라져요.”“그럼 차윤서 씨는 약혼을 깨려고 애인을 데려온 사람처럼 보이겠네요.”“그 그림이 필요합니다.”윤서는 망설이지 않았다.“나는 피해자가 되고, 당신은 강 대표가 선택한 사람이 돼요.”“나를 이용하는군요.”“당신도 나를 이용하세요.”통화가 끝나자 서우가 하진을 바라봤다.“싫다고 해도 갈 생각이지.”“막을 거예요?”“막고 싶다.”“그런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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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파티장의 손

“오늘만은 제 손 놓지 마요.”차문이 열리기 직전 하진이 말했다.서우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그저 손바닥을 위로 펼쳤다.하진은 그 위에 제 손을 얹었다.손가락을 얽지도, 힘으로 붙들지도 않았다.두 사람은 맞닿은 체온만 드러낸 채 카메라 앞에 내렸다.셔터가 쏟아지자 하진의 손끝이 굳었다.서우는 힘을 더하지 않았다.하진이 스스로 놓지 않았다는 사실만 세상에 남게 했다.연회장 전광판에는 20분 뒤 강태겸의 신작 낭독,30분 뒤 강서우와 차윤서의 약혼 발표가 예고돼 있었다.하진의 명패는 서우의 왼쪽에 놓여 있었다.그러나 의자 밑에는 붉은 경고표가 붙어 있었다.발언 시 즉시 퇴장.하진은 경고표를 떼어 접시 위에 올렸다.“숨겨두면 모를 줄 알았나 봐요.”“일어나면 경호가 움직인다.”“당신도요?”“나는 네가 움직인 뒤에 움직인다.”무대 조명이 켜졌다.태겸은 하진을 보지 않은 채 원고를 펼쳤다.“사랑했던 사람에게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첫 문장이 흘러나왔다.잠긴 방에서 하진이 밤새 쓴 문장이었다.두 번째 문장도 같았다.태겸은 세 번째 장에서 원고에 없는 문장을 덧붙였다.“결국 그는 자신을 구해준 사람에게 사랑을 빚졌다.”하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경호원 2명이 곧장 다가왔다.서우의 몸도 움직이려 했지만 하진이 그의 어깨 위에 냅킨을 올렸다.“이번에는 앉아서 봐요.”냅킨이 떨어지기 전에 서우가 멈췄다.하진은 혼자 무대로 걸어갔다.진행자가 마이크를 끄자 차윤서가 생중계 화면을 전환했다.하진의 목소리가 행사장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3년 전 저장된 육성 메모였다.― 주인공은 구원받지 않는다. 문을 연 뒤 자기 발로 나간다.이어 태겸의 목소리가 재생됐다.― 그 결말은 팔리지 않아. 사랑에 빚진 걸로 바꿔.태겸이 음향 장비로 달려들었다.하진은 그의 원고를 빼앗지 않았다.대신 펼쳐진 페이지를 카메라 쪽으로 돌렸다.“83쪽 6번째 줄을 읽어.”“뭐?”“원작자라면 읽을 수 있잖아.”태겸의 시선이 흔들렸다.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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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와인잔의 경

“술 마셨으면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해요.”서비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서우가 말했다.하진은 열린 재킷 안쪽에 기대 있던 얼굴을 들었다.“아무것도라는 게 어디까지예요?”“내일의 네가 다시 허락해야 하는 전부.”“한 모금이었어요.”“한 모금이라도 내가 핑계로 삼을 수 있으면 안 된다.”하진은 서우의 재킷 깃을 쥐었다.방금 전까지 수십 대의 카메라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던남자의 목에서 맥박이 거칠게 뛰고 있었다.“당신도 멀쩡하지 않잖아요.”“나는 취하지 않았다.”“그런데 왜 이렇게 뛰어요?”“네가 어디까지 들어올지 모르니까.”엘리베이터가 지하층에 멈췄다.직무 정지 통보를 받은 직원들이 문밖에서 고개를 숙였다.서우는 누구도 보지 않고 하진의 어깨에 걸친 재킷만 여며줬다.“춥지 않아요.”“떨고 있다.”“추워서가 아니에요.”“알아서 더 덮는 거다.”차에 오르자 기사 알림이 쏟아졌다.〈윤하진 폭로 직후 강서우 직무 정지〉〈연인을 택하고 후계자 자리 잃은 남자〉하진은 마지막 제목을 오래 바라봤다.“내가 당신 자리 뺏은 것처럼 써요.”“내가 고른 일이다.”“나는 당신이 잃는 것까지 고른 적 없어요.”“그래서 네 책임이 아니다.”“그 말이 제일 잔인해요.”서우가 화면을 끄지 않았다.대신 차창 가리개를 내려 바깥의 빛을 막았다.“왜.”“내가 아무것도 갚을 수 없게 만드니까.”서우의 시선이 하진에게 박혔다.“좋아하는 일을 갚으려고 하지 마.”서우는 방금 한 말을 거두지 않았다.차가 펜트하우스에 도착했다.현관 화면에는 기자 차량 4대가 단지 밖에 남아 있었다.조명운에게서 전화가 왔다.― 회장실에서 오늘 밤 두 분의 동선을 확보하라고 지시했습니다.서우는 침실과 원고실 층의 카메라를 모두 끄고 직원들을 아래층으로 내려보냈다.“또 숨기는 거예요?”“아니.”서우는 꺼진 화면을 하진에게 보여줬다.“오늘 밤 네 선택을 아무도 훔쳐보지 못하게 하는 거다.”현관을 넘자 하진은 벽에 어깨를 기댔다.술기운보다 긴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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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맑은 고백

“나 지금 멀쩡해요. 그러니까 대답해요.”오전 7시 16분이었다.하진은 원고실 문을 열고 복도에 앉아 있던 서우 앞에 섰다.밤새 벽에 기대 있었던 셔츠는 구겨져 있었고,풀린 소매 아래로 손목의 흉터가 드러나 있었다.서우는 잠에서 깨자마자 하진의 얼굴부터 살폈다.“머리는.”“안 아파요.”“속은.”“괜찮아요.”“어젯밤 기억은.”하진은 책상 위에 놓인 원고를 들어 첫 문장을 읽었다.“나는 술을 핑계로 미룬 남자에게 아침이 오자마자 같은 고백을 했다.”서우의 시선이 종이에서 하진에게 옮겨왔다.“기억해요.”하진은 원고를 내려놓았다.“나 당신 원해요.”이번에는 목소리도 시선도 흔들리지 않았다.“당신도 나 원해요?”“원한다.”“보호해야 해서가 아니라요?”“보호라는 명분이 없어도.”“불쌍해서도 아니고요?”“네가 불쌍해서 밤새 문밖에 있었던 게 아니다.”서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널 원하면서 안으로 들어가면, 내가 세운 규칙부터 어기고 싶어질까 봐 있었다.”하진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그럼 오늘은 규칙을 내가 정할게요.”하진은 문을 끝까지 열어 서우를 들였다.이어 안쪽 잠금장치를 돌린 뒤 열쇠를 빼 제 셔츠 주머니에 넣었다.서우의 눈매가 열쇠를 따라 움직였다.“잠근 이유는.”“내가 열 수 있다는 걸 아니까요.”“중지어는.”“문.”하진이 대답하자 서우는 손목시계를 풀어 책상에 내려놓았다.“말하는 순간 전부 멈춘다.”“확인해볼래요.”“안아도 된다는 말, 오늘은 안 기다릴 거예요?”“네가 시험하는 중이니까.”하진은 제 어깨를 뒤로 기울여 서우의 팔 안에 스스로 들어갔다.그제야 단단한 힘이 허리 위를 감쌌다.하진은 열이 번지는 감각을 견디다 말했다.“문.”서우의 팔이 즉시 풀렸다.재킷 안에 남은 하진의 몸만 따뜻했다.서우는 이유도 묻지 않고 한 걸음 물러섰다.“정말 멈추네요.”“그 말을 듣지 못할까 봐 두려웠나.”“말해도 소용없을까 봐 무서웠어요.”그리고 이번에는 자신이 서우에게 다가갔다.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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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아픈 데 없어?

“거짓말하면 오늘은 화낼 거야.”서우는 침대 곁에 서서 커튼을 절반만 닫았다.아침빛이 하진의 얼굴이 아니라 바닥으로 기울었다.협탁에는 미지근한 물과 진통제, 온열 패치가 놓였다.서우는 어느 것도 먼저 집지 않았다.“없어요.”하진이 몸을 일으키는 순간 허리 아래가 당겼다.숨이 짧게 끊기자 서우의 시선이 곧장 내려왔다.“어디.”“조금 뻐근해요.”“조금도 빼.”“허리하고 오른쪽 다리요.”서우는 베개를 접어 하진의 무릎 아래에 밀어 넣었다.“이렇게 하면.”하진이 자세를 바꿨다.당기던 통증이 조금 가라앉았다.“괜찮아요.”“그 말은 믿지 않는다.”“그럼 왜 물어요?”“숨기지 않는 연습을 시키려고.”“화낸다면서요.”“아픈 걸 숨긴 데 화내는 거지, 아픈 너한테 화내는 게 아니다.”하진은 시트 위에 떨어진 셔츠 단추를 발견했다.어젯밤 서우가 멈추며 물러날 때 끊어진 것이었다.하진이 단추를 튕기자 흰 조각이 침대 끝을 굴러 서우의 구두 앞에서 멎었다.“이건요?”“달지 않을 거다.”“왜요?”“없던 일처럼 고치고 싶지 않으니까.”서우는 단추를 줍지 않았다.비어 있는 단춧구멍을 그대로 드러낸 채 온열 패치의 포장을 뜯었다.“위치는 네가 정해.”하진은 가운 위로 허리 오른쪽을 짚었다.서우는 표시한 자리에 패치를 붙이고 바로 물러났다.옷감 위로 손가락 마디가 한 번 스친 것이 전부였다.“왜 그렇게 빨리 떨어져요?”“어젯밤의 허락은 끝났다.”“아침이면 전부 처음으로 돌아가요?”“네 대답이 달라질 수 있는 자리로 돌아간다.”태겸도 처음에는 매번 물었다.괜찮은지, 힘들지 않은지, 오늘은 쉬어도 되는지.하진이 괜찮다고 답하면 그다음부터는 정말 괜찮은 사람처럼 취급했다.“내가 ‘문’이라고 했을 때 화 안 났어요?”“안 났다.”“기분도 안 상했고요?”“멈추라는 말을 듣고 상처받는다면 그건 내 감정의 문제다.”“나중에도요?”“무슨 뜻이지.”“그 자리에서는 멈춰도 며칠 뒤에 원고를 지우거나, 약속을 취소하거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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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같지 않은 사람

“그놈이랑 나를 같은 침대에 눕히지 마.”서우의 말이 떨어지자 하진의 등이 곧게 섰다.서우는 그 반응을 본 즉시 침실 문을 열었다.“방금 화냈잖아요.”“그래.”“그러고 또 출구부터 만들고요.”“네가 내 화와 갇히지 않게 해야 하니까.”하진은 열린 문을 보다가 침대 위 태블릿을 뒤집었다.“그렇게 행동하면 내가 바로 믿을 것 같아요?”“믿으라고 한 적 없다.”“그럼 비교해도 돼요?”서우의 호흡이 한순간 끊겼다.“비교는 네가 살아남는 방식이었겠지.”“대답을 피하네요.”“해.”서우는 창가까지 물러나 유리창을 등졌다.“내가 화난 다음 무엇을 하는지, 네가 싫다고 했을 때 무엇을 빼앗는지 전부 확인해.”“지금도 나가라고 할 거예요?”“네가 원한다면.”“당신이 원하는 건요?”하진은 열린 문으로 다가가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서우를 바라보며 천천히 문을 닫았다.잠금장치는 건드리지 않았다.문짝이 닫히는 소리에 서우의 시선이 멎었다.“열어.”“왜요?”“지금은 네가 닫은 뜻을 내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싶으니까.”서우가 침대 쪽으로 한 걸음 옮겼다가 멈췄다.늘 반듯하던 셔츠가 거친 숨에 따라 흔들렸다.“어떻게 해석하고 싶은데요?”“그놈을 떠올리면서도 내 방에 남았다고.”“그게 틀렸어요?”서우의 손이 창틀 가장자리를 짚었다.“틀리지 않아서 문제다.”서우가 화내는 모습은 무서웠다.그런데 자신에게 오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붙드는 모습에서는 눈을 뗄 수 없었다.“지금 나한테 하고 싶은 걸 말해요.”“그놈이 네 안에 남긴 기준을 전부 없애고 싶다.”“나까지 없애면서요?”“그래서 움직이지 않는 거다.”서우의 시선이 하진의 얼굴에 고정됐다.“네가 나를 선택한 기억으로 그놈을 덮고 싶고, 다시는 그 이름을 침대에서 듣고 싶지 않다.”“그건 질투예요?”“질투보다 추하다.”“뭔데요?”“네가 겁먹는 순간조차 나 때문에 생긴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욕심.”하진의 손이 손잡이에서 떨어졌다.말을 뱉은 자신에게서 하진을 보호하듯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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