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형에게 안기면 의 모든 챕터: 챕터 51 - 챕터 60

85 챕터

51화. 사랑한다고 했지, 살려주겠다고는 안 했어요.

“형이 숨긴 마지막 영상도 같이 틀자.”강태겸의 댓글이 생중계 화면 맨 위에 걸렸다.로비 전광판이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6년 전 태겸의 작업실이었다.책상 위에는 윤하진이라는 이름이 지워진 원고가 쌓여 있었다.영상 속 태겸이 원고를 들어 올렸다.“이거 내 이름으로 계속 내도 돼?”서우가 대답했다.“세 달만.”기자들이 일제히 서우를 돌아보았다.“그동안 윤하진은 건드리지 마.”“원고는 가져도 되고 사람만 살아 있으면 된다는 거야?”서우는 부정하지 않았다.“세 달 뒤 전부 돌려놓는다.”영상이 끊겼다.하진은 조금 전까지 잡고 있던 서우의 손을 놓았다.“저 말, 사실이에요?”“그래.”“내 원고가 도둑맞은 걸 알면서 세 달을 허락했어요?”“허락할 권리는 없었다.”“그런데 허락했네요.”“그래.”“왜요?”“태겸과 오혜련이 원고 계약으로 비자금을 돌린 증거를 모으려 했다.”“그래서 내 이름을 미끼로 던졌어요?”“맞아.”“내가 그 석 달 동안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았고요?”“알았다.”기자 하나가 마이크를 내밀었다.“윤하진 씨, 강서우 대표도 원고 도용의 공범이라고 보십니까?”“제가 결정합니다.”“방금 사랑한다고 공개하셨는데 입장이 바뀐 겁니까?”하진은 카메라를 향했다.“사랑이 죄를 지워주지는 않아요.”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오혜련이 변호사들과 함께 걸어 나왔다.손에는 원본이라고 적힌 저장장치가 들려 있었다.“두 남자만 세우면 숫자가 안 맞지.”오혜련은 하진 앞에 저장장치를 내려놓았다.“네 이름을 처음 산 사람은 나였으니까.”화면에 원고 권리 양도 계약서가 떠올랐다.양도인은 윤하진이었다.대금은 하진이 입원했던 병원의 미납 치료비와 맞바뀌어 있었다.본인 서명란에는 하진이 쓰지 않은 서명이 있었다.계약 다음 장에는 태겸에게 지급된 인세와오혜련의 차명회사로 빠져나간 금액이 날짜별로 정리돼 있었다.하진이 쓰지 않은 원고가 팔릴 때마다 세 사람의 계좌만 불어났다.“치료비를 대신 갚고 내 원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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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내 이름으로 나를 고소했네요.

“내가 미끼였다고, 당신 입으로 말해요.”생중계 접속자가 20만을 넘어갔다.서우는 하진이 밀어놓은 의자에 앉았다.“윤하진의 원고와 이름을 비자금 추적에 이용했습니다.”“내가 거부한 것도 알았죠?”“알았다.”“태겸이 내 원고를 자기 이름으로 내는 것도요?”“알았다.”“그런데 증거가 모일 때까지 기다렸고요?”“그래.”하진은 마이크를 더 가까이 밀었다.“내가 아니라 증거를 먼저 살렸다고 말해요.”“나는 윤하진보다 증거를 먼저 살렸습니다.”기자석에서 탄식이 흘렀다.하진은 원하던 대답을 들었지만 가슴 한쪽이 더 깊이 패였다.서우가 숨지 않고 인정할수록 사랑했던 순간과 이용당한 시간이 한 사람 안에서 겹쳤다.“내가 당신을 용서하지 않아도 끝까지 대답할 수 있어요?”“네가 나를 버려도 멈추지 않겠다.”“그건 내가 결정해요.”하진은 마이크를 오혜련에게 돌렸다.“당신은 내 치료비를 대신 냈다고 했죠?”“살려줬으니 대가를 받은 거다.”이재가 거래 내역을 화면에 띄웠다.첫 인세가 하진의 계좌를 거치지 않고 병원으로 들어간 뒤,같은 날 원고 권리가 오혜련의 차명회사로 넘어가 있었다.“내 돈으로 내 빚을 갚고, 그걸 당신 돈처럼 꾸몄네요.”“네가 쓰지 않았다면 생기지도 않았을 돈이야.”“그러니까 더 확실히 내 돈이죠.”오혜련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로비 문이 열렸다.경찰 두 명과 강태겸이 들어왔다.태겸은 고소장 접수증을 카메라 앞에 들이밀었다.“윤하진 씨를 미발표 원고 절도와 표절 혐의로 고소했습니다.”하진은 종이를 받아 첫 장부터 읽었다.[ 피고소인 윤하진이 강태겸의 작업실에서 원고 파일을 무단으로 반출해 자신의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내가 당신 원고를 훔쳤다고요?”“네가 작가라는 증거부터 내놔.”태겸이 여유롭게 빈 의자에 앉았다.하진은 태겸 이름으로 출간된 소설의 첫 장을 화면에 띄웠다.“주인공이 세 번째 문을 열지 않은 이유가 뭐야?”태겸이 대답하지 않았다.“편집하면서 빠진 설정이잖아.”“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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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네 첫 독자는 나였어, 하진아.

“백이재부터 잡아.”서우의 지시가 떨어지자 하진이 기자들 앞을 가로막았다.“아무도 이재한테 손대지 마요.”반으로 갈라진 이름표 뒤에는 작은 송신기가 박혀 있었다.태겸의 신작에 실린 문장은 이 장치가 원고실에서 주워간 것이었다.“이름표를 단 사람은 조명운 씨예요.”“명운이에게 확인하겠다.”“확인이 아니라 대답을 들어야죠.”하진이 조명운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원이 꺼져 있었다.그때 로비 출입문이 열렸다.이재가 낡은 종이 상자 세 개를 밀며 들어왔다.경호원들이 다가가자 그가 두 손을 들었다.“내가 도망쳤다고 생각했어?”하진은 상자보다 이재의 손목부터 보았다.상처도 밧줄 자국도 없었다.“내 원고를 태겸한테 처음 보낸 사람이 너야?”“아니.”이재가 가장 오래된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하진이 태겸을 만나기 전 출력한 초고와 인쇄 영수증,자신에게 보낸 등기 봉투가 날짜순으로 들어 있었다.“네 첫 독자는 나였어, 하진아.”“왜 지금까지 말 안 했어?”“네가 원고를 되찾는 날까지 원본이 있다는 걸 아무도 몰라야 했으니까.”이재는 봉투 하나를 카메라 앞에서 뜯었다.태겸 이름으로 출간된 소설의 첫 문장과 삭제된 결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봉인 날짜는 두 사람이 만나기 일 년 전이었다.댓글 창이 순식간에 뒤집혔다.윤하진 원작 확정.강태겸 표절 증거 공개.태겸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경찰이 고소장과 원본을 함께 확인하겠다며 막아섰다.하진은 이재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그럼 이름표에 적힌 문장은 네가 쓴 거야?”“아니.”이재가 송신기를 손수건으로 감쌌다.“그 장치는 오늘 달린 게 아니야.”뒤편 엘리베이터에서 조명운이 경호원 둘과 함께 나타났다.그의 셔츠 소매에는 검붉은 얼룩이 번져 있었다.“6년 전 제가 설치했습니다.”서우가 한 걸음 나섰다.“누구 지시였지?”“오혜련 회장입니다.”기자들이 오혜련에게 몰려들었다.조명운은 흔들리는 몸을 세우고 하진을 바라보았다.“윤하진 씨가 기억을 되찾는지, 다시 글을 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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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내 이름으로 당신을 잡아가게 했네요.

“첫 번째 찬성표는 강태겸입니다.”이사회 화면에 태겸의 이름이 붉게 떠올랐다.“형, 하진이 지켜준 자리에서 얼마나 버티나 보자.”서우는 태겸을 보지 않았다.해임 사유 첫 줄에는 윤하진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회사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하진이 방청석에서 일어났다.“내 이름으로 사람을 자르면서 나는 나가라고요?”오혜련이 회의실 문을 가리켰다.“피해자는 이사회에 끼어들 자격이 없어.”“그런데 당신들은 피해자를 해임 사유로 쓸 자격이 있고요?”의장이 경호팀을 부르려 하자 하진이 휴대폰을 들어 보였다.생중계 대기 화면에는 이미 기자 삼백 명이 접속해 있었다.“3분만 주세요.”“협박입니까?”“반론 기회를 줬다는 기록을 남길 기회예요.”의장은 마지못해 마이크를 열었다.하진은 리스크 보고서를 카메라 앞에 세웠다.“여기에는 내가 강서우 씨에게 접근해 원고를 되찾고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고 적혀 있습니다.”그는 첫 장을 찢었다.“맞아요. 이 사람의 힘이 필요해서 찾아갔어요.”회의실이 술렁였다.“하지만 원고를 훔친 건 강태겸이고, 인세를 빼돌린 건 오혜련이며,그 범죄를 회사 손실로 만든 것도 두 사람이에요.”이재가 화면에 계좌 흐름을 띄웠다.태겸 이름으로 지급된 인세가 오혜련의 차명회사와 이사 두 명의 가족 계좌로 흘러가 있었다.찬성표를 던졌던 이사 하나가 접속을 끊었다.하진이 빈 화면을 가리켰다.“나를 위험 요소라고 쓴 사람들이 내 원고로 돈을 받았네요.”오혜련의 손이 서류 끝을 구겼다.“강서우는 그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그래서 책임지게 할 겁니다.”하진은 서우를 돌아보았다.“하지만 내려오는 걸로 끝내게 하지는 않을 거예요.”“하진아.”“나 때문에 내려오지 마요.”서우의 얼굴에 처음으로 흔들림이 번졌다.“당신이 저지른 일은 그 자리에서 되돌려 놔요.”“네가 내 곁을 떠나도?”“그건 해임안하고 상관없어요.”하진은 다시 이사들을 보았다.“나와의 관계를 숨기는 조건으로 자리를 지키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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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당신 목소리로 나를 죽이려 했어요.

“당신은 조사받아요. 나는 내 이름을 훔친 사람을 잡을게요.”하진이 수갑 찬 서우의 손을 놓았다.“당신이 한 일은 인정해요.”“알겠어.”“하지 않은 일까지 뒤집어쓰면 다시는 안 봐요.”“그 약속부터 지키겠다.”차량이 떠나자 하진은 이재와 조명운을 데리고 펜트하우스로 돌아갔다.원고실 출입 기록에는 새벽 4시 7분, 윤하진의 이름이 찍혀 있었다.그 시각 하진은 서우와 거실에 있었다.조명운이 도어록 덮개를 열자 손톱만 한 중계 장치가 나왔다.복제된 휴대전화로 본인 인증 번호를 받아도어록과 경찰 접수망에 동시에 전송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이재가 6년 전 음성 원본을 재생했다.“강서우 씨가 시켰어요?”스물한 살의 하진이 되묻는 말 뒤로 다른 말이 더 이어졌다.“살고 싶으면 전부 자기 뜻대로 말하라고 했어요. 강태겸 씨가.”조작본은 물음과 마지막 이름을 잘라 붙인 것이었다.“내가 하지 않은 말을 만든 게 아니네요.”하진이 재생을 멈췄다.“내 말을 잘라서 다른 사람의 칼로 만들었어요.”전송 기록의 목적지는 서우가 끌려간 조사실이었다.하진이 중계 장치를 켜자 조사실 소리가 흘러나왔다.“모든 혐의를 인정하면 윤하진 씨는 풀어주겠습니다.”수사관이 합의서를 밀었다.“서명하지 않으면 그 사람도 원고 절도와 허위 진술 혐의로 체포됩니다.”서우가 펜을 들었다.하진이 송신 버튼을 눌렀다.“사인하지 마요.”“하진아?”“내 이름으로 협박하는 말은 한 글자도 믿지 마요.”수사관이 장치를 찾기 시작했다.하진은 편집 전 음성과 접속 기록을 생중계 계정에 올렸다.“당신은 사실만 말해요. 나는 당신 앞에 앉은 사람부터 잡을게요.”그대로 연결이 끊겨버렸다. 하진은 경찰서로 향했다.로비에는 감찰 직원들과 기자들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조사를 맡았던 수사관이 나오다가 하진을 발견했다.“윤하진 씨가 왜 여기 있습니까?”“내가 썼다는 진술서 보러 왔어요.”하진은 복제 휴대전화를 그의 앞에 올려놓았다.그 순간 수사관의 주머니에서 전화가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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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이번엔 내가 데려가요.

“혼자 오랬죠?”하진은 폐쇄된 기록보관소 문을 밀고 들어갔다.차윤서는 긴 테이블 끝에 서 있었고, 오혜련은 의자에 묶인 채 하진을 노려보고 있었다.“서우 씨는 안 왔어요.”“잘했어요.”“대신 내가 돌아가지 않으면 이 주소와 생중계 기록이 이재한테 넘어가요.”차윤서의 시선이 하진의 휴대폰에 머물렀다.“이제 남의 계획 안에서도 출구를 만드네요.”“칭찬 들으러 온 거 아니에요.”하진은 오혜련 앞에 멈췄다.“왜 이 사람을 묶었어요?”“경찰과 이사회에 숨겨둔 연락책을 한꺼번에 움직이게 하려고요.”“그래서 서우 씨를 체포시키고 나까지 피의자로 만들었어요?”“그래야 접속 계정이 전부 살아나니까.”“또 내 이름을 미끼로 썼네요.”차윤서는 피하지 않았다.“맞아요.”하진은 테이블 위 원본 서버를 가리켰다.“6년 전에도 같은 판단을 했어요?”차윤서가 해외 전원 승인서를 띄웠다.전원 장소는 치료 시설이 아니라 오혜련의 차명재단이 운영하는 폐쇄 병동이었다.“서우 씨가 당신을 데리고 있으면 납치범이 되고, 당신은 그날 밤 해외로 사라질 예정이었어요.”“그래서 태겸 옆으로 돌려보냈고요?”“사람들 눈에 보이는 곳이 그나마 안전하다고 생각했어요.”“보이는 곳에서 내 이름이 없어지는 건 괜찮았어요?”차윤서의 손이 멈췄다.“아니요.”“그런데도 골랐네요.”“그때의 저는 사라지는 것보다 살아남는 게 낫다고 믿었어요.”하진은 오혜련의 손목을 묶은 끈을 풀었다.차윤서가 앞으로 나섰다.“놓아주면 서버를 지울 겁니다.”“묶어두고 이기는 건 저 사람 방식이에요.”하진은 서버 전송선을 자신의 휴대폰에 연결했다.세 곳으로 동시 복사가 시작됐다.오혜련이 전원 장치에 손을 뻗자 하진이 먼저 플러그를 뽑았다.보조 전원이 켜지며 복사는 멈추지 않았다.“내 기록은 이제 누구 한 사람 손에도 맡기지 않아요.”복사된 폴더 안에는 49번째 밤이라는 파일이 있었다.생성자는 윤하진이었다.비밀번호 질문은 한 줄이었다.[ 내가 돌아가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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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둘 다 놓치지 마요.

“하진아, 오지 마.”“이미 왔어요.”하진이 작업실 문을 밀자 천장에 달린 카메라 세 대가 동시에 돌아갔다.서우는 책상 앞에 앉아 있었고 입가에는 피가 번져 있었다.그의 앞에 대표직 사임서와 하진의 병원 기록이 놓여 있었다.태겸이 송출 버튼을 가리켰다.“형이 사인하면 네 기록은 묻어줄게.”하진은 문을 닫고 카메라 앞으로 걸어갔다.“묻지 마.”태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내가 아팠던 기록은 죄가 아니야.”“네가 무슨 꼴이었는지 다 퍼져도?”“당신이 남의 병을 협박에 썼다는 사실도 같이 퍼지겠지.”하진이 직접 송출 버튼을 눌렀다.접속자 수가 빠르게 치솟았다.“지금 강태겸 씨는 제 병원 기록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며 강서우 씨에게 사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태겸이 카메라를 끄려 하자 하진이 그의 손목을 밀어냈다.“끝까지 켜둬.”“형을 살리려고 네 인생까지 전시하겠다고?”“아니.”하진은 병원 기록 첫 장을 들어 보였다.“내 인생을 전시해온 사람을 끝내러 왔어.”서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하진아, 기록은 이미 회수했다.”“그럼 왜 여기 남아 있었어요?”“태겸이 가진 마지막 원본의 위치를 확인하려고.”“또 혼자 미끼가 됐네요.”“이번에는 네 선택을 바꾸지 않았다.”서우가 서명되지 않은 사임서를 찢었다.“네가 올 때까지 결정하지 않고 기다렸다.”태겸이 책상 서랍에서 저장장치를 꺼냈다.“이 안에 원본이 있어.”그는 라이터를 켜 저장장치 아래에 들이댔다.“형이 무릎 꿇으면 살려주지.”서우가 움직이려는 순간 하진이 앞을 막았다.“그러지 마요.”“원본이 타면 네 피해를 증명할 수 없다.”“증거 때문에 사람을 먼저 버리는 선택, 또 하려고요?”서우의 발이 멈췄다.하진은 휴대폰 화면을 태겸에게 보여주었다.복사 완료.차윤서에게 받은 서버 자료는 이미 수사기관과 이재, 언론 대리인에게 전송돼 있었다.“태워.”태겸의 손이 흔들렸다.“그게 없어도 내가 쓴 문장은 사라지지 않아.”“사람들은 증거만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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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 내 표로 당신을 멈춰요.

“이것도 당신이 한 말이에요?”서우는 화면을 끄지 않았다.“그래.”“왜 내 이름으로 당신을 끌어내리라고 했어요?”“그때의 내가 대표가 되려면 네 원고 도용과 병원 기록 조작을 덮어야 했다.”“그래서 미래의 당신을 막는 장치로 나를 썼고요?”“그래.”하진은 의결권 위임서를 내려다봤다.의식 없는 자신의 손이 서류 위에 올려져 있었다.“태겸은 내 이름으로 돈을 벌었고, 오혜련은 내 이름으로 계약했어요.”하진이 서우를 똑바로 보았다.“당신은 내 이름으로 양심을 대신했네요.”“맞아.”“돌려놓겠다는 말은 하지 마요.”서우의 입술이 멈췄다.“이번에는 내가 직접 쓸 거니까.”최종 표결까지 남은 시간은 15분이었다.이재가 법무팀 화면을 연결했다.“6년 전 위임은 본인 의사가 없어서 무효로 만들 수 있어.”“그러면 반대표도 사라져?”“그래.”서우가 말했다.“그대로 둬도 된다.”하진이 곧바로 돌아섰다.“또 내 이름으로 벌받겠다고요?”“내가 만든 장치다.”“내 이름으로 만들었잖아요.”하진은 위임 철회서에 직접 서명했다.윤하진은 6년 전 작성된 모든 의결권 위임을 취소한다.전송과 동시에 화면에서 반대표가 사라졌다.의장이 물었다.“윤하진 씨가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시겠습니까?”투표창이 열렸다.강서우 대표 직무 복귀.찬성.반대.기권.하진은 서우를 보았다.“내가 반대해도 기다릴 수 있어요?”“네가 원하는 표를 던져.”“떠나지 않고요?”“네가 오지 않아도 돌아올 자리는 지키겠다.”하진은 반대를 눌렀다.“강서우 씨의 즉시 복귀에 반대합니다.”오혜련의 입가가 올라갔다.하진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원고 도용 방치와 증거 삭제에 대한 독립 조사가 끝날 때까지 직무를 정지해야 합니다.”“결국 네 손으로 사랑하는 남자를 끌어내렸구나.”“아니요.”하진은 서우 앞의 대표 명패를 뒤집었다.“훔친 표를 없애고 내 표를 던진 거예요.”서우는 명패를 내려다봤다.“받아들이겠다.”“받아들이는 걸로 끝내지 마요.”“무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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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당신 보호를 끝내요.

“하진아, 나는 복귀를 거부했다.”“알아요.”하진은 통화를 끊지 않은 채 화면을 이재에게 돌렸다.강서우 대표 명의의 첫 지시는 윤하진 의결권 정지였다.발송 시각은 서우가 복귀 거부서를 제출한 30초 뒤였다.“누군가 당신 이름으로 명령하고 있어요.”“내 권한부터 잠그겠다.”“또 먼저 결정하지 마요.”서우의 손이 화면 밖에서 멈췄다.“그럼 무엇부터 하지?”“내가 보는 걸 같이 봐요.”조사위원의 입회 아래 두 사람의 통화가 증거 녹화로 전환됐다.하진은 이재와 서버실로 향했다.문은 잠겨 있었지만 안쪽 전원은 살아 있었다.조명운이 비상 장치를 연결하자 중앙 화면에 두 개의 실행 기록이 떴다.강서우 대표 복귀 승인.윤하진 의결권 정지.실행자는 모두 윤하진이었다.이재가 인증 내역을 확대했다.“현재 지문이 아니라 병원에서 채취한 생체 자료야.”화면 아래에는 오래된 항목이 붙어 있었다.보호대상 윤하진.긴급 보호권자 강서우.하진이 서우에게 물었다.“이 권한 알아요?”“6년 전 오혜련이 만든 병원 보호 기록이다.”“왜 아직 살아 있어요?”“내가 네 보호 계약을 등록하면서 같은 이름의 기록이 다시 연결된 것 같다.”하진은 현재 계약서를 열었다.신변 보호와 언론 대응 위임 아래 숨겨진 연동 조항이 있었다.보호 대상의 판단이 어렵다고 인정될 경우 긴급 보호권자가 대리 승인한다.“내가 사인한 계약에 있었어요?”“본문에는 없었다.”“그럼 누가 붙였어요?”접속 계정이 화면에 나타났다.한성의료재단 이사장 오혜련.하진은 서버실 화면을 생중계 계정에 연결했다.오혜련의 얼굴이 원격 창에 나타났다.“네가 스스로 보호를 청했으니 대리인이 필요한 것 아니니?”“보호를 부탁했지 내 이름을 맡긴 적 없어요.”“네가 흔들릴 때마다 서우가 대신 결정했잖아.”“그래서 지금 끝내려고요.”오혜련이 원격 삭제를 실행했다.대기 명령이 붉게 떠올랐다.윤하진 원고 전면 폐기.강서우 대표 복귀 강제 승인.실행까지 3분이었다.서우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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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둘 다 내 선택이에요.

“내일 네 이름을 돌려줄게. 대신 형을 버려.”태겸이 보낸 문장이 기자회견장 화면을 가득 채웠다.하진은 삭제하지 않았다.“그대로 송출해요.”이재가 생중계를 열었다.단상 위 명패에는 윤하진 작가라는 이름만 놓여 있었다.보호 대상도, 대필 의혹 당사자도 아닌 자신의 이름이었다.회의장 문이 열리고 태겸이 수사관과 변호사를 대동한 채 들어왔다.그는 미발표 원고가 든 봉투를 단상 위에 던졌다.“반환 동의서에 서명할게.”“조건은 강서우 씨를 버리는 거고요?”“형도 네 원고를 이용했어. 나랑 다를 게 없어.”“달라요.”하진은 봉투를 밀어냈다.“당신은 들킨 뒤에도 내 선택을 사려고 하잖아.”태겸이 반환 동의서를 펼쳤다.“이게 없으면 네 이름으로 출간된 작품을 되찾는 데 몇 년이 걸려.”“그래도 당신한테서 사지는 않아.”“작가로 살 기회를 버리겠다고?”“내 이름과 사람 중 하나를 버려야 얻는 기회라면 필요 없어.”하진이 손을 들자 이재가 밀봉 상자를 가져왔다.태겸을 만나기 전 작성된 초고와 발송 기록, 공증 출력물이 차례로 화면에 떴다.하진은 태겸이 가져온 원고의 47번째 장을 펼쳤다.“이 문단을 왜 지웠어요?”“편집 과정에서 뺀 거야.”“당신이 편집한 적 없잖아.”이재의 보관본에는 삭제 전 수정 흔적이 남아 있었다.작성자 윤하진.수정자 윤하진.태겸의 계정에는 완성본을 열람하고 복사한 기록만 있었다.“당신이 가져온 건 원본이 아니에요.”하진이 봉투를 카메라 앞으로 밀었다.“내 원고를 훔친 날 만들어진 첫 번째 사본이에요.”기자석이 술렁였다.태겸이 봉투를 움켜쥐었다.“그래도 반환 서명은 내가 해야 해.”“아니.”하진은 법원에 접수된 권리보전 신청 화면을 띄웠다.“당신 서명 없이도 되찾기 시작했어.”“누가 도와줬지?”“내 첫 독자와 내 변호사.”하진은 빈 옆자리를 바라봤다.“그리고 자기가 한 일을 증언하기로 한 사람.”뒤쪽 문이 열렸다.서우는 수행원도 직함도 없이 혼자 들어왔다.그는 하진에게 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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