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몇 개를 돌려놓는다고 끝날 것 같니?”오혜련은 조사실에서도 등을 곧게 세우고 있었다.압수된 지시서와 복구된 녹음이 탁자 위에 놓였지만, 그녀의 시선은 하진에게만 머물렀다.“작품은 팔렸고, 회사는 살아남았어.”“이름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지?”하진은 증거 봉투 안의 첫 원고를 꺼내지 않았다.“당신들한테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훔치기 쉬웠겠죠.”“나는 글을 살린 거다.”“아니요.”“사람을 지우고 글만 남긴 거예요.”조사관이 복구된 결재 문서를 화면에 띄웠다.스물아홉 작품의 원저자 목록.하진의 스물여덟 작품에 적용된 우선권 계약.오혜련이 승인하고 태겸이 실행한 명의 변경 내역까지 한 줄로 이어졌다.“강태겸 씨는 지시에 따랐다고 진술했습니다.”오혜련이 비웃었다.“살려고 어미를 파는구나.”“당신도 회사를 살린다는 말로 작가들을 팔았잖아요.”하진의 말에 그녀의 입가가 굳었다.“네 이름이 아니었으면 아무도 읽지 않았을 글들이야.”조사실 뒤편에서 서정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는 자신의 작품 표지를 화면에 띄웠다.오래도록 윤하진의 이름 아래 묶여 있던 소설이었다.“읽히지 않아도 제 글입니다.”다른 작가들도 차례로 원고와 작성 기록을 제출했다.이름을 빼앗긴 사람은 스물아홉 명이었지만, 증언은 하나처럼 이어졌다.작품을 돌려달라는 말보다 먼저 나온 것은 이름을 돌려달라는 말이었다.하진은 오혜련 앞에 공동 요구서를 내려놓았다.“작품 판매 재개보다 원저자 표시를 먼저 정정해 주세요.”“정산금과 손해배상은 그다음입니다.”“내 스물여덟 작품도 같은 순서로 처리하고요.”오혜련이 하진을 올려다봤다.“네 글까지 묶어두겠다고?”“제 이름만 먼저 살겠다고 하면, 당신이랑 다를 게 없잖아요.”며칠 뒤 특별조사위원회의 최종 발표가 열렸다.스물아홉 작품의 원저자가 공식 확인됐다.기존 표지와 판매 페이지에는 원저자 이름이 먼저 복원됐고, 잘못 지급된 수익은 별도 정산 절차로 넘어갔다.첫 번째로 바뀐 표지에는 서정민의 이름이 올라갔다.
최신 업데이트 : 2026-08-01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