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진이 사라지기 한 시간 전, 강서우는 이미 실종 신고를 했다.형사가 내민 접수증에는 오후 10시 41분이 찍혀 있었다.하진이 이 집의 초인종을 누르기 전이었다.“내가 올 줄 알았어요?”서우는 부정하지 않았다.“네 메일을 받았다.”“나는 당신한테 메일 보낸 적 없어요.”형사가 태블릿을 돌렸다.오후 10시 32분, 하진의 오래된 작가 계정에서 서우에게 발송된 메일이었다.제목은 마지막 원고였다.본문은 한 줄뿐이었다.[오늘 자정, 내 이름이 사라지면 나도 끝내겠습니다.]첨부 파일에는 하진이 열아홉 살 때 쓴 최초 초고가 들어 있었다.세상에서 지웠다고 믿었던 첫 문장까지 그대로였다.“이걸 보고 신고한 거예요?”“전화를 열세 번 했다.”서우의 목소리가 흔들렸다.“네가 한 번도 받지 않았어.”하진은 휴대폰을 확인했다.부재중 전화 목록에는 태겸의 이름만 있었다.서우의 전화는 단 한 통도 없었다.“거짓말.”“내 통화 기록에는 남아 있다.”서우가 화면을 내밀었다.하진의 번호로 열세 번 전화를 건 기록이 있었다.같은 시간, 하진의 휴대폰은 수신을 거부한 것으로 표시돼 있었다.누군가 두 사람 사이의 연락만 골라 지웠다.형사가 하진의 품에 안긴 가방을 바라보았다.“원고는 증거물로 제출해주셔야 합니다.”하진이 가방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안 됩니다.”“표절 피해를 입증하려면 원본 확인이 필요합니다.”“여기서 확인하세요.”“디지털 포렌식 절차상 가져가야 합니다.”서우가 하진과 형사 사이를 막았다.“영장부터 가져오시죠.”“실종 신고자가 수사까지 방해하시는 겁니까?”“신고는 보호를 요청한 거지, 원고를 넘기겠다는 동의가 아닙니다.”팔 년 전에는 묻지 않고 하진의 원고를 태겸에게 넘겼던 남자였다.지금은 경찰 앞에서도 하진의 허락을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믿고 싶지 않은데 그 차이가 자꾸 눈에 들어왔다.형사는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대신 메일에 첨부된 두 번째 파일을 열었다.“유서로 보이는 문서도 있습니다.”하진의
최신 업데이트 : 2026-07-09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