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부터 내릴게요.”하진은 표지에 박힌 윤하진 세 글자를 손바닥으로 덮었다.“작가님 성함을 알려주세요.”“서정민이에요.”“오늘 안에 이 책에서 윤하진을 지우겠습니다.”정민은 책을 받지 않았다.“이름만 지우면 끝나요?”“그 이름으로 받은 인세도 돌려드릴게요.”“상도 받았어요.”이재가 검색 화면을 돌렸다.《겨울의 뒷면》은 6년 전 신인문학상을 받았다.수상자 윤하진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고, 대리 수상자는 강서우였다.하진은 스피커폰을 바라봤다.“그 상까지 알고 있었어요?”“알고 있었다.”“내가 쓰지 않은 작품으로 상을 받게 두고요?”“시상식에 나타날 오혜련의 차명 계약 담당자를 확인하려 했다.”“그래서 서정민이라는 이름을 여섯 해나 묻었어요?”“그래.”정민이 책등을 움켜쥐었다.“당신들은 증거를 모았고, 나는 내 원고를 훔친 사람으로 몰렸어요.”서우는 변명하지 않았다.“제가 책임지겠습니다.”“그 말로 또 기다리게 하지 마세요.”하진이 생중계 버튼을 눌렀다.접속자 수가 순식간에 치솟았다.“윤하진 명의로 출간된 《겨울의 뒷면》은 제 작품이 아닙니다.”댓글이 폭주했지만 하진은 화면을 보지 않았다.“이 책을 쓴 사람은 서정민 작가입니다.”하진은 권리 포기서와 인세 반환 동의서에 서명했다.신인문학상 반납 신청서까지 전송한 뒤 검은 테이프로 표지의 자기 이름을 가렸다.그 위에 서정민이라고 적었다.“이제 작가님 차례예요.”정민이 마침내 책을 받아들었다.“나 하나 돌려받으면 끝나는 줄 알아요?”그녀가 원고실에 놓인 열한 권을 가리켰다.“우리 뒤에 열여덟 명이 더 있어요.”하진은 생중계를 끄지 않았다.“스물아홉 명 전부 찾겠습니다.”조사위원의 질문이 통화 너머로 들렸다.“원저자를 확인하고도 출간을 유지한 작품은 몇 건입니까?”“열한 건입니다.”“나머지 열여덟 건은요?”“도용 가능성을 알고도 확인 절차를 중단했습니다.”하진의 손이 멈췄다.“열한 건은 비자금 흐름을 추적한다는 이유로 팔게 뒀고,열
Last Updated : 2026-07-2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