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 남자의 형에게 안기면 : Chapter 71 - Chapter 80

85 Chapters

71화. 알고도 숨겼어요?

'나는 오늘 강서우를 죽였다.'하진은 첫 문장을 다시 읽었다.죽은 사람은 몇 시간 뒤 내 앞에 나타나 다시는 자신을 찾지 말라고 말했다.원고에는 장소와 시각이 적혀 있었다.강태겸의 집 이층 서재.새벽 5시 08분.이재가 6년 전 출입 기록을 불러왔다.“공식 기록에는 없어.”“한 번 더 들어온 거예요.”서우는 새벽 3시 41분 정문으로 들어갔다가 6분 만에 쫓겨났다.그로부터 한 시간 남짓 뒤, 담장을 넘어 다시 들어온 흔적이 원고에 남아 있었다.하진은 다음 문장을 열었다.강서우는 손등이 찢어진 채 서재 창문으로 들어왔다.그는 나를 데려가러 왔다고 하지 않았다.대신 한 가지를 물었다.“전화한 사람이 너를 버렸다고 말했나?”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그는 그 목소리가 자신이 아니라고 했다.하진의 손이 화면 위에서 멈췄다.“나는 가짜 통화라는 걸 알고 있었네요.”정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런데 왜 기억이 안 나는 걸까요?”하진은 답하지 않고 원고를 더 내렸다.나는 그 말을 믿었다.믿는다고 말하면 다시 약을 맞을 것 같았다.그래서 그에게 돌아가라고 했다.강서우는 내가 싫다고 한 말은 무시하면서, 떠나라는 말만은 너무 쉽게 믿었다.화면 속 문장을 읽었을 뿐인데 누군가의 옷깃을 놓치지 않으려고 힘을 줬던 감각이 되살아났다.기억은 없었다.그러나 붙잡았던 손만은 낯설지 않았다.“이걸 어떻게 쓴 거지?”이재가 파일의 생성 기록을 열었다.“태겸이 계약 확인용으로 건넨 태블릿이야.”하진이 입력한 모든 내용은 태겸의 개인 서버에 자동 저장됐다.태블릿에는 병원 보호 계정도 남아 있었다.같은 내용이 서우의 보안 서버에 백업된 시각은 이틀 뒤였다.“서우 씨는 육 년 전에 이 원고를 읽었어.”하진은 예약 메일 본문을 열었다.네가 나를 기억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다시 나를 선택했다는 것도 알았다.그러면서도 돌려주지 않았다.하진은 입술을 다물었다.“왜 숨겼는지도 썼어요?”그 아래 문장이 이어졌다.이 원고를 돌려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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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한 달이 왜 6년이에요?

하진은 첨부 문서를 열었다.기억을 지우는 치료도, 영구적인 접촉 금지도 아니었다.고용량 진정제와 급성 스트레스로 인한 기억 혼란이 안정될 때까지과거 사건의 직접 고지와 관련 인물의 면담을 제한한다.적용 기간은 삼십 일이었다.그 뒤에는 의료진이 하진의 상태를 다시 확인하고 연장 여부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었다.동의자 강서우.이재가 다음 장을 넘겼다.삼십 일째 작성된 재평가 기록이었다.환자는 시간과 장소를 정확히 인지함.과거 사건을 단계적으로 고지할 수 있음.환자가 요청한 인물과의 면담도 가능함.연장 불필요.접촉 제한은 그날 종료됐다.그 뒤의 육 년은 의료 조치가 아니었다.서우가 스스로 이어간 부재였다.재평가 기록 아래 하진의 자필 요청이 붙어 있었다.창문으로 들어왔던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사람이 약속했습니다.하진은 끝으로 갈수록 힘이 빠진 글씨를 알아봤다.“나는 찾았어요.”전달 기록도 남아 있었다.수신자 강서우.열람 시각 오전 9시 14분.답변 시각 오전 9시 19분.면담 거부.정민이 숨을 삼켰다.“직접 거절한 거예요?”하진은 같은 두 글자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내가 못 알아봐서 안 온 게 아니었네요.”첨부 영상은 하진의 재평가가 끝난 뒤 촬영된 의료진과 서우의 상담 기록이었다.의사가 먼저 말했다.“윤하진 씨가 당신과의 면담을 요청했습니다.”“확인했습니다.”“현재 상태라면 짧은 대화가 가능합니다.”서우는 문고리를 바라보다가 손을 내렸다.“내가 들어가면 하진은 나를 따라오려고 할 겁니다.”“그 선택은 환자에게 있습니다.”“그 선택 때문에 다시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위험을 설명한 뒤에도 본인이 원한다면요?”서우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오늘은 만나지 않겠습니다.”현재의 하진이 영상을 멈췄다.“오늘만 거절한 것처럼 말했네요.”이재가 상담 뒤에 첨부된 문자 기록을 열었다.오혜련이 보낸 메시지였다.윤하진에게 접근하면 병원에서 가져온 원고와 원저자 목록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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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화. 내 옆에 서요.

태겸의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하진은 화면에 뜬 이름을 한동안 지우지 못했다.연결하자 태겸의 얼굴 대신 검은 천장이 보였다.“형은 이제 아무것도 없어.”하진은 대답하지 않았다.“대표 자리도 집도 네 이름을 돌려줄 힘도 없어졌다고.”“그래서?”“그런데도 형 옆에 설 거야?”태겸의 질문이 귓속에 남았다.여섯 해 전에도 같은 방식이었다.서우에게 가면 다 잃는다고 겁을 주고, 태겸에게 남는 것만이 안전하다고 믿게 했다.그런데도 하진의 손은 종료 버튼 위에서 멈췄다.수사관의 감독 아래 연결돼 있던 서우가 그 모습을 봤다.“내가 끊어줄까?”하진이 서우를 바라봤다.“아니면 네가 직접 끊을래?”서우는 태겸의 전화를 빼앗지도, 대신 답하지도 않았다.하진이 직접 종료 버튼을 눌렀다.“이번에는 내가 끊었어요.”“봤다.”“잘했다고 하지 마요.”“네가 정한 일이니까 평가하지 않겠다.”하진은 숨을 한 번 고른 뒤 물었다.“숨긴 거 또 있어요?”“있다.”“뭔데요?”“대표이사 해임안이 곧 표결에 들어간다.”이재가 회사 공시망을 열었다.표결까지 남은 시간은 서른여덟 분이었다.명의 도용 작품 판매 유지.내부 보안 인증서 관리 실패.회사 자산을 이용한 무단 보호 계약.마지막 사유에는 윤하진과의 관계로 인한 기업 신뢰 훼손이 적혀 있었다.“왜 말하지 않았어요?”“네가 나를 지키려고 들어올 것 같았다.”“또 내가 뭘 할지 당신이 정했네요.”“그래.”“해임을 막을 거예요?”“아니.”“잘못한 책임은 지되, 오혜련이 만든 거짓 사유까지 받아들이지는 마요.”서우는 잠시 하진을 바라봤다.“네가 말할 기회가 없다.”이재가 곧바로 조사위원회와 이사회에 참고인 진술 요청서를 보냈다.표결 십 분 전, 이사회 의장이 하진에게 제한된 원격 발언을 허용했다.화면 속 오혜련이 먼저 입을 열었다.“피해자가 가해자의 자리를 지키러 왔군요.”“자리 지키러 온 게 아닙니다.”하진은 서우와 다른 화면에 앉았다.“강서우 씨가 저지른 잘못은 제 사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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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화. 평생은 내일 말해요.

“평생 같은 말은 함부로 하지 마요.”하진은 서우의 이마에서 천천히 떨어졌다.당일 조사를 마친 서우는 추가 소환에 응하는 조건으로 귀가를 허가받았다.조사기관 정문 앞에는 아직 취재진이 남아 있었다.“그럼 오늘은?”“오늘은 내 옆에 있어요.”“내일은 다시 묻고.”“네.”그때 변호인에게 빌린 서우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강씨 저택에서 온 호출이었다.오혜련은 가족 식탁에 마지막으로 참석하라고 통보했다.“혼자 다녀와요.”서우가 먼저 말했다.하진은 차 문을 열었다.“들을지 말지는 내가 정해요.”저택의 긴 식탁에는 서우의 자리만 남아 있었다.하진이 앉을 의자는 벽 쪽으로 밀려 있었다.태겸이 잔을 내려놓았다.“가족도 아닌 사람까지 데려왔네.”하진은 벽에 밀린 의자를 직접 끌어와 서우 옆에 놓았다.누구도 내어주지 않은 자리를 스스로 만들었다.“가족으로 온 게 아니야.”하진은 태겸을 바라봤다.“이 사람 옆에 있으려고 왔어.”오혜련이 서우 앞에 저택 출입패와 가족 명의 카드를 내려놓았다.“윤하진과 관계를 정리하면 이 집의 지원은 유지해주마.”서우는 두 물건을 상자 안으로 밀어 넣었다.“필요 없습니다.”태겸이 하진을 향해 웃었다.“형한테 남은 건 조사와 빚뿐이야.”하진은 대꾸하지 않았다.“병원에서 버렸고, 육 년 동안 숨었고, 네 이름을 지킨다면서 다른 사람들 이름까지 묶었어.”서우의 손에 들린 잔이 기울었다.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드러났다.“강태겸.”서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하진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앉아요.”서우는 태겸이 아니라 하진을 봤다.잠시 뒤 다시 자리에 앉았다.하진은 그제야 알았다.이 집의 누구도 멈추지 못한 남자가 자기 손 하나에는 멈췄다.그 사실이 조금 무서웠다.오혜련이 물었다.“저런 남자 옆에 얼마나 버틸 수 있겠니?”“모르겠어요.”서우의 시선이 하진에게 향했다.“그래서 오늘 하루만 정했어요.”“그 아이는 널 믿지 않는다는 뜻이야.”“믿는 법을 다시 배우는 중이라는 뜻입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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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화. 오늘만 사랑해요.

“오늘만 사랑한다고 하면, 내일도 듣고 싶어질 텐데요.”하진은 거울 속 서우를 바라봤다.빌려 입은 셔츠의 소매가 손등까지 내려와 있었다.서우는 그의 뒤에 서 있었지만 먼저 손을 대지 않았다.“듣고 싶으면 내일 다시 물어.”“오늘 대답부터 해요.”“사랑한다.”하진의 손가락이 단추 위에서 멈췄다.“오늘만요?”“네가 허락한 오늘까지.”“더 욕심내고 싶지 않아요?”“싶다.”서우의 시선이 거울 속 하진에게 머물렀다.“그래서 참는 게 아니라 묻는 거다.”“뭘요?”“가까이 가도 되나?”하진은 몸을 돌려 서우의 손을 끌어 자기 허리에 올렸다.“여기까지요.”서우의 손이 셔츠 위에서 멈췄다.“더 가까이 가고 싶다.”“원하는 걸 말한 건 허락이 아니에요.”“그럼 허락은?”하진이 그의 넥타이를 손가락에 감았다.“오늘 밤 다시 물어요.”입술이 가까워지는 순간 휴대전화가 울렸다.두 사람이 임시 숙소로 들어가는 사진이 기사 첫 화면을 채우고 있었다.[해임된 강서우, 핵심 피해자와 한밤 동행.][한성그룹, 윤하진을 공동 보상 협의 창구에서 제외 요청.]이유는 강서우와의 사적 관계로 인한 이해충돌이었다.서우가 허리에서 손을 뗐다.“회의에는 혼자 가.”하진이 떨어진 손을 다시 가져왔다.“방금까지 묻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면서요.”“내가 같이 가면 네 말보다 우리 관계가 먼저 보일 거다.”“같은 문까지는 같이 들어가요.”“회의실은?”“거기부터는 혼자 갈게요.”서우는 더 막지 않았다.“밖에서 기다리겠다.”피해 작가 공동대응단 회의가 열리는 건물 앞에는 취재진이 몰려 있었다.서우가 별도 출입구를 가리켰다.“원하면 피할 수 있다.”하진은 정문 계단을 올랐다.“숨지 않을래요.”“내가 어디에 서면 되지?”하진은 걸음을 멈췄다.“내 앞에도, 뒤에도 서지 마요.”“그럼?”“옆에요.”두 사람은 같은 높이에서 계단을 올랐다.카메라와 질문이 한꺼번에 쏟아졌다.“강서우 씨에게 회유당한 겁니까?”“보상 협의에서 제외되면 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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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화. 오늘이 쌓이면

“내일 아침에도 오늘만 하자고 말해줘요.”임시 숙소로 돌아온 하진은 현관문 앞에서 서우를 붙잡았다.서우는 문을 닫지 않은 채 물었다.“내일 마음이 달라져도?”“그러면 내가 달라졌다고 말할게요.”“오늘 한 약속 때문에 남지는 마.”“오늘 떠날 이유도 당신이 대신 만들지 마요.”서우가 열린 문 안쪽을 가리켰다.“들어올래?”하진은 직접 문턱을 넘었다.“오늘은요.”거울 앞에 선 하진은 손등을 덮은 셔츠 소매를 접었다.소매 끝에는 서우가 공식 석상에서 여러 번 드러냈던 이니셜 자수가 남아 있었다.서우는 그의 뒤에 섰지만 먼저 손을 대지 않았다.“갈아입을 옷을 구해주겠다.”“이게 불편해요?”“내가 불편한 것과 네가 입을지는 다른 문제다.”하진은 거울 속 서우를 바라봤다.“그럼 원하는 걸 말해요.”서우의 시선이 셔츠 단추에 머물렀다.“내가 벗기고 싶다.”하진의 손끝이 단추 위에서 멈췄다.“말한 건 허락이 아니에요.”“안다.”“기다릴 수 있어요?”“네가 먼저 고를 때까지.”하진이 돌아서려는 순간 휴대전화가 울렸다.피해 작가 회의장으로 들어가던 사진이 기사 화면을 채우고 있었다.확대된 사진에는 서우의 이니셜까지 선명했다.[강서우의 셔츠를 입은 피해자 측 연락책.][한성그룹 윤리위원회, 이해충돌 확인 요청.]첨부된 확인서에는 한 문장이 굵게 표시돼 있었다.두 사람의 동행은 사적 관계가 아닌 일시적 보호 조치였음을 확인한다.해당 문구에 서명하면 서우의 등기이사 해임 사유에서 사적 이해충돌 항목을 재검토하겠다는 조건이었다.하진이 확인서를 끝까지 읽었다.“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쓰면 마지막 자리라도 지킬 수 있대요.”“쓰지 마.”“자리보다 내 대답이 먼저예요?”“네가 하지 않은 말을 하게 만들면서 지킬 자리는 없다.”“그럼 전부 잃어도요?”“그건 내가 감당한다.”하진은 확인서의 거부란을 눌렀다.강서우와 동행한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그러나 사적 관계를 부인할 의무는 없으며, 강서우의 업무상 책임은 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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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화. 붙잡지 않아도 남아요.

“대표님, 내일이면 모든 걸 잃을 수도 있습니다.”자정 직전에 도착한 변호인의 음성 메시지가 다시 재생됐다.대표직을 잃은 뒤에도 오래된 호칭은 바뀌지 않았다.날짜가 넘어간 지금, 등기이사 해임과 그룹 내 모든 직무 배제 표결까지 아홉 시간도 남지 않았다.과반 찬성은 이미 굳어진 상태였다.서우는 메시지를 끝까지 듣고 휴대전화를 뒤집었다.하진은 그의 팔 안에서 몸을 일으켰다.“정말 전부 잃어요?”“보유 주식은 남는다.”“그럼 전부는 아니네요.”“향후 배당금과 퇴직 보상금은 피해 보상용 별도 계정에 예치할 생각이다.”침대 옆에는 스물아홉 작품의 권리 확인과 보상이 끝날 때까지해당 금액을 인출하지 않겠다는 신청서가 놓여 있었다.“그것까지 내놓으면 당신한테 뭐가 남아요?”“책임질 일과 네가 오늘 허락한 자리.”하진의 얼굴이 굳자 서우가 덧붙였다.“네가 남아야 내가 버틴다는 뜻은 아니다.”“네가 떠나도 내 책임은 내가 진다.”그 말이 오히려 하진을 문 쪽으로 밀었다.“가고 싶어?”“조금요.”“왜?”“지금 당신과 끝났다고 발표하면 표 하나쯤 돌아올 것 같아서요.”“그 거짓말로 얻는 표는 필요 없다.”“사람들은 내가 당신 약점이라고 하잖아요.”“그건 그들이 네게 붙인 이름이다.”하진은 현관문 앞에 섰다.서우는 따라왔지만 길을 막지 않았다.“문 열어줄까?”“붙잡지 않아요?”“네가 남는 선택까지 빼앗고 싶지 않다.”문이 열리자 새벽 공기가 방 안으로 밀려들었다.서우는 한 걸음 물러나 길을 비웠다.“나가도 된다.”하진은 문턱을 넘지 못했다.뒤에서 붙드는 손도, 가지 말라는 말도 없었다.“나 아직도 도망치고 싶어요.”“알아.”“당신이 다 잃는 걸 보면 내 탓이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네 탓이 아니다.”“그 말을 믿는 것도 무서워요.”“오늘은 믿지 않아도 된다.”하진은 열린 문보다 서우의 빈손을 바라봤다.자신을 붙잡지 않으려고 손가락을 접고 있었다.“손 내밀어도 돼요?”서우가 손바닥을 폈다.하진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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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화. 내 이름으로 올려요.

“이 원고, 오늘 공개하겠습니다.”회의실 문이 닫히기 직전 하진의 말이 안으로 들어갔다.의장이 표결 자료를 확인했다.해임 안건의 부속 자료에는 하진의 미공개 원고에 대한 공개 금지 검토 요청이 포함돼 있었다.“원고 당사자에게 삼 분간 참고인 진술을 허가합니다.”하진은 서우의 뒤가 아니라 빈 옆자리를 지나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이재가 태블릿을 회의실 공유 화면에 연결했다.오혜련이 먼저 입을 열었다.“원고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게 아니다.”“회사 미공개 자료와 수사 기록이 포함됐는지 확인하려는 거다.”하진은 원본 파일의 생성 내역을 띄웠다.최초 작성자 윤하진.무단 복제 기록 한 건.원본 변조 기록 없음.“강태겸이 가져간 건 복제본입니다.”“제가 공개하려는 건 포렌식 검증을 마친 원본이고요.”“수사기관에 제출한 증거와 다른 피해자의 실명은 제외했습니다.”하진은 공개본과 증거 제출본을 나란히 보여줬다.“업무 자료를 복사해 쓴 것도 아닙니다.”“제가 직접 겪은 일과 이미 공개된 기록을 제 문장으로 썼어요.”오혜련이 원고실 열쇠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그 공간은 회사 명의로 임차했다.”“강서우의 해임이 확정되면 오늘 자정에 지원과 출입 권한도 끝난다.”“개인 물품과 증거를 회수할 시간은 그때까지 주마.”서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의자 다리가 바닥을 밀었다.그가 열쇠를 향해 움직이자 하진이 손목을 잡았다.“서우 씨.”서우가 하진을 봤다.“멈춰요.”그의 손이 내려갔다.하진은 자기 손 하나에 멈춘 남자를 보며 숨을 삼켰다.잘못 말하면 이 사람은 자신을 지키겠다는 이유로 또 모든 것을 부술 수도 있었다.그래도 손을 놓지는 않았다.“열쇠는 내가 받을게요.”오혜련이 하진 앞으로 열쇠를 밀었다.“그 원고에는 네가 강서우를 찾아간 밤도 들어 있겠지.”“네.”“사람들은 작품보다 네 침실부터 읽을 거다.”“그 밤을 먼저 훔쳐 판 건 당신들이에요.”하진은 열쇠를 쥐었다.“이번에는 내가 남긴 문장으로 읽게 할 겁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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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화. 네 계획대로 안 살아.

공개까지 십 초가 남았다.하진은 예약 화면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서우는 그의 뒤에 서 있었지만 버튼에는 손대지 않았다.“멈추고 싶으면 지금 멈춰도 돼.”“멈추고 싶은지부터 제가 정해요.”숫자가 영이 되자 첫 회가 열렸다.《그 남자의 형에게 안기면》작가 윤하진.첫 문장이 화면에 올라왔다.나는 나를 망친 남자의 형에게 도망쳤다.몇 초 만에 접속자가 몰렸다.첫 회의 마지막 문장은 태겸에게서 도망친 밤이 아니라 서우의 문턱을 자기 발로 넘은 순간이었다.숨겨달라고 찾아왔지만, 들어갈지는 내가 정했다.그 문장이 공유되기 시작했다.댓글보다 먼저 기사 알림이 터졌다.강태겸이 같은 시각에 파일 하나를 공개한 것이다.강서우_윤하진_접근계획_원본.하진이 파일을 열자 서우의 전자서명이 박힌 문서가 나타났다.대상자 윤하진.주거 제공을 통한 신뢰 확보.원고 회수 지원 후 강태겸의 범죄 진술 유도.사적 관계 노출 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약화 가능.하진의 손이 마지막 문장 위에서 멈췄다.서우가 먼저 말했다.“첫 장과 서명은 내가 만든 문서가 맞다.”“언제요?”“육 년 전.”“나를 보호하려고요, 이용하려고요?”“처음에는 보호와 증거 확보를 함께 생각했다.”하진이 그를 돌아봤다.“이번에도 숨기지 말고 끝까지 말해요.”“네가 다시 내게 오면 태겸의 범죄를 밝히는 데 도움을 청할 생각이었다.”“청할 생각이었다는 말과 이미 계획했다는 말은 달라요.”“그래.”서우는 변명하지 않았다.“그 계획을 네게 보여주지 않은 것도 내 잘못이다.”하진은 공개 중단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내 원고는 계속 올려요.”“이 문서부터 확인해야 한다.”“당신이 숨긴 문서 때문에 내가 쓴 글까지 숨기지는 않을 거예요.”이재가 파일의 문서 이력을 복구했다.전체 다섯 장 가운데 세 번째 장만 빠져 있었다.서우의 서명이 완료된 시각과 네 번째 장이 추가된 시각도 달랐다.“서명본은 세 장이었어.”이재가 원본 백업을 열었다.빠진 세 번째 장이 화면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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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화. 내 이름은 안 끝나

“이번에는 오혜련이 쓴 결말부터 끝낼게요.”하진은 공개 화면을 닫지 않은 채 관리자 페이지를 열었다.두 번째 회차가 올라가기까지 남은 시간은 십칠 분이었다.그런데 작가명 옆에 붉은 경고가 떴다.본인 확인 실패.계정 소유권 분쟁 접수.연재 중단 심사 예정.이재가 고객센터 기록을 불러왔다.분쟁을 신청한 쪽은 윤하진의 과거 법정대리인 자격을 주장하고 있었다.첨부된 위임장에는 오혜련의 법무 계정과 강태겸의 전자서명이 함께 찍혀 있었다.“이것도 육 년 전 문서예요?”“작성일은 오늘이야.”이재가 파일 속성을 확대했다.“대신 서명 인증은 네 병원 보호 계정으로 통과됐어.”하진은 화면을 바라봤다.죽었다고 생각했던 계정이 원고와 계약, 음성에 이어 이번에는 자신의 이름까지 잠그고 있었다.“계정이 멈추면 공개된 글도 내려가요?”“심사에 들어가면 임시 비공개될 수 있어.”서우가 휴대전화를 들었다.“플랫폼 법무팀에 연락하겠다.”“아니요.”하진이 그의 손을 막았다.“이번에는 당신 이름으로 열지 마요.”서우는 곧바로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그럼 네가 정해.”하진은 첫 회 원문 끝에 공지를 붙였다.[ 이 계정은 지금 소유권 분쟁을 이유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제가 윤하진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사생활을 내놓지는 않겠습니다.대신 이 글을 읽은 분들께 부탁드립니다.오늘 공개된 첫 문장을 저장해주십시오. ]공지 등록과 동시에 공유 수가 치솟았다.독자들은 첫 회를 캡처했고, 문장마다 공개 시각이 찍힌 화면을 올렸다.몇 년 전 하진의 작품을 읽었던 독자들도 나타났다.문장 습관과 초고 낭독회 영상, 작가 행사에서 직접 고친 표현까지 비교한 글이 퍼졌다.한 독자가 오래된 사진을 올렸다.육 년 전 낭독회에서 하진이 들고 있던 종이 초고였다.사진 속 첫 문장은 오늘 공개된 원고의 한 문장과 같았다.나는 나를 망친 사람의 형에게 도망친 것이 아니라, 내 이름으로 돌아갈 문을 찾았다.하진의 손이 멈췄다.“이 문장, 그때도 썼어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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