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회사의 유리벽 회의실 안에서,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아는 얼굴과 너무도 뜻밖에 마주쳤다.“어… 유진?”“왓슨! 진짜 오랜만이에요.”반가움과 당혹감이 교차하는 유진의 목소리에, 왓슨이 눈을 커다랗게 뜨며 회의실 테이블 앞으로 다가왔다.“여기로 회사 옮긴 거구나. 연락도 없이 사라져서 어디 있나 궁금했는데. 난. 여기 제품 기획1팀이랑 협의 차 출장.”유진은 급하게 자신의 명함을 그에게 건넸다.“기획실이라…… 근데 벌써 General Manager (부장) 됐어? 아… 우리 고객사인데…. 그럼 내가 제대로 존칭을 해야겠는데…. Ms. Seo!”“됐네요. 오랜만인데…… 혹시 시간 괜찮으면, 저녁이나 하죠.”“나야 좋지.”유진은 회사 근처 와인바로 왓슨을 데려갔다.묵직한 레드 와인이 유리잔을 타고 흐르는 촉감이 유독 서늘했다.왓슨은 와인을 한 모금 들이켜고는 짐짓 섭섭함이 서린 눈빛으로 유진을 바라보며 운을 뗐다.“나… 그때 서운했어.”“네? 아…… 선호씨랑 파혼 때문에요?”“그러니까. 둘이 언제 사귀고 거기다 파혼? 주선자도 모르게……”유진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와인 잔의 얇은 테두리를 손끝으로 매만졌다.“죄송해요. 사귈 때도 얼렁뚱땅 갑자기 그렇게 돼서 말할 기회를 놓쳤고, 파혼할 때는…… 뭐 좋은 소식이라고 따로 연락하기가……”“두 사람 잘 어울렸는데…… 좀 안타깝다. 그래도 행복하지?”“네. 그리고 저 일이랑 결혼 했거든요. 결혼 생활 하고 가정 가졌으면, 지금 자리는 꿈도 못 꾸었을 거에요.”자기방어.유진은 스스로가 세운 커리어만이 자신을 지탱하는 유일한 뼈대라 믿고 싶었다.그때 왓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Last Updated : 2026-09-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