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스름한 새벽의 어둠이 낮게 깔린 코타키나발루 터미널.야간 버스가 거친 엔진 소음을 뱉어내며 멈춰 서자마자,요스케는 버스 짐칸에서 캐리어를 재빠르게 빼내어 챙겼다.그리고 유진의 가느다란 손을 덥썩 움켜잡고 터미널 밖으로 걸어 나왔다.새벽의 서늘한 공기가 살결을 기분 좋게 긁어내렸다.바로 그때,어둠 속에서 대기하고 있던 개인 투어 가이드가 성큼 다가왔다.“Mr. Ryu? Welcome. We will depart for Kuala Penyu. Let’s go and will see some fireflies.”(미스터 류? 환영합니다. 자. 그럼 쿠알라 펜유로 출발해 반딧불이를 보러 가죠.)역시 이 남자의 집요한 준비성은 완벽 그 자체였다.단 한 순간도 허투루 버려지는 법이 없었다.유진은 예전 그의 단정했던 수트 실루엣을 떠올렸다.자신이 잊고 있었던 그의 본모습.회사에서 악명 높았던 완벽주의자 독종 상사, 카리스마 대마왕이었던, 그때의 이 남자가 새삼 떠올라 순간 아랫배가 짜르르 떨려왔다.사람들의 시선 뒤에서 항상 긴장하며 바라봤던 이 남자의 섹시한 모습.그리고 그에게 배웠던 많은 것들이 지금의 유진을 이루는 발판이 되었다.그리웠다. 그와 함께 일했던 그때가.그때는 몰랐는데, 행복했었다.이 남자 때문에 겪었던 그 모든 어려움과 방해물 마저, 지금 유진에게 좋은 추억이었다.그렇다면 지금 이토록 행복한 순간은, 얼마나 잔인하고 아름답게 자신의 미래를 찌르게 될 지 두려웠다.차량은 새벽의 어둠을 가르며 쿠알라 페뉴를 향해 쉴 새 없이 내달렸다.그리고 마침내 도달한 곳.아열대의 바다로 빽빽하게 둘러싸인 거대한 맹그로브 정글 속.일출이 시작되기 직전.가장 어둡고 새까만 암전의 장막 위로.은하수를 흩뿌린 듯 별처럼 반짝이는 수천만 마리의 반딧불이 무리를 만났다.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흔들리는 작은 보트 위.숲이 내뿜는 짙은 녹음의 향취 속에서.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다시 서로의 뜨거운 숨결을 찾아 입술을 깊
Last Updated : 2026-08-2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