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알프스산맥을 가로지르는 최고급 프라이빗 헬기 내부.창밖으로는 깎아지른 듯한 설산의 능선과, 쏟아질 듯 빼곡하게 박힌 은하수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태경 씨. 대체 어디까지 갈 작정이에요?"연우가 헬기의 가죽 시트에 나른하게 기댄 채, 곁에 앉은 태경을 향해 물었다.오늘은 두 사람이 '계약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손을 잡았던 날을 기념하는, 둘만의 특별한 날이었다.오전까지만 해도 태성그룹 60층 집무실에서 글로벌 인수 합병 건을 지휘하던 태경은, 오후가 되자마자 다짜고짜 연우를 전용기에 태워 스위스로 날아왔다."이런 낭만적인 납치극이라면 언제든 환영이지만, 최소한 목적지 정도는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연우가 매혹적인 눈웃음을 치며 태경의 단단한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태경은 연우의 몸에 최고급 캐시미어 블랭킷을 빈틈없이 덮어주며,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거의 다 왔습니다. 내 여왕님께 바칠, 아주 소소하고도 완벽한 전리품이 있는 곳이죠.""전리품이요?"헬기가 고도를 낮추며, 거대한 빙하 호수 위로 미끄러지듯 날아갔다.이내 안개가 걷히고, 호수 한가운데 자리 잡은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섬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어머."늘 완벽한 평정심을 유지하던 연우의 입술 사이로, 아주 작은 탄성이 새어 나왔다.섬의 정중앙.수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중세 시대의 고성(古城)이, 눈부신 황금빛 조명을 받으며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외관은 완벽한 유럽의 성벽이었지만, 성의 내부는 최고급 통유리와 현대적인 건축 양식으로 개조되어 밤의 호수 위에서 보석처럼 반짝였다."아름답죠. 스위스 정부에서도 문화재로 지정하려다 실패했을 만큼, 천문학적인 가치를
Last Updated : 2026-09-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