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가짜 왕핵의 마지막 운송번호가 흑갑 회수조 7번으로 확인된 뒤, 레나르트를 다시 불러들이자는 의견은 예상보다 빨리 나왔다. 흑갑 7번을 현재까지 가장 오래 착용한 사람이었고, 그 갑옷 안쪽에는 다른 번호와 달리 여러 시대의 운송·회수 기록이 겹쳐 남아 있었으니, 단서를 찾으려면 결국 그가 가진 장비를 다시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엘리시아는 레나르트를 사람보다 증거물에 가까운 위치로 밀어넣는 방식부터 막았다. 이미 그는 갑옷을 벗은 뒤 별도 보조대를 사용하고 있었고, 7번 갑주 역시 증거보관실에 따로 봉인돼 있었다. 과거 기록을 더 읽기 위해 다시 갑옷을 입힐 필요도, 레나르트의 몸을 인증수단처럼 사용할 이유도 없었다.“갑옷만 보면 되는 조사라면 레나르트 씨를 부르지 말고 갑옷을 보세요. 본인이 기억을 제공하겠다고 하면 그때 별도 진술을 받으면 되고요.”테사는 그 조건으로 7번 갑주의 내부 기록판을 다시 분해하지 않은 채 비접촉 감정을 시작했다. 문제는 십일 년 전 대형 가짜 왕핵 운송 기록이 현재 보이는 층에 없다는 점이었다. 7번 갑주의 겉판에는 통행·회수·보행 보정 정보만 남아 있었고, 화물을 무엇으로 분류했는지 기록하는 운송층은 더 안쪽, 갈비뼈 지지판 아래에 숨어 있었다. 레나르트가 갑옷을 벗은 지금은 구조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지만, 기록판을 떼어내면 이전 착용자들의 정보가 섞여 사라질 수 있었다.오스카가 오래된 설계도를 가져와 테사의 옆에 펼쳤다. “갑주 7번이 대형 가짜 왕핵을 옮겼다는 건 비고란 한 줄뿐이고, 실제 목적지는 지워져 있습니다. 내부 운송층에 목적지가 남아 있다면 제일 빠르긴 합니다.”“빠른 것하고 안전한 건 또 다른 문제죠.”테사가 얇은 판 사이를 빛으로 비추면서 대답했다. “그래도 방법은 있습니다. 판을 떼지 않고 뒤쪽의 눌림 자국만 읽으면 마지막 몇 건 정도는 복원할 수 있습니다. 오래 걸리는 대신 원본은 안 건드립니다.”하겐은 북벽에서 원격으로 연결된 채 그 말을 듣다
Huling Na-update : 2026-09-11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