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이동 감지.흰 뿔의 왕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왕은 로스테를 향하지 않았다.대형 가짜 왕핵이 깨어난 지하 비상터널 쪽으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아직 뛰지 않았다.소형 개체들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이번에는 길에 작은 가짜 왕핵을 새로 깔 필요조차 없었다.대형 하나가 충분히 강했다.테사가 왕의 이동 속도와 거리를 계산했다.현재 속도를 유지하면 새벽 전에 지상 기준 가장 가까운 지맥 구간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그리고 그때 오래된 백각 관측기록 하나가 자동으로 연결됐다.대형 가짜 왕핵이 활성화된 상태에서 백각 대형종이 일정 거리 안으로 들어오면,본체가 스스로 보호단계를 올린다는 내용이었다.보호단
두 사람의 선택은 같은 방향이었지만 서로가 상대의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대형 가짜 왕핵이 살아 있는 황제와 성녀의 신호까지 구별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면, 둘 중 누구라도 가까이 가는 것은 전투적으로도 위험했다.그때 칼릭스가 한 장을 더 보냈다.대형 가짜 왕핵 마지막 점검자의 서명란.이름은 지워져 있었다.대신 직무가 남았다.‘결속 예정자 양측 생체반응 검증관.’엘리시아의 얼굴에서 온기가 조금 가셨다.“양측?”“성녀와 황제계 후보를 함께 보는 직무였던 것 같습니다.”“그런 직무가 정식으로 있었습니까?”“현재 제도에는 없습니다.”“십일 년 전에는요?”“임시직이었습니다.”임시직.실험기간 동안만 존재.종료 뒤 폐지.그러나 서명 흔적은 흑갑 7번 운송기록과 연결돼 있었다.누군가는 성녀 후보였던 엘리시아와 황위 계승자였던 칼릭스의 생체 흔적을 한 실험 안에서 함께 다뤘다.엘리시아는 화면을 오래 보지 않았다.“직무명만으로 사람을 특정하지 마세요.”“예.”“명단부터 찾으세요.”“법무청이 확인 중입니다.”그는 이미 시작해두고도 결과를 단정하지 않았다.엘리시아는 그 점을 따로 평가하지 않았다.다만 대화를 이어가기 조금 수월해졌다는 사실만 느꼈다.우회수로가 안정된 뒤 수확기 본체는 결국 완전히 멈췄다.비상 태엽은 기존 재고 가운데 여섯 개를 지하 수송로로 내보낸 뒤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고, 테사는 그 여섯 개가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감정판으로 추적했다.셋은 백각 관측지 방향.둘은 옛 흑갑 주둔지.마지막 하나는 예상과 다르게 북쪽 비상터널로 들어갔다.대형 가짜 왕핵이 최근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바로 그 길이었다.하겐이 지도에 새로운 점을 찍었다.“작은 놈 하나가 대형 있는 쪽으로 가는군.”테사가 답했다. “대형이 아직 그 길 끝에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그래도 따라가면 위치를 알 수도 있겠지.”“사람이 아니라 원격으로만요.”지하의 작은 가짜 왕핵은 느렸다.하지만 멈추지 않았다.금속 운송대가 아
그가 본 문이 대형 가짜 왕핵 보관소였는지는 아직 모른다.하지만 흑갑 비상터널과 백각 관측계통이 실제로 연결돼 있었다는 증언은 처음이었다.레나르트는 한 가지를 더 떠올렸다.“그 문 근처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습니다.”“어떤 소리였습니까?”“심장소리 비슷했습니다. 사람 심장처럼 빠르진 않았고, 금속 안에서 뭔가 울리는 것처럼 아주 느렸습니다.”엘리시아가 테사를 봤다.대형 가짜 왕핵은 방향성이 없는 빈 껍질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레나르트가 오 년 전에 들은 소리가 실제 장치의 작동음이라면 완전히 비활성 상태는 아니었을 수 있었다.“레나르트 씨.”엘리시아가 다시 화면을 보았다.“그 터널 위치를 현재 지도에 표시해줄 수 있습니까?”“대략은 가능합니다.”“직접 안내할 필요는 없습니다.”레나르트의 얼굴이 아주 미세하게 변했다.“제가 가겠다고 하면요?”“필요한지는 따로 판단합니다.”“갑옷 없이도 길은 기억합니다.”“그래도요.”엘리시아의 목소리는 낮고 정확했다.“기억한다는 이유가 현장에 가야 한다는 의무는 아닙니다.”레나르트는 잠시 말이 없었다.결국 지도에 자신이 기억하는 범위만 표시했다.그의 진술은 경로 후보를 좁히는 데 쓰였지만, 그 사람을 길잡이로 자동 등록하지 않았다.오후 늦게 황도에서 관련 자료가 하나 더 도착했다.칼릭스는 먼저 의료기록을 보냈다. 오른손 냉감 인지 지연은 악화되지 않았고 절명흔 통증도 없었으나, 주치의는 같은 제한을 하루 더 유지했다. 왕핵 사용은 여전히 없었다.엘리시아는 그 기록을 읽은 뒤 사건문서로 넘어갔다.“폐하, 대형 가짜 왕핵 내부 구성기록이 남아 있습니까?”칼릭스는 잠시 옆 문서를 확인했다. “완전한 조성표는 없습니다. 다만 최종 품질검사서 일부가 복원됐습니다.”“무엇이 들어갔습니까?”“회색 공명각, 왕핵 정제분 4호, 성녀 사후 잔류, 그리고 황제계 닻 반응.”엘리시아의 손이 멈췄다.“황제 혈흔입니까?”“검사서에는 ‘황제계 닻 반응’이라고만 적혀 있습니다. 원혈액인
그 말에 엘리시아가 운송기록의 다음 부분을 다시 보게 했다.7번 갑주가 최종 좌표에 도착한 뒤 반나절 머물렀다는 흔적.그 이후 갑주 표면의 왕핵 잔류는 오히려 줄어 있었다.화물을 내려놓았다는 뜻일 수도 있었고, 반대로 화물에 갑주 잔류가 흡수됐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세 번째 측정에서는 지표가 아니라 지하층을 읽었다.그제야 이상한 빈 공간 하나가 잡혔다.자연동굴처럼 보였지만 입구가 없었다. 지면 아래 길쭉한 방이 있고, 그 안쪽은 외부 왕핵 반응을 거의 흡수하지 않는 회색 점토로 두껍게 둘러싸여 있었다. 대형 가짜 왕핵을 차폐하기에 적합한 구조였다.문제는 그 안이 비어 있다는 점이었다.오스카가 화면을 확대하며 물었다. “옮겨간 겁니까?”테사는 내부 바닥을 읽었다. “무거운 물건이 오래 놓였던 압흔은 있습니다. 지금은 없습니다.”하겐의 표정이 더 나빠졌다. “그럼 최근에 누가 가져갔다는 소리잖아.”“최근인지는 아직 모릅니다.”그러나 곧 그 답도 나왔다.동굴형 보관실 한쪽 벽에 연결된 좁은 수송로에서 오래되지 않은 마찰 흔적이 잡혔다. 금속 바퀴가 회색 점토층을 긁고 지나간 자국이었고, 그 위로 쌓인 먼지와 결빙 상태를 보면 이번 겨울 안쪽이었다. 정확한 날짜까지는 좁힐 수 없었지만, 십일 년 전 그대로 방치된 흔적은 아니었다.누군가 대형 가짜 왕핵을 다시 움직였다.그리고 그 시기는 엘리시아가 로스테에 온 뒤와 겹칠 가능성이 있었다.“수송로가 어디로 이어집니까?”테사는 지하 경사를 따라갔다.북쪽이 아니었다.남동쪽.로스테 방향도 아니었다.수송로는 한참 아래로 내려간 뒤 옛 지맥 관문과 만났고, 거기서 다시 두 갈래로 갈라졌다. 한쪽은 북부 수확기 창고와 연결되고, 다른 쪽은 현재 지도에 없는 지역으로 향했다.하겐이 두 번째 길을 따라가다가 눈썹을 찌푸렸다. “이쪽은 막혀 있지 않나?”현재 지도에서는 지반붕괴로 폐쇄.십일 년 전 지도에서도 위험구역 표시.그런데 지하 수송로에는 최근 마찰 흔적이 남아 있었다
대형 가짜 왕핵의 마지막 운송번호가 흑갑 회수조 7번으로 확인된 뒤, 레나르트를 다시 불러들이자는 의견은 예상보다 빨리 나왔다. 흑갑 7번을 현재까지 가장 오래 착용한 사람이었고, 그 갑옷 안쪽에는 다른 번호와 달리 여러 시대의 운송·회수 기록이 겹쳐 남아 있었으니, 단서를 찾으려면 결국 그가 가진 장비를 다시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엘리시아는 레나르트를 사람보다 증거물에 가까운 위치로 밀어넣는 방식부터 막았다. 이미 그는 갑옷을 벗은 뒤 별도 보조대를 사용하고 있었고, 7번 갑주 역시 증거보관실에 따로 봉인돼 있었다. 과거 기록을 더 읽기 위해 다시 갑옷을 입힐 필요도, 레나르트의 몸을 인증수단처럼 사용할 이유도 없었다.“갑옷만 보면 되는 조사라면 레나르트 씨를 부르지 말고 갑옷을 보세요. 본인이 기억을 제공하겠다고 하면 그때 별도 진술을 받으면 되고요.”테사는 그 조건으로 7번 갑주의 내부 기록판을 다시 분해하지 않은 채 비접촉 감정을 시작했다. 문제는 십일 년 전 대형 가짜 왕핵 운송 기록이 현재 보이는 층에 없다는 점이었다. 7번 갑주의 겉판에는 통행·회수·보행 보정 정보만 남아 있었고, 화물을 무엇으로 분류했는지 기록하는 운송층은 더 안쪽, 갈비뼈 지지판 아래에 숨어 있었다. 레나르트가 갑옷을 벗은 지금은 구조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지만, 기록판을 떼어내면 이전 착용자들의 정보가 섞여 사라질 수 있었다.오스카가 오래된 설계도를 가져와 테사의 옆에 펼쳤다. “갑주 7번이 대형 가짜 왕핵을 옮겼다는 건 비고란 한 줄뿐이고, 실제 목적지는 지워져 있습니다. 내부 운송층에 목적지가 남아 있다면 제일 빠르긴 합니다.”“빠른 것하고 안전한 건 또 다른 문제죠.”테사가 얇은 판 사이를 빛으로 비추면서 대답했다. “그래도 방법은 있습니다. 판을 떼지 않고 뒤쪽의 눌림 자국만 읽으면 마지막 몇 건 정도는 복원할 수 있습니다. 오래 걸리는 대신 원본은 안 건드립니다.”하겐은 북벽에서 원격으로 연결된 채 그 말을 듣다
곧 두 개.세 개.이미 오래전에 운반된 빈 왕핵석들이 북부 곳곳에 묻혀 있었다.그리고 수확기가 다시 움직이면서 그중 일부가 동시에 반응하기 시작했다.하겐이 늦은 밤 전술실로 들어오며 지도를 확인했다.“저걸 전부 먹이점으로 쓰려고 한 건가?”테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위치만 겹쳤다.점들은 흰 뿔의 왕이 최근 이동한 길과 완전히 같지 않았다.오히려 일정한 간격으로 왕의 이동선 바깥을 둘러싸고 있었다.거대한 원.로스테를 중심으로 한 원도 아니었다.흰 뿔의 왕이 머물러 있는 북부 골짜기 전체를 감싸는 형태였다.엘리시아는 잠옷 위에 외투만 걸친 채 사무실 통신판 앞에 앉아 그 지도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