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들어주죠. 당신이 평생 망각하고 싶지 않을 기억들을.” 선우의 가슴 한가운데에 아주 얇은 금이 간 것처럼, 오래 굳어 있던 무언가가 소리 없이 갈라지고 있었다. 위스키 잔을 흔들며 웃었고, 그저 조금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조금은 세상을 다 안다는 얼굴로 내뱉었던 문장이었다. 그 말은 자신에게조차 오래 남지 못했다. 졸업을 하고, 회사를 다니고, 실패를 배우고, 사랑을 오래 혼자하는 동안. 그 문장은 낡은 영수증처럼 기억의 구석에서 조용히 바스라졌다고 믿었다. “기억 안 납니까? 지독하게 비가 오던 청담동, 지하 바.” “…….” “당신은 숫자 따위 상관없다며 웃었고, 옆의 남자는 전공 서적에 파묻혀 있었지. 그날 당신이 마시던 건 발베니 12년이었어.” 그 버려진 문장을. 이 남자는 십일 년 동안 닳도록 품고 살아왔다. “나는 그날 이후로 단 한 번도 위스키를 숫자로 마신 적이 없습니다.” 머릿속에서는 끝없이 하나의 질문만 맴돌았다. 자신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도, 훨씬 아름다운 사람도, 훨씬 오래 기억할 만한 순간도 있었을 텐데. 그 모든 시간을 지나온 끝에, 이 남자가 아직도 붙들고 있는 기억이 고작 스물셋의 자신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 시절의 자신은 불완전했고, 철없었고, 정말 많은 것을 착각하던 사람이었는데. 에단은 그런 자신에게서 무엇을 본 걸까. 선우는 처음으로, 자신보다 자신을 더 오래 바라본 사람의 시선을 견디지 못했다. 에단이 상체를 숙여 선우에게 밀착했다. 좁은 다찌석 사이로 그의 숨결이 닿을 듯 가까워졌다. “선우씨가 얼마나 빛나던 사람이었는지 잊고 사는 동안, 나는 당신이 만든 그 기억의 감옥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거든.” “…….” “이제 대답해요. 그 구차한 기억들을 가둬버릴 새로운 감옥, 내가 만들어줘도 되겠습니까?” 타오르는 금빛 위스키 같은 눈이 선우의 혼란을 지켜 보고 있었다. “제가 무너질
Zuletzt aktualisiert : 2026-07-30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