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부터 신제품 런칭 회의가 잡혀 있었다. 선우는 누구보다 먼저 회의실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노트북을 켜고, 회의 자료를 띄우고, 메모장을 열었다. 전원 버튼을 누르는 손끝도,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도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문제는 머리였다. 몸은 멀쩡히 출근했는데, 정신은 아직 어제에 두고 온 것 같았다. 의식이 자꾸만 제멋대로 탈선을 반복했다. ‘상관없어?’ ‘어. 상관없어.’ 대체 어제 우리는 왜 그렇게 날을 세웠을까.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집 앞에 얌전히 세워져 있던 자신의 차. “…….” 너 왜 그랬냐고, 김선우 이 똥멍청아. 왜 그랬긴요. 똥멍청이니깐요. “아으, 술이 문제지.” 아니, 내가 문제다. 그냥. 선우가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일하자, 일. 잡념을 털어내려 고개를 한 번 휘휘 저은 순간, 회의실 문이 열렸다. “다들 모이셨네요.” 아르벨라 코리아의 새로운 본부장, 에단 로웰. 어젯밤 바에서 마주한 남자와 지금의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는 단순한 신제품 출시가 아닙니다.” 단정했고, 정확했고, 빈틈이 없었다. 사적인 웃음은커녕 어젯밤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조차 흔적이 없었다. “…….” 선우도 자세를 바로잡았다. 일할 때만큼은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프로페셔널하게. 스크린에 프로젝트 타이틀이 떠올랐다. ㅡ 하이엔드 시장 타겟 싱글몰트 위스키 런칭 ㅡ “아시아 프리미엄 싱글몰트 시장의 기준을 우리가 새로 쓰는 겁니다.” 웅성거리던 회의실이 단숨에 조용해졌다. “단순히 가격이나 패키지를 바꾸는 수준으로는 부족합니다. 껍데기는 본질을 이길 수 없으니까요.” 에단의 말은 면도날처럼 짧고 명확했다. 팀원들이 아시아 시장의 두터운 블렌디드 소비층과 싱글몰트의 한계를 언급하며 난색을 표하자, 에단이 그 흐름을 날카롭게 끊어냈다. “우리가 파는 건 단순한 액체가 아닙니다. 왜 이걸 마셔야 하는지, 그 이유가 명확해야 합니다.” 선우도 공감을 표하며
Last Updated : 2026-07-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