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부터 신제품 런칭 회의가 있었다. 선우는 가장 먼저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전원 버튼을 누르고, 회의 자료를 띄우고, 메모장을 여는 손끝은 평소처럼 정확했다.몸은 출근해 있었다. 그런데 정신은 아니었다. 의식은 자꾸만 제멋대로 탈선을 반복했다.'상관없어?''어. 상관없어.'우리는 대체 어제 왜 그렇게도 날을 세웠나.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저의 집 앞에 세워져 있던 자신의 차.선우는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일하자, 일.잡념을 털어내려 고개를 저을 때쯤 문이 열렸다.“다들 모이셨네요.”아르벨라 코리아의 새로운 본부장, 에단 로웰. 어젯밤 바에서 마주한 남자와 지금의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단정했고, 정확했고, 빈틈이 없었다.회의실에 들어선 순간, 그의 목소리에서는 사적인 감정이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는 단순한 신제품 출시가 아닙니다.”회의가 시작되고, 프로젝트 제목이 화면을 메웠다.ㅡ아시아 지역 타겟 싱글몰트 위스키 런칭ㅡ“아시아 프리미엄 싱글몰트 시장의 기준을 우리가 새로 쓰는겁니다.”웅성거리던 회의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단순히 가격이나 패키지를 만지는 수준으로는 부족합니다. 껍데기는 본질을 이길 수 없으니까요.”에단의 말은 면도날처럼 짧고 명확했다. 팀원들이 아시아 시장의 두터운 블렌디드 소비층과 싱글몰트의 한계를 언급하며 난색을 표하자, 에단이 그 흐름을 날카롭게 끊어냈다.“우리가 파는 건 단순한 액체가 아닙니다. 왜 이걸 마셔야 하는지, 그 이유가 명확해야 합니다.”그의 시선이 자석처럼 선우를 향해 미끄러졌다.“김과장님 의견은요?”“타겟을 좁혀야 합니다. 대중적인 입문층이 아니라, 이미 자신만의 취향이 확고해질 대로 확고해진 사람들로요.”선우는 피하지 않았다. 윤오와의 일로 엉망이 된 속과는 별개로, 일에서만큼은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대답에 에단의 눈매가 아주 미묘하게 가늘어졌다.“구체적으로요.”“향의 선을 더 선명하게 그어야 합
Last Updated : 2026-07-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