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안 주무십니까.” 환청처럼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선우는 무언가 들킨 사람처럼 고개를 들었다. “……아, 본부장님.” “시차 때문인지 잠이 안 와서요.” 에단이 자연스럽게 맞은편 의자를 빼 앉았다. 금방 샤워를 마친 모양이었다. 낮 동안 몸에 배어 있던 오크와 알코올 향은 사라지고, 깨끗한 비누 향이 남아 있었다. 그의 손에는 맑은 액체가 담긴 잔 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는 말없이 잔을 선우 앞으로 밀었다. “괜찮으시면.” 권유였다. 거절할 이유는 떠오르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선우가 잔을 들어 향을 맡았다. “버번이네요.” “맞습니다.” 에단이 옅게 웃었다. 선우가 한 모금 머금었다. 버번 특유의 결. 옥수수를 베이스로 만든 위스키라서 단향이 또렷하고, 복잡하게 꼬이지 않는다. 순간, 낯익은 손 하나가 기억 속에서 겹쳐졌다. ‘먹어.’ 무심한 얼굴로 고기를 잘라 접시에 올려주던 손. “…….” 선우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혀졌다. 이제는, 윤오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편이 아릿한 느낌이 들었다. 지나가야 하는데, 지나가지 않는 것. 정리해야 하는데,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것. 더 이상은 한계다. 선우는 요즘 그런 생각이 자신을 지배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짧은 진동. 휴대폰 화면이 밝아졌다. “…….” 휴대폰 화면 위로 선명하게 박힌 이름은 윤오였다. 언제나 타이밍은 기가 막혔다.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선우를 지탱해 온 견고한 지지대. 그 이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익숙한 다정함이 손끝에 닿을 듯 선명했다. 전화를 받으면, 평소처럼 밥은 먹었는지 묻고, 입국날 몇 시에 데리러 가겠노라 약속하며 선우를 다시 아늑하고 안온한 평화로 복귀시킬 터였다. “…….” 선우의 손끝이 휴대폰 위에서 멈췄다. 하지만 끝내 화면은 뒤집힌 채 테이블 위에 내려놓였다. “…….” 에단은 맞은편에서 잔을 가볍게 돌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도 재촉하지 않는 얼굴. 얼음을
Zuletzt aktualisiert : 2026-07-17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