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랜드의 아침은 태초의 지구를 닮아 있었다. 낮게 깔린 안개가 끝없이 이어진 구릉을 타고 흘렀다. 짙은 초록의 목초지 사이로 젖은 갈색 흙이 드러났고, 보랏빛 헤더가 바람을 따라 낮게 흔들렸다. 사람이 이 땅에 이름을 붙이기 전부터 존재했을 것 같은 풍경이었다. 수백 년의 시간이 겹겹이 쌓인 대지 위로 바람이 지나갔다. 차가운 공기가 피부를 스쳤고,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풀잎을 흔드는 바람과 희미한 새소리뿐이었다. 웨어하우스의 묵직한 철문이 열렸다. 끼이익. 문이 열리는 순간, 선우가 본능적으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음.” 젖은 목재에서 올라오는 서늘한 냄새. 밤새 비를 머금은 흙의 묵직한 향. 수십 년 동안 습기를 품어온 돌벽의 냄새. 그리고 그 위에 겹쳐진, 달고 따뜻한 알코올의 잔향. 오랜 시간 동안 캐스크에서 증발한 원액이 공기 속에 남긴 흔적이었다. 선우는 문턱을 넘으며 주변을 천천히 둘러봤다. 어제와 똑같은 웨어하우스였다. 수없이 늘어선 캐스크도, 천장 가까이 쌓인 먼지도, 오래된 나무와 돌벽도 그대로였다. 달라진 건 선우의 감각이었다. 어제는 끝없이 이어지는 캐스크와 묵직한 냄새, 그 안에 갇힌 시간의 양에 압도당했었다. 오늘은 달랐다. 냄새 하나에도 출처가 느껴졌다. 나무의 습도와 상태가 눈에 들어왔고, 캐스크마다 조금씩 다른 온도와 향이 피부에 닿았다. 어제는 시간을 들이마셨다면, 오늘은 시간의 결을 읽고 있었다. “시작해볼까요.” 에단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망설임이 줄어든 만큼 시선은 또렷해졌다. 에단이 한쪽에 놓인 캐스크 앞에서 멈췄다. 그가 손끝으로 거친 오크 표면을 천천히 쓸었다. “어제 확인했던 구간입니다.” 선우가 한 걸음 다가섰다. 거대한 캐스크 위로 시선이 움직였다. 세월이 나무에 새겨놓은 굵은 결. 미세하게 벌어진 틈. 습도와 압력을 견디며 부풀었다 가라앉기를 반복한 나무의 흔적. 선우는 캐스크 앞에서 호흡
Last Updated : 2026-07-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