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건물 입구로 뛰어 들어간 수아는 해경 대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실려 나오는도훈을 발견했다.도훈의 얼굴은 검은 그을음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늘 자신을 놀리던 그 장난기 어린 눈은 굳게 닫힌 채미동도 하지 않았다."차 반장님!! 정신 차려봐요!! 도훈 오빠!! 눈 뜨라고!!"수아는 도훈의 가슴팍을 붙잡고 엎어져 목노하 오열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일 후회하기 싫어서 민 순경한테 직진하는 겁니다." 라며웃던 그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귓가를 때려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아서 수아의 눈물이 도훈의 그을린 뺌 위로 쉴 새 없이 떨어져 내리며검은 얼룩을 지워내고 있었다.구급차 내부로 급박하게 이송된 도훈의 상태는 최악이었다.유독가스로 인해 기도가 부어올라 산소 공급이 전혀 되지 않는,기도 폐쇄 일보 직전 상황.간이 의무실에서 대기하던 의사 서나래가 구급차 문을 박차고 뛰어 들어왔다.서나래는 도훈의 동공을 확인하고 목의 맥박을 짚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유독가스 과다 흡입으로 인한 기도 화상입니다! 이대로 두면 질식사 해요! 당장 기도 확보해야 하니까 비켜요!"서나래는 평소의 걸크러시 유머스런 모습을 싹 지워버린 채,범접할 수 없는 전문의의 카리스마를 뿜어냈다.그녀의 손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정밀하게 움직였다."후두경이랑 인공기도 튜브! 빨리!!"서나래는 튜브를 도흔의 꺾인 목 사이로 밀어 넣으려 했지만,도훈의 기도가 이미 심하ㅔ 부풀어 올라 진입이 쉽지 않았다.모니터의 그래프가 위험하게 요동쳤다.옆에서 손을 덜덜 떨며 우는 수아를 보며, 서나래는 매섭게 호통을 쳤다."민수아 순경! 정신 똑바로 차여요! 살리고 싶으면 당장 눈물 닦고, 차도훈 방화복 지퍼나 내려요! 나, 강서나래입니다. 내 앞에서 어떤 내 환자도 죽게 두지 않아요! 절대 안 죽게 둬!!"서나래의 서슬 퍼런 호통에 수아는 정신을 번뜩 차리고 도훈의 옷을 찢듯 열어 젖혔다.서나래는 날카로운 집중력으로 단 한 번의 움직임에도
마지막 구조자까지 완벽하게 병원으로 이송하고 나자,마침내 연실군 동쪽 바다의 거대한 수평선을 넘어오는 빛이 시작되었다.밤새도록 대지를 짓누르던 검붉은 어둠은 거짓말처럼 걷히고,수평선 너머에서부터 타오르는 듯한 붉고 찬란한 아침 해가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먹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은태풍이 할퀴고 간 상처투성이의 연실군 도심을 따뜻하게 비추었다.항구 보트 선착장에 나란히 선 네 사람.강태풍과 차도훈, 강서나래와 민수아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밤새 흙탕물과 불길 속을 구르느라 제복은 찢어지고 얼굴은 그을음으로 엉망진창이었지만,그들의 눈동자만큼은 떠오르는 태양보다 더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도훈은 수아의 어깨를 왼팔로 슥 감싸 안으며 붉은 바다를 바라보았다."민 순경, 저 해 뜨는 거 보십시오. 진짜 끝내주네요. 우리 진짜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습니다, 그죠?"도훈의 뭉클한 대사에 수아는 이번엔 도망치지 않고도훈의 단단한 가슴에 머리를 가만히 기대었다."그러게요, 차 반장님. 반장님이 내 손 안 놓아주셔서 이 빛을 다 보네요."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서나래의 눈시울도 붉어졌다.강태풍은 그런 서나래의 손을 슬그머니 찾아내어, 자신의 커다란 손으로 감싸 쥐었다.거친 재난을 함께 건너온 연인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가장 장엄하고 위대한 아침의 풍경이었다."우리 진짜…… 살아남았네요."서나래가 강태풍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은 채,수평선 위의 아침 해를 보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그녀의 눈가에 맺혀 있던 눈물이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였다.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숱한 죽음을 보며 마음의 문을 닫았던 의사 서나래는,이 거친 연실군 재난 현장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와 자신을 지켜주는 남자의 존재를 깨달았다.강태풍은 잡은 서나래의 손에 힘을 꽉 주며 묵직하게 대답했다."네, 살아남았습니다. 강 선생이 현장을 지켜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평소 사리분별 칼 같던 해경 팀장의 목소리가 이 순간만큼은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풀
가스관 폭박 화재를 진압하고 상인들을 무사히 해경 구조정으로 인계한 직후,상가 건물 3층은 여전히 잔여 유독가스롸 매연으로 가득 차 있었다.소방관 차도훈은 마지막 구조 대상자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비로소 참았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그 순간, 천장의 잔해물이 무너지며 도훈의 머리 위를 덮쳤고,피하려던 도훈은 발을 헛디디며 바닥으로 강하게 넘어졌다.넘어지는 충격으로 인해 이미 백그래프트 열기에 반쯤 녹아내려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던 소방 마스크의 호스가 완전히 분리되어 버렸다."툭-" 소리와 함께 마스크가 벗겨지자, 사방을 가득 채우고 있던 매캐하고 치명적인 플라스틱 연기와 유독가스가도훈의 기도로 사정없이 밀려 들어왔다,"컥-! 쿨럭,쿨럭! 흐헉.....!"도훈은 본능적으로 입을 틀어막았지만,단 두 모금의 연기 흡입만으로도 폐가 찢어지는 듯한 격통이 밀려왔다.시야기 급격하게 흐려지고 사지가 마비되듯 무거워졌다.다친 어깨의 통증조라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저산소증이 도훈의 뇌를 지배하기 시작했다.도훈은 간신히 무전기를 움켜쥐려 했지만,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무전기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민...수아.....순.."암전되어 가는 의식의 끝자락에서 도훈이 간절하게 부른 이름은 오직 하나였다.도훈의 거구는 이내 차가운 흙탕물이 고인 상가 바닥으로 둔탁하게 쓰러졌고,3층에는 오직 타들어 가는 불꽃의 잔해 소리만이 쓸쓸하게 울려 퍼졌다."차 반장님? 차 반장님!! 응답하십시오! 제 말 안 들리세요?"외관 통제선에서 무전기를 붙잡고 있던 지구대 순경 민수아의 목소리가찢어질 듯 날카로워졌다.무전기 너머에서는 오직 지익-하는 공허한 노이즈와 도훈의 거친 기침소리,그리고 이내 끊겨버린 침묵만이 돌아올 뿐이었다.수아의 심장이 그대로 바닥으로 뚝 떨어져 내렸다.수아는 앞뒤 재지 않고 허리까지 차오른 흙탕물 속으로 뛰어들었다.사수와 주변 대원들이 "민 순경, 아직 위험해! 아직 불이 다
강태풍은 직접 사다리를 타고 창문 안으로 뛰어들어,연기를 마시고 비틀거리는 도훈의 겨드랑이를 매섭게 낚아챘다."차 반장, 끝났습니다. 나갑시다."강태풍의 단단한 손길에 도훈은 간신히 정신을 붙잡으며 헛웃음을 흘렸다."……늦으면…… 고소하려고 했습니다, 해경 형님."해경의 압도적인 장비와 강태풍의 과감한 결단이 만들어낸 완벽한 엄호 사격이,불길 속에 갇혔던 소방관의 목숨을 기어코 지옥의 입 속에서 건져내고 있었다.해경 구조정의 가차 없는 소화포 사격과 소방대원들의 일제 진화 작전으로,물 위를 뒤덮었던 잔인한 가스 화재는 새벽 4시가 넘어설 무렵 마침내 완전히 제압되었다.불길이 꺼진 상가 건물 외곽,무릎까지 차오른 흙탕물 위에 해경 대형 구조정과 소방 펌프차가 나란히 멈춰 서 있었다.강태풍은 구조정 난간에 기대어 담배 대신 젖은 장갑을 벗어 던지며 거친 숨을 내쉬었고,도훈은 소방차 범퍼에 주저앉아 산소마스크를 벗은 채들이켠 연기를 쿨럭거리며 뱉어내고 있었다.두 사람 모두 그을음과 피, 물로 범벅이 되어 그야말로 만신창이 꼴이었다.그 모습을 보던 수아와 서나래가 구급 상자를 들고 허겁지겁 물살을 헤치며 뛰어왔다.수아는 도훈의 앞에 와서 무릎을 꿇으며 눈물을 글썽였다."차 반장님…… 진짜 살아오셨네요…… 바보 같이 진짜……."수아의 걱정 가득한 타박에 도훈은 그을린 얼굴로 씨익 웃어 보였다.도훈은 자리에서 간신히 일어나 강태풍에게로 터벅터벅 걸어갔다.강태풍 역시 난간을 잡고 도훈을 내려다보았다.연실군 TF가 결성된 이래, 맨날 '물과 기름'처럼 으르렁거리고'소방이 잘났네, 해경이 잘났네' 하며 자존심 싸움을 벌이던 두 남자였다.도훈이 먼저 그을린 오른손을 강태풍을 향해 슥 내밀었다."강 팀장님, 아까 엄호 사격 솜씨 제법이더군요. 해경 장비가 쓸 만한 게 아니라, 팀장님 판단이 아주 나이스였습니다. 인정힙니다."도훈의 담백한 칭찬에, 강태풍은 잠시 도훈의 손을 바라보더니이내 피식 웃으며 그 커다란 손을 마주 꽉 움켜쥐
창가로 접근한 순간,밀폐되어 있던 사무실 내부로 깨진 창문을 통해외부의 신선한 산소가 한꺼번에 급격하게 유입되기 시작했다.재난에서 소방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최악의 현상, 즉백드래프트(Backdraft)의 위기가 발생한 것이다.사무실 천장에 체류해 있던 가연성 가스들이 산소와 만나는 순간,순식간에 불꽃이 역류하며 "화아아악--!!" 하는 굉음과 함께엄청난 화염 폭풍이 도훈의 등 뒤를 덮쳐왔다."위험해!! 엎드려!!"도훈은 본능적으로 구조 대상자 두 명을 자기 몸 아래로 깔아뭉개며 바닥으로 바짝 엎드렸다.폭발적인 화염이 도훈의 등 뒤를 사정없이 할퀴고 지나갔고,도훈의 방화복 겉면이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산소마스크의 호스가 열기에 녹아내리기 시작하면서도훈은 뜨거운 유독가스를 한 모금 들이켜고 말았다."컥…… 헉!""차 반장님!!! 대답하세요!!! 차 반장님!!!"무전기 너머로 수아의 목소리가 울부짖음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수아는 통제선을 이탈해 물속으로 뛰어들려 했고,주변 경찰들이 그녀의 몸을 필사적으로 붙잡아 말렸다."민 순경! 들어가면 안 돼! 거긴 불바다야!"도훈은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서도 주민들을 감싼 팔에 힘을 풀지 않았다.등 뒤에서 몰아치는 백드래프트의 화염은 건물을 통째로 녹여버릴 기세였고,산소가 차단된 도훈의 시야는 서서히 암전되기 시작했다.소방관으로서 수많은 사선을 넘나들었던 도훈에게도,이번 백드래프트는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선 가장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바로 그 절체절명의 순간,창문 외벽 너머에서 "타다당--!!" 하는거대한 해경 구조선의 고속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강태풍이 이끄는 대형 해경 구조정이 가스 폭발의 위험을 무릅쓰고건물 외벽 3미터 앞까지 무식하게 배를 밀어붙인 것이다.강태풍은 선두에 서서 해경 전용 고압 소화포의 손잡이를 움켜쥐고 있었다."해경 특수구조대, 외벽 엄호 사격을 개시한다! 차 반장! 버티십시오!"강태풍의 포효와 함께, 대형 구조정에서 발사된 거대한 물줄기가
내부의 도훈은 자욱한 연기 속을 뚫고 계단을 뛰어 올랐다.산소마스크 너머로 거친 숨소리가 울려 퍼졌다."119 구조대입니다! 안에 사람 있습니까!"도훈이 불타는 문짝을 도끼로 부수며 전진했다.진화와 구조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이 지옥 같은 현장에서,도훈의 방화복은 이미 검은 그을음과 물로 엉망진창이 되어 가고 있었지만,그의 발걸음은 단 한 순간도 주저함이 없었다.도훈이 기어코 화염을 뚫고 3층 상가 구석의 사무실 문을 부수고 들어갔을 때,그곳에는 유독가스를 마시고 쓰러져 가는 야간 경비원 아저씨와공포에 질려 우는 상가 아주머니가 책상 밑에 웅크리고 있었다.건물의 외벽은 이미 가스 폭발의 여파로 무너져 내려,언제 상층부가 주저앉아도 이상하지 않은 절체절명의 위기였다."구조대원입니다! 제 목소리 들리시면 정신 차리시고 저 보세요!"도훈이 경비원을 들쳐업으며 소리쳤다.하지만 다친 오른쪽 어깨에 성인 남성의 무게가 실리자,실밥이 다시 터지는 듯한 격통과 함께 붉은 핏물이 방화복 너머로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으윽……!"도훈이 신음을 삼키며 아주머니의 손을 꽉 쥐었다."제 손 꽉 잡으세요! 나갑니다!"그 순간, 건물 하부에서 다시 한번"쾅-!" 하는 소규모 2차 폭발이 일어나며 계단실이 통째로 화염에 휩싸여 버렸다.유일한 탈출구가 화마에 막혀버린 것이다.유독가스는 빠른 속도로 천장부터 차오르고 있었다.도훈은 급히 무전기를 켰다."강 팀장님! 민 순경! 내 말 들리십니까? 내부 계단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3층 동측 외벽 창문으로 탈출을 시도하겠습니다! 외부에서 엄호가 필요합니다!"무전 너머로 수아의 비명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차 반장님!! 동측 외벽은 지금 아래쪽에 물 위의 불꽃이 가장 심한 구역입니다! 그냥 뛰어내리면 화상을 입어요!"수아의 절규에 도훈은 이를 악물었다."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강 팀장님, 믿습니다!"도훈은 주민들을 이끌고 깨진 창문가로 바짝 다가섰다.눈앞에는 시뻘건 불바다가 아가리를 벌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