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안 보입니다! 랜턴 출력을 최대로 올려도 고작 50 센티키터 앞이 한계입나다!" 소방관 차도훈이 세차게 따귀를 때리는 폭우 속에서 소리쳤다. 연실군청 대피소를 나선 합동 구조조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그야말로 종말을 맞이한 듯한 암흑의 도시였다. 시속 180 킬로미터의 꼬리 강풍은, 지상에 남아있는 모든 규기물을 찢어버릴 것만 같은 기세로 울부짖고 있었다. 도로의 물은 이제 완전히 성인의 가슴까지 차올라, 걸어간다기보다는 거친 흙탕물 강을 거슬러 헤엄치는 것에 가까웠다. 강태풍의 고무보트의 헤드라인을 꽉 잡은 채, 오리발을 저으며 대원들의 중심을 잡았다. 그의 허리에는 여전히 서나래의 목걸이가 묵직하게 찰랑이고 있었다. "대원들, 서로의 구명줄을 놓치지 마라! 지금 쓸려 내려가면 해경이라도 못 건진다!" 강태풍의 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한편, 대피소에 남은 서나래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년,ㄴ 밀려드는 경상자들을 치료하면서, 수시로 부전기 스피커에 귀를 기울였다. 지지직거리는 노이즈 속에서 강태풍의 거친 숨소리가 드릴 때마다, 서나래는 목에 걸린 강태풍의 해경 구조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무조건 살아서 돌아와라. 멀쩡하게 돌아 오란 말이다. 이 독종 놈아.' 구조조는 마침내 도심에서 가장 고립되기 쉬운 상가 밀집 지역의 막바지 진입로에 들어섰다. 상가 간판들이 바람에 뜯겨 나가며 공중에서 흉기처럼 날아다니는 위험천만한 현장이었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폭풍우 속에서, 영웅들의 처절한 야간 행진은 계속되고 있었다.
Last Updated : 2026-07-2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