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OUTLAST - 네가 있는 폭풍속으로: Chapter 71 - Chapter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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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폭풍우 속의 전진

"앞이 안 보입니다! 랜턴 출력을 최대로 올려도 고작 50 센티키터 앞이 한계입나다!" 소방관 차도훈이 세차게 따귀를 때리는 폭우 속에서 소리쳤다. 연실군청 대피소를 나선 합동 구조조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그야말로 종말을 맞이한 듯한 암흑의 도시였다. 시속 180 킬로미터의 꼬리 강풍은, 지상에 남아있는 모든 규기물을 찢어버릴 것만 같은 기세로 울부짖고 있었다. 도로의 물은 이제 완전히 성인의 가슴까지 차올라, 걸어간다기보다는 거친 흙탕물 강을 거슬러 헤엄치는 것에 가까웠다. 강태풍의 고무보트의 헤드라인을 꽉 잡은 채, 오리발을 저으며 대원들의 중심을 잡았다. 그의 허리에는 여전히 서나래의 목걸이가 묵직하게 찰랑이고 있었다. "대원들, 서로의 구명줄을 놓치지 마라! 지금 쓸려 내려가면 해경이라도 못 건진다!" 강태풍의 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한편, 대피소에 남은 서나래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년,ㄴ 밀려드는 경상자들을 치료하면서, 수시로 부전기 스피커에 귀를 기울였다. 지지직거리는 노이즈 속에서 강태풍의 거친 숨소리가 드릴 때마다, 서나래는 목에 걸린 강태풍의 해경 구조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무조건 살아서 돌아와라. 멀쩡하게 돌아 오란 말이다. 이 독종 놈아.' 구조조는 마침내 도심에서 가장 고립되기 쉬운 상가 밀집 지역의 막바지 진입로에 들어섰다. 상가 간판들이 바람에 뜯겨 나가며 공중에서 흉기처럼 날아다니는 위험천만한 현장이었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폭풍우 속에서, 영웅들의 처절한 야간 행진은 계속되고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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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간발의 차이

"차 반장! 머리 숙여!"강태풍의 날카로운 사자후가 폭풍우를 뚫고 마치 벼락처럼 울려 퍼졌다.소방관 차도훈은 그 목소리게 뇌를 거치지도 않고 본능적으로 몸을 물속으로 푹 숙였다.그 찰나의 순간, 날카롭게 찢어진 대형 철제 간판 하나가도훈의 머리가 있던 허공을 무서운 속도로 가로질러 지나갔다.간판은 이내 뒤편의 콘크리트 건물의 외벽에하는 굉음과 함께 박히며 불꽃을 튀기었다.조금만 반응이 늦었어도 도훈이 목숨을 잃을 뻔한,그야말로 종이 한 장처럼 간발의 차이의 아찔한 순간이었다.도훈은 흙탕물을 거칠게 내뱉으며 간신히 숨을 몰아 쉬었다.가슴이 터질 듯이 뛰었지만, 그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으쓱였다."와, 진짜... 하느님, 조상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입니다. 아 해경 형씨 아니었으면 나 진짜로 현충원에 묻힐 뻔 했습니다?!?""농담할 시간 있으면 주변 경계나 똑바로 하십시오. 여기는 지금 언제 어디서 뭐가 날아올지 모르는 전쟁터나 마찬가지입니다. 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비명횡사(非命橫死) 한단 말입니다."강태풍이 도훈의 젖은 어깨를 잡으며 따끔하게 경고했다. 그의 눈빛은 장난기를 완전히 지워낸 채 사방의 위험요소를 읽어내고 있었다.바로 그때, 상가 2층의 한 가구점 창문이 깨진 틈새로 랜턴 불빛이 닿았다.그곳에는 어린 자매가 서로를 꼭 껴안은 채, 공포와 추위에 질려 울고 있었다.아래층은 이미 물이 가득 차 올라 꺠단마저 끊어진 위대로운 고립 상황이었다."살려주세요! 아저씨! 무서워요... 아래에서 물이 께속 들어와요.. 제발 살려주세요!!""내가 올라갑니다."도훈이 다친 왼쪽 어깨의 통증을 악물고 상가 외벽의부서진 배관과 간판 지지대를 붙잡았다.소방관으로서의 본능이 온몸의 세포를 깨워 몸이 먼저 움직인 것이다.도훈은 날렵하게 벽을 타고 올라가 깨진 창틀을 넘어 안으로 진입했다.유리파편이 몸을 긁었지만 개의치 않았다.그는 떨고 있는 아이들을 한 명씩 안아 올렸다."걱정 마, 얘들아. 소방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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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뜻밖의 아지트

아이들을 태운 고무보트를 이끌고 군청 대피소로 향하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꼬리(후면) 강풍대의 위력이 수시로 방향을 바꾸며 메가톤급 돌풍을 몰고 왔기 때문이다. 갑자기 밀려드는 조류에 보트가 요동치며 뒤집힐 위기에 처하자, 강태풍은 본능적으로 주변 지형을 살폈다. "이대로 물길을 계속 거슬러 가다가는 아이들이 저체온증으로 위험해 지겠습니다. 저기 저 상가 2층으로 일단 피신해서 폭풍을 잠시 피할 것입니다." 강태풍이 가리킨 곳은 침수된 도로변에 위치한 한 소형 카페의 2층 테라스였다. 대원들은 보트를 테라스 난간에 단단히 결속한 뒤, 깨진 창문 틈새로 신속하게 안으로 진압했다. 천만다행으로 2층은 물이 전혀 차지 않아 아늑했고, 손님들이 쓰던 담요와 방석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정전으로 인해 암흑의 가득한 카페 내부. 도훈은 랜턴을 바닥에 내려놓고 아이들에게 마른 담요를 겹겹이 덮어 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소방 조끼 방수 주머니에서 비상식량인 초콜릿을 꺼내어 조심스럽게 쪼개어 아이들의 입에 넣어 주었다. "자, 이거 먹어 봐. 엄청 달고 맛있지? 아저씨가 비밀 하나 말해줄까? 이 태풍이라는 녀석은 아저씨가 다 물리쳐 줄 테니까 눈 딱 감고 조금만 자고 있으면 돼. 자고 일어나면 태풍이 아저씨한테 한 대 마고 조용해 져 있을 거야. 알았지?" 도훈이 다정한 넉살과 거짓말에 아이들은 비로소 조금의 안도감을 느꼈는지 울음을 그치고 배시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사이 강태풍의 창가에 서서 부전기 안테나를 높이 세웠다. 지지직거리는 노이즈를 뚫고 군청 본부와의 연결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본부, 여기는 현장 구조대 강태풍. 현재 4구역 카페 건물 2층에 임시 피신 중이다. 물에 잠긴 상가에 고립되었던 아동 두 명과 함께 이동중, 돌풍으로 인해 고립자 아동 2명을 포함해 대원 전원 이곳에서 대기한다. 이상." 무전기 너머로 귀를 기울이고 있던 서나래의 안도 섞인 한숨 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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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수아의 눈물

군청 본부 대피소의 통신 지휘실.민수아 순경은 헤드셋을 낀 채 모니터의 흐릿한 지도를 바라보고 있었다.구조조가 임시 카페 건물에 고립되어 움직이지 못한다는 최종 무전을 받은 이후,그녀의 심장은 밑바닥으로 가라 앉았다.특히 차도훈 반장이 상처 입은 어깨를 이끌고 나간 것이 내내 가슴을 찌르는 가시처럼 아파왔다."바보같아.......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하지, 왜 맨날 그렇게 바보처럼 웃으면서 사람 속을 태우냐고......"수아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무릎에 고개를 묻은 채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쏟아냈다.대한민국 열혈 경찰이라는 타이틀도 지금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지금은 그저 좋아하는 남자가 저 지옥같은 폭풍우 속에서 잘못될까 봐 두려운 한 여자일 뿐이었다.그때, 조용히 다가온 서나래가 수아의 떨리는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서나래 역시 강태풍 걱정에 손끝이 차갑게 식어 있었지만, 의사로서 냉정함으로 수아를 위로했다."민 순경님, 울지 마요. 차도훈 반장 보기보다 엄청 단단하고 끈질긴 사람이예요. 나랑 오래 함께 한 녀석이라 내가 잘 알 죠. 나이는 나보다 두 살 어리지만 친구로 인정한 것도 그런 듬직함 때문이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 녀석 옆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해경 강태풍 팀장님이 버티고 있잖아요! 강 팀장님이 절대로 자기 동료 다쳐서 돌아오게 안 합니다. 나 믿죠?"서나래의 든든한 위로에 수아는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무전기 마이크의 스위치를 올렸다.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가다듬었다."4구역 임시 대기조. 응답하라. 여기는 군청 합동 본부 통제실 민수아 순경."몇 초간의 정적 끝에, 지지직 하는 잡음과 함께너무나도 익숙하고 개구진 차도훈 소방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어라? 우리 민 순경님 목소리네? 왜 이렇게 목소리가 젖어 있습니까? 혹시 내 걱정하느라 예쁜 눈에서 눈물 한 바가지 흘린 거 아니죠?""농담하지 마세요! 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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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카페에서의 밤샘

강태풍과 차도훈, 그리고 두 아이는 카페 2층의 어둠 속에서길고 긴 밤을지새우게 되었다.바깥은 여전히 아름드리나무가 뿌리째 뽑혀 나가는 괴성과건물이 흔들리는 진동이 이어졌지만,카페안은 대원들이 켜놓은 몇 개의 랜턴 불빛 덕분에 기묘한할정도로아늑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감돌았다.도훈은 카페 주방 구석의 보관함을 뒤지다가 유통기한이 넉넉히 남은유기농 과일 주스와 밀봉된 초코쿠키 몇 상자를 찾아냈다.그는 보물찾기에 성공한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그것들을 가져와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자아- 대피소 뷔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저씨가 이거 특별히 구한 거니까 많이 먹어. 중앙소방학교 건빵보다 백배는 맛있을 거야."아이들이 과자를 맛있게 오물거리는 모습을 보며 도훈은 만족스러운 듯 등을 기댔다.그리고 옆에서 장비를 점검하던 강태풍에게도 쿠키를 슥 내밀었다."저기, 강 팀장님-. 해경 형씨도 좀 먹어요. 겉만 뚝딱거리지 마시고 칼로리 보충 하시죠?"강태풍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쿠키를 받아 씹었다. 달콤한 맛이 입안에 퍼지자 피로가 아주 조금은 가시는 것만 같았다."차 반장은 이런 재난의 한복판에서도 참 잘 먹고 잘 적응하는 것 같습니다. 소방관이 아니라 무인도 생존 전문가를 했어야 할 것 같습니다.""에이, 사람이 긍정적으로 살아야죠. 저기 군청 대피소 민 순경님이 눈에 불을 켜고 나 기다리고 있는데... 내가 여기서 기운빠져 있으면 안 되잫습니까?"도훈이 슬쩍 어깨를 으쓱이며 자랑했다.강태풍은 그 말에 가만히 가슴속에 넣어둔 서나래의 구조 목걸이를 만지작 거렸다.쇠붙이의 차가운 촉감이, 오히려 서나래의 뜨거웠던 눈물을 떠올리게 했다."나도 거기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불도저처럼 거침없이 달리는 의사 선생이 있어서, 나 역시 절대로 무리하지 않고 내 몸을 지켜서 돌아갈 겁니다."두 남자는 서로를 바라보며 감정을 공유한 채 미묘하게 웃음을 나누었다.각자 지켜야 할 소중한 여자가 , 저기 군청 대피소에 존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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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동틀 무렵의 약속

다음 날 새벽 아침이 가까워질 무렵,밤새도록 건물을 부술 듯이 몰아치던 의 기세가 마침내 한풀 꺾이지 시작했다.창밖의 하늘은 먹구름 사이로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조금씩 비쳐 들었고,거칠었던 바람 소리도 초속 15미터 내외로 급격히 잦아들었다.태풍의 눈이 지나고 후면(꼬리) 강풍대의 핵심부마저연실군을 완전히 통과하기 시작한 정도였다."이제 움직입시다. 도로의 수위도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습니다."강태풍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젖은 배낭의 끈을 단단히 조여맸다.도로의 물은 이제 무릎 높이까지 뼈져나가 고무보트를 끌고 도보로 이동하기에 충분한 상태였다.도훈은 곤히 잠들어 있던 아이들을 깨워 품에 번쩍 안아 들었다."자, 귀염둥이들아, 이제 진짜 집으로 가자. 대피소에서 엄마, 아빠가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계실꺼야."아이들은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면서도, 도훈은 목을 끌어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출발하기 직전, 강태풍은 카페 카운터 위에서 굴러다니던방명록 노트와 펜을 발견하고 가만히 다가갔다.그리고 묵묵히 서치라이트 불빛 아래에서 글을 적기 시작했다.[ 재난 구조 작업 둥 긴급 대피를 위해 임시로 시설을 사용하고 음료 및 과자를 섭취하였습니다.대한민국 해양경찰청 특수구조대 강태풍.추후 사태가 안정되면 정식으로 연락드려 정산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정직하다 못해 고지식한 뒷모습을 보던 도훈이 기가찬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와아-, 강 팀장님. 형님 진짜 대단한 FM이십니다. 이 난리통에 방명록을 다 쓰고 계십니까?""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군청 대피소에 있는 강 선생님에게 돌아갔을 때 부끄럽지 않고 당당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선을 지켰으니까요."강태풍의 너무나도 뻔뻔하고 진지한 답변에 도훈은 더 이상 할 말을 잃고 허탈하게 웃어버렸다.두 남자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고무보트에 태우고, 마침내 임시 아지트를 나서며 아침 햇살이 조금씩 비치는 물길을 향해 힘차게 정지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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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감격의 재회

오전 8시 무렵, 구조조거 아이들과 함께 진흙탕이 된 군청 마당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포착되었다.그 순간, 대피소의 육중한 철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두 여자가 빗속으로 튀어나왔다.불도저 여의사 강서나래와 지구대 열혈 순경 민수아였다.수아는 저 멀리서 걸어오는 도훈을 발견하자마자 체면도, 주변의 시선도 모두 잊은 채 흙탕물을 튀기며 달려갔다.그리고 도훈의 품으로 부서질 듯 덥석 안기었다."차 반장님! 이 바보 멍청이야!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데 왜 이제서야 와요?!"도훈은 갑작스러운 충격에 다친 어깨가 욱신거렸지만, 차마 아픈 티를 내지 못하고 다치지 않은 왼팔로 수아의 날씬한 허리를 힘껏 끌어안았다."아이고, 우리 민 순경님이 이렇게 격하게 안아주니까 어깨 아픈 게 눈녹듯 싹 사라지네. 나 약속 지켰죠? 무사히 잘 살아서 완잖아요."수아는 그의 젖은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참았던 서러움을 폭발시키며 엉엉 울었고,이를 지켜보던 대원들과 주민들은 약속이나 한 듯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다.반면, 서나래는 강태풍의 앞까지 천천히 걸어가서 팔짱을 낀 채 그를 도도하고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듯 쳐다보았다."조금 늦었내요, 강태풍 팀장님. 나 약속 시간 어기는 거랑 커피 식는 거 제일 싫어하는 사람인거.... 몰랐죠?"강태풍은 말없이 씩 웃으며, 자신의 목에 걸려 있던 서나래의 은색 목걸이를 조심스럽게 풀어 그녀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약속 지켰습니다. 강 선생이 중고 마켓에 급매물로 내놓기 전에 제때 살아서 돌아왔습니다."서나래는 손바닥에 닿는 목걸이를 꽉 쥐며 마침내 참았던 눈물이 눈가에 그렁그렁 맺혔다.그녀는 강태풍의 방수 슈트 멱살을 거칠게 잡아 당겨자신의 얼굴 앞으로 강태풍의 얼굴을 끌어왔다.그리고 나직하게 속삭였다."잘했어요. 아주 기특하다니까.. 이따가 대피소 들어가면 내가 특별히 라면 곱뺴기로 끓여줄게요."두 커플의 서로 다른, 하지만 깊은 애정이 담긴 감격스러운 재회가 재난으로 얼어붙었던 군청 마당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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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대피소의 영웅들

구조조가 무사히 복귀하고 어린 아이들까지 안전하게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자,어둡고 침울했던 군청 대피소 내부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로 반전되었다.주민들은 교대로 강태풍과 도훈의 자리로 찾아와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대피소 구석구석에는 오랜만에 사람 사는 듯한 온기와 웃음소리가 감돌았다.임시 진료실 한쪽에서 서나래는 강태풍의 두꺼운 슈트를 벗겨내고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소독약을 바르는 그녀의 손길은 정교했지만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여기도 긁히고, 저기도 피 멍이 들고. 진짜 몸이 도화지에요? 현장만 나가면 왜 이렇게 상처를 잔뜩 달고 오는 건데요?""강 선생님에게 이렇게 직접 치료받고 싶어서 일부러 조금씩만 긁혀 온 겁니다. 매일매일 보고 싶으니까요."강태풍의 능글맞은 멘트에 서나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알코올 소독솜으로 그의 팔뚝 상처를 꾹 눌러버렸다. "으악! 아픕니다, 강 선생!""아프라고 누른 거예요! 앞으로 내 허락 없이 몸에 생채기 하나라도 내서 오기만 해 봐요. 그땐 의사 직권으로 입원시켜서 침대에 묶어버릴 테니까."바로 옆자리에서는 수아가 도훈의 수발을 들고 있었다.도훈은 원래 왼손잡이이면서도, 일부러 오른손과 어깨가 다쳐서 움직이지 못하는 척엄살을 부리며 수아가 떠주는 죽을 받아먹는 중이었다."아~ 우리 민 순경님이 직접 먹여주니까이 차가운 인스턴트 죽이 청와대 만찬 요리보다 백배는 꿀맛입니다."수아는 그가 엄살을 부리는 속셈을 뻔히 알면서도,그저 살아 돌아와 준 것이 고마워 기분 좋게 장단을 맞춰주었다."많이 드시고 얼른 나으세요. 나아서 빨리 지구대 복귀하셔야 저한테 밥 사시죠."재난의 여파는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대피소 안의 네 사람은 서로의 곁을 지켜주는 존재가 있기에그 어떤 시련이 다시 찾아와도 이겨낼 수 있다는 강력한 확신을 얻고 있었다.영웅들에게 찾아온, 가장 달콤하고 소중한 휴식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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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통재소의 마지막 경고

행복한 기류도 잠시,군청 지하에 마련된 저지대 하수 통제소에서 비상경보음이 울려 퍼졌다.태풍의 후면(꼬리) 강풍대가 지나가면서 막대한 잔해물이하수구를 막아 역류 현상이 발생한 것이었다.통제소 건물이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붕괴될 위험에 처했다는 비보였다."통제소에 아직 잔류 인원이 있습니다! 하수 개폐 장치를 수동으로 잠그지 않으면 군청 대피소 지하까지 물이 차오릅니다!" 통제관이 절규하며 말했다."내가 가겠습니다."강태풍이 다시 장비를 챙겼다.서나래가 그의 앞을 막아섰지만, 이번엔 말리지 않았다.대신 강태풍의 해경 무전기 채널을 자신의 보건소 무전기와 연결했다."강 팀장님, 이번엔 무전기 절대 끄지 마요. 내 목소리 들으면서 작업해요.""알겠습니다. 강 선생님 목소리가 내 이정표입니다."강태풍은 도훈과 함께 물이 허리까지 차오른 지하 통제소로 진입했다.건물 벽면이 "쿠구구구" 소리를 내며 금이 가고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강태풍은 무전기 너머로 들려오는 서나래의 차분한 카운트다운과 응원 목소리에 의지해,무서운 집중력으로 밸브를 돌리기 시작했다."치익- 강 팀장님, 현재 건물 붕괴 지수 위험 수치예요! 3분 남았어요!""완료했습니다! 지금 나갑니다!"강태풍과 도훈이 통제소 문을 박차고 나온 순간,뒤쪽의 콘크리트벽이 쾅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무전기 너머로 서로의 생존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진행된,최고의 긴박하고도 완벽한 무전 교감의 순간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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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침수되었던 지하 통제소의 밸브를 성공적으로 차단하고 한 시간 뒤,마침내 연실군을 10일 동안 지옥으로 몰아넣었던 초강력 태풍 '제우스'가한반도를 완전히 빠져나갔다는 기상청의 공식 발표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태풍 경보 해제. 반복합니다. 연실군 전역의 태풍 경보가 해제되었습니다."대피소 안의 주민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서로를 껴안았다.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마침내 인간이 자연의 위기 앞에서 살아남은 순간이었다.창밖으로는 먹구름이 걷히며 가을의 청명하고 맑은 햇살이 군청 마당을 가득 비추고 있었다.강 태풍과 서나래, 도훈과 수아 네 사람은 군청 옥상으로 올라가 그 찬란한 햇살을 맞이했다."와…… 진짜 살아남았네."도훈이 수아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감탄했다.수아는 도훈의 품에 기대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강태풍은 서나래의 손을 꼭 잡았다.그의 손등에 난 상처 위로 따스한 햇볕이 내리좼다."강 선생님, 고생 많았습니다. 당신이 없었다면 난 이 폭풍을 이겨내지 못했을 겁니다."서나래는 강태풍을 올려다보며 특유의 불도저 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무슨 소리예요. 대한민국 최고의 해경 강태풍이 내 옆에 있었는데 당연한 결과지.자, 이제 폭풍도 끝났으니까…… 진짜 데이트하러 가야죠?"겅태풍이 호쾌하게 웃으며 서나래를 품에 꼭 안았다.거대한 재난이 지나간 자리에 피어난 네 사람의 사랑은,그 어떤 폭풍보다 단단하고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태풍의 거대한 사투가 마무리되며, 새로운 희망이 다시금 시작되고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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