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기적 같은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한반도를 삼킬 듯 북상한 태풍 제우스의 거센 공습은 조금도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밤이 칠흑처럼 깊어 새벽 2시를 넘어설 무렵,창밖을 사정없이 짓누르는 폭풍우의 위력은 이전보다 한층 더 기괴하고 거칠어졌다.그 순간, 대피소로 사용 중이던 2층 강당의 낡은 천장 일부에서비명을 지르듯 둔탁한 균열이 발생하더니 흙빛 빗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거대한 자연의 위협 앞에 주민들은 다시금 극심한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고,자구대 순경 수아는 사방으로 뛰어다니며주민들을 물이 새지 않는 안전한 구역으로 재배치하느라 동분서주했다.한편, 치열했던 수술을 겨우 마치고 간신히 정신을 차린 서나래는거친 숨을 내쉬며 환자의 곁을 묵묵히 지키고 있었다.수술 직후 발생할 수 있는 박테리아 감염이나 패혈증 쇼크 같은치명적인 부작용이 올 수 있는 가장 위험한 24시간이었기 때문이다.옆에 있던 강태풍은 지친 서나래의 곁으로 다가가 앉아그녀의 미세하게 떨리는 차가운 손을 꼭 쥐어주었다."고생 많았습니다, 강 선생님. 나는 당신이 반드시 해낼 줄 알았습니다."강태풍의 진심 어린 칭찬과 따뜻한 체온에 서나래는 피로가 몰려오는 듯그의 넓은 어깨에 머리를 살짝 기댔다."태풍 씨가 불빛을 끝까지 잘 비춰줘서 가능했던 거예요. 혼자였으면 절대 해내지 못했을 거야. 정말 고마워요, 내 인생 최고의 어시스트."두 사람이 서로의 존재로 위안을 얻던 바로 그때,지휘실의 통신 장비가 일순간 날카로운 잡음을 내며 지직거렸다.이어서 외부 해경 본부의 간절한 목소리가 아주 미약하게 흘러나왔다.[지직…… 여기는 해경 본부…… 연실군청 대피소 응답하라…… 현재 연실 앞바다의 해일 수위가 이미 위험 한계선을 완전히 넘었다…… 주민들을 즉시 더 높은 곳으로 이동시켜라…… 지직-!]짧고 절박했던 무전을 끝으로 통신은 또다시 완전히 끊겨버렸다.그것은 피할 수 없는 폭풍해일 경보였다.태풍 제우스으; 본체가 몰고 온 가공할 만한 해일이연
수술이 세 시간째로 접어들었을 때,쾅 - 하는 소리와 함께 도훈이 온통 진흙투성이가 된 채 수술실 안으로 굴러 들어왔다.그의 품에는 소방차에서 사수해 온 정제수 박스가 단단히 안겨 있었다.도훈의 얼굴은 날아온 나뭇가지에 긁혀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그는 바보처럼 활짝 웃었다."여기…… 약 배달 왔습니다. 깨끗한 놈들로만 골라왔어요.""잘했어요, 차 반장! 당장 이리 줘요!"서나래가 소리쳤고, 수아가 신속하게 도훈의 품에서 정제수를 받아 서나래에게 건넸다.확보된 정제수로 서나래는 노인의 복강 내부를 철저하게 세척해 나갔다.고여 있던 잔혈과 오염 물질들이 씻겨 내려가며환자의 바이탈 모니터가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삑. 삑. 삑. 하며 일정하게 울리는 수동 심전도기 소리가수술실 안의 모든 이들에게 구원의 음악처럼 들렸다."바이탈 안정화됩니다. 혈압 110에 70. 맥박 정상 범위 진입."간호사의 눈물 섞인 보고에 서나래의 어깨가 비로소 툭 내려앉았다."봉합합니다."서나래는 마지막 한 땀까지 정성스럽게 노인의 복부를 봉합해 나갔다.마지막 실을 자르고 메스를 내려놓는 순간,수술실 안에는 기묘한 정적만이 감돌았다.정전과 폭풍우, 그리고 완벽한 고립이라는 최악의 조건 속에서오직 인간의 의지와 동료들의 신뢰만으로 한 생명을 사선에서 끌어올린 극적인 순간이었다.서나래는 다리가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고,강태풍도 그제야 양손의 랜턴을 내려놓고 쥐가 날 것 같은 손을 풀며서나래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를 부드러운 품에 안아주었다.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가 서로의 귓가에서 따뜻하게 엉키고 있었다.
첫 번째 고비를 넘겼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였다.혈관은 묶었지만 이미 파열된 비장을 완전히 절제하고남은 복강 내를 완벽하게 세척해야 전염병이나 패혈증을 막을 수 있었다.하지만 비상용 생리식염수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식염수 남은 거 이게 마지막입니다, 선생님!"간호사가 마지막 한 병을 흔들어 보였다.이 양으로는 복강 내부를 깨끗이 씻어내기에 턱없이 부족했다.위생이 보장되지 않는 야전 환경에서 세척이 부족하면환자는 수술이 잘 끝나도 몇 시간 뒤 패혈증 쇼크로 사망하게 된다.서나래가 입술을 깨물며 고뇌에 빠진 순간, 뒤에서 지켜보던 도훈이 나섰다."강 선생, 우리 소방차량에 구급용 증류수랑 정제수 여분 남아 있습니다. 빗물 뚫고 나가서 가져오겠습니다."수아가 깜짝 놀라 도훈의 팔을 잡았다."차 반장님, 지금 밖은 아까보다 바람이 더 세졌어요! 나가면 위험해요!"도훈은 수아의 손을 따뜻하게 쥐어주었다."민 순경님, 의사 선생님이 저렇게 목숨 걸고 싸우고 있잖아. 소방관이 자재 부족한 걸 날씨 때문에 모른 척하면 안 되지. 금방 다녀올게요."도훈은 강태풍과 눈빛을 교환한 뒤, 문을 열고 폭풍우 속으로 다시 몸을 던졌다.서나래는 감정을 추스르며 절제 작업을 이어갔다.손가락 끝이 저려오고 메스를 쥔 손에 경련이 일기 시작했다.벌써 두 시간이 넘게 극한의 긴장 상태로 수술을 집도하고 있었다.종합병원의 완벽한 시스템 속에서만 수술을 해왔던 서나래에게,이 암흑 속의 야전 수술은 그녀의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시험하는 장이었다."강 선생님, 페이스 유지하십시오. 당신은 연실군 최고의 의사입니다."강태풍의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수술실에 울려 퍼졌다.서나래는 그 목소리에 다시 한번 정신을 바짝 차렸다.그의 랜턴 불빛은 여전히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수술 부위를 비추고 있었다.강태풍의 존재 자체가 서나래에게는 가장 완벽한 마취과 의사이자 어시스턴트였다.서나래는 다시 메스를 꽉 쥐고 비장 절제의 마지막 결찰을 시작했다.
수술실로 급조된 곳은 강당 무대 뒤편의 자그마한 대기실이었다.멸균포를 급하게 깔고, 도훈과 소방대원들이 가져온초강력 서치라이트 세 개가 수술대를 비추었다.강태풍은 랜턴을 양손에 쥔 채 석상처럼 굳건히 서서 오직 환자의 복부만을 정확하게 비추었다.수아가 수동식 흡인 펌프를 맡아 긴장된 표정으로 대기했다."국소 마취 및 진정제 투여 완료. 개복 시작합니다."서나래의 차분한 선언과 함께 메스가 노인의 복부 표피를 가르고 들어갔다.서치라이트 불빛 아래에서 붉은 피가 솟구쳤다."석션! 빨리 피 시야 확보해요!"서나래의 명령에 수아가 필사적으로 수동 펌프를 가동했다.찌르르하며 핏물이 관을 타고 흘러나왔지만, 기계식 흡인기에 비해 속도가 턱없이 느렸다.복강 내는 이미 고인 피로 가득 차서 파열된 비장의 정확한 위치를 찾기가 불가능에 가까웠다."제길, 피가 너무 많아. 거즈 더 가져와요! 롤 거즈 전부 다!"서나래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간호사가 연신 땀을 닦아주었지만, 그녀의 미간은 펴질 줄 몰랐다.정전된 방 안의 온도는 태풍의 열기와 겹쳐 후끈거렸고,밖에서 치는 천둥소리는 수술실의 유리창을 흔들며 대원들의 신경을 긁어댔다.강태풍은 양손에 가해지는 랜턴의 무게와 피로감 속에서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그의 온 신경은 서나래의 손끝에 집중되어 있었다.서나래가 핏물 속으로 거침없이 손을 집어넣어 파열된 비장 동맥을 찾아내려 할 때,거대한 돌풍이 건물을 때리며 서치라이트 하나가 퍽 소리를 내며 꺼졌다.수술실이 일순간 어두워졌다."앗!" 간호사가 비명을 질렀다."흔들리지 마요! 내 손끝의 감각으로 잡을 테니까 불빛 그대로 유지해!"서나래의 호통이 떨어졌다.그녀는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오직 의사로서의 오랜 경험과 감각만으로뿜어져 나오는 혈관의 박동을 찾아 나갔다.그리고 마침내, "지혈 겸자(Clamp) 줘요!"서나래의 손이 움직였고, 틱 하는 소리와 함께 혈관이 물렸다.쏟아지던 피가 기적처럼 멈추었다.강태
연실 3동 마을회관의 고립자들을 극적으로 구조해 돌아온 대피소 2층 강당은여전히 아수라장이었다.하지만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임시 진료실 커튼 너머에서 다급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강 선생님! 3동에서 방금 이송된 최 어르신, 갑자기 혈압이 떨어지면서 의식을 잃으셨습니다! 복부 팽만이 심각합니다!"간호사의 다급한 외침에 서나래가 번개처럼 환자에게 달래 들었다.어르신의 복부는 눈에 띄게 부풀어 오르고 있었고, 판자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청진기를 대고 촉진을 마친 서나래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축대 무너짐과 건물 붕괴 당시 가해진 충격으로 인해 비장이 파열되어복강 내 대량 출혈이 발생한 것이 분명했다.당장 개복하여 지혈하지 않으면 30분도 버티기 힘든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당장 수술 준비해요. 개복해서 비장 절제해야 합니다."서나래의 단호한 진단에 간호사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선생님, 말도 안 돼요! 여기는 대피소 강당이에요. 정전에, 무균실도 아니고, 전신마취 장비도 없어요! 이 환경에서 수술은 살인 행위입니다!""그럼 그냥 여기서 돌아가시게 놔둬요?!"서나래가 불도저처럼 소리쳤다.그녀의 눈에 독기가 서렸다."종합병원 갈 도로 다 끊겼고 헬기도 못 떠요. 의사가 여기 있고 환자가 앞에 있는데, 환경 탓하면서 손 놓고 있을 순 없어. 마취과 없으면 국소 마취와 정맥 진정제로 버티고, 조명 없으면 랜턴 켜요. 내가 어떻게든 살려낼 테니까 당장 준비해요!"그 서슬 퍼런 기세에 지휘실에 있던 강태풍과 차도훈이 다가왔다.강태풍은 피와 진흙으로 범벅이 된 슈트를 입은 채 묵묵히 서나래의 앞에 섰다."강 선생님, 내가 뭘 도우면 됩니까."서나래는 강태풍을 바라보며 간절하게 말했다."수술하는 동안 불빛이 단 1초도 흔들리면 안 돼요. 그리고 비상 발전기 수리될 때까지 흡인기(Suction)를 쓸 수 없으니, 수동식 펌프 찾아서 피 계속 짜내 줘야 해요. 할 수 있겠어요?"강태풍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 반장님!! 차도훈-!!!"강태풍이 보트 위에서 절규하며 무너져 내리는 창틀 안으로 손을 뻗었다.지옥 같은 먼지 구덩이 속에서,흙탕물을 뒤집어쓴 도훈의 오른손이 번개처럼 튀어나와 강태풍의 손을 꽉 잡았다.강태풍은 초인적인 악력으로 도훈의 몸을 창밖으로 끌어당겼다.두 남자가 고무보트 위로 굴러떨어진 순간,뒤편의 3동 마을회관 건물이 완전히 폭삭 주저앉으며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켰다.간발의 차이로 생사를 가른 순간이었다."콜록, 콜록! 와…… 진짜 나 방금 저승사자랑 하이파이브하고 왔습니다, 해경 형씨."도훈이 누운 채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웃었다.강태풍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무전기 마이크를 켰다."본부, 여기는 구조조 강태풍. 구조 대상자 전원 확보 완료. 대원 전원 무사하다. 지금 대피소로 복귀한다. 이상."무전기 너머로 서나래와 수아의 오열 섞인 안도의 함성이 흘러나왔다.군청 대피소 강당에 있던 주민들도 일제히 박수를 치며 눈물을 흘렸다.강태풍과 도훈은 지친 몸을 이끌고,여전히 거세게 몰아치는 폭풍우를 뚫고 군청의 불빛을 향해 전진했다.비록 태풍 의 공습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고 연실군은 고립되어 있었지만,어둠을 뚫고 돌아오는 두 영웅의 랜턴 빛은대피소의 모든 이들에게 그 어떤 햇살보다 밝은 희망의 빛이 되어주고 있었다.그렇게 네 사람의 처절하고도 단단한 사투는태풍의 거대한 한복판을 관통하며 다음 장을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