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의 처소에 장부가 산처럼 쌓였다.그녀는 한 시진째 첫 권의 같은 줄만 읽고 있었다.“꿀 두 항아리, 잣 세 되, 말린 대추 다섯 말…….”연화가 손가락으로 수량을 짚었다.“이것을 한 달 동안 전부 먹었다는 말입니까?”상궁이 고개를 숙였다.“정 소원마마의 처소에 들어간 양이옵니다.”“사람이 아니라 다람쥐가 사는 것 아닙니까?”옆에서 장부를 보던 공주가 대추를 집어 먹었다.“아무리 정 소원이라도 혼자 먹었을 리는 없지.”“소원마마뿐 아니라 나인들도 함께 먹었다면 가능하지 않습니까?”“저만큼 먹으면 처소의 나인들이 전부 굴러다녔을 것이다.”연화는 자신의 배를 내려다봤다.그 말에는 반박하기 어려웠다.장부를 한 장 더 넘기자 이번에는 윤 소원의 처소에서 받아 간 참기름과 고기 수량이 나왔다. 근신 중인 후궁의 처소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많았다.“근신하면 더 잘 먹습니까?”“밖에 나오지 못하니 먹는 즐거움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공주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좋겠습니다.”“무엇이?”“신첩도 근신하면 장부를 보지 않아도 되지 않습니까?”“너를 근신시킬 수 있는 분이 전하인데, 가능하겠어?”연화가 잠시 생각했다.이헌은 근신을 내리기는커녕 장부를 더 가져올 사람이었다.“죄를 짓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공주는 대추를 하나 더 집다가 연화에게 손등을 맞았다.“그것은 장부와 맞춰 봐야 합니다.”“과자 하나에도 야박하더니 이제 대추까지 못 먹게 하는구나.”“공주마마께서 드신 것은 따로 적어 두겠습니다.”연화가 붓을 들자 공주는 남은 대추를 내려놓았다.
Last Updated : 2026-09-2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