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승은 대신 업어치기를 했습니다: Chapter 101 - Chapter 110

138 Chapters

103화. 매화의 주인

연화는 여인의 소매에서 흔들리는 노리개를 바라봤다.백소화가 늘 차고 다니던 매화 모양이었다.“그 노리개는 어디에서 났습니까?”여인의 손이 멈췄다.“사람을 잘못 보셨습니다.”“사람이 아니라 노리개를 보고 있습니다.”연화가 쌀자루를 놓지 않은 채 물었다.“백 숙의마마의 물건 아닙니까?”여인이 갑자기 자루를 세게 잡아당겼다.연화가 버티자 자루의 솔기가 터졌다.하얀 쌀이 바닥으로 쏟아졌다.여인은 연화의 얼굴을 향해 무언가를 뿌렸다.푸른 염료 가루였다.연화는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그사이 여인이 품에서 칼을 꺼냈다.“강 숙의!”이헌이 숨어 있던 담장 뒤에서 뛰어나왔다.그러나 연화가 먼저 움직였다.눈을 뜨지 못한 채 쌀자루를 휘둘러 여인의 손을 쳐냈다.칼이 바닥에 떨어졌다.연화는 여인의 허리를 붙잡고 그대로 넘어뜨렸다.둘은 쏟아진 쌀 위를 굴렀다.여인이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쳤지만 연화는 팔을 놓지 않았다.“이것도 놓으면 도망갈 것 같습니다.”“눈부터 떠라!”이헌이 달려와 연화의 얼굴을 확인했다.“눈에 들어갔느냐?”“감고 있어서 괜찮습니다.”“그러면서 어떻게 사람을 잡았지?”“앞에 있었으니까요.”“안 보였잖아.”“도망가는 방향은 문밖뿐이지 않습니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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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 내 후궁을 막은 자

연화는 대비가 내민 봉투를 받았다.안에는 아이의 이름과 머무는 곳이 적혀 있었다.복동.도성 남쪽의 작은 절에서 지내는 열 살 아이였다.“이 아이는 누구입니까?”“복례의 동생이다.”이헌의 차에 합환산을 넣었던 궁녀.복례는 백소화에게 동생을 빌미로 협박받고도 끝까지 혼자 벌인 일이라고 주장했다.“백씨 약방에서 일한다던 동생입니까?”“그래. 염색방이 발각된 날 약방에서 달아났다.”“어째서 절에 숨어 있습니까?”“백씨 가문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대비는 연화에게 작은 패를 하나 더 건넸다.“복동은 누이에게 약을 건넨 사람이 누구인지 보았다. 그 아이를 데려오면 복례에게도 다시 말할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금군을 보내시면 되지 않습니까?”“갑옷을 입은 사내가 나타나면 아이가 먼저 도망갈 것이다.”“신첩도 이제 궁의 사람입니다.”“그래도 아이에게 밥부터 먹일 사람은 너밖에 없을 듯하구나.”연화는 그 말을 칭찬으로 듣기로 했다.“명을 받들겠습니다.”“아무도 모르게 다녀오너라.”“그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왜?”“신첩이 궁문을 나서면 전하께서 아실 것입니다.”연화의 예상은 맞았다.처소로 돌아오기도 전에 이헌이 보낸 내관이 기다리고 있었다.강녕전으로 오라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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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화. 가장 귀한 한 접시

“그래도 한 번 드셔 보시겠습니까?”연화가 밤과자가 담긴 접시를 영의정 부인 앞으로 밀었다.“방금은 드시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마음이 바뀌었습니다.”연화는 진지한 얼굴로 부인의 빈 접시를 바라봤다.“다른 분들은 모두 드시는데 혼자 입맛만 다시고 계셔서 안타까워졌습니다.”공주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영의정 부인의 얼굴이 붉어졌다.“내가 언제 입맛을 다셨다고…….”“조금 전부터 세 번 다셨습니다.”연화가 손가락까지 펼쳐 보였다.“정확히는 네 번이다.”공주가 거들었다.주변에 앉아 있던 부인들이 황급히 부채로 입가를 가렸다. 영의정 부인은 결국 밤과자 하나를 집었다.부드럽게 으깬 밤소에 꿀과 잣가루를 섞은 과자였다. 화려한 무늬도, 고운 빛깔도 없었다.마지못해 한입 베어 문 부인의 눈이 조금 커졌다.연화가 곧장 물었다.“맛있으십니까?”“그럭저럭 먹을 만합니다.”“그러면 하나 더 드리겠습니다.”“필요 없습니다.”“손은 이미 가고 계십니다.”부인의 손이 접시 위에서 멈췄다.이번에는 대비까지 웃음을 흘렸다.“그만 고집을 부리고 먹게. 내 생일상에서 체면을 차리다 굶었다는 소문이 나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황공하옵니다.”영의정 부인은 고개를 숙인 뒤 밤과자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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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화. 밤참에도 서열이 있습니까

연화의 처소에 장부가 산처럼 쌓였다.그녀는 한 시진째 첫 권의 같은 줄만 읽고 있었다.“꿀 두 항아리, 잣 세 되, 말린 대추 다섯 말…….”연화가 손가락으로 수량을 짚었다.“이것을 한 달 동안 전부 먹었다는 말입니까?”상궁이 고개를 숙였다.“정 소원마마의 처소에 들어간 양이옵니다.”“사람이 아니라 다람쥐가 사는 것 아닙니까?”옆에서 장부를 보던 공주가 대추를 집어 먹었다.“아무리 정 소원이라도 혼자 먹었을 리는 없지.”“소원마마뿐 아니라 나인들도 함께 먹었다면 가능하지 않습니까?”“저만큼 먹으면 처소의 나인들이 전부 굴러다녔을 것이다.”연화는 자신의 배를 내려다봤다.그 말에는 반박하기 어려웠다.장부를 한 장 더 넘기자 이번에는 윤 소원의 처소에서 받아 간 참기름과 고기 수량이 나왔다. 근신 중인 후궁의 처소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많았다.“근신하면 더 잘 먹습니까?”“밖에 나오지 못하니 먹는 즐거움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공주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좋겠습니다.”“무엇이?”“신첩도 근신하면 장부를 보지 않아도 되지 않습니까?”“너를 근신시킬 수 있는 분이 전하인데, 가능하겠어?”연화가 잠시 생각했다.이헌은 근신을 내리기는커녕 장부를 더 가져올 사람이었다.“죄를 짓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공주는 대추를 하나 더 집다가 연화에게 손등을 맞았다.“그것은 장부와 맞춰 봐야 합니다.”“과자 하나에도 야박하더니 이제 대추까지 못 먹게 하는구나.”“공주마마께서 드신 것은 따로 적어 두겠습니다.”연화가 붓을 들자 공주는 남은 대추를 내려놓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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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화. 전하는 별식이 아닙니다

연화는 정 소원이 보낸 청원지를 다시 읽었다.내일 밤, 전하를 모실 예정이니 각별히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꿀떡과 잣죽, 약과까지.이헌은 연화의 허리를 감싼 채 태연히 말했다.“왕이 이미 강 숙의의 처소에 붙잡혀 있어 갈 수 없다고 전하라.”연화가 그의 손을 떼어 냈다.“붙잡은 적 없습니다.”“지금 놓았으니 틀린 말은 아니지.”“그렇게 답을 보내면 신첩이 질투하여 전하를 막았다고 할 것입니다.”“질투한 것이 아니냐?”“아닙니다.”연화의 대답은 빨랐다.이헌이 그녀의 볼을 눌렀다.“그런데 왜 꿀떡을 빼겠다는 것이냐?”“전하의 건강을 생각한 것입니다.”“잣죽도?”“잣은 비쌉니다.”“약과는?”“그것은 신첩이 먹을 것입니다.”이헌이 웃음을 터뜨렸다.연화는 웃지 않았다. 정 소원이 청한 음식이 문제가 아니었다.왕의 거동이 정해진 것처럼 말해 필요한 것을 먼저 챙기려 한 것이 문제였다. 이번 일을 그냥 넘기면 다른 후궁들도 앞다투어 같은 수를 쓸 터였다.연화는 새 청원지를 꺼냈다.“다시 먹을 갈아 주십시오.”“내가?”“가장 귀한 장부를 받으신 분이니 끝까지 도와주셔야 합니다.”이헌은 순순히 먹을 갈았다.연화가 붓을 들고 한참 고민하자 그가 물었다.&ldquo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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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화. 말타기 보다 어려운 전하

연화는 승마복과 쪽지를 번갈아 보았다.온궁으로 가는 길에는 반드시 말을 타셔야 합니다.“누가 보낸 것입니까?”상궁이 상자 안쪽을 확인했다.“정 소원마마의 처소에서 보냈사옵니다.”연화는 승마복을 펼쳤다.붉은 비단 위에 금실로 꽃과 구름이 수놓아져 있었다. 아름답기는 했으나 소매가 지나치게 넓고 치맛자락도 길었다.공주가 승마복을 살펴보다 코웃음을 쳤다.“이것을 입고 말에 오르면 치맛자락이 안장에 걸리겠다.”“좋은 것을 보내 주신 줄 알았습니다.”“좋은 옷과 말을 타기 좋은 옷은 다르지.”“그러면 돌려드려야 합니까?”“아니.”공주가 승마복을 연화의 몸에 대 보며 웃었다.“정 소원의 정성이니 입고 찾아가 감사 인사를 해야겠다.”연화는 공주의 표정을 보고 상자를 닫았다.“공주마마께서 재미있는 생각을 하신 얼굴입니다.”“나를 제법 잘 아는구나.”“그런 얼굴을 하실 때마다 신첩이 힘들었습니다.”다음 날, 공주는 후궁들을 승마장으로 불러 모았다.연화의 온궁 행차를 앞두고 직접 승마를 가르치겠다는 명분이었다.정 소원은 연화가 자신의 승마복을 입고 나타나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마음에 드셨습니까?”“아주 곱습니다.”연화가 양팔을 벌었다.넓은 소매가 바람을 받아 펄럭였다.“다만 이 옷을 입고 말을 타면 신첩보다 옷이 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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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화. 아이의 종이 한 장

“저희 아버지를 살려 주십시오!”아이의 외침에 행렬이 멈췄다.금군이 달려가 아이를 붙잡았다. 아이는 땅에 넘어지면서도 손에 든 종이를 놓지 않았다.“전하의 행차를 막다니, 당장 물러나지 못하겠느냐!”“잠깐.”이헌이 금군을 제지했다.연화는 말에서 내려 아이에게 다가갔다. 열 살도 되지 않아 보이는 아이였다. 짚신 앞부분이 터져 발가락이 드러나 있었다.“다친 곳은 없느냐?”아이가 고개를 저었다.“아버지가 어디에 계시느냐?”“온궁 근처 창고에 갇혀 있습니다.”“무슨 죄를 지으셨는데?”“품삯을 달라고 했습니다.”연화가 이헌을 돌아봤다.온궁 수리를 위해 인근 백성들을 일꾼으로 썼다는 보고는 받았다. 하지만 나라에서 품삯과 식량을 모두 지급하도록 명한 일이었다.이헌이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그 종이를 내게 다오.”아이는 종이를 건네려다가 멈칫했다.“정말 전하이십니까?”주변의 내관들이 숨을 삼켰다.왕에게 신분을 증명해 보이라고 묻는 것과 다름없었다.이헌은 화를 내지 않았다.“네 눈에는 내가 무엇으로 보이느냐?”아이가 이헌의 옷과 말, 길게 늘어선 행렬을 살폈다.“아주 돈 많은 분으로 보입니다.”연화가 입술을 깨물었다.공주는 고개를 돌렸고, 뒤편의 금군들 사이에서도 헛기침이 이어졌다.이헌이 연화를 바라봤다.“웃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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