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승은 대신 업어치기를 했습니다: Chapter 91 - Chapter 100

138 Chapters

92화. 왕이 증인이다

다음 날 아침, 연화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공주가 조회에 입고 갈 옷을 직접 골라 주었다.짙은 붉은색 치마와 금실로 수놓은 저고리였다.“오늘은 기죽어 보이면 안 돼.”연화는 소매를 들어 올렸다.“옷이 무겁습니다.”“그래야 함부로 보지 못하지.”“도망갈 때 불편할 것 같습니다.”“오늘은 도망가는 날이 아니라 대신들과 싸우는 날이야.”공주가 머리에 비녀를 꽂아 주자 연화는 거울 속 자신을 바라봤다.평소와 달리 제법 후궁처럼 보였다.그녀는 잠시 고민하다 품 안에 주먹밥 두 개를 넣었다.공주가 기가 막힌 얼굴로 물었다.“그것은 왜 가져가?”“싸우려면 든든해야 합니다.”“조회 중에 먹으면 안 된다.”“끝날 때까지 참겠습니다.”“하나만 가져가.”“싸움이 길어지면 어쩝니까?”결국 연화는 주먹밥 두 개를 모두 챙겼다.근정전 앞에는 조회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대신들이 모여 있었다.강무영이 예조참의를 죽이고 달아났다는 격문이 도성 곳곳에 붙었다.연화가 그를 도왔다는 소문까지 이미 사실처럼 퍼진 상태였다.연화가 이헌과 함께 전각 안으로 들어서자 대신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다.대사헌이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섰다.“전하, 내명부의 궁인을 조회에 들이시는 것은 법도에 어긋나옵니다.”“연화가 역적의 도주를 도왔다고 한 것은 그대들이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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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화. 끝까지 지킨 사람

이헌의 몸이 연화 쪽으로 기울었다.연화는 반사적으로 그를 받아 안았다.“전하!”전각 안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강무영이 금부도사의 손목을 걷어찼다. 단검을 놓친 금부도사가 달아나려 했지만, 서진우가 그의 어깨를 눌러 바닥에 엎었다.“움직이면 팔을 꺾겠습니다.”“놓아라! 나는 금부도사다!”“지금부터는 죄인입니다.”강무영은 금부도사의 두 팔을 뒤로 묶었다.연화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이헌의 옆구리를 눌렀다.손바닥 사이로 피가 번졌다.“의원을 부르십시오!”“이미 갔다.”이헌이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일어나시면 안 됩니다.”“조회가 끝나지 않았다.”“전하께서 끝나게 생기셨습니다.”전각이 조용해졌다.연화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뒤늦게 깨달았지만 사과하지 않았다.“누워 계십시오.”“왕에게 누우라고 명하는 것이냐?”“예.”“제법 당당하군.”“지금은 소인이 더 멀쩡합니다.”이헌이 웃으려다 상처를 누르고 얼굴을 찌푸렸다.연화의 눈에 금세 눈물이 차올랐다.그것을 본 이헌이 낮게 말했다.“깊지 않다.”“전하께서 의원도 아니면서 어찌 아십니까?”“아픈 정도는 내가 안다.”“참는 정도만 아시겠지요.”연화가 자신의 치맛자락을 찢어 그의 옆구리를 감쌌다.아침에 공주가 골라 준 비싼 옷이었다.이헌이 찢어진 치마를 내려다봤다.“논 열 마지기 값일 수도 있는데.”“지금 농담하십니까?”“네가 좋아할 말인 줄 알았다.”“전하보다 비싸지는 않습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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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화. 왕이 정한 자리

다음 날, 이헌은 연화의 품계를 정하는 자리에 대신들을 불렀다.예조판서가 준비한 문서를 펼쳤다.“승은상궁 연화는 강무영 대감의 적녀로 신분이 확인되었고, 전하를 오래 모신 공이 있으니 종사품 숙원으로 봉함이 마땅하옵니다.”숙원은 후궁이 처음 받는 품계였다.대신들도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이헌이 문서를 내려다봤다.“종사품이라.”“전례에 따른 것이옵니다.”“내가 전례대로 하라고 했느냐?”예조판서가 고개를 들었다.“그러면 어느 품계를 생각하고 계시옵니까?”“종이품 숙의.”전각 안이 술렁였다.백소화와 같은 품계였다.승은상궁이 한 번에 종이품에 오르는 일은 드물었다.대사헌이 즉시 앞으로 나섰다.“전하, 지나치게 높은 품계이옵니다.”“무엇에 비해 지나치다는 것이냐?”“승은상궁은 내명부를 이끈 경험이 없습니다.”“왕을 노린 약을 알아보고, 조작된 장부를 밝혔으며, 금부에 갇힌 죄인들을 구했다.”이헌이 연화의 공을 하나씩 짚었다.“그 정도로 부족한가?”“후궁의 품계는 공로만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옵니다.”“그럼 무엇으로 정하지?”대사헌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왕의 총애 역시 품계를 정하는 중요한 이유였다.하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면 이헌이 연화를 얼마나 아끼는지 인정하는 셈이었다.영의정이 먼저 허리를 숙였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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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화. 강 숙의의 첫 임무

공주가 돌아간 뒤 연화는 중궁전으로 향했다.후궁이 된 뒤 처음 올리는 정식 문안이었다.처소를 나서기 전 상궁이 여러 번 당부했다.“중전마마께 세 번 절을 올리셔야 하옵니다.”“세 번이요?”“예.”“한 번으로는 부족합니까?”“법도이옵니다.”“소인은 어제부터 절을 너무 많이 해서 무릎이 아픕니다.”상궁은 들리지 않는 척 연화의 옷매무새를 정리했다.중궁전에는 중전과 여러 후궁이 먼저 자리하고 있었다.백소화는 연화가 들어오자 찻잔을 내려놓았다.“첫 문안부터 늦으셨군요.”연화가 창밖을 살폈다.“해가 아직 저기 있는데요.”“정해진 시각보다 반 각 늦었다는 뜻입니다.”“소인은 한 식경 일찍 출발했습니다.”“그런데도 늦었다고요?”“길을 잃었습니다.”후궁들 사이에서 작은 웃음이 흘러나왔다.백소화가 입술을 다물었다.중전은 웃음을 참으며 연화에게 자리를 권했다.“강 숙의는 처소에서 중궁전까지 오는 길부터 익혀야겠구나.”“다음에는 궁녀의 옷자락을 붙잡고 오겠습니다.”“궁녀가 아니라 네가 길을 외워라.”“그것이 더 어렵습니다.”연화가 자리에 앉자 중전이 본론을 꺼냈다.“열흘 뒤 대비마마의 탄신연이 열린다.”백소화가 곧장 허리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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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화. 다과대전

다음 날 아침, 연화와 백소화는 대비전의 작은 소주방에 마주 섰다.준비된 재료는 같았다.쌀가루와 꿀, 밤, 잣, 대추, 계피, 참기름.도구도 절구와 체, 다식판 하나씩이 전부였다.대비가 두 사람에게 내린 시간은 한 시진이었다.백소화가 소매를 걷으며 말했다.“궁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니 지금이라도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백 숙의마마께서는 다과를 직접 만들어 보셨습니까?”“어릴 때 가문의 숙수에게 배웠습니다.”“그럼 신첩보다 잘하시겠네요.”백소화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연화를 봤다.“벌써 패배를 인정하는 것입니까?”“아닙니다. 잘하신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연화는 밤이 담긴 소쿠리를 자신의 앞으로 당겼다.백소화가 고른 것은 다식이었다.쌀가루를 곱게 체에 내린 뒤 꿀을 섞고, 붉은색과 푸른색 물을 들였다.손놀림에는 막힘이 없었다.다식판에서 꽃과 나비 모양의 다식이 찍혀 나왔다.연화는 삶은 밤을 절구에 넣었다.쿵. 쿵.힘을 줄 때마다 절구가 흔들렸다.밖에서 지켜보던 상궁이 걱정스럽게 말했다.“절구가 깨지는 것은 아니겠지요?”공주가 고개를 저었다.“사람도 메치는 아이인데 절구쯤은 견뎌야지.”백소화가 연화를 흘겨봤다.“다과를 만드는 것인지 절구를 벌하는 것인지 모르겠군요.”“밤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밤이 아니라 힘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이겠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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