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창고 하나만 먹고 끝날 생각이 없었다.“아버지!”연희가 차에서 뛰어내렸을 때, 재문은 이미 과수원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창고 지붕 한쪽이 무너지며 불붙은 판자가 밭으로 떨어졌다.마른 풀이 먼저 탔고, 불길은 지주대를 타고 가장 가까운 복숭아나무로 올라붙었다.열을 받은 열매가 가지에서 떨어져 흙바닥 위에서 터졌다.정애가 뒤에서 소리쳤다.“휴대전화부터 꺼내야 한다며!”창고 안 선별대 밑에는 세강과 토지 계약을 논의했던 구형 휴대전화가 있었다.압수수색 전에 반드시 보존해야 했던 증거였다.그런데 재문은 창고가 아니라 나무 쪽으로 달렸다.“불이 번진다.”“증거가 안에 있어!”“저것부터 살려야 해.”“전화기 타면 끝이야!”재문은 수도 호스를 잡아당겼다.“저 나무도 타면 끝이야.”호스 끝에서 나온 물은 불길에 비해 턱없이 약했다.재문은 나무 밑동에 물을 뿌리고 젖은 포대를 지주대에 감았다.한 그루.다음 한 그루.그리고 세 번째 나무로 옮겨 가는 순간, 창고 처마에서 타던 각목이 떨어졌다.“아버지!”연희가 달려갔다.재문의 어깨를 스친 불붙은 나무가 바닥에 떨어졌다.도율이 소화기를 뿌리는 사이 정애가 재문의 외투를 벗겼다.오른팔과 목덜미 피부가 벌겋게 부풀어 있었다.“병원 가자.”재문은 다시 호스를 잡았다.“저쪽부터.”연희가 손에서 호스를 빼앗았다.“휴대전화도 안 꺼냈는데 왜 나무부터 살려!”재문은 타들어 가는 가지를 봤다.“전화기는 다른 증거를 또 찾을 수도 있다.”“아버지.”“저 나무는 15년이다.”짧은 말에 연희가 멈췄다.“네가 집 떠난 해에도 꽃 피었고, 네 엄마 수술했을 때도 내가 혼자 약 쳤다.저건 다시 사다 꽂는 물건이 아니야.”불길이 옆 나무로 건너갔다.세강의 개발계획서에는 이곳이 필지번호와 면적으로만 적혀 있었다.재문에게는 어느 해 냉해를 버틴 나무인지,어느 가지에 어린 연희가 올라갔는지까지 남아 있는 땅이었다.소방차 사이렌이 가까워졌다.소방대원들이 가족을 밖으로 밀어냈고
Última atualização : 2026-08-11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