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내 아이를 지운 남자가 내 친구와 결혼한다: Bab 111 - Bab 120

148 Bab

제110화. 숨겨진 처방전

삐—.모니터에서 날카로운 경고음이 터졌다.“선생님!”간호사들이 한꺼번에 병실로 들어왔다.세아가 배를 움켜쥔 채 몸을 웅크렸다.“아파요….”연희가 세아의 손을 잡았다.“괜찮아. 여기 있어.”“아이 심박이 떨어지고 있습니다.”그 말에 세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안 돼.”의사가 모니터를 확인하며 말했다.“산모를 안정시키세요. 바로 초음파 준비합니다.”세아가 연희의 손을 놓지 않았다.“연희야.”“응.”“나 때문에 아이까지….”“그런 말 하지 마.”“근데 내가 약을 계속 맞았잖아.”“네가 뭘 맞는지 몰랐잖아.”연희는 세아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속인 사람이 잘못한 거야.”그때 무겸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세아.”세아가 고개를 돌렸다.“나가.”“지금은 내 말을 들어야 해.”“싫어.”“아이를 살리려면 세강으로 가야 한다.”세아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당신 어머니가 보낸 문자 봤어.”무겸의 얼굴이 굳었다.“무슨 문자?”연희가 그의 앞에 휴대폰을 내밀었다.“이거.”무겸의 시선이 화면에 박혔다.[절대 세아에게 약 이름을 말하지 마.]무겸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연희가 물었다.“이제 설명해.”“나도 모르는 일이다.”“거짓말.”“정말이다.”“그럼 왜 네 어머니가 너한테 입을 막으라고 해?”무겸은 대답하지 못했다.세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당신은 알고 있었어?”“뭘.”“내가 임신한 뒤에 무슨 약을 맞고 있었는지.”무겸이 눈을 피했다.그 순간 세아가 깨달았다.“알고 있었네.”“세아야.”“알고 있었어.”세아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그런데도 아무 말 안 했어?”무겸이 다급하게 말했다.“나도 정확한 성분은 몰랐어.”“그럼 뭘 알았는데?”침묵.세아가 웃었다.“역시.”그때 의사가 무겸을 향해 말했다.“보호자분.”“네.”“지금 산모에게 투여된 약물 성분 확인이 필요합니다.”무겸이 굳었다.“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연희가 바로 막아섰다.“아니요.”“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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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내 이름으로 된 처방전

“내 이름이 왜 여기 있어?”연희는 메일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봤다.처방 요청서 하단.환자 보호자.요청자.그리고 그 아래 찍힌 이름.이연희.세아도 화면을 확인했다.“네가 한 거야?”“아니.”연희의 대답은 즉각적이었다.“나는 이런 거 작성한 적 없어.”무겸이 앞으로 다가왔다.“잠깐만.”연희가 휴대폰을 치켜들었다.“당신은 빠져.”“이건 나도 처음 보는 서류야.”“그래?”연희가 웃었다.“그럼 더 이상하네.”“뭐가.”“내 이름으로 세아 아이를 없애려는 서류가 만들어졌는데, 당신은 처음 본다?”무겸은 입을 다물었다.도율이 화면을 확대했다.“서명은 전자서명입니다.”“누가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로그가 남아 있다면 가능합니다.”연희가 바로 물었다.“그럼 확인해요.”도율이 고개를 끄덕였다.“요청하겠습니다.”그 순간 세아가 침대 위에서 말했다.“연희야.”“응.”“나 그 서류 본 적 있어.”연희가 돌아봤다.“언제?”“임신 초기에.”“왜 지금 말해?”세아가 입술을 깨물었다.“그때는 네 이름이 있는 줄 몰랐어.”“그럼 뭘 봤는데?”“처방전 첫 장.”세아는 기억을 더듬었다.“내 이름이 있었고, 담당의사 이름도 있었어.”“그런데?”“마지막 페이지는 못 봤어.”연희가 굳었다.“왜?”세아의 눈이 흔들렸다.“누가 내 손에서 뺏어갔거든.”“누가?”세아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무겸이 물었다.“누구였어?”세아가 그를 바라봤다.“당신이 아니었어.”무겸의 표정이 굳었다.“그럼 누구야?”세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혜경 씨.”병실 안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연희가 무겸을 바라봤다.“당신 어머니가 세아 처방전을 직접 가져갔어?”“나는 모른다.”“또 모른다고?”“정말 몰라.”연희가 차갑게 웃었다.“당신은 참 편하네.”무겸이 눈을 찌푸렸다.“무슨 뜻이야.”“당신 가족이 무슨 짓을 해도 몰랐다고 하면 끝나잖아.”그때 도율의 휴대폰이 울렸다.“연희 씨.”“확인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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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그날의 신부

“처음부터 세아였어.”전화가 끊겼다.연희는 한동안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했다.“연희야.”세아가 조심스럽게 불렀다.연희가 고개를 들었다.“너.”“응.”“그날 이사장실에 갔어?”세아의 입술이 떨렸다.“기억이 안 나.”“또 기억이 안 난다고?”“정말이야.”연희가 사진을 들어 올렸다.“이건 네가 맞잖아.”“옷은 내가 입었어.”“그럼 네가 간 거네.”“아니.”세아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내가 갔다면 기억해야 해.”“사람은 자기가 한 일을 전부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어.”“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세아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나도 내가 무서워.”연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도율이 사진을 받아 들었다.“사진만으로는 실제 방문 목적까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출입기록은?”“그건 사실입니다.”“그럼 확인해야죠.”연희가 말했다.“그날 이사장실에 들어간 사람.”도율이 고개를 끄덕였다.“CCTV 원본부터 확보하겠습니다.”그 순간 감사팀 직원이 말했다.“원본은 없습니다.”연희가 돌아봤다.“왜요?”“해당 기간 CCTV 서버가 교체됐습니다.”“언제?”“임신 종결 처방이 등록된 다음 날입니다.”연희의 표정이 굳었다.“그럼 누군가 기록을 지운 거네요.”“그 부분은 조사 중입니다.”“아니요.”연희가 사진을 다시 들었다.“조사하지 마세요.”모두가 연희를 바라봤다.“제가 직접 확인할게요.”세아가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어디를?”“이사장실.”도율이 바로 막았다.“지금 가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그래도 가야 해.”“연희 씨.”“세아가 정말 그날 거기 갔다면 이유가 있어.”연희는 세아를 바라봤다.“그리고 그 이유를 알아야 해.”잠시 뒤 연희와 도율은 재단으로 향했다.세아는 병원에 남겨졌다.연희가 나가기 전 세아의 손을 잡았다.“절대 혼자 움직이지 마.”“응.”“그리고 무슨 기억이 떠오르면 바로 전화해.”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연희야.”“왜.”“나 믿어?”연희는 잠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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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무겸의 부탁

“네 아이를 없애달라고.”연희의 손에서 휴대폰이 미끄러질 뻔했다.“다시 말해.”“무겸 씨가 부탁했어.”세아의 목소리가 떨렸다.“그 사람이 나한테 네 임신을 끝내달라고 했어.”“왜?”“나도 몰라.”“거짓말하지 마.”“연희야.”“이제 나한테 모른다고 하지 마.”연희의 목소리가 갈라졌다.“내 아이를 없애달라고 부탁한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세아가 한참 침묵했다.“무겸 씨가 그때 한 말이 있어.”“뭐라고 했는데?”“혜경 씨가 네 아이가 정상적으로 태어나면 안 된다고 했대.”연희의 표정이 굳었다.“정상적으로?”“응.”“왜?”“재단 때문이라고 했어.”연희는 숨을 삼켰다.도율이 옆에서 그녀를 바라봤다.“무슨 말입니까?”연희는 대답하지 않고 세아에게 물었다.“무겸이 직접 너한테 부탁한 거야?”“응.”“그럼 왜 네가 처방전을 받아?”“내가 보호자였으니까.”“누가 그렇게 만들었어?”“혜경 씨.”세아의 목소리가 작아졌다.“그 사람은 처음부터 내가 네 옆에 붙어 있는 걸 알고 있었어.”연희가 눈을 감았다.“그래서 내가 널 믿었던 것도 이용한 거야?”“처음에는 아니었어.”“그럼 언제부터였는데?”세아가 울음을 삼켰다.“내가 돈을 받았을 때.”연희의 얼굴이 굳었다.“얼마?”“삼억.”도율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삼억을 받고 내 아이를 없앴다고?”“처음엔 그냥 서류만 전달하면 되는 줄 알았어.”“그런데?”“네가 수술실에 들어간 뒤부터 일이 달라졌어.”세아의 숨이 거칠어졌다.“네가 깨어났을 때 나를 보면서 울었잖아.”연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때 처음 후회했어.”“후회?”“응.”“그런데도 계속했잖아.”“맞아.”세아가 울먹였다.“그래서 나도 용서받을 생각 없어.”연희는 창밖을 바라봤다.“무겸은?”“뭐?”“삼억을 준 사람이 무겸이야?”“아니.”세아가 대답했다.“무겸 씨가 아니라 혜경 씨였어.”연희가 눈을 가늘게 떴다.“그럼 무겸은 뭘 했는데?”“부탁만 했어.”“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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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내가 이사장실에 있었다

“너였어.”정애의 말이 끝나는 순간 연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엄마.”“그날 이사장실에 들어간 사람은 세아가 아니야.”정애의 목소리가 떨렸다.“너였어.”연희는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난 그날 이사장실에 간 적 없어.”“갔어.”“아니야.”“연희야.”“나 그날 병원에 있었어.”“그래.”정애가 대답했다.“그런데 네가 기억하는 병원은 오전이야.”연희의 표정이 굳었다.“오후에는?”정애가 입을 다물었다.“엄마.”“오후에는 네가 사라졌어.”“어디서?”“병실에서.”연희의 머릿속이 멍해졌다.“몇 시간 동안 네가 없었어.”“왜 아무도 나한테 말 안 했어?”“네가 돌아왔을 때 기억을 못 했으니까.”“내가?”“그래.”정애가 숨을 삼켰다.“네가 병실로 돌아왔을 때 손에 피가 묻어 있었어.”연희가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그리고 계속 같은 말을 했어.”“뭐라고?”정애의 목소리가 떨렸다.“‘내 아이는 괜찮아?’”연희는 그대로 굳었다.그 말은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말이었다.“엄마가 왜 이제야 말해?”“말하면 네가 또 무너질까 봐.”“그래서 세아가 대신 뒤집어쓴 거야?”정애가 대답하지 못했다.연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세아가 이사장실에 갔다는 기록은 가짜였고.”“…….”“내 이름으로 된 처방전도 있었고.”“…….”“그럼 내가 직접 이사장실에 갔다는 거야?”정애가 힘겹게 말했다.“그래.”“무슨 이유로?”“그걸 모르겠어.”“엄마가 봤잖아.”“문이 열리고 네가 나왔어.”“그때 내가 뭐라고 했어?”정애는 눈을 감았다.“아무 말도 안 했어.”“그럼?”“네가 나를 보자마자 웃었어.”연희의 얼굴이 굳었다.“웃었다고?”“그리고 이렇게 말했어.”정애가 떨리는 목소리로 흉내 냈다.“‘엄마, 이제 아무도 우리 아이 못 건드려.’”연희의 숨이 멎었다.“우리 아이?”“그래.”“그때 이미….”연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정애가 말했다.“그리고 다음 날부터 네 기억이 달라졌어.”“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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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아버지가 알고 있었다

사진을 집어 든 연희의 손이 떨렸다.“이게 뭐야?”무겸은 대답하지 않았다.연희가 사진을 그의 가슴에 밀어붙였다.“내 아버지가 왜 여기 있어?”“연희야.”“대답해.”무겸이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연희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설마 당신도 알고 있었어?”“나도 오늘 처음 봤어.”“거짓말.”“정말이야.”“그럼 왜 얼굴이 그래?”무겸은 사진을 바라봤다.“저 사진 속 장소를 알아.”연희가 멈칫했다.“어디야?”“세강병원 구관 지하.”도율이 바로 물었다.“확실합니까?”“예전에 어머니가 아무도 못 들어가게 막아놓은 곳이야.”연희가 사진을 다시 봤다.벽 한쪽에 붙은 낡은 표지판.신생아 관찰실.연희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엄마.”정애는 대답하지 않았다.연희가 다가갔다.“엄마도 알고 있었어?”“몰랐어.”“사진 속에 아빠가 있는데?”“그날 네 아버지가 거기 있었던 건 나도 몰랐어.”“그럼 왜 아까 아기가 있었다고 했어?”정애의 눈이 흔들렸다.“혜경 씨가 아기를 안고 나오는 걸 봤으니까.”“그 아기가 누구인지 몰랐고?”“그래.”“그런데 왜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했어?”정애가 눈물을 닦았다.“그날 밤 네 아버지가 나한테 찾아왔어.”연희가 숨을 멈췄다.“뭐라고 했는데?”“네가 그날 있었던 일을 절대 기억해서는 안 된다고 했어.”“왜?”“그걸 물었더니….”정애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네 아버지가 나한테 돈 봉투를 내밀었어.”연희의 표정이 굳었다.“돈?”“그리고 한마디 했어.”정애가 눈을 감았다.“연희를 살리고 싶으면 아무것도 묻지 말라고.”연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웃었다.“살린다?”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그래서 다들 나를 살린다고 하면서 내 인생을 망친 거야?”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그때 무겸이 말했다.“연희야.”“말하지 마.”“그래도 들어.”“싫어.”“네 아버지가 그날 왜 거기 있었는지 알아야 해.”연희가 돌아봤다.“당신은 알아?”무겸이 사진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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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내 딸이 아니었다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연희의 얼굴이 굳었다.“뭘?”정애는 입을 열지 못했다.연희가 한 걸음 다가갔다.“엄마.”정애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네가 내 친딸이 아니라는 거.”순간 복도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정애에게 쏠렸다.연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러다 아주 천천히 물었다.“그럼 나는 누구 딸이야?”“연희야.”“대답해.”정애가 고개를 숙였다.“나도 몰라.”연희가 헛웃음을 흘렸다.“이제 와서?”“정말 몰라.”“그런데 내가 친딸이 아니라는 건 어떻게 알아?”정애는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가리켰다.“네가 태어났던 날… 네 아버지가 아기를 데리고 집에 왔어.”“아기?”“너였어.”연희의 눈이 흔들렸다.“병원에서 데려온 아기를 나한테 건넸어.”“왜?”“그냥 키우라고 했어.”“친딸이라고?”“그래.”정애가 울먹였다.“나는 처음엔 믿었어. 그런데 몇 달 뒤 병원에서 연락이 왔어.”“무슨 연락?”“출생기록에 문제가 생겼다고.”연희가 숨을 삼켰다.“그때 알았어?”“네가 우리 부부의 친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그런데 왜 계속 키웠어?”정애는 눈물을 닦았다.“이미 넌 내 딸이었으니까.”연희의 입술이 떨렸다.“그 말로 끝이야?”“아니.”정애가 고개를 저었다.“끝낼 수 없었어.”그녀가 낡은 사진을 꺼냈다.“네 아버지가 죽기 전에 나한테 이걸 남겼어.”연희가 사진을 받아 들었다.사진 속에는 젊은 정애와 남편, 그리고 갓난아기였다.사진 뒷면에는 날짜가 적혀 있었다.연희가 태어난 날과 같았다.그런데 사진 아래 작은 문장이 있었다.‘이 아이를 절대 세강에 돌려보내지 마.’연희가 숨을 멈췄다.“세강에?”정애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때는 그 말의 뜻을 몰랐어.”“지금은?”“조금은 알아.”정애가 세아를 바라봤다.“혜경 씨가 네 출생기록을 찾으라고 했다는 걸 들었으니까.”세아가 고개를 숙였다.“미안해.”연희가 세아를 바라봤다.“너는 왜 그걸 찾았어?”“혜경 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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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아버지가 같은 남자

“최무겸의 아버지였어.”세아의 말이 떨어지자 연희는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사진 속 남자는 분명 최무겸의 아버지였다.젊은 시절의 얼굴이었지만 알아볼 수 있었다.그런데 이상했다.“잠깐.”연희가 사진을 확대했다.남자 옆에 서 있는 여자가 있었다.낯선 여자였다.하지만 손목에 찬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연희의 얼굴이 굳었다.“이 시계…….”정애가 사진을 보더니 그대로 굳었다.“왜?”“엄마가 갖고 있던 거잖아.”정애의 입술이 떨렸다.“그건…….”“엄마가 아빠 유품이라고 했던 시계.”정애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그럼?”“그 시계는 네 친엄마가 차고 있었어.”연희의 눈이 커졌다.“뭐?”정애가 사진을 똑바로 바라봤다.“네 아버지가 죽기 전에 사진 한 장을 보여줬어.”“이 사진?”“아니.”정애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사진 속 여자만 따로 찍힌 사진이었어.”연희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그 여자가 내 친엄마야?”정애는 대답하지 못했다.연희가 다급하게 물었다.“엄마!”“그래.”정애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 여자가 네 친엄마야.”복도에 침묵이 내려앉았다.연희는 사진 속 여자를 다시 바라봤다.“그럼 아빠는?”“네 아버지는 그 여자를 사랑했어.”“그런데 왜 나를 데려온 거야?”정애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그 여자가 너를 낳고 사라졌으니까.”“어디로?”“죽었다고 들었어.”“누가?”“최혜경 씨.”연희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혜경이 엄마한테 직접 말했다고?”“그래.”“친엄마가 죽었다고?”“응.”“그걸 믿었어?”정애가 고개를 숙였다.“그때는 믿을 수밖에 없었어.”연희가 웃었다.“역시 또 혜경이네.”그때 세아가 입을 열었다.“연희야.”“왜.”“그 여자는 죽지 않았어.”연희가 세아를 돌아봤다.세아의 얼굴은 눈물로 젖어 있었다.“내가 그걸 확인했어.”“어디서?”“네 출생기록을 찾다가.”세아가 숨을 삼켰다.“사망신고가 없었어.”도율이 바로 반응했다.“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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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지하에 있는 여자

“세아!”연희가 빈 병실로 뛰어들었다.침대 위에는 구겨진 이불만 남아 있었다.창문은 닫혀 있었다.병실 문도 잠겨 있었다.“어떻게 사람이 사라져요?”연희가 간호사에게 소리쳤다.“방금 정전됐을 때 잠깐 복도가 어두워졌습니다.”“몇 분이나요?”“채 일 분도 안 됐어요.”도율이 병실 안을 살폈다.“창문으로 나간 건 아닙니다.”연희가 침대를 바라봤다.“그럼 어디로 갔어?”도율이 바닥을 가리켰다.“이걸 보세요.”침대 아래에 작은 플라스틱 카드가 떨어져 있었다.연희가 집어 들었다.낡은 출입카드였다.앞면에는 세강병원의 로고.뒷면에는 붉은 글씨가 찍혀 있었다.구관 지하 1층.연희의 얼굴이 굳었다.“아까 전화한 여자가 말한 곳.”도율이 고개를 끄덕였다.“가능성이 있습니다.”“가요.”“잠깐.”도율이 연희의 팔을 잡았다.“정전 직후입니다. 누군가 일부러 전원을 끊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그래도 가야 해요.”“혼자 가지 마세요.”연희는 대답 대신 카드를 움켜쥐었다.“세아가 저 아래 있을 수도 있어요.”두 사람이 병원 지하로 내려갔다.엘리베이터는 작동하지 않았다.계단을 내려갈수록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옅어졌다.대신 오래된 먼지 냄새가 올라왔다.구관 지하 1층.복도 끝에 철문 하나가 있었다.카드를 대자 붉은 불빛이 켜졌다.삑.문이 열렸다.안쪽에는 오래된 의무기록 보관실이 있었다.철제 캐비닛들이 빽빽하게 놓여 있었다.연희가 안으로 들어갔다.“세아!”대답이 없었다.도율이 손전등을 켰다.그때 연희가 멈췄다.바닥에 신발 자국이 있었다.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두 종류였다.하나는 여성용 구두.다른 하나는 남성용 구두.“누군가 여기 있었어요.”도율이 자국을 따라갔다.복도 끝에 작은 문이 하나 더 있었다.문틈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연희가 손잡이를 잡았다.그 순간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들어오지 마.”연희가 얼어붙었다.세아였다.“세아야?”“연희야.”“문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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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수술실에 있던 사람

쾅!철문이 흔들렸다.연희가 뒤를 돌아봤다.복도 끝에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저쪽으로 가.”여자가 연희의 손목을 잡았다.“어디로요?”“기록실 뒤쪽에 비상통로가 있어.”세아가 급하게 문을 닫았다.“연희야, 빨리!”도율이 문 앞을 막아섰다.“제가 시간을 벌겠습니다.”“도율 씨.”“가세요.”연희는 움직이지 않았다.“저 사람들 누구예요?”도율이 대답했다.“확인해 보겠습니다.”쾅!이번에는 문이 크게 흔들렸다.여자가 연희의 손을 잡아끌었다.“지금 가야 해.”세 사람은 기록실 안쪽으로 뛰었다.낡은 캐비닛 뒤에 좁은 통로가 있었다.여자가 벽의 작은 손잡이를 당겼다.철문 하나가 열렸다.“여기로.”연희가 들어가기 직전 뒤를 돌아봤다.도율이 여전히 문 앞에 서 있었다.“도율 씨!”“가세요!”철문이 닫혔다.곧이어 바깥에서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연희는 이를 악물고 뛰었다.통로 끝에는 오래된 계단이 있었다.몇 층을 올라갔을까.여자가 갑자기 멈췄다.“잠깐.”연희가 돌아봤다.“왜요?”여자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네가 봤던 수술기록.”“네.”“그 기록은 진짜야.”연희의 표정이 굳었다.“그럼 수술한 사람은 누구예요?”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세아를 바라봤다.세아가 고개를 숙였다.“내가 봤어.”“뭘?”“수술실 들어가는 사람.”연희가 세아에게 다가갔다.“누구였어?”세아는 입술을 떨었다.“혜경 씨가 아니었어.”“그럼?”“남자였어.”“누구?”세아가 눈을 감았다.“최무겸 씨 아버지.”연희의 얼굴이 굳었다.“죽은 사람인데?”“그때는 살아 있었어.”연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 사람이 의사였어?”세아가 고개를 저었다.“의사는 아니었어.”“그럼 왜 수술실에 들어가?”세아가 대답했다.“수술을 지시하러.”연희의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그럼 내 아이를 없애라고 지시한 사람이….”“응.”세아가 눈물을 흘렸다.“최무겸 씨 아버지야.”연희는 벽에 기대섰다.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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