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라는 말이 나온 다음 날, 한세아는 축하 꽃다발 앞에 세워졌다.세강병원 VIP 산전검사실에는 임원 부부와 홍보팀 직원들이 모여 있었다. 벽면에는 태아 주수와 출산 예정일, 재단 로고가 함께 떠 있었다. 검사대 옆에는 심장음 파형을 넣을 은색 액자도 준비돼 있었다. 액자 뒷면에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이름 대신 ‘최씨 가문 3세’라는 임시 표기가 붙어 있었다. 연희는 그 표기를 사진으로 남기지 않고 눈으로만 읽었다.[ 세강의 다음 세대를 축하합니다. ]최혜경이 보내온 참관 확인서에는 연희의 방문 목적이 ‘의료기록 관련 당사자’라고 적혀 있었다. 어젯밤 자신이 한 말을 증명하듯, 혜경은 세아의 검진까지 재단 일정으로 바꿔 놓았다.도율은 출입선 앞에서 멈췄다.“세아 씨가 허락한 범위까지만 보겠습니다.”“저 사람을 만나러 온 건 아니에요.”“알겠습니다.”검사실 안에서 축하가 이어졌다.“아이가 태어나면 재단 분위기도 달라지겠어요.”“회장님이 벌써 교육재단 얘기를 하신다던데요.”사람들은 세아보다 그의 배를 먼저 봤다. 누군가는 아이 성별을 물었고, 누군가는 돌잔치 장소를 정했다. 세아는 질문이 끝날 때마다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아직은… 정해진 게 없어서.”혜경은 그 미완성 문장을 대신 닫았다.“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 준비돼 있습니다.”무겸은 검사 순서표에서 시간을 확인했다.“심장음 공개는 3분이면 됩니다. 촬영 후에는 외부 일정이 있어요.”세아가 검사대에 눕자 의료진이 복부에 젤을 발랐다. 그의 손은 카디건 단추를 위에서부터 세기 시작했다.하나, 둘, 셋, 넷.다섯 번째에 닿기 전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연희는 그 버릇을 기억했다. 도망칠 수 없는 장소에서 세아는 눈앞의 물건을 세었다. 어린 시절 술 취한 아버지가 문을 두드리던 밤에는 벽지 꽃무늬를 셌고, 연희의 수술실 앞에서는 바닥 타일을 셌다.화면에 태아가 나타났다.빠르고 일정한 심장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세아는 화면을 보지 못했다.
Zuletzt aktualisiert : 2026-08-08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