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거 누구 팔찌야?”기차는 이미 고향을 벗어나고 있었다.수화기 너머에서 어머니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나는 병원 팔찌에 붙은 흰 스티커를 더 벗겼다.끈적한 자국 아래로 검은 글자가 조금씩 드러났다.환자명 첫 글자.'한.'내 성은 '이' 씨였다.“엄마.”“병원에서는 네 거라고 했어.”“그런데 왜 이름이 달라?”“잘못 뽑힌 거라더라.”“누가?”“퇴원할 때 팔찌 버리라고 한 간호사.”“잘못 뽑힌 걸 왜 내 옷 주머니에 넣어?”어머니가 입을 다물었다.“엄마도 이상했지?”“이상한 게 한두 개였어야지.”“그래서 안 버렸어?”“네 몸에 붙었던 건데 어떻게 버려.”나는 손톱으로 스티커를 끝까지 밀어냈다.이번에는 생년월일이 보였다.6월 11일.내 생일이 아니었다.하지만 모르는 날짜도 아니었다.한세아의 생일이었다.15년동안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케이크를 들고 찾아갔던 날.세아는 해마다 촛불을 끄기 전에 같은 말을 했다.“연희야, 나 태어난 날 기억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확인이 필요했다.오래된 휴대전화의 사진첩에서 세아의 생일 사진을 찾았다.케이크 위 초콜릿 판에 날짜가 적혀 있었다.6월 11일.팔찌의 숫자와 같았다.회사 인사카드도, 운전면허증도, 함께 예약했던 여행 정보도 전부 같은 날짜였다.그 날짜가 지금, 내 아이가 사라진 날의 팔찌에 찍혀 있었다.“엄마, 세아가 병원에 자기 신분증 냈어?”“나는 못 봤어.”“접수는 누가 했는데?”“네가 도착하기 전에 세아가 다 해 놨다고 했어.”등받이에 붙어 있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내가 가기도 전에?”“응.”“수술할 것도 정해 놓고?”“그건 모르지.”“엄마는 그 말을 듣고도 가만있었어?”“그날 넌 걷지도 못했어.”어머니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내가 뭘 먼저 봤어야 했는데. 네 얼굴이냐, 접수창구냐.”말문이 막혔다.어머니의 잘못이 아니었다.그날 어머니는 수술이 끝난 뒤에야 병원에 도착했다.세아가 연락한 시각도, 무겸이 병원을 빠
Last Updated : 2026-07-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