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내 아이를 지운 남자가 내 친구와 결혼한다: Kapitel 101 – Kapitel 110

148 Kapitel

제100화. 살아 있는 철거지

아버지는 자기 집 부엌에서 아침밥을 먹었다.그런데 행정 화면에는 그 집이 없었다.재단 내부 지도에 찍혀 있던 네 글자.[ 철거 완료 ]연희는 그것이 재단만의 기록인지부터 확인했다.도율과 함께 관련 자료를 대조하자 이상한 점은 바로 나왔다.재문 명의의 땅은 있었다.지번도 있었다.소유자도 이재문이었다.그런데 그 땅 위에 있어야 할 주택이 보상 조사자료에서 빠져 있었다.[ 지상물 — 없음 ]연희가 화면을 손가락으로 짚었다.“주소 맞아요?”“맞습니다.”“지번도요?”“같습니다.”연희는 바로 재문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화면에 대문이 나왔다.마당.장독대.부엌 창문.불탄 과수원 쪽으로 널어 둔 작업복까지 그대로였다.재문이 물었다.“뭘 자꾸 집을 찍으래.”연희가 컴퓨터 화면을 보여 줬다.“여기에는 집이 없대.”재문이 잠시 말이 없었다.그러다 뒤에 있는 자기 집을 한번 돌아봤다.“그럼 내가 지금 어디 서 있는데?”도율은 담당 부서에 확인을 요청했다.오후가 되어서야 답이 왔다.재문 소유 토지는 개발 예정지에 포함돼 있었지만 주택은 현장조사 목록에서 이미 제외돼 있었다.연희가 물었다.“제외 사유는요?”직원이 화면을 확인했다.“철거된 지상물로 처리돼 있습니다.”“언제 철거됐는데요?”“그건 여기에는 안 나옵니다.”“철거 확인자는요?”“별도 자료를 봐야 합니다.”연희는 질문을 바꿨다.“현재 보상 대상에는 들어가 있습니까?”직원의 마우스가 멈췄다.몇 초 뒤 화면에 결과가 떴다.[ 해당 주택 — 보상 대상 없음 ]정애가 그 문장을 보고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남의 집 없애 놓고 돈도 안 주겠다는 거야?”“아직 확정된 건 아니야.”연희가 잘랐다.“지금 확인된 것만 보자.”정애는 더 말하지 않았다.재문은 화면을 오래 보다가 툭 내뱉었다.“전기세는 받아 가더라.”연희가 아버지를 봤다.“뭐?”“없는 집이면 전기세도 받지 말아야지.”재문은 부엌을 가리켰다.“어젯밤 거기서 잤고, 아침밥도 저기서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15
Mehr lesen

제101화. 지워진 주소

연희는 이사한 적이 없었다.그런데 서류에는 자기 손으로 아버지 집을 떠났다고 적혀 있었다.주소 이전 신청서 맨 아래.[ 신청인 이연희 ]그 옆에 서명이 있었다.연희는 한 번 보고 알았다.“제 글씨 아니에요.”도율은 서류와 연희의 실제 서명을 나란히 놓았다.“확실합니까?”“네.”연희는 자기 이름의 마지막 글자를 짚었다.“저는 ‘희’를 이렇게 안 써요.”신청서 속 서명은 지나치게 정돈돼 있었다. 이름은 맞았지만 손의 습관이 달랐다.연희는 화를 내지 않았다.먼저 날짜를 봤다.석 달 전.자신이 주민등록상 전출됐다는 바로 그날이었다.“신청서는 누가 냈어요?”담당자는 접수기록을 확인했다.“서면으로 처리됐습니다.”“제가 직접 왔다는 기록은요?”“별도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첨부된 신분증 사본도 연희 것이었다.이름.번호.사진.전부 맞았다.틀린 것은 하나였다.그 서류를 낸 사람이 연희가 아니라는 것.재문이 신청서를 한참 들여다봤다.“네 이름인데 네 글씨가 아니라고?”“응.”“그럼 남이 네 이름 써서 널 이사 보낸 거네.”연희는 그 말을 그대로 적었다.[ 본인 신청 사실 없음 ]그 이상은 아직 쓰지 않았다.누가 했는지.왜 했는지.어디서 개인정보를 얻었는지.모두 확인 전이었다.도율이 물었다.“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확인해 볼까요?”연희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개발 예정지에 들어간 집부터요.”그날 오후, 정애가 마을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렸다.처음에는 다들 황당해했다.“전출됐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나 여기 사는데.”하지만 한 집이 주민등록 변동내역을 떼어 왔다.칠십이 넘은 남자가 다른 주소로 전출돼 있었다.그는 그날도 자기 밭에서 일하고 있었다.두 번째 집에서는 할머니 이름이 빠져 있었다.“내가 이 집에서 며느리 보고 손주까지 키웠는데 어딜 갔다는 거야?”세 번째 집에서도 같은 일이 나왔다.사람들은 떠나지 않았다.주소만 떠났다.연희는 각자 동의를 받아 가져온 전출 신청서들을 테이블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15
Mehr lesen

제102화. 빈 마을 만들기

열일곱 가구가 같은 날 이사한 게 아니었다.세강이 먼저 마을을 비워 놓고, 그다음 땅값을 다시 계산했다.도율이 찾아낸 재단 토지 확보 자료에는 같은 마을 지도가 두 장 들어 있었다.첫 번째 지도.[ 실거주 17가구 ]두 번째 지도.[ 실거주 0가구 ]두 문서의 작성일 사이에는 며칠밖에 차이가 없었다.연희가 물었다.“사람들이 실제로 나간 적은 없어요.”“알고 있습니다.”“그런데 왜 0가구가 됐죠?”도율이 두 번째 문서 아래쪽을 확대했다.토지 확보 예상비용이 다시 산정돼 있었다.첫 번째 문서보다 낮았다.주민들이 떠난 것으로 처리된 뒤였다.연희는 금액보다 날짜를 먼저 적었다.17가구 전출 처리일.재단의 거주세대 변경일.토지 확보비 재산정일.순서가 이어졌다.“주소가 없어지니까 땅값 계산도 바뀌었네요.”“정확히는 확보 비용 산정이 달라졌습니다.”연희가 다음 문서를 봤다.17가구의 지번이 전부 들어 있었다.아버지 집.순자 할머니 집.영복 씨 집.아무도 떠난 적 없는 집들.그 옆에 같은 표시가 붙어 있었다.[ 비거주 ]연희는 화면을 닫지 않았다.“이제 목적은 보이네요.”도율이 고개를 들었다.“무엇을 말하는 겁니까?”“사람을 이사시키기 어려우니까.”연희가 17가구 명단을 짚었다.“서류에서 먼저 이사시킨 거예요.”마을회관에 사람들이 다시 모였다.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랐다.며칠 전 의료폐기물이 발견됐을 때는 재문 가족 옆에 서는 것조차 꺼렸던 사람들이었다.한 남자가 먼저 물었다.“그래서 우리보고 세강이랑 싸우자는 거요?”“우리가 농사 지어서 먹고사는데 괜히 찍히면 판로부터 끊기는 거 아냐?”“연희네야 원래 소송 중이었지만 우리는 다르잖아.”연희는 설득부터 하지 않았다.탁자 위에 서류를 한 장씩 놓았다.첫 번째.주민들의 실제 주소.두 번째.같은 날 처리된 전출 기록.세 번째.재단 내부의 토지 확보표.마지막으로 두 장의 비용 산정표를 놓았다.“싸우라고 부른 게 아니에요.”사람들이 연희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15
Mehr lesen

제103화. 농약병

재문을 잡아간 것은 농약병 세 개였다.경찰서에서 체포 사유가 공개되자 정애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우리 집 농약 아니에요.”연희는 어머니를 앉히지 않았다.대신 수사관에게 물었다.“어디서 발견됐습니까?”“이재문 씨 소유 농자재 창고입니다.”화재로 탄 창고가 아니었다.비료와 전정가위, 분무기 같은 농기구를 넣어 두던 작은 창고였다.비료 포대 뒤에서 사용이 금지된 농약 세 병이 발견됐다.수사관이 현장사진을 밀어놓았다.재문은 병보다 먼저 창고 바닥을 봤다.“저거 언제 찾았소?”“오늘 오전입니다.”“창고 문 열었을 때 냄새 안 났소?”수사관이 재문을 봤다.“무슨 냄새요?”재문은 사진 속 농약병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저 약 냄새.”“사용해 보셨습니까?”“안 써 봤으니까 하는 말이오.”수사관의 눈이 좁아졌다.재문은 흔들리지 않았다.“농사 몇 년 지었는지 아시오?”“그게 지금—”“서른 넘었어.”재문은 자기 손을 펼쳤다.손톱 사이에 아직 검은 흙이 박혀 있었다.“약마다 냄새가 달라. 비료도 다르고. 창고 문 열면 뭐가 새는지도 코가 먼저 알아.”정애가 입술을 깨물었다.재문이 사진을 다시 봤다.“저게 원래 내 창고에 있었으면 내가 몰랐을 리가 없어.”수사관이 물었다.“그럼 누군가 가져다 놨다는 겁니까?”재문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난 내가 아는 것만 말하는 거요.”그리고 사진 속 창고를 짚었다.“내 땅에서 내가 모르는 냄새가 난다.”연희의 시선이 아버지에게 멈췄다.재문은 억울하다고 소리치지 않았다.누구 짓이라고 이름도 대지 않았다.냄새 하나만 증언했다.그게 오히려 연희에게는 더 정확했다.도율이 압수물 보전 상태부터 확인했다.“농약병 세 개 모두 원형 그대로 보관돼 있습니까?”“네.”“라벨과 용기도 별도로 감식해 주십시오.”수사관이 물었다.“무슨 이유로요?”연희가 답했다.“아버지가 산 농약인지부터 확인해야 하니까요.”“구매 기록이 없다고 본인 물건이 아닌 건 아닙니다.”“알아요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15
Mehr lesen

제104화. 구치소의 장화

재문은 농약에 대해서는 전부 대답했다.딸 이야기가 나오면 입을 닫았다.“창고 열쇠는 몇 개입니까?”“두 개.”“누가 갖고 있습니까?”“나하고 집사람.”“마지막으로 창고에 들어간 날은요?”재문은 날짜까지 말했다.수사관이 질문을 바꿨다.“따님 이연희 씨가 세강과 분쟁 중인 사실은 알고 계셨죠?”재문이 물컵을 내려놓았다.“농약하고 무슨 상관이오.”“최근 과수원 화재와 의료폐기물 사건도 따님 사건 이후 발생했습니다.”“그러니까 농약을 물으시오.”“세강에서 보복한다고 생각하십니까?”재문은 대답하지 않았다.“최무겸 씨에 대해서는—”“내 창고에서 나온 농약이나 찾으시오.”그 뒤로도 같았다.농약병 위치.창고 구조.평소 사용하는 약.전부 답했다.하지만 질문에 ‘이연희’라는 이름이 붙으면 재문은 말을 잘랐다.“딸한테 물으시오.”그게 전부였다.도율이 조사 내용을 전하자 연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아버지가 모르는 게 아니었다.불탄 과수원도 알았다.세강 의료폐기물도 봤다.지붕에 달린 감시장치도 알았다.마을 사람들의 주소가 사라진 것도 알고 있었다.그걸 전부 말하면 자기 창고에 누군가 농약을 넣었을 가능성을 주장하기 쉬웠다.그런데 하지 않았다.자기 살겠다고 딸의 일을 조사실에 올리지 않았다.재문은 결국 구치소로 넘어갔다.경찰서에서 돌려받은 소지품 가운데 연희의 손을 멈추게 한 것은 낡은 장화였다.과수원에서 신고 나온 채 그대로 신었던 장화.밑창 사이에는 검은 흙이 굳어 있었다.한쪽에는 불탄 복숭아나무의 재가 붙어 있었다.정애가 장화를 보다가 얼굴을 돌렸다.“버리지는 마.”연희가 말했다.“안 버려.”그녀는 마당 수도가에서 장화를 꺼냈다.솔에 물을 묻혔다.밑창부터 문질렀다.검은 물이 흘렀다.한 번 더.또 흙이 나왔다.아버지가 평생 밟고 다닌 과수원 흙이었다.복숭아를 따러 갈 때.비 오기 전에 물길을 볼 때.새벽에 나무 상태를 확인할 때.그 장화가 이제 구치소 밖에 남아 있었다.정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16
Mehr lesen

제105화. 마을의 손가락

아버지는 아직 재판도 받지 않았는데, 영상 속에서는 이미 범죄자였다.아침 일곱 시.정애의 휴대전화가 계속 울렸다.동네 사람.농협.복숭아를 받아 가던 가게.아무도 안부부터 묻지 않았다.“형님, 그 농약 진짜 재문 형님 창고에서 나온 거예요?”“아주머니, 올해 복숭아는 검사 결과 나오기 전까지 좀…….”정애가 전화를 끊었다.연희는 이유를 곧 알았다.온라인에 영상 하나가 퍼지고 있었다.[ 수십 년 불법 농약? 피해자 행세한 농민의 두 얼굴 ]첫 장면은 경찰에게 끌려가는 재문이었다.다음은 금지 농약병.그다음은 불탄 과수원.영상은 전혀 다른 사건을 한 줄로 묶었다.[ 불법 농약 보관 ][ 의료폐기물 발견 ][ 거액 보상 요구 ]그리고 화면이 연희로 바뀌었다.난임센터 앞에서 기자들을 지나가는 모습.법원 계단.도율과 서류를 확인하는 장면.자막이 그 위에 붙었다.[ 병원 상대로 거액 소송 중인 딸 ][ 가족 땅까지 개발 예정지 ][ 진짜 목적은 피해 회복인가, 보상금인가 ]정애가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했다.“그만 봐.”연희는 놓지 않았다.“끝까지 봐야 해.”영상은 재문을 불법 농민으로 만들고 있었다.연희는 그런 아버지를 이용해 돈을 받아내려는 딸이 돼 있었다.사실과 거짓이 절반씩 섞였다.그래서 더 악질적이었다.댓글은 이미 수천 개였다.[ 역시 돈 때문이었네. ][ 농약 쓰던 집에서 병원 탓? ][ 아버지 감옥 가니까 딸이 피해자 코스프레. ]연희는 댓글을 닫았다.사람들이 뭐라고 욕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누가 이 영상을 만들 수 있었는지가 중요했다.영상을 처음부터 다시 돌렸다.그러다 2분 13초에서 멈췄다.재문이 집 뒤 수도에서 장화를 씻고 있었다.카메라는 아주 가까웠다.재문이 화면 밖 사람에게 말했다.“거기 서 있지 말고 이쪽도 좀 찍어.”그때는 과수원 화재 다음 날이었다.보험에 제출할 사진이 필요하다며 친척 한 명이 집 안까지 돌아다녔다.연희가 화면을 멈췄다.정애도 알아봤다.“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16
Mehr lesen

제106화. 세아 명의의 돈

한세아는 돈을 보낸 적이 없었다.그런데 돈은 한세아의 이름으로 움직였다.연희가 사촌 계좌의 입금내역을 세아 앞에 놓았다.[ 입금자명 : 한세아 ]세아는 금액보다 계좌번호를 먼저 봤다.“이거 내 거 아니야.”“명의는 너야.”“처음 보는 계좌야.”“그 말도 확인해야 해.”세아가 연희를 쳐다봤다.“나 못 믿어?”“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야.”연희는 거래내역을 다시 세아 쪽으로 밀었다.“네 이름으로 아빠를 범죄자 만드는 영상값이 나갔어. 그러니까 확인할 거야.”세아는 더 이상 억울하다고 하지 않았다.도율이 확보한 계좌 개설 자료가 도착했다.명의자.한세아.개설 시점.결혼 전.세아가 무겸과 결혼 준비를 시작하던 때였다.세아의 얼굴이 굳었다.“그때 난 이런 통장 만든 적 없어.”연희가 물었다.“기억이 안 나는 게 아니라?”“안 만들었어.”“결혼 준비하면서 금융서류에 서명한 적은?”세아의 입이 닫혔다.많았다.보험.재단 관련 서류.결혼 뒤 재산관리 동의서.신혼집 계약에 필요하다며 건네받은 서류.혜경 쪽 사람들이 내미는 종이에 이름을 쓴 날도 여러 번이었다.“누가 가져왔어?”세아는 대답하지 않으려다 결국 말했다.“이사장님 비서실.”도율이 다음 장을 펼쳤다.계좌는 세아 명의였지만 관리 흔적은 세아에게 이어지지 않았다.개설 뒤 거래를 관리한 쪽은 혜경의 관리선과 연결돼 있었다.사촌에게 돈이 나간 것도 세아가 직접 움직인 흔적이 아니었다.세아가 종이를 낚아채듯 집어 들었다.한 장.또 한 장.결혼 전에 만들어진 자신의 이름.자기가 모르는 거래.자기가 모르는 지급.그런데 책임을 물으면 가장 먼저 나올 이름은 하나였다.한세아.“차명계좌네요.”도율의 말에 세아가 고개를 들었다.“내 이름인데 왜 차명이에요?”“명의와 실제 관리자가 다르니까요.”그 한마디가 세아를 멈추게 했다.연희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세아는 자기 이름이 적힌 종이를 다시 내려다봤다.“죽은 비서 전화도 남의 이름이었지.”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16
Mehr lesen

제107화. 도망친 신부

세아는 아이를 데리고 도망치겠다고 말한 밤, 정말 사라졌다.새벽이 밝기도 전이었다.신혼집 현관 CCTV에는 세아가 혼자 나오는 모습이 남아 있었다.작은 여행가방 하나.어깨에 멘 가방.그리고 배를 감싸고 있는 한 손.무겸은 없었다.연희는 화면의 시각부터 적었다.[ 04:12 ]도율이 말했다.“이후 이동수단은 바로 확인되지 않습니다.”세아의 휴대전화는 꺼져 있었다.카드도 쓰지 않았다.공항 쪽 출국 흔적도 없었다.신혼집에는 여권까지 남아 있었다.연희가 빈 서랍을 보다가 물었다.“멀리 가려던 게 아니네요.”“그럴 가능성은 있습니다.”“돈도 안 쓰고, 전화도 끄고, 여권도 두고 갔어요.”연희는 마지막 통화를 다시 떠올렸다.아이 데리고 도망갈 거야.도망친다는 말은 멀리 간다는 뜻이 아니었다.적어도 세아에게는 그랬다.연희의 기억 속 세아는 늘 숨는 아이였다.부모가 싸우면 장롱 안에 들어갔다.혼나면 아파트 계단 끝에 앉아 있었다.그리고 정말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날에는 한 곳으로 갔다.사람이 떠난 학교.운동장에는 잡초가 자라고, 교실 유리창은 깨져 있던 폐교.어린 연희가 처음 그곳에서 세아를 찾았을 때 물었었다.“왜 여기까지 왔어?”책상 밑에 웅크리고 있던 세아가 대답했다.“여긴 아무도 안 찾아.”연희가 눈을 떴다.“폐교.”도율이 고개를 돌렸다.“어디요?”“우리 고향에 있어요.”“세아 씨가 갈 이유가 있습니까?”“어릴 때 숨던 곳이에요.”연희는 이미 차로 향하고 있었다.“진짜 숨고 싶을 때만 갔어요.”고향으로 내려가는 동안 세아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다.전원은 끝까지 켜지지 않았다.연희는 메시지 하나만 보냈다.[ 숨은 곳 말 안 해도 돼. 살아 있는지만 알려 줘. ]읽음은 뜨지 않았다.폐교에 도착했을 때 해가 기울고 있었다.철문은 반쯤 쓰러져 있었고 운동장에는 사람 허리 높이까지 풀이 올라와 있었다.연희는 차 문을 닫자마자 뛰었다.“세아야!”대답이 없었다.본관 현관문을 밀었다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16
Mehr lesen

제108화. 유산의 공포

세아는 피를 흘리면서도 세강병원만은 안 된다고 했다.“거기는 안 가.”연희가 세아의 몸을 받쳤다.“지금 피 나.”“그래도 세강은 싫어.”“알았어.”세아가 눈을 들었다.연희는 이미 휴대전화를 꺼내고 있었다.“다른 병원으로 가.”“어디?”“지역 공공병원.”세아는 잠시 연희를 바라봤다.“거기서 세강에 연락하면?”“네가 동의하지 않은 건 먼저 못 넘기게 확인할게.”“무겸이 알면…….”연희가 잘랐다.“지금 네가 결정할 건 무겸이 아니야.”세아의 손이 배를 움켜쥐었다.또 한 방울이 바닥에 떨어졌다.“너하고 아이야.”그 말에 세아가 더는 버티지 못했다.응급실에 도착하자 의료진이 곧바로 세아를 데려갔다.접수 직원이 보호자 연락처를 확인했다.세아가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키려 했다.“남편한테 연락하지 마세요.”“환자분, 우선 누워 계세요.”“세강에도요.”숨이 차서 문장이 끊겼다.“내 기록…… 세강에 보내지 마세요.”연희가 대신 말하지 않았다.“본인이 원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필요한 동의 절차부터 확인해 주세요.”세아는 그제야 다시 누웠다.처치실 문이 닫혔다.연희의 손에는 폐교에서 묻은 피가 아직 남아 있었다.씻었는데도 손톱 가장자리에는 붉은 자국이 끼어 있었다.도율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연희는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상태는요?”“아직.”그 한마디 뒤에는 아무 말도 붙이지 않았다.연희는 닫힌 문만 봤다.한때 자신도 문 안쪽에 있었다.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남들이 자기 몸에 대해 먼저 결정하던 곳.이번에는 달랐다.세아는 적어도 어디에서 치료받을지 자기 입으로 정했다.얼마 뒤 간호사가 연희를 불렀다.세아는 검사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연희가 가까이 가자 세아가 손을 뻗었다.“연희야.”처음으로 세아가 먼저 손을 잡았다.“응.”“아이…….”그 뒤가 나오지 않았다.의사가 모니터를 조정했다.“출혈은 계속 관찰해야 합니다.”세아의 손가락이 연희 손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16
Mehr lesen

제109화. 아이를 살린 약

“설명이 어떻게 다르다는 거예요?”세아의 목소리가 떨렸다.의사는 기록지를 다시 확인했다.“세강에서 어떤 목적으로 처방했다고 들으셨습니까?”“임신 유지요.”“확실합니까?”“네.”“누가 그렇게 말했죠?”세아는 대답하지 못했다.간호사였다.아니, 담당 의사였나.그때는 약 이름보다 아이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정확히 기억은 안 나요.”연희가 기록지를 받아 들었다.“약 이름은요?”의사가 말했다.“기록에는 투여 코드만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코드가 일반적인 산과 유지 치료와 맞지 않습니다.”세아의 얼굴이 굳었다.“그럼 무슨 약이에요?”“현재 기록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습니다.”“그럼 확인해 주세요.”연희가 바로 받아쳤다.“세강에 문의하면 되잖아요.”의사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환자분이 세강으로 기록을 넘기지 말라고 하셨습니다.”“그럼 원본을 확인하면 되죠.”“원본도 세강에 있습니다.”세아가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연희야.”“응.”“그 사람들한테 연락하지 마.”“왜?”“무서워.”짧은 말이었다.연희는 더 묻지 않았다.대신 기록지를 다시 펼쳤다.“그럼 여기 적힌 코드만으로 확인할 수 있는 데까지 확인해 주세요.”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의사가 나가자 세아가 눈을 감았다.“나 그 약 계속 맞았어.”연희가 말했다.“언제부터?”“임신 확인하고 얼마 안 돼서.”“몇 번?”“정확히 몰라.”세아의 손이 떨렸다.“그런데 한 번 맞고 나면 배가 이상했어.”연희의 표정이 굳었다.“어떻게?”“아픈 건 아닌데….”세아가 배를 감쌌다.“아이가 움직이는 느낌이 확 줄었어.”연희가 숨을 멈췄다.“그런데 왜 계속 맞았어?”“아이를 살리는 약이라고 했으니까.”세아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내가 멍청했어.”“아니.”연희가 잘랐다.“지금 네가 자책할 일이 아니야.”“그래도 내가 직접 맞았잖아.”“누가 설명했는데?”세아는 입을 다물었다.연희가 다시 물었다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21
Mehr lesen
ZURÜCK
1
...
910111213
...
15
CODE SCANNEN, UM IN DER APP ZU LESE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