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진지희는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깼다.아래로 내려가자 주방에는 이미 사람이 있었다.앞치마를 두른 채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서주훈과 그 뒤에서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 유하라였다.서주훈은 유하라를 밀어내기는커녕, 틈날 때마다 뒤를 돌아 유하라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웃었다.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이 진지희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진지희는 문득 지난날을 떠올렸다.그때는 집에 도우미가 많았다.그리고 서주훈은 늘 일이 바빠 밤을 꼬박 새우며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도 흔했다.도우미들은 진지희가 어린아이라고 만만하게 여겨 일도 대충 했고, 서주훈 모르게 밥을 챙겨 주지 않는 일도 잦았다.그 사실을 알게 된 서주훈은 모든 도우미를 내보냈고 직접 진지희를 챙기기 위해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아침, 점심, 저녁, 사소한 것 하나까지 빠짐없이 손수 챙겼다.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서주훈을 좋아해서는 안 됐다.유하라가 정말 서주훈을 행복하게 해 줄 사람이라면 진지희는 두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해 줄 생각이었다.진지희는 조용히 시선을 거두었고 어느새 또 달력이 걸린 벽 앞에 서 있었다.언제 나왔는지 유하라가 다가와 달력을 바라보더니 문득 물었다.“이 달력은 대체 뭐야? 왜 몇 장밖에 없어?”유하라의 말을 들은 서주훈도 무심코 시선을 돌리고는 그 달력을 바라봤다.두 사람의 시선이 모두 달력에 쏠리자 진지희는 잠시 생각하다가 아무렇지 않은 척 둘러댔다.“며칠 전에 친구들이랑 나갔다가 우연히 봤는데, 재밌어 보여서 하나 샀어요.”변명은 허술했지만 서주훈은 더 이상 묻지 않고 대신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오늘은 하라랑 데이트하러 나갈 거야.”한치의 숨김도 없는 말이었다.서주훈은 진지희가 분명 불만을 터뜨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진지희는 얌전히 고개만 끄덕였다.“잘 다녀오세요.”예상했던 반응은 아니었다.원하던 모습이었으니 기뻐해야 맞지만 이상하게도 진지희를 바라보는 서주훈의 마음은 답답하게 가라앉았다.순간 집안이 조용해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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