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당신이 사랑한 왕비는 내가 아니다 : Capítulo 51 - Capítulo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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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왕비까지 여덟 구

“오늘 밤 여섯 명이 죽을 만큼요.”에이슬라는 아이의 소매를 내려 주었다.“길을 알려 줄 수 있니?”아이는 열린 문밖의 근위대를 보자 이불 끝을 끌어당겼다.“군인이 보이면 애들을 다른 데로 옮겨요.”바이렌은 타론을 부르지 않았다.“나와 왕비, 기록할 사람 한 명만 가겠다.”아이의 시선이 그의 허리에 머물렀다.“검도 두고 가요.”바이렌은 검대를 풀어 문밖에 내려놓았다.“이제 괜찮나.”한참 뒤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메브라는 진료실을 맡고, 유렌은 빈 장부와 봉인 주머니를 챙겼다.타론은 문장 없는 식료품 마차를 남문 밖까지 몰고 간 뒤 수로 위 둑에 남았다.“두 번째 종이 울릴 때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찾으러 오겠습니다.”아이의 손이 다시 에이슬라의 소매를 잡았다.“안으로는 들어오지 말라고 해 주세요.”“수로 밖에서만 기다리게 할게.”마차에서 내린 아이는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벽을 짚었다.바이렌이 등을 내주기 전에 물었다.“업어도 되나.”“내리라고 하면 바로 내려놔야 해요.”“약속하지.”무너진 담과 채소 창고를 지나 마른 수로 아래로 내려가자 돌 틈에서 단내가 배어 나왔다.에이슬라는 아이의 소매에서 떼어 둔 천을 꺼내 냄새를 대조했다.“같은 약이에요.”아이는 벽에 새겨진 세 줄의 흠집을 짚었다.“저 포대 뒤예요.”바이렌이 아이를 내려놓자 아이가 먼저 포대문을 걷었다.안에는 여섯 명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팔에는 가느다란 관이 묶여 있었고, 천장에 매단 병에서 흐린 액체가 떨어지고 있었다.침상 발치에는 이름 대신 1부터 6까지 적힌 나무패가 놓여 있었다.에이슬라는 가장 먼저 병목을 잠갔다.“언제부터 들어갔어?”“세 번째 종이 울린 뒤요.”“눈앞이 겹쳐 보이는 아이는 손을 들어 봐.”세 아이가 손가락만 움직였다.“숨이 막히는 아이는?”가장 어린아이가 가슴을 누른 채 입을 벌렸다.에이슬라는 관을 빼기 전 아이마다 허락을 물었다.유렌은 번호 대신 아이들이 기억하는 이름을 적었다.이름을 모르는 아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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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사과의 주인

포대문이 안쪽으로 밀렸다.바이렌은 아이들과 문 사이에 섰다.허리에는 검이 없었다.에이슬라는 약상자에서 젖은 천 두 장을 꺼내 한 장을 유렌에게 건넸다.문틈으로 갈고리가 먼저 들어왔다.“안 죽었으면 폐기액부터 넣어.”사내가 몸을 숙이는 순간 바이렌이 갈고리 자루를 잡아 문설주에 비틀었다.사내의 손목이 꺾이며 몸이 문턱 안으로 넘어왔다.바이렌은 어깨로 그를 벽에 눌렀다.뒤따르던 자가 허리에서 검은 병을 꺼냈다.“마개를 열면 당신부터 쓰러져요.”에이슬라가 병목의 흰 줄을 가리켰다.사내의 손이 멈췄다.“겁주려는 거라면 늦었어.”“마개 안쪽에 붉은 점이 세 개 있죠.”그의 시선이 병으로 떨어졌다.“투약하고 남은 관을 녹이는 폐기액이에요. 한 방울만 들이마셔도 다리가 풀리고, 불이 닿으면 눈부터 상합니다.”사내가 등잔을 돌아봤다.그 짧은 틈에 유렌이 젖은 천을 병째 덮었다.사내는 병을 놓지 않은 채 뒤로 물러났다.“가까이 오면 깨뜨린다.”바이렌은 붙잡은 자를 방패처럼 세우지 않았다.대신 아이들이 누운 방향을 가린 채 문 앞을 막았다.“여기서 깨뜨리면 너희도 나가지 못한다.”“왕비 하나면 값은 충분해.”그가 병을 바닥에 내리치려는 순간 수로 밖에서 두 번째 종이 울렸다.아이들의 어깨가 동시에 움츠러들었다.포대문 너머에서 발소리가 가까워졌다.“안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했어요.”일곱 번째가 에이슬라의 소매를 붙잡았다.“약속 지킬게.”에이슬라는 문밖을 향해 말했다.“타론 경, 혼자 들어오세요. 군인은 수로 밖에 남겨 두고요.”잠시 뒤 문장 없는 외투를 입은 타론이 빈손을 보이며 들어왔다.사내가 몸을 돌리자 유렌이 젖은 천을 잡아당겼다.검은 병이 손에서 빠졌다.타론은 병이 바닥에 닿기 전에 외투 자락으로 받아 감쌌다.바이렌이 첫 번째 사내를 바닥에 엎드리게 했고, 타론은 두 번째 사내의 두 손을 등 뒤로 묶었다.수로 밖에서는 누구도 들어오지 않았다.에이슬라는 검은 병을 천째 봉인 주머니에 넣었다.“누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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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죄는 남겨

“죽은 사람에게 무엇부터 돌려놓아야 하지.”바이렌은 네르시아의 이름이 적힌 지시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에이슬라는 가장 어린아이의 침상으로 돌아가며 대답했다.“네르시아가 했다고 적힌 일부터 다시 확인하세요.”그녀는 약숟가락을 씻어 마른 천 위에 올려놓았다.“죄가 맞으면 남기고, 아니라면 돌려놓고요.”바이렌은 위조된 지시서를 접지 않은 채 유렌에게 건넸다.“왕비와 관련된 판결문, 처벌 기록, 비용 장부를 원본으로 가져와라.”유렌이 장부를 품에 넣는 순간 침상에서 그릇이 떨어졌다.가장 어린아이가 몸을 웅크린 채 입을 벌렸다.숨이 들어오지 않는 듯 목울대만 떨렸다.에이슬라는 아이를 옆으로 돌리고 입안에 남은 검은 찌꺼기를 닦아냈다.“아론, 내 말 들리니?”아이는 대답하지 못했다.유렌의 장부에는 아직 이름 대신 ‘사과’라고 적혀 있었다.“투약 시작 시각.”“세 번째 종 직후입니다. 여섯 명 중 가장 오래 맞았습니다.”바이렌이 봉인 상자에서 해당 번호의 병을 찾아 건넸다.에이슬라는 병 바닥의 침전물을 등잔에 비췄다.흐린 약액 사이로 푸른 알갱이가 가라앉아 있었다.“다른 약이 섞였어요.”“무엇이지.”“기침을 막는 수면초예요. 이 상태에서 해독제를 더 쓰면 심장이 먼저 버티지 못해요.”아이의 손가락이 침대보를 긁었다.바이렌이 난간을 잡으려다 손을 멈췄다.“내가 할 일은.”“아이에게 물어보세요.”그는 침상에서 두 걸음 떨어진 곳에 무릎을 꿇었다.“손을 잡아도 되나.”아이의 손가락 하나가 간신히 움직였다.바이렌은 손바닥을 위로 펴 침상 가장자리에 올려놓았다.아이가 스스로 그의 새끼손가락을 걸었다.에이슬라는 따뜻한 물에 약염을 풀어 아이의 잇몸에 묻혔다.“숨을 크게 쉬려고 하지 마. 짧게 두 번만 들이쉬자.”아이의 가슴이 한 번 들렸다.두 번째 숨은 절반에서 끊겼다.“괜찮아. 다시 하나부터.”바이렌이 아이의 손가락을 쥐지 않은 채 숫자를 셌다.“하나.”짧은 숨이 들어왔다.“둘.”아이의 등이 크게 떨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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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허락부터

‘내 죄를 줄이지 마.’거울 속 네르시아의 입술이 닫히자 손바닥 자국도 사라졌다.에이슬라는 젖은 손을 닦지 못한 채 한동안 서 있었다.문밖에서 메브라가 세 번 두드렸다.“회수 마차를 따라붙인 사람이 돌아왔습니다.”에이슬라는 먼저 아이들의 호흡을 확인한 뒤 복도 끝 빈 조제실로 향했다.타론은 문장 없는 나무 상자 하나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북창고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빈 마차가 창고 뒤편에 내려놓은 상자만 회수했습니다.”“상자를 만진 사람은요?”“장갑을 낀 두 명뿐입니다. 메브라가 확인했고 이상은 없습니다.”에이슬라는 문을 닫고 창문을 열었다.바이렌과 유렌만 남았고, 아이들이 있는 진료실과 조제실 사이에는 빈 방 하나를 더 비웠다.상자 뚜껑과 끈은 따로 봉인했다.누가 열었는지 확인할 때까지 새 매듭도 짓지 않았다.상자 안에는 목걸이와 팔찌, 머리핀 일곱 점이 겹쳐 있었다.겉면은 닦여 있었지만 피부에 닿는 안쪽에는 검은 얼룩이 남아 있었다.에이슬라는 집게로 목걸이를 들어 해독액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투명한 액체가 보랏빛으로 변했다.“접촉독이에요.”바이렌이 상자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아이들에게 투약한 것과 같은가.”“아니에요. 혀와 입술의 움직임을 먼저 굳게 만들고, 손끝 경련과 호흡 이상을 뒤따르게 해요.”유렌이 북창고 목록과 왕비궁 진료 기록을 나란히 펼쳤다.장신구가 반출된 날마다 네르시아의 기록에는 같은 문장이 반복돼 있었다.[발음 불명확.][손끝 경련.][연회 중 난동.]치료나 독성 검사는 한 줄도 없었다.첫 번째 날에는 목걸이.두 번째 날에는 팔찌.세 번째 날에는 머리핀이 반출돼 있었다.증상이 나타난 시각도 장신구를 착용한 뒤 한 시간 안쪽으로 겹쳤다.바이렌의 손가락이 ‘난동’이라는 단어 앞에서 멈췄다.“그날마다 술에 취했다고 들었다.”“이 독이면 그렇게 보일 수 있어요.”“그녀는 설명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 한 건가.”“그건 아직 확인할 수 없어요.”에이슬라는 장신구와 기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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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서른 번째 아이

“겁쟁이.”거울 속 네르시아가 다시 입술을 움직였다.에이슬라는 손등으로 입술을 누른 채 그녀를 바라봤다.“내가 거절해서요?”네르시아가 비웃듯 눈썹을 올렸다.“당신 몸이잖아요.”웃음기가 사라졌다.에이슬라는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내 마음만으로 허락할 수 없었어요. 당신이 싫어할 수도 있으니까.”네르시아의 손바닥이 유리 안쪽에 닿았다.[싫지 않아.]“그래도 오늘은 내가 싫었어요.”[왜.]“무서웠으니까.”그 말을 인정하는 순간 가슴을 조이던 것이 조금 느슨해졌다.입맞춤이 무서운 게 아니었다. 바이렌이 기다려준다는 사실이 더 두려웠다. 강요하는 사람에게서는 도망칠 수 있었다. 그러나 거절을 받아들이고 길까지 열어주는 사람에게서는 무엇을 핑계로 도망쳐야 할지 알 수 없었다.“그러니 겁쟁이라는 말은 맞아요.”네르시아가 손가락을 움직였다.[도망치지 마.]“당신도요.”에이슬라는 조제실에서 가져온 빈 종이와 목탄을 세면대 위에 올렸다.“이제 당신 차례예요.”[무슨 뜻이지.]“장신구에 독이 있다는 걸 언제 알았어요?”네르시아의 손이 멈췄다.“첫 번째 목걸이 때는 몰랐겠죠. 하지만 같은 증상이 반복됐어요. 두 번째 팔찌를 착용할 때는 알고 있었습니까?”거울 안쪽의 얼굴이 굳었다.에이슬라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대답해요.”한참 뒤, 네르시아의 손가락이 유리 위를 천천히 움직였다.[알았어.]에이슬라는 그 글자를 종이에 옮겼다.“세 번째 머리핀도 알고 착용했고요?”[그래.]“왜요?”[연회를 멈추려고.]“독에 중독되면 연회가 중단될 테니까?”네르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날 북문 경비를 칼로 공격했습니까?”이번에는 대답이 늦지 않았다.[내가 했다.]“독 때문에 정신을 잃어서가 아니라요?”[정신은 멀쩡했어.]목탄 끝이 종이 위에서 멎었다.네르시아는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에이슬라에게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저지른 죄까지 포함해 진실을 남기려 하고 있었다.“경비를 공격한 이유는요?”[마차를 세우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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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왕비가 죽였어요

제56화. 왕비가 죽였어요“왕비님께서 자기를 북문에서 죽이려 했다고 말했습니다.”메브라의 말이 끝나자 거울 속 네르시아가 사라졌다.에이슬라는 금속표를 받아 들었다. 가장자리에 말라붙은 피가 남아 있었다.“아이는 어디 있죠?”“진료실입니다. 의식은 돌아왔지만 몸을 일으키지는 못합니다.”에이슬라는 곧장 복도로 나갔다.문 앞에 서 있던 바이렌이 그녀를 막아섰다.“내가 먼저 들어가겠다.”“왜요?”“아이가 널 보고 다시 경련할 수도 있으니까.”에이슬라는 반박하지 않았다.아이가 거짓말을 한다고 단정할 근거도, 네르시아가 해치지 않았다고 확신할 근거도 없었다.“문은 열어두세요.”바이렌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진료실로 들어갔다.에이슬라는 문턱 밖에 섰다.침상에 누운 아이는 열 살도 되지 않아 보였다. 마른 목에는 금속표를 매달았던 검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바이렌이 침상에서 두 걸음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이름을 기억하나?”아이는 고개를 저었다.“서른 번째라고 불렸어요.”“누가 그렇게 불렀지?”“흰 장갑을 낀 사람들요.”에이슬라의 손가락이 문틀을 움켜쥐었다.오스테론도 언제나 흰 장갑을 꼈다.바이렌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왕비가 널 죽이려 했다고 말했다지.”아이의 눈이 문 쪽으로 향했다.에이슬라를 본 순간 작은 몸이 움츠러들었다.“저 여자예요.”바이렌이 아이의 시선을 가렸다.“얼굴을 똑똑히 봤나?”“네.”“어디서?”“마차 안에서요.”에이슬라는 문턱을 넘지 않은 채 물었다.“내가 무슨 말을 했니?”아이는 이불을 끌어당겼다.“입 다물라고 했어요.”“그다음에는?”“제 목을 졸랐어요.”바이렌의 시선이 에이슬라에게 닿았다.그 눈에는 단정도 비난도 없었다. 다만 다음 말을 기다리는 냉정함만 있었다.에이슬라는 자신의 목을 가리켰다.“어느 손으로?”아이가 오른손을 들었다.“장갑을 꼈니?”“아니요.”“반지는?”아이는 잠시 눈을 굴렸다.“검은 돌이 있었어요.”에이슬라는 네르시아의 손을 떠올렸다. 왕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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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왕비궁 안의 손

[섭정 오스테론.]바이렌은 종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이 인장은 가짜다.”타론이 검 손잡이를 쥐었다.“각하의 이름이 선명하게 찍혀 있습니다.”“그래서 가짜라는 거다. 오스테론은 대사제다. 왕실 문서에서 섭정이라는 직함을 사용한 적은 없어.”에이슬라는 종이를 등잔 가까이 가져갔다.밀랍은 아직 붉은빛이 남아 있었다. 오래된 문서에서 떼어 붙인 인장이 아니라 최근에 직접 찍은 것이었다.“도장까지 가짜일까요?”바이렌이 인장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짚었다.“문양은 진짜다.”“직함은 거짓인데 문양은 진짜라고요?”“폐기된 예비 인장과 같다.”타론의 얼굴이 굳었다.“그 인장은 왕실 기록고에 봉인돼 있습니다.”“그럼 오스테론이 찍은 게 아니라, 오스테론의 이름으로 왕궁 안에 있는 누군가가 찍었을 수도 있겠군요.”에이슬라는 아이의 목에서 뽑아낸 검은 실을 해독액에 담갔다.실 끝에서 옅은 장미 향이 올라왔다.“이 실도 왕궁에서 나온 거예요.”유렌이 실을 살피며 물었다.“향만으로 단정할 수 있습니까?”“장미식초와 은엽초를 함께 썼어요. 상처가 곪지 않게 하는 세척액이에요.”에이슬라는 자신의 소매 안쪽을 뒤집었다. 왕비궁에서 지급한 붕대에도 같은 냄새가 남아 있었다.“이 배합은 왕비궁 진료실에서만 사용합니다.”바이렌의 시선이 진료실 안을 훑었다.“아이의 목에 쪽지를 넣은 사람이 왕비궁에 있다는 뜻인가.”“아니면 왕비궁 물품을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이겠죠.”에이슬라는 아이의 목덜미를 다시 살폈다. 실을 넣은 자리는 이미 살이 절반쯤 붙어 있었다.“적어도 닷새 전에 넣었어요. 우리가 아이들을 데려오기 전입니다.”타론이 물었다.“그럼 왕비궁 물품이 북창고까지 흘러간 겁니까?”“그 반대일 수도 있어요.”에이슬라는 피 묻은 실을 내려놓았다.“북창고 사람이 이미 왕비궁 안에 들어와 있었을 가능성이요.”침상 위 아이가 이불을 턱밑까지 끌어올렸다.“저 때문에 스물아홉 번째가 죽나요?”에이슬라는 침상과 거리를 둔 채 몸을 낮췄다.“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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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내 이름은 세이라

“스물아홉 번째를 데려간 사람이에요.”아이의 손가락이 메브라를 향했다.타론이 즉시 검을 뽑았다.“약그릇을 내려놓고 물러서라.”메브라는 저항하지 않았다. 진정제가 담긴 그릇을 바닥에 내려놓고 열쇠 꾸러미까지 풀어 그 옆에 뒀다.짤랑이는 소리에 아이가 이불 속으로 몸을 웅크렸다.에이슬라는 메브라를 추궁하지 않고 아이에게 먼저 물었다.“이 사람이 스물아홉 번째를 데려가는 걸 직접 봤니?”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밤이었어요. 저 열쇠 소리가 났어요.”“얼굴도 봤어?”“천을 쓰고 있었지만 눈은 봤어요.”메브라가 아이를 바라봤다.“내가 그 아이를 어디로 데려갔는지도 기억하니?”아이는 입술을 깨물었다.“흰 벽 너머로요.”“그 뒤에는?”“문이 잠겼어요. 스물아홉 번째가 소리쳤어요. 자기는 안 가겠다고.”메브라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맞습니다. 제가 데려갔습니다.”타론의 검끝이 그녀의 목을 겨눴다.“누구의 명령이었지?”“오스테론 대사제의 명령이었습니다.”바이렌의 표정이 굳었다.“언제부터 그의 명령을 받았지?”메브라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에이슬라가 타론의 검날을 손으로 밀어냈다.“죽일 생각이 없다면 내려요. 답을 들어야 하니까.”타론은 검을 거두지 않았지만 목에서 한 뼘 떨어뜨렸다.메브라는 에이슬라 앞에 무릎을 꿇었다.“제가 왕비궁에 들어온 날부터입니다.”“나를 감시했습니까?”“네르시아 왕비님을 감시했습니다.”에이슬라는 그 차이를 놓치지 않았다.“당신은 내가 네르시아가 아니라는 걸 언제 알았죠?”“처음 눈을 뜨셨던 날입니다.”“그런데도 말하지 않았군요.”“말하는 순간 대사제에게 전달됐을 테니까요.”“누가 전달하는데요?”“제가요.”진료실 안이 조용해졌다.메브라는 허리춤 안쪽에서 가느다란 은판을 꺼냈다. 한쪽 면에는 왕비궁 문양이, 다른 면에는 성교회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저는 왕비님의 시녀장이면서, 오스테론의 눈과 귀였습니다.”타론이 메브라의 팔을 붙잡았다.“그럼 지금까지의 움직임도 전부 보고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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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내가 죽였습니다

[나를 죽인 사람이야.]약장 유리문에 남은 문장이 서리처럼 번졌다.에이슬라는 세이라를 바라봤다.“네르시아가 당신을 따라가지 말라고 해요.”세이라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바이렌이 먼저 물었다.“그 말이 사실인가.”세이라는 검은 열쇠를 쥔 손을 내려다봤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만큼 힘이 들어가 있었다.“네.”타론의 검이 다시 뽑혔다.“언니를 죽인 건 저입니다.”침상 위 아이가 이불 속으로 숨었다.에이슬라는 세이라에게 다가가지 않았다.“어떻게 죽였죠?”“흰 황혼을 건넸습니다.”“오스테론의 명령으로요?”“처음 명령은 언니의 혀를 굳게 만들라는 것이었습니다. 북문에서 본 것을 말하지 못하게 하라고 했습니다.”세이라는 열쇠를 바닥에 내려놓았다.“하지만 언니는 이미 독이 든 걸 알고 있었어요.”“알면서 마셨다고요?”“마시지 않으면 스물아홉 번째 아이를 죽이겠다고 했으니까요.”아이의 어깨가 크게 떨렸다.에이슬라는 목 안쪽이 타들어 가는 것을 느꼈다.“그래서 당신은 아이 대신 언니를 골랐군요.”“아니요.”세이라가 고개를 들었다.“저는 아무도 고르지 못했습니다. 약을 희석하면 둘 다 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그런데 네르시아는 죽었어요.”“언니가 남은 원액을 전부 마셨습니다.”세이라의 목소리가 갈라졌다.“제가 병을 빼앗으려 하자 문을 잠갔어요. 그리고 제게 스물아홉 번째를 숨기라고 했습니다.”“당신은 문을 부수지 않았습니까?”“부수면 바깥에 있던 성교회 사람들이 들어왔을 겁니다. 저는 문 앞에 앉아서 언니가 쓰러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세이라는 소매를 걷었다. 손목 안쪽에 오래된 이빨 자국이 남아 있었다.“끝까지 문을 열려고 제 손을 물어뜯었습니다. 그래도 열지 못했어요.”“그래서 네르시아는 당신이 자신을 죽였다고 하는군요.”“맞습니다. 독을 가져온 것도, 문밖에서 살려달라는 소리를 듣고도 아이를 데리고 달아난 것도 저니까요.”에이슬라는 유리문을 돌아봤다.네르시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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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내 얼굴로 웃었다

제60화. 내 얼굴로 웃었다[그가 기다린 것은, 에이슬라가 이 몸에서 깨어나는 날이다.]장부의 문장을 읽는 순간, 벽에 꽂힌 약병들이 일제히 기울었다.세이라가 스물아홉 번째를 끌어안았다.“엎드리십시오!”“깨지는 병부터 막아야 해요.”에이슬라는 장부를 아이의 품에 밀어 넣고 벽으로 달려갔다.약병을 받치는 금속대가 하나의 축으로 연결돼 있었다. 어느 병이 먼저 깨져도 나머지가 따라 떨어지는 구조였다.병 속 액체는 투명했지만 바닥의 검은 가루와 섞이면 흰 황혼의 증기가 만들어질 터였다.“세이라, 등잔을 꺼요.”세이라가 소매로 불꽃을 덮었다.어둠이 내려앉자 병 표면에 희미한 얼굴이 떠올랐다.네르시아였다.그녀가 다급히 손가락을 움직였다.왼쪽.세 번째.에이슬라는 벽돌을 더듬었다. 세 번째 벽돌만 가장자리에 손때가 묻어 있었다.그것을 밀자 바닥 아래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났다.곧 벽 틈에서 물이 쏟아져 검은 가루를 쓸어갔다.첫 번째 약병이 바닥에 떨어졌다.유리가 깨지며 달콤하고 서늘한 냄새가 퍼졌지만, 액체는 물에 희석돼 연기를 만들지 못했다.“밧줄을 내려라!”천장 너머로 바이렌의 목소리가 울렸다.스물아홉 번째가 밧줄을 붙잡자 세이라가 아이의 허리를 단단히 묶었다.“먼저 올라가.”“장부는요?”“네가 들고 가야 해.”아이는 장부를 품에 안고 위로 끌려 올라갔다.에이슬라는 남은 병들을 확인했다. 금속대의 움직임이 멈췄지만 언제 다시 작동할지 알 수 없었다.세이라가 밧줄을 잡으며 말했다.“왕비님부터 올라가십시오.”“당신이 먼저 가요.”“저를 아직 믿으십니까?”“아니요.”에이슬라는 세이라의 허리에 밧줄을 묶었다.“그래서 살아서 조사받으라는 거예요.”세이라가 위로 올라간 뒤 에이슬라가 마지막으로 밧줄을 잡았다.위에서 바이렌이 직접 그녀의 팔을 붙잡아 끌어올렸다.에이슬라의 발이 기도실 바닥에 닿자 바이렌은 손을 놓지 않았다.“다친 곳은?”“없어요.”“확실한가.”“네. 아이부터 봐요.”스물아홉 번째는 장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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