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름으로 사랑해.]거울 조각에 남은 문장이 빛처럼 흐려졌다.에이슬라는 손가락으로 유리 가장자리를 붙잡았다.“네르시아.”[응.]“당신이 사라지면 이 몸은 어떻게 돼요?”[네가 살아.]“그걸 묻는 게 아니에요.”에이슬라는 금이 간 유리 위에 이마를 댔다.“당신은 어디로 가요?”네르시아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뒤늦게 미소를 지었다.왕비의 초상화에도, 악녀의 기록에도 남지 않았던 편안한 얼굴이었다.[이름을 잃지 않는 곳.]유리 안쪽의 손바닥이 에이슬라의 손과 겹쳤다.[내 죄도 남겨.]“남길게요.”[내가 구하지 못한 아이들도.]“끝까지 찾을게요.”[바이렌에게는 내가 미안했다고 하지 마.]“직접 말해요.”에이슬라는 뒤를 돌아봤다.바이렌은 한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다가오지도,떠나지도 않은 채 두 사람의 마지막 시간을 지켜주고 있었다.그가 거울 앞에 무릎을 꿇었다.네르시아는 한동안 그를 바라봤다.[당신을 죽이고 싶었던 날도 있었어.]바이렌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알고 있다.”[살아달라고 빌었던 날도.]“그건 몰랐군.”[모르는 게 너무 많았지.]“그래.”바이렌은 변명하지 않았다.“그래서 네 죄도, 내가 외면한 일도 전부 다시 기록하겠다.”네르시아가 웃었다.[이번에는 결론부터 쓰지 마.]“약속하지.”그 순간 유리 안쪽에 아침빛이 번졌다.네르시아의 형체가 손끝부터 흩어졌다.에이슬라는 붙잡으려 했지만 손바닥에는 차가운 유리만 남았다.[살아, 에이슬라.]마지막 글자가 사라졌다.가슴 안에서 두 번 울리던 박동이 하나로 줄었다.아프지 않았다.다만 오랫동안 함께 살던 사람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 것처럼, 한쪽이 텅 비었다.에이슬라는 그 빈자리를 억지로 채우지 않았다.“잘 가요, 네르시아.”성교회가 무너진 뒤 왕궁은 석 달 동안 잠들지 못했다.에이슬라의 옛 육신은 성교회 지하에서 수습됐다.오스테론이 남긴 검은 흔적을 지운 뒤, 왕실 약제사 에이슬라 모렌의 이름으로 장례가 치러졌다.
Última atualização : 2026-08-01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