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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 늑대의 모든 챕터: 챕터 31 - 챕터 40

64 챕터

31. 약점.

⁠⁠  하이담이 작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몇 없는 행정실에 남아 직원들의 일을 마무리하며 시계를 보았다. 며칠 동안 아무 연락 없던 설태하가 갑자기 연락이 와서는 저녁에 함께 갔던 고깃집 주소를 떡하니 보냈다.⁠'음… 역시 그때는 대패 먹었으니까, 오늘은 삼겹살이 낫겠지?'⁠ 초반 며칠은 괜히 입에 대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익숙해지니 잘 먹는 모습에 같이 먹을 맛이 났다. 게다가 유독 육류 쪽을 좋아하는 것 보면 역시 개는 개인가 싶은 생각에 잘게 웃음을 참으며 퇴근 시간에 맞춰 후다닥 달려간 곳에는 이미 고기를 굽고 있던 설태하의 모습에 엄지를 척 내밀며 익숙하게 맞은편에 앉았다.⁠"오랜만이네?"⁠ 생각보다 꽤 반가웠다. 대꾸도 없이 고기를 굽는 것에 집중하는 설태하의 모습이.⁠"무슨 일이야? 먼저 만나자고는 잘 안 하잖아."⁠ 고기의 익힘 정도를 확인하는 건지 그 매서운 눈매로 고기를 한껏 노려보더니 만족한 듯 하이담의 그릇에 고기를 와르르 쏟아내는 설태하는 평소와 다르게 기대가 가득 담긴 표정을 하고는 하이담을 바라봤다.⁠"왜… 왜? 뭔데…?"⁠ 모처럼 잘 구워준 고기가 목구멍을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부담스러워 결국 먼저 물었다. 그러자, 냉큼 하는 말에 젓가락을 놓고 말았다.⁠"정말 넌… 뜬금없는 소리를 하네?""뜬금없지 않아.""설이현의 약점을 알아봐 달라는 게 뜬금없는 소리지.""그게 뭐가!""그 정도로 친하지도 않고 탐정도 아니라고. 그리고 뭐, 운 좋게 약점을 찾으면 어떡할 건데? 그걸로 뭘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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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어린애같아.

⁠⁠ 하이담이 크게 숨을 들이쉬고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디디며 나지막이 설태하의 이름을 뱉어도 설태하는 보이지 않았다. 자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은 설태하 대신 고주망태가 된 타인이 자신의 팔을 잡았을 때였다.⁠"악!!"⁠ 정말로 놀랐기에 저도 모르게 나온 괴성에 고주망태가 된 사람은 어이없는 표정을 하며 시비를 걸기 시작했고 팔이 붙들린 하이담이 그 힘을 뿌리치지도 못하고 주위를 둘러봐도 자신을 도와줄 만한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고 쓸만한 무기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뭘~ 했다고~ 소리를 그렇게~ 지르는 거냐고오~?!""저, 저기 놀라서 그랬어요. 죄, 죄송해요."⁠ 사과했음에도 팔을 잡은 손에는 여전히 힘이 빠지지 않아 붙들려 있었다. 이럴 때 '혼자 낯설고 어두운 곳에 가지 마라.' 당부했던 오빠의 목소리가 떠오르는 건지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팔은 놓지 않고 이상한 말들을 주절주절하며 자신 쪽으로 당기는 힘에 결국 하이담이 다시 소리를 빽 지르며 주정뱅이를 강하게 밀치고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어느 방향인지도 모르고 길이 나오는 대로 달리자, 주정뱅이도 그냥 지나갈 생각은 없는 건지 소리를 꽥꽥 지르며 하이담을 따라왔다.⁠'으으으…!! 오빠아…!!'⁠ 이번엔 붙들리면 정말 일 난다는 생각에 결국 눈물이 가득 고여 이 끝없는 어둠이 끝나길 바라며 달리고 또 달렸다.⁠⁠'정말로 이게 무슨 일이야!!'⁠ 설태하를 만난 이후 계속 이런 일에 휘말리는 것 같은 느낌은 그저 자신의 착각인가? 숨이 차올랐지만 점점 크게 울리는 주정뱅이의 목소리에 숨 고를 틈도 없이 달리던 하이담이 돌에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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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그래, 같이.

⁠⁠ 하이담의 집 근처의 편의점 앞에 앉아 아직 진정되지 않은 가슴을 진정하기 위해 따뜻한 음료를 먹는 하이담의 두 눈은 퉁퉁 부어있었다. 그리고 그 퉁퉁 부은 눈앞에는 가게 때와 달리 퍽 곤란해 보이는 설태하의 얼굴이 담겼다.⁠"그러니까, 내 말은―."⁠ 여전히 코를 훌쩍이며 말하는 하이담을 보며 설태하가 음료수와 함께 산 물티슈를 툭 던졌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받아 코를 '휭―' 하고 풀고는 한결 시원하다는 듯한 얼굴로 다시 말을 이었다.⁠"설이현은… 동생 신경도 안 쓰고, 제 할 일 잘만 하면서 지내는데… 너만 설이현에게 너무 얽매이는 게 안쓰러워서 그랬어."⁠ 그 말에 설태하의 표정은 또다시 굳어졌다. 아마 자신은 평생 저 얼굴로 살아와서 모를 것이다. 자기 얼굴이 굳어지면 굉장히 사납고 무섭다는 것을. 그럼에도 꿋꿋하게 할 말은 해야 했기에 하이담이 음료를 꽉 쥐며 설태하를 노려봤다.⁠"네가 그럴수록 설이현은 더 의기양양하겠지! '언제나 내가 수습해야 하는 별 볼 일 없는 동생'이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어!"⁠ 정말로. 그때 카페에서 만난 자신에게 했던 말을 곱씹어 생각하면 평소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은연중에 그렇게 느끼고 있으니 그다지 친하지도 않은 자신에게도 그렇게 이를 들어내 보이며 말했을 것이다. 자신에게도 이런다면 하물며 집안의 사람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땠을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혼자 그 넓은 집안에서 상처받고 외면받았을 설태하를 생각하면 자신의 말이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해답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스스로는 마음 편하게 자유롭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되는 마음에서 한 말이었지만… 인정했다. 자신도 아무것도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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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이쪽과 기싸움.

⁠⁠"그랬어?""나 진짜 무서웠어."⁠ 연하늘에게 달라붙어 칭얼거리자, 아이를 돌보듯 익숙하게 등을 토닥이며 진정시켰다.⁠"그러지 말고, 이참에 이석이 오빠 불러서 그 동네 기강 좀 잡아.""… 아니. 그전에 내가 끌려갈지도.""아."⁠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라 연하늘이 헛기침하며 말을 아꼈다. 그리고 실없는 대화를 이어가며 다시 근무 시간이 다가오자 하이담이 절망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인 채 연하늘의 손을 놓지 않았다.⁠"이담아…."⁠ 연하늘이 그 표정에 맞추듯 안쓰러운 표정을 하며 헤어지면 못 볼 사이처럼 하이담의 목덜미를 강하게 끌어안자 하이담도 연하늘을 강하게 끌어안고는 두 사람 다 만족한 듯 떨어지고는 서로 엄지를 척 내밀었다.⁠"…… 뭐 하냐?"⁠ 그리고 그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된 설태하가 기가 찬 표정으로 발걸음을 멈추고 둘을 바라봤다. 쏟아지던 잠이 달아난 것 같았다.⁠"아! 동생!""동생? 아… 이 애가….""아, 인사해. 이쪽은 내 친구 연하늘."⁠ 생글생글 웃는 얼굴 옆에 단아하게 미소 짓고 있지만, 무언가 미묘한 느낌에 가뜩이나 타인을 대하는 것이 서툰 설태하가 대충 심통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만 까딱하자 연하늘이 잘게 웃음소리를 냈다.⁠"동생이 형을 닮아서 버르장머리가 없는 건가?"⁠ 가시가 박힌 말에 설태하가 움찔하자, 하이담이 괜히 팔꿈치로 설태하를 툭툭 밀치며 연하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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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저쪽과 기싸움.

⁠⁠"오호…."⁠ 카페 사장이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온 연우주를 보며 연신 감탄을 내뱉는 것이, 사장의 뒤로 알바생들이 자신을 힐끗힐끗 보는 시선들이 슬슬 부담스러웠다.⁠"쌍꺼풀 없이 잘생기기 힘든데 말이야. 꼭 어릴 적 나보는 거 같네!"⁠ 사장의 말에 알바생들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가 다시 연우주에게 고정됐다. 눈치 없이 들어오는 손님들에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그럼 이제 말하는 데는 문제 없고? 아무래도 카페다 보니, 말할 때가 다른 곳보다 많아."⁠"네. 이제 괜찮아요."⁠ 사장이 퍽 만족한 웃음을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언제 나올 수 있냐는 물음에 연우주가 대답하려다 망설이는 것에 사장이 의아한 표정을 했다.⁠"그… 죄송합니다. 미처 처리하지 못한 일정이 있어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연우주가 공손하게 인사하며 카페를 나가자, 알바생들이 잔뜩 기대한 눈빛으로 사장을 바라보다 이마를 부여잡은 사장의 모습에 눈빛이 싹 변했다. '내일부터 출근할게요.'가 뭐가 힘들어서 말하지 못한 건지 연우주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강하게 손을 쥐었다. 햇빛이 짱짱한 낮임에도 불구하고 오한이 드는 건지 몸이 점점 차가워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특히 손이 하얗다 못해 시체처럼 시퍼렇게 변한 것에 잘게 한숨을 쉬며 우선은 집으로 돌아가려다 눈에 보인 대형서점에 들어섰다. 아무래도 서점이다 보니 고요한 분위기가 마음을 안정시키는 느낌에 괜히 기웃거리다가 본능적으로 향한 발걸음에, 점점 진하게 맡아지는 꽃냄새에 놀라 발걸음을 멈췄다.⁠'미련, 미련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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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조금 다르네.

⁠⁠⁠⁠ 쌍둥이의 추천으로 계약직이 된 이후, '낙하산'이라는 딱지와 그 특유의 성격으로 온갖 부조리함을 겪게 해서 미안한 마음을 자신에게 털어놓던 연하늘이 떠올랐고, 그 생활을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자신도 함께 지낸 세월이 얼만데…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너, 그거 말고 이거 먹어.""왜?""또 칠칠찮게 흘릴 게 뻔해.""넌 날 뭐로 보는 거야?""뭐로 보긴. 칠칠히 호박으로 보지.""우주야, 들었어? 얘가 나보고 자꾸 호박이래~!!"⁠ 하지만 이런 남자와 어울리고 있다는 소리는 쌍둥이에게서 듣지 못했다. 한눈에 봐도 행실이 좋지 못해 보이는 모습은 그가 어떤 생활을 하는지 어림짐작하게 했고 설태하가 하이담에게 하는 행동이나 말투를 보아하니 우리의 가장 소중한 친구를 괴롭히는 것은 아닐까 싶어 따라왔지만 아무래도 자기 생각과는 조금 달라 보이는 두 사람이었다.⁠"걱정하지 마. 이쁘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저런 말을 하는 연우주를 보며 질색하는 표정을 한 설태하가 하이담을 힐끗 바라보자, 괜히 얼굴이 붉어진 채로 팔을 자신의 팔꿈치로 쿡 찌르는 행동에 어처구니가 없어 괜히 찬물만 들이켰다.⁠"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묘한 분위기를 깨는 종업원의 말과 함께 음식이 한가득 나왔다.⁠"아!""거 봐라, 흘린다고 했지? 이거나 먹어."⁠ 설태하가 그럴 줄 알았다며 혀를 차고는 하이담의 앞에 놓인 음식을 자연스레 자신의 것과 바꾸는 설태하를 보며 하이담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리고 설태하는 틱틱거리는 것과 달리 하이담의 그릇에 고기를 잘게 썰어 넘기는 모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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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그런 거 였어?

⁠⁠⁠⁠⁠ 그 말에 머리가 번뜩였다.⁠'내가 연상답지 않아 그런 것이었나?'⁠ 오늘 식당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일리는 있었다.⁠"…… 야.""응?""휴가… 언젠데?""너희 시험 끝나고 방학일 때?"⁠ 그렇다면 앞으로 이틀 후.⁠"얼마나?""일주일?""본가는 어딘데?""여기서는 조금 멀지. 그래도 여기 온 이후로 내가 간 적이 없으니… 이번엔 가야지.""일주일 내내?""아마?"⁠ 이미 마음은 본가로 간 건지 오랜만에 실컷 놀고먹고 오겠다고 들떠서 말하는 하이담을 빤히 바라보던 설태하의 목구멍은 간질간질했다. 게다가 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연하늘과 연우주도 함께? 그렇다면 하이담은 그 털이 부숭부숭난 형제와 눈매가 사나운 쌍둥이와 일주일 내내 함께 붙어 있다는 소리인가? 그것은 정말이지 짜증이 난다.⁠"아니 뭐… 할 말 있어?""나, 나, 나도 갈래!""엥? 어딜? 우리 집에??"⁠ 목이 새빨개진 설태하가 대꾸 없이 괜히 하이담의 시선을 노골적으로 피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하이담은 조금 당황했지만 썩 나쁘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사회성을 길러주기도 좋을 것 같기도 한 마음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넌 괜찮아?""내가 어디에 있던 신경 쓰는 사람 같은 건 없다고.""좋아!"⁠ 그 말에 되레 설태하가 놀란 표정으로 하이담을 쳐다봤다. 솔직히 '네가 뭔데?'라는 뉘앙스로 거절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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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휴가.

⁠⁠"… 하루만 있다가 가야 해? 표 안 끊어놨는데?"⁠ 시험이 끝이 나고 겨우겨우 기다리던 휴가가 시작되는 날. 빈손으로 덜렁 온 설태하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했다.⁠"무슨 소린데?""짐은? 안 챙겼어?""무슨 짐? 너도 없잖아.""난 우리 집 가는 거니까…?"⁠ 아차 했다. 애초에 이런 식으로 다른 지역으로 가보는 것도 처음이고 외지로 간다는 설렘과 걱정에 그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 설태하가 괜한 민망함에 혀를 차며 시선을 돌리자 하이담이 그것을 얼추 눈치채고는 아무렇지 않게 설태하의 팔을 끌었다.⁠"늦어. 빨리 가자. 늦으면 하늘이가 화낼 거야.""짐은 어쩌고!""뭐, 오빠들 옷 입어.""남의 옷을 입으라고!?""… 그럼 내 옷 입을래?""장난해!?"⁠ 결국 버럭 성을 내며 하이담의 뺨을 제 손으로 꾹 누르자, 그 모습에 웃으며 괜찮다는 듯이 그 팔을 이끌었다.⁠"걱정하지 마.""뭘?""하늘이랑 우주도 안 챙겨 왔을걸? 급한 건 근처 마트에서 사면 돼. 그렇게 촌 동네가 아니야."⁠ 미심쩍은 표정으로 하이담에 질질 끌려온 기차역은 TV나 책 속에서만 봤지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라 몸이 바짝 굳는 동시에 긴장되어 주위를 살피며 하이담의 옆에 바짝 붙어 어미를 따르는 새끼 오리처럼 졸졸 따랐다.⁠"이담아, 여기!"⁠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에 뛰어가는 하이담을 뒤따라가자, 그 말처럼 연하늘과 연우주도 짐 대신 하이담의 형제들에게 줄 선물만 잔뜩 들고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기차로 올라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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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마트라고?

⁠⁠"어때? 괜찮지?""아무것도 안 보이잖아."⁠⁠ 정말로, 그 흔한 패스트푸드점이나 식당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휑한 대신에 그쪽에서는 볼 수 없는 경관이 눈앞에 펼쳐졌다. 덤으로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하는 벌레들도. 어린아이처럼 통통 뛰면서 설태하의 손을 잡고 향한 곳은 마트가 아니었다. 인근 낡은 약국에서 갑자기 들어가더니 노인과 반갑게 인사하더니 받은 약을 의아한 표정인 설태하의 입에 털어 넣고는 그대로 다시 팔을 이끌었다.⁠⁠"으엑! 뭘 집어넣은 거야!?""멀미약이야.""뭐?""너 멀미하는 거 같아서." 또, 또, 또.⁠ 하이담은 이렇게 쓸데없는 곳에서는 눈치가 빠르다. 기차를 탄 순간부터 하이담이 몰아치는 터에 제대로 상황 파악할 새도 없이 이리저리 휩쓸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스스로가 놀랄 만큼 그 느낌이 싫지는 않았다.⁠⁠"그러니까, 고기!!""아니, 샀잖아.""그거 말고 다른 거!""쪽지에 안 쓰여 있는데?""괜찮아. 괜찮아!"⁠ 처음 오는 대형마트였다. 처음 잡아본 카트가 익숙해지기도 전에 쪽지에 적혀있지 않은 것도 마구잡이로 넣으며 다니는 하이담의 뒤꽁무니를 쫓았다. 괜히 어색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 생각도 없는 물건은 괜히 만지기도 하고 쳐다보기도 했다.⁠"동생! 뭐 간식 살래? 좋아하는 거 있어?""너무 많이 사는 거 아니냐?""그래도 다섯 명에 일주일이면… 더 사야 할 것 같은데. 냉장고에 있는 것 합쳐도….""다섯 명?""짐꾼이 돼줄 거니까, 특별히 네가 먹고 싶은 거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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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아무리 봐도.

⁠⁠ 양손 한가득 짐을 들고 도착한 곳은 사람이 없는 물가였다. 미리 도착해 있던 쌍둥이가 자리를 잘 잡아 놓고 이미 가벼운 옷차림으로 갈아입은 채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하늘아! 우주야! 우리 왔다―!!""… 뭐가 이렇게 많아?"⁠ 연하늘이 조금 놀란 표정을 하며 설태하의 손에 있는 짐들과 하이담의 얼굴을 슬쩍 보더니 딱 봐도 자신이 준 쪽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분 따라 마구잡이로 집어넣은 것이 뻔해 '그거 하나 말리지 못하니?'라는 눈빛으로 설태하를 바라보다 자신의 팔을 이끌고 질질 끌고 가는 하이담의 힘에 끌려가면서도 설태하를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괜히 등골이 오싹했다.⁠'그러니까, 저 여자 대체 뭐냐고!'⁠ 괜히 소름이 돋아 몸을 부르르 떨고 짐을 대충 두고는 이리저리 둘러보다 여기서도 하이담의 뒤꽁무니를 쫓아 사이좋게 놀고 있는 두 사람 사이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아 연우주가 젖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앉아 있던 테이블로 슬쩍 옮겼다. 연우주가 그런 설태하를 힐끔 보고는 미리 챙겨 온 옷을 건넸고 그 옷을 빤히 바라보던 설태하가 살짝 고민하다 이런 상황에 익숙지 않은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 그 자리서 냉큼 옷을 갈아입는 것에 연우주가 놀라 눈을 깜빡였다. 생각보다 다부진 몸에 마냥 철없고 날티나는 어린애 같은 설태하가 아주, 아주 조금은 성인이 맞긴 하다는 생각과 함께 정말로 저런 설태하가 그 설이현의 동생이라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뭐야? 뭘 보는데?""전에도 느꼈는데. 너 버릇없어."⁠ 하이담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 그저 어린애 같지만, 확실히 기본적으로 사람을 적대시하고 버릇없이 행동하기는 했다. 당장 자신이나 연하늘에게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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