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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기다려, 늑대: Chapter 41 - Chapter 50

64 Chapters

41. 익숙하게.

⁠⁠ 결국 하이담의 손에 이끌려 물놀이하게 된 설태하가 어색하게 씻고 나오자, 넓은 집은 네 명이 들어와도 주인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썰렁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상황이 몹시 불편한 설태하와 달리 나머지는 익숙한 건지 남아 있는 집안일을 하거나 청소하며 각기 할 일을 하고 있었고 멋쩍은 설태하가 아직 물기가 젖은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돌린 곳에는 유리 선반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하이담의 어린 시절 사진이었다.⁠"어리네."⁠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하이담이 아마 제 형제 것으로 보이는 큰 옷을 입고 짓궂게 웃는 얼굴이라든지, 입학식 사진이라든지… 일상을 담은 사진을 보니 항상 웃고 있는 사진들 속에 유일하게 혼이 난 건지 심드렁한 마찬가지로 교복을 입고 있는 하이석의 옆에서 울고 있는 사진이 눈에 띄었다.⁠"귀엽지?""헉!" ⁠ 기척 없이 다가온 연하늘에 놀라 쿵쿵거리는 가슴을 부여잡자, 아무래도 연하늘은 설태하 놀리기에 재미가 들린 건지 키득키득 웃으며 선반에 놓여 있는 사진들을 바라봤다. 그 속에는 당연하게도 어린 연하늘과 연우주와 찍은 사진도 가득 있었다.⁠"이렇게 웃게 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모를 거야.""무슨 소리람, 맨날 바보같이 헤실헤실 웃는데."⁠ 물론 그때 주정뱅이 일은 별개다. 그때를 제외하면 하이담은 늘 웃고 있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는 설태하를 바라보던 연하늘의 눈가가 가늘게 휘었다. 쌍둥이 아니랄까 봐 우습게도 그 표정은 연우주와 똑 닮았었다.⁠"무, 뭔데!""동생, 내가 연상이라고 하지 않았나?"⁠ 싱긋 웃지만, 가시를 마구 뿜어내고 있는 연하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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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좋은 아이?

⁠⁠"설이현!! 그 녀석은 정말이지 너무 싫어!! 이기적이고! 재수 없고! 인간미 없어!! 사람으로 빵점이라고!!"⁠ 술에 취한 건지, 얼굴이 붉어진 채 연우주가 캔을 강하게 내리치며 뜬금포로 뱉은 말에 연하늘이 웃었고 하이담이 괜히 힐끔 설태하를 바라봤다. 하지만 설태하도 술에 취한 건지 분위기에 취한 건지 순전히 설이현을 욕하는 것에 만족한 건지 고개를 격렬하게 끄덕이는 모습에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뭐? 하늘이 옆에 있는 도움도 되지 않는 사고뭉치들?""맞아. 그랬어.""지는. 하늘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 주제에."⁠ 설이현 특유의 예민함과 결벽증을 비꼬며 말하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설태하는 그간 응어리진 것이 많은 듯했다.⁠'그럴 만하지.'⁠ 설이현은 고교 시절 성적도 좋고 모범 생활 그 자체인 연하늘 곁에서 성적도 낮고 껄렁거리며 사고 치는 하이담과 연우주를 싫어했다. 한 번은 대놓고 '왜 연하늘 옆에서 얼쩡거리냐. 너희 존재가 연하늘에게 민폐다.'라는 소리를 우리 앞에서 했었고 그날 학교는 전쟁이 일어날 뻔했다. 물론 학교 절대 권력인 왕자님을 이길 수는 없었겠지만, 그렇다고 한 성격 하는 연우주가 그냥 넘어가는 타입은 아니라 하이담이 자신의 1.5배는 큰 연우주를 온몸으로 막아선다고 꽤 고생했다. 아무리 슬랜더라고 해도 한참 성장기의 남성을 홀로 막을 수는 없었다. 물론 그 사건은 당사자인 연하늘이 지나가다 '안돼.' 한마디로 쌍둥이를 제압해 싱겁게 끝나버렸지만 정말로 일촉즉발인 상황에, 근처에 있던 모두가 바짝 긴장했었다.⁠"그게 아직 상처로 남아서는."⁠ 하이철이 씻고 나와 머리를 말리며 연우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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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모지리 동생.

⁠⁠ 확실히 하이철과 하이담을 보고도 느꼈지만, 지금도 저 다정한 형제의 모습에 입속도 마음속도 바짝바짝 말랐다. 역시 자신이 보고 있는 세상과 하이담이 보고 있는 세상은 달랐다. 그것이 설태하와 하이담 사이에 그인 지워지지 않는 선이란 생각이 들었다.⁠"그보다 같이 온 그 아이… 처음 보는 아이인데. 새로 사귄 친구야?""일하는 학교의 학생인데, 이리저리 잘 맞아서 친해졌어."⁠ 천만다행이도 하이석이 집에서 자고 갔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은 건지 평온하게 미소를 짓는 모습에 내심 안도하는 자기 모습이 찔렸다. 하이철은 다정하고 책임감이 강하지만 그만큼 자신에게도 형제들에게도 엄격했다.⁠"―남자 친구?""에이, 아직 어린애잖아.""어린아이여도 사내지 않나, 미리 언질을….""그러지 마, 기껏 새로 사귄 친구 없어져. 내가 외딴곳에서 홀로 지냈으면 좋겠어?""그 정도 사내라면 차라리 지금 나가떨어지는 것도 좋지.""아! 오빠―!!"⁠ 하이담이 허벅지를 찰싹 때리며 투정을 부리자, 재밌다는 듯이 쿡쿡 웃으며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 감히 제삼자는 허락하지 않는 분위기였다.⁠"하지만 쌍둥이와는 결이 좀 다른데. 형제와 사이가 안 좋아?""뭐 여러 가지 집안 사정이 있나 봐."⁠ 설태하를 처음 본 순간부터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것이 혹여나 소중한 하이담에게 탈이 날까 걱정이기는 했지만 막상 하이담은 아무렇지 않아 하는 것에 괜히 찬물을 끼얹을 필요도, 하이담의 말처럼 안 그래도 홀로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는 것이 신경 쓰이는데 제 일이 확실한 연하늘과 이제 겨우 귀국한 연우주에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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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강아지인가, 늑대인가?

⁠⁠ 나른한 낮, 소파에 누워 캔맥주를 마시는 하이석과 그 옆에 나란히 앉아 과자를 먹고 있는 연우주, 그리고 떨어진 소파에 앉아 멍하게 있는 셋의 모습이 우스웠다. 하필이면 장을 보러 간다고 나간 연하늘과 하이담의 빈자리가 새삼 느껴졌다. 슬슬 채널 속 이야기도 재미없어질 때쯤, 하이석이 하품하며 설태하를 슬쩍 바라보며 입을 뗐다.⁠"그리고 보니, 연우주― 요즘 어때?""아르바이트 알아보고 있어요.""아니, 그거 말고. 하이담이랑.""이담이랑요? 뭐요?"⁠ '하여간 띨빵해.'라고 말하는 눈빛을 뒤늦게 읽은 건지 하이석을 바라보다 설태하를 가늘게 바라보며 헛기침했다. 아무래도 이 분위기에 장난을 치고 싶어 간질간질한 건지 입술이 움찔거리고 있었다.⁠"하이담이 너 좋다고 했잖아~ 첫사랑 아냐? 첫사랑."⁠ 결국 참지 못하고 시시덕거리며 말하는 모습에 연우주가 옆머리를 슬쩍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음을 흘렸다. 하이석은 저 설태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하이담이 없을 때 괜히 건드려서는 안 될 듯했다.⁠"슬슬 결혼할 나이 아닌가?""아직 이르죠.""이르다고? 옛날 같았으면 이미 애가 셋이야~""그러는 형도 아직 안 했잖아."⁠ 연우주가 이번에는 짜증을 담아 어린 시절처럼 시건방지게 대답하자 하이석의 시선은 눈만 깜빡이는 설태하에서 연우주로 옮겨갔다.⁠"내가 너 같이 생겼으면 벌써 했지.""…… 이른다?""말이 그렇다는 거지. 뭐~ 그보다 넌 언제 크냐? 아직 풋내기잖아.""풋내기 아니거든, 요."⁠ 설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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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다른 세계.

⁠⁠"동생! 동생!! 설태하―!!""혼자 갈 수 있어. 편의점 위치 알아.""알아."⁠ 자신의 말 의미를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지, 자연스레 자기 팔을 붙잡아 따라오는 하이담에 저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보폭이 느려지고 좁아졌다. 설태하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  하이담이 설태하를 슬쩍 올려보자, 평소와 분위기가 달랐다.⁠'역시 이상해.'⁠ 설태하의 시선은 평소와 달리 애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뭐 불편한 거 있어?""아니.""첫째 오빠가 나 몰래 잔소리했어?""아니.""그럼 하이석이 뭐라고 했어?""아니.""그럼 내가 뭘 잘못한 걸까나?""아니라고!!"⁠ 끈질긴 물음에 결국 화를 버럭 내다 마주한 하이담의 시선을 다시 피하고 빠른 보폭으로 걸어가는 모습에 역시 무언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그 손을 강하게 잡아 이끌었다.⁠"뭐야!"⁠ 다짜고짜 설태하의 손을 질질 끌고 간 곳은 목적인 편의점이 아닌 숲길이었다. 갑자기 왜 이런 곳으로 오는지 이상하지만 멈춰 세울 수 없어 그저 질질 끌려갔다. 생각해 보면 어느 순간부터 설태하는 하이담의 행동을 멈출 수가 없었다.⁠"짠, 여기는 내 비밀 장소야."⁠ 그렇게 멍하니 끌려온 곳은 멀리 바다가 보이고 꽃과 잔디가 바람에 흔들리는 들판이었다.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 무성하게 자란 풀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와 냄새가 생생하게 느껴졌다.⁠"왜 나를 여기에 데리고 온 건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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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보이지 않는 선.

⁠⁠ 설태하의 말을 이해하는 건 쉬운 듯하면서 어려웠다. 하이담의 미간이 찌푸려지자, 설태하가 자기 손가락으로 미간을 쿡 찌르고는 다시 바다를 바라봤다.⁠"… 너는 네 가족들이랑 친구들에게 사랑받으면서 행복한 세상에서 잘 지내고 있는데, 나 때문에 괜한 추접스러운 세상에 얽힌 거 같아서 그랬다. 왜!"⁠ 괜히 울컥한 마음에 소리치자, 막상 하이담은 놀란 건지 아무런 대꾸 없이 자신을 고요하게 바라봤다. 그 시선이 민망해 입을 꾹 닫고 시선을 돌려 괜히 죄 없는 풀을 쥐어뜯으며 무슨 말이라도 나오길 기다렸는데 석양이 거의 머리끝까지 바다에 삼켜질 때까지 하이담은 아무런 말 하지 않고 멍하니, 그저 멍하니 바다를, 석양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오빠들이 좀 유별나긴 하지?""그런 의미는 아닌데, 유별난 거 같기도 해."⁠ 그리고 한참 뒤에 나온 말에 설태하가 건성으로 대답하자 웃음이 터진 건지 입을 꾹 닫고 웃음을 참던 하이담을 보며 결국 참지 못하고 먼저 물었다.⁠"애초에 대체 뭐야? 부모의 흔적은 하나도 없고! 연우주와 넌 무슨 사인데! 언제부터 친해진 건데!?"⁠ 입이 터지자, 속에 꽁꽁 넣어두었던 말들이 모조리 튀어나왔고 튀어나온 말에 설태하가 꼭꼭 숨기고 있던 것들이 이런 것들이었구나 싶어 하이담이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그게 말야….""뭐!""나, 6살인가? 7살 때 이곳에 버려졌어.""… 뭐?"⁠ 또 거짓말을 하는 건가? 밤새 보던 드라마나 영화 따위의 이야기를 하는 건가? 한껏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자신을 보는 시선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 팔뚝을 몇 번 두드리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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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지워진 선.

⁠⁠ 아직도 할 말이 많은지 옛 추억을 주절주절 이야기하며 질질 끌려오다 갑자기 우뚝 멈춘 설태하의 넓고 딱딱한 등에 얼굴을 부딪쳐 앓는 소리를 내며 고통을 삼키자, 설태하는 어느새 뒤를 돌아 자신을 내려보며 파르르 떨리는 입술이 찢어질 듯 깨물고 있었다.⁠"지금 아픈 게 누군데!"⁠ 괜히 선수 쳐 왕 질러버리자, 설태하의 표정은 어딘가 긴장한 듯해 보였다. 길을 잃은 것도 아니다. 아파 보이지는 않는데… 혹시 카드를 잃어버린 건가?⁠"설태―.""지금.""응?""지금 내가…. 너랑 나 사이에 느꼈던 선…이."⁠ 설태하는 평소와 달리 시선을 맞추지 않고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사라진 거 같다고 하면… 너는 내가… 혐오스럽…냐?"⁠ 덜덜 떨리는 목소리는 익숙한 듯 낯설었다. 자신과 다른 세상에서 사는 줄 알았던 여자가 알고 보니 자신처럼 버려졌던 사람이라는 것에 자신과 별 다를 바 없다고 느낀 것에 동질감을 느끼며 기뻐한 스스로가 혐오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그런 건… 좋은 애가 아니잖아."⁠ 다른 사람처럼 하이담도 자신을 혐오할까 봐 걱정됐다. 이런 감정은 설태하 인생에 처음이었다. 미움받으면 미움받는 대로 혐오 받으면 혐오 받는 대로 그저 그렇게 살아왔다.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이담이 없어도 설태하는 늘 그랬듯이 잘 살 수 있다고.⁠"애초에 좋은 놈이 아니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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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변했나?

⁠⁠ 짧은 휴가가 끝이 나고 돌아온 집은 좁고 허전했으며 익숙했다. 하이철이 가득 싸준 반찬을 작은 냉장고에 꾸역꾸역 넣으며 오래간만에 느낀 고요함에 눈을 질끈 감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마지막에 엄한 일에 휘말리지 말고, 위험한 사람을 조심하고 이유 없이 호의를 보이는 사내를 멀리하라고, 어중간하게 동정하지 말라고 폭풍 잔소리를 하고서 출근한 제 오빠의 모습에 연하늘도 그렇고 그렇게 자신이 헐렁해 보이고 걱정스러운 건지 새삼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쉬었다.⁠"이유가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함께 데리고 간 설태하가 여간 신경 쓰였나 보다. 평소에도 걱정이 많은 편이라 적당히 넘기거나 들은 체만 했지만 지금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앞으로 하이철이나 연하늘의 말은 하나하나 허투루 넘기면 안 될 판국이었다.⁠"… 괜찮겠지?"⁠ 그런데도 무언가 마음이 한결 가벼운 느낌은 좋은 징조인 듯하면서도 신경이 쓰였다. 더불어 이번 휴가에 함께 지낸 설태하는 나름대로 경계심도 심하고 낯도 많이 가리는 연우주와도 잘 지내고 연하늘도 그렇게 싫어하지 않은 것 같은 거 보면 분명 본성은 다정하고 섬세한 아이라는 건데, 그런 아이가 설이현의 이야기만 나오면 그렇게 돌변한다는 것이 의아했다.⁠"아니, 그보다 설이현도 개? 진짜 안 어울리는데."⁠ 허공에 강아지 머리를 쓰다듬는 듯한 행동을 취하며 골똘히 생각했다. 자신이 어느 선까지 다가가야 하며, 무엇을 해줘야 하고 어디까지 알려줘야 하는지. 애초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알고 난 이후, 동질감을 느낀다고 순순히 자백한 설태하에게 말하지 못했지만, 자신도 그랬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소외된 설태하의 모습에 하이담의 어린 시절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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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장난할 기분 아닌데.

⁠⁠"아니지."⁠ 예로부터 이 무속 집안의 말도 안 되는 저주로 결혼 역시 집안사람끼리 혹은 집안 사정을 아는 일부 근접한 집안끼리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고 외부인과의 관계는 일절 없었다. 그 와중에 설태하가 유일무이하게 사생아로 태어난 것이다. 자신의 새끼가 짐승의 모습으로 태어나 충격받아 정신이 나가버린 어머니도, 거의 버림받은 채로 있던 설태하에게 다가간 유일한 존재인 설용범도 외부인을 만나 유배되었다. 외부인을 만나게 되면 위험하다는 것을 몸소 깨닫는 것이 설태하에게는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물론 자신이 친하게 지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은 했다만, 이런 상황을 바라고 한 말도 아니었고 이렇게 될 것으로 생각도 못 했다. 물론 하이담이 이 집안의 사정을 알고 있고 어찌 됐든 어른이니 그 하이담에게서 세상에 섞이는 것을 배우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한 말이었는데. 설태하는 세상에 섞이지 않고 하이담에게 섞여버렸다.⁠"이러다가 최악의 상황이 오면…."⁠ 설태하는 아마 두 번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기회를 잃고 여전히 제 형에게 복수만을 하기 위해 살아갈지도 모른다. 혹은 체념하고 집안에 돌아와 죽은 듯이 살지도.⁠"에휴, 생각하자. 민재야. 넌 할 수 있어!"⁠ 설민재가 손가락으로 머리를 콕콕 찌르다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을 알려주는 것을 깜빡해 서둘러 설태하에게 연락을 했지만 설태하는 받지 않았다.⁠⁠*  *  *⁠⁠ 설태하가 서둘러 하이담의 퇴근 시간에 맞춰 학교로 향했다. 공부하는 것보다 하이담을 만나러 더 자주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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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힘을 줘.

⁠⁠ 확실히, 본가에서도 하이석이 가르쳐 주는 것을 연우주와 달리 금방 따라 하고는 했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손재주도 있어 보였고 뭐든 금방 배우는 타입으로 보이긴 했다. 설이현과 다른 결로 천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두 눈에 보이는 광경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대뜸 손을 이끌고 간 곳은 집 근처 작은 마트였고, 대충 이것저것 집어넣더니 익숙하게 음식을 뚝딱 만들어 낸 것에 놀라 입을 떡 벌리자, 빨리 먹으라며 툴툴거리면서도 쑥스러워하는 모습은 자신이 아는 설태하가 분명히 맞는데, 괜히 평소와 조금 다른 느낌이 들어 심장을 꾹꾹 눌렀다.⁠"완전 맛있어!"⁠ 그 말에 만족한 듯 표정이 한결 밝아지는 것에 더욱.⁠"그보다 오늘, 같이 저녁 먹으려고 부른 건 아니었는데.""뭐? 그럼?""할 이야기가 있어서.""뭔데? 밥 먹으면서 하면 되지.""네가 밥이 넘어갈까 해서."⁠ 평소의 하이담답지 않게 조금 무겁게 말하는 모습에 설태하의 심장이 강하게 요동쳤다. 쥔 젓가락의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혹시 저 입에서 이제 이런 식으로 만나는 것은 관두자고, 평범하게 지내고 싶다고… 그런 말이 나올까? 지레 겁을 먹은 것이다. '말하지 마!'라고 말하고 싶은데 강하게 심장이 울리는 소리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나, 이번 주말에 설이현 만나.""………… 어? 뭐??"⁠ 실제로 나온 말은 더 충격이었다.⁠"… 둘이? 그놈을 왜!?""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던데… 나도 잘 몰라. 그래서 물어보려고.""뭘?""설이현― 지금 상황 알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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