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질 나는 세상 속에서, 오직 단 한 사람.그녀만이 이 더러운 섭리의 바깥에 존재하고 있었다.자신이 완벽한 자유를 선언하고 거대한 부를 안겨주었음에도, 그녀는 결코 고개를 숙이거나 타협하지 않았다.자신을 향해 거짓으로 미소 짓지도 않았고, 권력에 기대어 안락을 구걸하지도 않았다.그녀는 그저 그 차가운 방 안에서, 살을 에는 듯한 고통과 자신의 존엄을 묵묵히 끌어안은 채 가장 무겁고 굳건한 침묵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아가씨야말로…… 이 썩어빠진 세상에서 유일하게 고결한 존재이십니다.’이헌의 흔들리던 눈동자에, 맹목적이고도 광적인 신앙의 빛이 어리기 시작했다.그녀의 그 끔찍한 침묵과 증오조차, 이제 그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성역의 완벽한 증거로 다가왔다.그녀가 자신을 혐오하여 곁을 내어주지 않는 것마저도, 그녀가 이 더러운 세상에 물들지 않았다는 가장 확실하고 투명한 증명이었다.자리에서 일어난 이헌은 겉옷을 걸칠 생각도 하지 않고 비틀거리며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겨울밤의 찬 바람이 살갗을 날카롭게 베고 지나갔지만, 그는 뼛속까지 시린 추위조차 느끼지 못했다.그의 무거운 발걸음이 멈춘 곳은, 서연이 머무는 안채를 둥글게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외곽 담벼락 앞이었다.감히 처소 문앞까지 다가갈 용기조차 잃어버린 이헌은, 그저 짐승처럼 어둠 속에서 담벼락을 향해 손을 뻗었다.거칠고 차가운 돌담의 감촉이 그의 커다란 손바닥을 타고 서늘하게 전해졌다.“…….”이헌은 돌담에 이마를 기댄 채, 느리고 처절한 숨을 내쉬었다.담장 너머의 어딘가에는 그녀가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숨 쉬고 있을 터였다.‘이 얄팍하고 역겨운 세상의 권력자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18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