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회귀한 대군의 후회: Chapter 111 - Chapter 120

231 Chapters

[109화] 합법적 도륙(1)

 용상에 기대어 앉은 이도의 두 눈이 질끈 감긴 그 찰나의 순간.국문장에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절대적인 율법의 판결이 내려졌다.무고(誣告)와 왕실 능멸. 섭정을 역모로 엮으려던 그들의 덫은 이제 훈구파의 목줄을 옭아매는 사형장의 밧줄로 둔갑해 있었다.“금군은 들어라!”이헌의 서늘한 포효가 궐내를 뒤흔들었다.어명을 집행하기 위해 편전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무장한 금군들이, 이번에는 이헌의 하교를 받들어 군화 소리를 내며 전각 안으로 들이닥쳤다.“경국대전 형전의 율법에 따라, 도성에 거짓 고변을 사주하고 왕실을 기만한 죄인들을 당장 이 자리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하라!”이헌은 품에서 붉은 먹물이 그어진 명단 하나를 꺼내어 바닥에 사정없이 내던졌다.“좌참찬, 이조 참판, 형조 판서를 비롯하여 우의정의 측근 십여 명! 저 역적들의 관모를 벗기고 그 무릎을 꺾어 어전 바닥에 꿇어앉혀라!”“예, 섭정 대감!”금군들이 일제히 칼자루를 쥔 채 도열해 있던 훈구파 대신들을 향해 쇄도했다.편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이, 이거 놓지 못할까! 내가 누군 줄 알고!”“섭정! 아무리 그래도 어찌 어전에서 대신들을 짐승 다루듯 끌어낸단 말이오!”좌참찬이 핏대를 세우며 발버둥 쳤지만, 금군들의 억센 손아귀는 가차 없었다.퍽-!금군의 거친 손길에 좌참찬의 화려한 관모가 바닥으로 떨어져 나뒹굴었다. 상투가 헝클어진 대신들이 붉은 오라줄에 엮여 대리석 바닥에 강제로 무릎이 꿇려졌다.조선 건국 이래, 어전 한가운데서 십여 명의 최고위직 대신들이 한꺼번에 결박당하는 전대미문의 피바람이었다.“억울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Read more

[110화] 합법적 도륙의 완성(1)

 수많은 피와 절망을 먹어 치운 포식자의 걸음걸이.이헌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남은 단 하나의 사냥감, 김윤합의 핏발 선 눈동자에 서늘하게 꽂혔다.“자.”이헌의 입꼬리가 악마처럼 비틀려 올라갔다.“네놈의 사냥개들이 모조리 청소되었군.”“서, 섭정…….”김윤합의 목소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미세하게 떨렸다.“이제 네놈 차례다, 우의정.”이헌이 김윤합의 코앞까지 다가가, 그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내뱉었다.“서상서를 멸문지화로 몰아넣은 진짜 배후. 역모를 조작하고 도성에 헛소문을 퍼뜨려 왕실을 기만한 죄. 네놈이 빠져나갈 수 있는 모든 구멍은 내가 율법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아 두었다.”이헌의 핏빛 안광이 김윤합의 숨통을 완벽하게 옭아맸다.“그 더러운 혓바닥으로 어디 한 번 살려달라 빌어보아라. 서연 아가씨가 의금부의 차가운 바닥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겪어야 했던 그 끔찍한 지옥을, 오늘 이 자리에서 네놈의 살가죽에 고스란히 돌려주마.”더 이상 빠져나갈 틈은 없었다.왕의 비호도, 수족들의 방패도 모두 박살 났다.가장 완벽한 합법적 도륙을 마친 폭군의 서늘한 율법 통치가, 십 년 전의 그 악마를 향해 마침내 마지막 사형 선고의 칼날을 정조준하고 있었다.조선의 심장부, 궐내 편전에는 시체들이 뿜어내는 것보다 더 지독하고 무거운 사색(死色)이 내려앉아 있었다.거짓 증언과 얄팍한 덫으로 섭정을 옭아매려 했던 훈구파의 마지막 반격.그 거대한 모함의 성벽이, 이헌이 휘두른 교차 심문과 ‘디테일의 덫’ 앞에 단 반 식경(半食頃) 만에 완벽하게 가루가 되어 흩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Read more

[111화] 합법적 도륙의 완성(2)

 수십 년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있던 훈구파 고관대작들의 으리으리한 기와집들이, 들이닥친 흑위대와 금군들에 의해 쑥대밭으로 변하고 있었다.“무슨 짓이냐!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마루에 흙발로 오르는 것이냐!”“아이고! 저 비단은 명나라에서 들여온 귀한 것인데!”대문이 박살 나고, 곳간의 자물쇠가 뜯겨 나갔다.곳간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쌀가마니와 궤짝 가득 담긴 은표, 화려한 병풍과 비단들이 사정없이 마당으로 내던져졌다.적몰(籍沒). 반역을 꾀하거나 국고를 축낸 중죄인의 재산을 국가가 강제로 몰수하는 끔찍한 율법의 집행이었다.“끌어내라! 저놈들의 목에 오라줄을 묶어라!”금군의 호통과 함께, 비단옷을 겹겹이 차려입었던 양반가의 부인들과 자제들이 머리채를 잡힌 채 줄줄이 마당으로 끌려 나왔다.“우리가 어찌 천한 노비가 된단 말이냐! 아버님은 우의정 대감이시다! 놓아라!”“살려주십시오! 제발 목숨만은……!”평생 백성들의 고혈을 빨며 오만하게 군림했던 자들.그들의 화려한 옷깃이 진흙탕에 처박히고, 목과 양손에 굵고 거친 붉은 밧줄이 짐승의 목줄처럼 단단하게 묶였다.그들은 이제 양반이 아니었다. 관아의 노비로 끌려가 평생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노동을 착취당할 관노(官奴)의 신세였다.“…….”도성 한가운데 우뚝 솟은 누각 위.이헌은 팔짱을 낀 채, 저 아래 마당에서 벌어지는 참혹하고도 통쾌한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살려달라, 억울하다…….”이헌의 입술 사이로 얼음장처럼 차갑고 비릿한 미소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Read more

[112화] 닫힌 문과 타오르는 종이(1)

 다그닥, 다그닥!한양 도성의 텅 빈 칠흑 같은 밤거리를 가르며, 한 필의 흑마가 미친 듯이 질주하고 있었다.이헌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의 옆구리를 발뒤꿈치로 사정없이 걷어찼다.“이랴! 더 빨리! 더 빨리 달려라!”겨울의 살을 이는 칼바람이 그의 뺨을 베고 지나갔으나, 이헌은 추위조차 느끼지 못했다.그의 가슴팍 옷깃 속에는 빳빳한 종이 한 장이 고스란히 품어져 있었다.우의정 김윤합을 위리안치시키고 훈구파의 수족들을 완벽하게 도륙 낸 직후, 형조와 승정원을 압박하여 기어코 마련한 단 하나의 임시 신분보호 처분.[서상서 사건의 최종 재심과 국가적 복권이 확정될 때까지, 그 여식 서연에게 적용된 노비 문적의 효력을 잠정 정지하고 어떠한 관아도 함부로 그녀의 신병을 구속하거나 천인으로 처분하지 못하게 한다.]최종 복권이 이루어질 때까지 그녀를 지켜낼 가장 강력한 임시 법적 방패.어떤 권력자도 두 번 다시 그녀를 천민이라 손가락질할 수 없게 만드는 절대적인 방패였다.이 얇고 가벼운 종이 한 장을 얻어내기 위해, 이헌은 조정을 피바다로 만들고 수십 명의 목을 쳐내며 짐승처럼 질주해 왔다.‘아가씨. 적어도 이제는 누구도 함부로 아가씨를 다시 노비로 끌고 갈 수 없습니다.’이헌의 핏발 선 눈동자에 일순간 뜨거운 열기가 스쳤다.그의 굳은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며 호선을 그렸다.이 처분문서를 그녀의 손에 쥐여주는 순간, 적어도 최종 복권이 확정되기 전까지 다시는 누구도 그녀를 노비로 끌고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의 얼굴을 단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었다.히이잉-!거친 숨을 토해내며 흑마가 대군저 정문 앞에 우뚝 멈춰 섰다.“대군 자가! 당도하셨사옵니까!”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Read more

[113화] 닫힌 문과 타오르는 종이(2)

 이제 다 끝났습니다.”이헌은 품속의 판결문을 꽉 움켜쥐었다.이 종이 한 장만 보여주면, 그녀가 복수의 완성에 기뻐하며 자신을 조금은 용서해 주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기대감이 남아 있었다.하지만 방 안에서 흘러나온 그녀의 대답은, 이헌의 심장을 수만 개의 유리 조각으로 갈기갈기 찢어놓았다.“두렵사옵니다.”“……아가씨.”“자가의 그 서늘한 율법과 정치가…… 결국 이 세상 모든 사람을 피바다로 만들고 나서야 멈출 것 같아, 저는 매일 밤 숨을 쉴 수가 없사옵니다.”문 너머로 흑흑거리는 억눌린 울음소리가 번져 나왔다.“제 아버님의 복수를 핑계 삼아,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의 피를 뿌리셔야 만족하시겠습니까. 그 피비린내가 저를 더 지독한 지옥으로 끌어당기고 있음을 정녕 모르시옵니까……!”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이헌의 뇌리가 하얗게 부서져 내렸다.그는 멍한 눈으로 자신의 피 묻은 손을 내려다보았다.그녀는 복수심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었다.오히려 자신이 몰고 온 또 다른 피바람과 정치적 광기에 질식할 듯한 공포와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그녀의 복수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이헌은 그저 또 다른 괴물이 되어 그녀의 세상을 온통 핏빛으로 물들이고 있었을 뿐이다.‘이 종이를 보여준다면…….’이헌은 품속의 판결문을 꺼내어 허공에 든 채 바들바들 떨었다.‘아가씨는 이 깨끗한 종이에서…… 내가 도륙 낸 수십 명의 잘린 목과, 피눈물을 흘리며 끌려간 자들의 비명만을 보게 되겠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Read more

[114화] 투명한 목줄(1)

 조정의 심장부에서 벌어진 핏빛 숙청.훈구파의 영수 김윤합이 위리안치되고, 그의 수족들이 모조리 참수당하거나 관노비로 끌려가면서 중앙의 권력 카르텔은 완벽하게 궤멸했다.하지만 권력이란 썩은 고기를 파먹는 구더기와 같아서, 한 곳을 불태우면 반드시 다른 어두운 곳으로 숨어들어 꿈틀거리기 마련이었다.“……한양으로 올라오던 조운선(漕運船) 세 척이 연달아 침몰했다라.”집무실 취선당. 이헌은 호조에서 올라온 긴급 장계를 서안 위로 툭 던지며 혀를 찼다.“예, 자가. 충청도와 전라도에서 세곡을 가득 싣고 오던 배들이었사옵니다. 보고에는 풍랑을 만나 암초에 부딪혔다고 적혀 있으나, 시기가 너무도 기묘하옵니다.”흑위대장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단순한 풍랑이 아니지.”이헌의 눈동자에 서늘한 냉소가 스쳤다.“도성에서 살아남은 우의정의 잔당들. 그 쓰레기들이 지방으로 숨어들어 각 도의 관찰사 및 토호들과 결탁한 것이다. 그들은 십 년 전, 서상서를 모함할 때도 평안도의 쌀을 빼돌려 사리사욕을 채웠지.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이번에는 아예 지방의 세곡을 통째로 착복하며 내게 반기를 들 준비를 하는 게야.”“세곡을 착복하고, 그 돈으로 사병과 용병을 기르고 있다 하옵니다. 만약 지방의 군사들이 연합하여 한양으로 진격한다면……!”“반란을 일으키시겠다?”이헌은 턱을 괴고 헛웃음을 흘렸다.“어설픈 경제적 사보타주(Sabotage)로 중앙 정부의 돈줄을 말리고 조정을 마비시켜 보겠다는 얄팍한 수작이로군. 한양의 권력이 자신들의 숨통을 조여오니, 지방에 거대한 카르텔을 형성해 맞불을 놓겠다.&rdq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Read more

[115화] 투명한 목줄(2)

 어전을 뒤흔드는 벼락같은 선고.그것은 지방에서 벌어지는 모든 돈과 쌀의 흐름을 중앙 정부의 돋보기 아래 강제로 끌어다 놓는 ‘금융 추적 시스템’의 완성이었다.“서, 섭정 대감! 그것이 가당키나 한 법안이옵니까!”간신히 살아남은 훈구파의 잔당 중 하나인 호조 참판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튀어나왔다.“조선의 토지는 대대로 문중의 이름이나 노비의 이름으로 나누어 관리하는 것이 관례이옵니다! 어찌 그것을 모조리 실명으로 전환하며, 그 방대한 장부를 매달 한양으로 올리란 말이옵니까! 지방의 토호들과 관찰사들이 들고일어날 것이옵니다!”“들고일어난다.”이헌의 핏발 선 눈동자가 호조 참판을 서늘하게 꿰뚫었다.“내 세법을 거부하고 반발한다는 것은, 곧 자신들이 이름을 숨겨야만 하는 더러운 돈을 굴리고 있으며, 장부를 속여 중앙의 세곡을 빼돌리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 아니더냐.”“그, 그것은……!”“떳떳하다면 실명을 쓰지 못할 이유가 없고, 훔치지 않았다면 장부를 올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이헌은 들고 있던 세법 개정안을 호조 참판의 발밑에 거칠게 내던졌다.“당장 이 법안을 방에 붙이고 전국 팔도의 관아로 파발을 띄워라. 기한은 딱 보름 주겠다. 보름 안에 실명으로 전환되지 않은 지방 토호들의 토지는 모두 국가의 소유로 강제 귀속시킬 것이며, 장부를 올리지 않는 관찰사는 즉각 역적으로 간주하겠다.”자비란 없었다.칼로 목을 치는 것보다 훨씬 더 끔찍하고 잔혹한 공포.자신들이 평생을 걸쳐 엮어낸 비자금과 차명 재산이 백일하에 드러나거나, 아니면 모든 재산을 국가에 빼앗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3
Read more

[116화] 돈줄의 종말(1)

 허나, 그 배가 침몰했다고 보고된 정확히 이틀 뒤.”이헌의 손가락이 장부의 한 줄을 강하게 짚었다.“한양 최대의 거상인 송상의 비밀 창고로, 출처가 불분명한 백미 오만 석이 야밤에 반입된 기록이 여기 명백히 남아 있사옵니다!”“……!”이도의 두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고, 대신들의 입에서는 경악에 찬 헛바람이 새어 나왔다.“단순한 우연이 아니옵니다.”이헌은 쉴 틈 없이 다음 장을 넘겼다.“그 백미 오만 석은 송상의 이름으로 즉각 은표 십만 냥으로 세탁되었고, 그 은표는 명나라 상인들을 통해 대량의 조총과 화약으로 교환되어 다시 경상도와 전라도 관찰사의 본가로 흘러 들어갔사옵니다.”숨 막히는 교차 검증.현대 경제 사범들의 자금 세탁 경로를 추적하는 끈질기고도 완벽한 기법이, 한양 거상들의 비밀 장부 속에서 엽전 한 닢의 오차도 없이 그 추악한 실체를 드러냈다.“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시겠사옵니까.”이헌이 옥좌를 향해 서늘하게 포효했다.“지방 관찰사들은 세곡을 바다에 버린 것이 아니라, 한양의 거상들과 결탁하여 국가의 재산을 훔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거상들은 훔친 쌀을 돈으로 바꿔, 반란군의 무기를 대주는 극악무도한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옵니다!”“네, 네 이놈들……!”이도가 분노로 몸을 부들부들 떨며 용상의 팔걸이를 내리쳤다.단순한 조세 포탈이 아니었다. 한양 도성 한복판에서, 임금의 코밑에서 반란군의 군자금이 버젓이 세탁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도에게도 끔찍한 공포였다.“흑위대장은 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3
Read more

[117화] 철퇴의 심판(1)

 한양의 자금줄이 완벽하게 끊어지자, 지방을 집어삼키려던 반란의 불길은 허무할 정도로 빠르게 사그라들었다.용병들에게 줄 은표도, 군사들을 먹일 쌀도 없는 진영은 그 자체로 지옥이었다. 군사들은 무기를 버리고 야반도주했고, 거창하게 동맹을 맺었던 토호들은 서로에게 칼을 겨누기 시작했다.결국 전쟁의 동력을 완벽하게 상실한 경상도 관찰사와 전라도 관찰사는 스스로 목에 포승줄을 멘 채 한양으로 기어들어 왔다.편전의 육중한 문이 열리며, 흙먼지와 땀으로 범벅이 된 관찰사들이 나졸들에게 이끌려 들어왔다.그들의 화려했던 관복은 찢겨 있었고, 얼굴은 수치심과 공포로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들은 편전의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엎어지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해대기 시작했다.“전하! 섭정 대감! 소인은 죄가 없사옵니다! 이 모든 것은 전라도 관찰사 저 간악한 자가 소인을 협박하여 억지로 동참하게 만든 것이옵니다!”“무슨 망발을 그리하느냐! 먼저 한양의 거상들과 연락책을 취하고 군자금을 세탁하자고 제안한 것은 경상도, 바로 네놈이 아니더냐!”“소인을 살려주시옵소서! 저 자가 제 가솔들의 목숨을 담보로 조운선을 침몰시키라 명하였사옵니다!”서로의 목숨을 갉아먹기 위해 추악한 배신을 일삼는 꼴이었다.용상 아래, 섭정의 자리에 앉아 있던 이헌은 그 꼴을 묵묵히 내려다보았다. 그의 짙은 눈동자에는 일말의 동정심도, 분노조차 담겨 있지 않았다.그저 오물통 속에서 구르는 벌레들을 보듯, 극도로 건조하고 냉혹한 시선만이 그들을 내리누를 뿐이었다.“조용히 하라.”이헌의 낮고 짧은 한마디가 편전의 공기를 단숨에 얼려버렸다.피대를 세우며 싸우던 관찰사들이 일순간 숨을 턱 멈춘 채 바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3
Read more

[118화] 철퇴의 심판(2)

 당시호조 판서였던 서연의 아버지는, 바로 이들 지방 토호들과 관찰사들이 백성들을 먹여야 할 구휼미를 조직적으로 빼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직첩과 목숨을 걸고 창고의 문을 잠갔다.하지만 그 결과가 무엇이었나.자신들의 더러운 돈줄이 끊길 것을 두려워했던 지방의 권력자들은, 한양의 훈구파와 결탁하여 그 고결했던 선비에게 역모라는 끔찍한 누명을 씌워 잔혹하게 도륙 냈다.그리고 그의 하나뿐인 가녀린 여식, 서연은 반역자의 핏줄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짐승 같은 노비로 끌려가 평생을 공포와 절망 속에서 벌벌 떨어야 했다.‘너희였구나.’이헌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가 편전의 모든 유리창을 깨부술 듯 거칠게 소용돌이쳤다.그의 두 눈은 핏발이 서서 붉게 타올랐고, 주먹을 쥔 오른손은 터질 듯이 부르르 떨렸다.자신이 전생에서 법을 악용해 송지안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것처럼, 이 현생의 쓰레기들 역시 법을 방패 삼아 백성을 죽이고 충신을 도륙 냈던 것이다. 그 소름 끼치는 자각과 분노가 이헌의 가슴 한가운데에서 용암처럼 끓어올랐다.“백성들이 가뭄에 말라 죽어가며 제 자식을 팔아넘길 때.”이헌의 목소리가 지옥의 밑바닥에서 기어 나온 악귀처럼 낮고 서늘하게 가라앉았다.“너희는 그 썩어문드러지는 쌀가마니 위에 앉아 은표를 세며 반란을 꿈꾸었다.”“저, 저하……!”“너희의 그 탐욕스러운 주둥이가 십 년 전, 백성을 구하려던 충신의 목을 치고 그 가문을 찢어발겼지.”이헌은 쥐고 있던 조세 장부를 관찰사들의 얼굴을 향해 사정없이 내던졌다.콰아앙-!두꺼운 책들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Read more
PREV
1
...
1011121314
...
24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