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의 자금줄이 완벽하게 끊어지자, 지방을 집어삼키려던 반란의 불길은 허무할 정도로 빠르게 사그라들었다.용병들에게 줄 은표도, 군사들을 먹일 쌀도 없는 진영은 그 자체로 지옥이었다. 군사들은 무기를 버리고 야반도주했고, 거창하게 동맹을 맺었던 토호들은 서로에게 칼을 겨누기 시작했다.결국 전쟁의 동력을 완벽하게 상실한 경상도 관찰사와 전라도 관찰사는 스스로 목에 포승줄을 멘 채 한양으로 기어들어 왔다.편전의 육중한 문이 열리며, 흙먼지와 땀으로 범벅이 된 관찰사들이 나졸들에게 이끌려 들어왔다.그들의 화려했던 관복은 찢겨 있었고, 얼굴은 수치심과 공포로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들은 편전의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엎어지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해대기 시작했다.“전하! 섭정 대감! 소인은 죄가 없사옵니다! 이 모든 것은 전라도 관찰사 저 간악한 자가 소인을 협박하여 억지로 동참하게 만든 것이옵니다!”“무슨 망발을 그리하느냐! 먼저 한양의 거상들과 연락책을 취하고 군자금을 세탁하자고 제안한 것은 경상도, 바로 네놈이 아니더냐!”“소인을 살려주시옵소서! 저 자가 제 가솔들의 목숨을 담보로 조운선을 침몰시키라 명하였사옵니다!”서로의 목숨을 갉아먹기 위해 추악한 배신을 일삼는 꼴이었다.용상 아래, 섭정의 자리에 앉아 있던 이헌은 그 꼴을 묵묵히 내려다보았다. 그의 짙은 눈동자에는 일말의 동정심도, 분노조차 담겨 있지 않았다.그저 오물통 속에서 구르는 벌레들을 보듯, 극도로 건조하고 냉혹한 시선만이 그들을 내리누를 뿐이었다.“조용히 하라.”이헌의 낮고 짧은 한마디가 편전의 공기를 단숨에 얼려버렸다.피대를 세우며 싸우던 관찰사들이 일순간 숨을 턱 멈춘 채 바닥
Last Updated : 2026-08-1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