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에서 이헌의 텅 빈 눈동자를 마주하고, 서늘해진 가슴을 안은 채 처소로 먼저 돌아온 이후.서연은 서안 앞에 홀로 우두커니 앉아,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찻잔만 의미 없이 만지작거리며 아주 깊고 무거운 상념에 빠져 있었다.‘참으로 기이하고 종잡을 수 없는 사내다.’서연은 꽉 다문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그녀의 예리한 눈에 비친 이헌은, 극단적이고 모순되는 두 가지 모습을 동시에 가진 몹시 위태로운 사내였다.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현재’의 자신에게는, 목숨이라도 당장 미련 없이 내어줄 듯 맹목적이고 병적으로 집착했다.그녀의 따뜻한 체온 하나, 오르락내리락하는 숨소리 하나, 심지어 겉으로 보이는 살결의 아주 작은 상처 하나에도 이성을 잃고 짐승처럼 발작하며 철통같이 보호하려 들었다.하지만.정작 ‘조선의 양반가 여식’으로서 평생을 살아왔던 그녀의 고유한 삶의 궤적과, 어린 시절의 소중한 과거의 뿌리에 관해서는.그는 소름 끼치도록 무심하고, 텅 빈 눈으로 철저하게 거리를 두었다.‘내 어린 시절의 가장 따뜻했던 추억을 들으며, 어찌 그리 완벽하게 낯선 타인을 보듯 차갑고 허망한 눈을 할 수 있단 말인가.’마치 그녀가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아니, 그녀가 가진 그 ‘조선의 서연이라는 과거’ 자체를 애써 부정하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굴었다.그 기괴한 괴리감이 서연의 가슴을 서늘하게 긁어내리고 있었다.“부인.”그때, 굳게 닫혀 있던 방문 밖에서 조심스러운 기척과 함께 이헌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오십시오.”드르륵, 문이 무겁게 열리고 이헌
Huling Na-update : 2026-09-17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