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회귀한 대군의 후회: Capítulo 31 - Capítul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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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날카로운 광기, 그리고 절망(1)

 가림막 너머로 길고 무거운 밤이 이어졌다.서연은 이불을 턱까지 끌어당긴 채 얕은 선잠에 빠져들었다.하지만 그녀의 무의식은 단 한 순간도 평온을 허락하지 않았다.[너는 평생, 내 통제 아래에서 숨을 쉬어야 해.]꿈속에서, 붉은 피를 뒤집어쓴 이헌이 그녀의 목을 옥죄어왔다.서늘한 뱀처럼 얽혀드는 그의 손길이 숨통을 조이고, 발버둥 칠수록 수렁으로 깊이 빠져드는 끔찍한 환각.“으윽…… 흐아악!”서연의 눈이 번쩍 뜨였다.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이마, 짐승처럼 헐떡이는 거친 호흡.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상체를 일으킨 바로 그 순간이었다.찌이익-!대나무 발이 부서지고 두꺼운 명주 가림막이 거칠게 찢어지는 파열음이 방 안을 진동시켰다.“서연아!”가림막을 짐승처럼 찢어발기며 튀어 들어온 것은 이헌이었다.그녀의 비명 단 한 마디에 완벽하게 이성을 잃어버린 얼굴.핏발 선 그의 두 눈은 미친 듯이 방 안의 사각지대를 훑고 있었다.자객? 독사? 그녀를 위협하는 것이 무엇이든 당장 제 손으로 찢어발길 기세였다.“누가, 누가 널 해치려……!”이헌이 붉은 곤룡포 자락을 휘날리며 침상으로 뛰어들었다.그가 서연의 어깨를 붙잡으려 커다란 두 손을 뻗는 찰나였다.“오지 마!!”서연의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그녀의 손에서 번쩍이는 무언가가 허공을 갈랐다.베개 밑에 숨겨두었던, 끝이 날카롭게 갈린 긴 은비녀였다.서연은 덜덜 떨리는 두 손으로 비녀를 꽉 쥔 채, 이헌의 목을 정면으로 겨누었다.“다가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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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옭아매는 법망(法網)(1)

 편전의 무거운 공기 속, 대신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쏠렸다.용상 아래, 붉은 곤룡포를 입고 선 진안대군 이헌.그의 목덜미에는 새하얀 붕대가 두껍게 감겨 있었다.핏물이 배어 나온 붕대는 묘한 위압감을 풍기며, 편전의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리고 있었다.“대군, 그 목의 상처는 어찌 된 일인가.”왕 이도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헌은 상처에 손을 얹은 채 여유롭게 입꼬리를 올렸다.“간밤에, 제 숨통을 노리는 쥐새끼가 한 마리 숨어들었사옵니다.”“……!”대신들의 어깨가 흠칫 굳어졌다.이헌은 그들의 흔들리는 동공을 서늘하게 훑어 내리며 목소리를 높였다.“하여 소신은 전하께 청하옵니다. 지난 서상서의 역모 사건에는 아직 그 배후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사옵니다. 제 목을 노린 자들 역시 그 잔당일 터.”“그래서, 어찌하자는 것인가.”“의금부 내에 기존의 지휘 체계를 벗어난 ‘독립 추국청(獨立推鞫廳)’을 신설하여 주시옵소서. 사헌부의 간섭도, 의금부 판사의 결재도 받지 않고 오직 율법의 잣대로만 배후를 캐낼 독자적인 수사 권한을 원하옵니다.”편전이 발칵 뒤집혔다.현대의 ‘특별검사(특검)’ 제도를 조선의 조정에 들이미는 파격적인 요구였다.“저, 전하! 불가하옵니다! 어찌 한 명의 대군에게 사법의 전권을 쥐여준단 말이옵니까!”“이는 조선의 수사 체계를 무너뜨리는 기만이옵니다!”병조판서와 대사헌이 사색이 되어 엎드렸다.서연의 가문을 모함하여 몰락시키는 데 앞장섰던 핵심 배후들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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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옭아매는 법망(法網)(2)

 이헌이 궤짝을 발로 걷어차 열었다.그 안에는 병조판서가 방금 불태운 장부와 내용이 정확히 일치하는, 또 다른 서류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이, 이게 무엇이오……!”“자네가 불태운 본장부는 하나뿐이겠지. 허나, 그 돈이 흘러간 객주의 은표 발행 기록, 상단의 물류 이동 대장, 자네가 차명으로 사들인 전라도의 토지 대장을 모조리 긁어모아 교차 검증(交叉檢證)하여 복원해 낸 내역서요.”병조판서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요동쳤다.현대 법조계에서 기업의 이중 장부를 잡아낼 때 쓰는 파생 데이터 추적 방식.이헌은 그들의 돈줄과 연관된 모든 외곽 기록을 털어 완벽한 ‘백업 데이터’를 법적 증거로 조립해 둔 상태였다.“본장부 하나 태운다고, 네놈이 저지른 살육의 흔적이 지워질 줄 알았소?”“아, 아닙니다! 이것은 조작이오! 대군이 나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의금부로 끌고 가라.”이헌의 서늘한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무사들이 달려들어 병조판서의 무릎을 꺾고 포박했다.“놓아라! 나는 병조판서다! 이놈, 대군! 네가 이리 피바람을 일으키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끌려 나가는 병조판서의 단말마 같은 절규가 밤하늘을 찢었다.이헌은 화로의 불씨를 싸늘하게 내려다보며 입가를 비틀었다.시작에 불과했다.그녀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던 자들, 그녀의 가족을 찢어발겼던 자들.그 모든 배후의 숨통을, 오직 빈틈없는 율법의 칼날로 도륙 낼 참이었다.---같은 시각, 대군저의 안채.가림막 너머로 짙은 어둠이 깔린 방 안에서, 서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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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맹종의 증명(1)

 안채에 감도는 공기는 언제나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서연은 두꺼운 이불을 무릎까지 끌어당긴 채, 가림막 너머의 텅 빈 마루를 응시했다.의금부로 끌려간 대신들의 비명 소리가 아직도 귓가를 맴도는 듯했다.자신을 괴롭혔던 자들을 향한 이헌의 피비린내 나는 숙청.그것은 결코 통쾌한 복수가 아니었다.자신의 등 뒤에 거대한 과녁을 그려 넣는 잔혹한 짓이었다.이대로 저 미치광이의 살육에 편승하여 웅크리고 있다간, 결국 자신도 저 피바람에 휩쓸려 뼈도 추리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확인해야 해.’서연은 창백한 입술을 꽉 깨물었다.저 남자가 내 발밑에 엎드려 바치는 복종이 과연 어디까지인지.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대군의 오만한 자존심을 짓밟았을 때, 과연 그가 언제까지 이 가증스러운 연극을 유지할 수 있을지 시험해야 했다.차라리 그의 분노를 사서 이 끔찍한 밀실에서 쫓겨나거나, 단칼에 베여 죽는 것이 나았다.그것이 이 숨 막히는 지옥의 족쇄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이었다.“……거기 있습니까.”서연의 건조한 목소리가 가림막 너머를 향했다.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마루 바닥에서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다.“예. 아가씨, 쇤네 여기 엎드려 있사옵니다.”이헌의 목소리였다.그는 서연이 먼저 자신을 불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숨결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서연은 그 맹목적인 떨림에 구역질이 치밀었지만, 억지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꼿꼿하게 말을 이었다.“당신이 진정으로 내 발밑의 개를 자처한다면, 내가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까.”“……무엇이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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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맹종의 증명(2)

 독한악취가 퍼져 나갔지만, 이헌의 표정은 평온하기 짝이 없었다.아니, 오히려 그의 입가에는 소름 끼치도록 다정하고 황홀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그는 차가운 우물물을 길어 올렸다.그리고 맨손으로,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오물통 안을 박박 문질러 닦기 시작했다.더러운 오물과 구정물이 튀어 올라 그의 비단옷을 더럽히고, 잘생긴 뺨과 턱선에 묻었지만 그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오직 그녀가 자신에게 '명령'을 내렸다는 그 사실 하나가, 그를 구원받은 순교자처럼 벅차오르게 만들고 있었다.“하아…… 아아…….”창문 틈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서연은 뒷걸음질을 치다 바닥에 주저앉았다.다리에 힘이 완벽하게 풀려버렸다.심장이 갈비뼈를 부술 듯이 거칠게 요동치고, 뼛속까지 얼어붙는 듯한 끔찍한 한기가 전신을 휘감았다.차라리 화를 냈어야 했다.대군의 자존심을 운운하며 내 뺨을 치거나, 분노에 미쳐 칼을 뽑아 들었어야 했다.하지만 저 남자는 오물을 뒤집어쓰고도, 행복에 겨워 미친 사람처럼 웃고 있었다.‘저건, 연기가 아니야.’서연의 파르르 떨리는 두 손이 얼굴을 감싸 쥐었다.이 미치광이의 광기는 자신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어 있었다.그의 맹종은 상대방을 안심시키기 위한 가짜가 아니었다.자신의 자존심, 권력,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마저 서연의 발밑에 기꺼이 처박고 희열을 느끼는 진짜 맹종.비틀리고 일그러진 지독한 집착의 끝이었다.내가 무슨 짓을 해도, 아무리 끔찍한 모욕을 주어도 이 남자는 절대 나를 놓지 않을 것이다.내가 내쫓으려 발버둥 치는 그 행동조차, 그는 자신에게 뻗은 구원의 동아줄로 착각하며 더욱 맹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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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피로 물든 보호(1)

 대군저의 후원 깊숙한 곳, 가솔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수군거림이 음습하게 깔려 있었다.부엌데기와 하인 몇몇이 모여 장작을 패며 목소리를 죽인 채 독기를 내뿜고 있었다.“어제 그 꼴을 보았는가? 대군 자가께서 그 요망한 계집의 똥통을 직접 우물가에서 닦으셨다네!”“보았고말고! 비단옷에 오물이 튀는데도 실성한 사람처럼 웃고 계셨지. 필시 그 역적의 핏줄이 자가께 끔찍한 주술을 건 게 분명해.”“내버려 두면 대군저 전체가 피바람에 휩쓸릴 것이야. 국법이 시퍼렇게 살아있거늘, 그런 대역 죄인은 멍석을 말아 당장 때려죽여야…….”“누굴 때려죽여.”그 순간, 후원의 서늘한 공기를 갈기갈기 찢으며 낮고 차가운 음성이 떨어져 내렸다.수군거리던 하인들의 어깨가 벼락이라도 맞은 듯 굳어버렸다.뒤를 돌아본 가솔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어둠을 등지고 선 진안대군 이헌.그의 뒤로는 검은 무복을 입은 흑위대 무사들이 시퍼런 칼자루를 쥔 채 도열해 있었다.이헌의 짙은 눈동자에는 짐승의 살기가 형형하게 번뜩이고 있었다.“자, 자가! 언제 예까지……!”가솔들이 사색이 되어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이헌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방금 전 ‘때려죽여야 한다’고 열을 올리던 하인의 코앞에 멈춰 섰다.“방금, 내 사노비를 때려죽여야 한다 했는가.”“아, 아니옵니다! 소, 소인들은 그저 자가의 옥체가 상하실까 염려되어…… 그 요망한, 아니, 그 노비가 감히 자가께 몹쓸 짓을 시킨 것이 분통이 터져서……!”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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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피로 물든 보호(2)

 ‘저마녀 같은 계집 때문에 죄 없는 사람들이 맞아 죽어 나간다.’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지만, 그 지독한 적의의 화살은 허공을 가르고 날아와 서연의 온몸에 빈틈없이 꽂혔다.“아…….”서연은 창문에서 황급히 떨어지며 뒷걸음질을 쳤다.다리에 힘이 풀려 마루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등줄기를 타고 소름 끼치는 한기가 쫙 퍼져나갔다.이헌이 벌인 짓이다.오물통 사건을 목격하고 자신을 수군거린 자들을 찾아내, 피가 튀도록 곤장을 쳐서 입을 틀어막은 것이다.그 미치광이는 자신이 가솔들의 입을 막아 서연을 보호했다고, 완벽하게 통제했다고 믿을 것이다.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가솔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자인 진안대군을 원망하지 못한다.대신, 그 거대한 분노와 저주를 가장 만만하고 기괴한 존재, 서연에게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나를……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고립된 섬으로 만들고 있어.’서연의 파르르 떨리는 양손이 자신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대군저 전체가 자신을 증오하고 있다.자신은 이제 이 거대한 저택 안에서, 수십, 수백 명의 저주 어린 시선을 받으며 숨을 죽여야 하는 마녀가 되어버렸다.이헌의 그 맹목적이고 잔혹한 보호가, 그녀를 가장 끔찍한 사회적 죽음으로 내몰고 있었다.드르륵.그때, 안채의 문이 열렸다.“……서연 아가씨.”가림막 너머로, 짙은 피비린내를 희미하게 풍기며 이헌이 스며들어 왔다.그는 문지방 너머의 마루에 두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바깥이 많이 소란스러웠지요. 송구하옵니다.&rdquo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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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합법적인 밀실(1)

 “자, 자가! 살려주시옵소서! 제가, 제가 어찌 감히 그 역모를 주도했다 하겠습니까! 저는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의금부의 차가운 지하 취조실.사지를 포박당한 사내 하나가 피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머리를 찧고 있었다.서연의 가문을 역모로 옭아매는 데 결정적인 거짓 증언을 했던 병조의 핵심 실무관이었다.그의 앞에는 서늘한 표정의 이헌이, 등받이 없는 나무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위에서 시켰다.”이헌의 손가락이 탁자를 규칙적으로 두드렸다.“그 위가 대체 누구란 말이냐.”“그, 그것은……!”실무관은 사시나무 떨듯 떨며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만약 그 이름을 발설한다면, 감옥 밖에서 자신의 일가족이 몰살당할 것이 뻔했다.이헌은 그자의 두려움을 정확히 꿰뚫어 보았다.현대의 로펌에서, 내부 고발자를 회유할 때 쓰던 가장 확실한 법적 거래.그것을 조선의 율법으로 치환하여 들이밀 시간이었다.이헌이 턱짓을 하자, 흑위대장이 두꺼운 서류 뭉치를 실무관의 눈앞에 던졌다.“이, 이게 무엇입니까…….”“네놈의 처자식이 숨어있는 별서(別墅)의 소유권 이전 증서다. 내가 이미 그 집을 내 대군저 소유의 ‘밀실 안가(安家)’로 합법적으로 등록해 두었다.”실무관의 동공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조선의 율법상, 대군의 사유지에는 관아의 병력이나 자객이 함부로 침범할 수 없지. 네놈이 여기서 위증을 사주한 진짜 배후를 불고 자백서에 수결(手決)을 남긴다면, 네 가족은 국법의 보호 아래 평생 그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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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얼어붙은 광기(1)

 차가운 마루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판결문.원수 이조판서의 목을 쳤음을 알리는 그 종이 위로, 무거운 적막만이 내려앉았다.가림막 너머에 엎드린 이헌은 굳은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서연은 그 서류를 펼쳐보기는커녕, 마치 역병이 묻은 물건이라도 되는 양 손끝 하나 대지 않고 가장 먼 구석으로 물러나 있었다.이헌의 시선이 자신의 손과 옷자락을 향해 천천히 떨어졌다.의금부 취조실에서 묻혀온 음습한 공기.권력자들을 도륙 내고, 율법으로 그들의 숨통을 끊어내며 덧씌워진 지독한 피비린내.‘냄새가 나는구나.’이헌의 핏발 선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그녀가 기뻐하지 않는 이유.판결문을 보지도 않고 덜덜 떠는 이유.자신이 밖에서 묻혀온 이 더러운 권력의 피 냄새가 그녀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짐승처럼 잔인하게 사람을 물어뜯고 와서, 그 피 묻은 주둥이로 다정한 척 웃어 보였다.그녀가 어찌 역겨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송구하옵니다.”이헌의 입술 사이로 갈라진 속삭임이 샜다.그는 바닥에 떨어진 판결문을 조심스럽게 주워 품에 넣고,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금방, 금방 씻어내고 오겠사옵니다.”도망치듯 안채를 빠져나가는 거대한 그림자.가림막 너머로 홀로 남겨진 서연은, 그 기괴한 뒷모습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한겨울의 밤바람이 칼날처럼 매섭게 몰아치는 대군저의 뒤뜰.우물가에 불려 나온 하인들과 흑위대 무사들은 사시나무 떨듯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얼음을 깨라.”이헌의 서늘한 명령에 하인들이 기겁하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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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왕을 가로막은 법전(1)

 심야의 대군저.평소라면 쥐죽은 듯 고요해야 할 저택의 앞마당에 수십 개의 횃불이 일제히 타올랐다.사전 기별조차 없는, 지극히 은밀하고도 강압적인 행차였다.어둠 속에서 황금빛 용 문양이 수놓아진 흑색 융복을 입은 사내가 걸어 들어왔다.조선의 절대 군주, 국왕 이도였다.“전, 전하! 어찌 이 야심한 시각에……!”당직을 서던 대군저의 집사가 사색이 되어 마당에 엎드렸다.하지만 이도는 그를 투명 인간 취급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왕의 등 뒤로 내금위 소속의 정예 무사들이 시퍼런 칼자루를 쥔 채 소리 없이 뒤따랐다.“진안대군이 머무는 안채가 저곳이냐.”이도의 목소리는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최근 궐내에 파다하게 퍼진 흉흉한 소문 때문이었다.조선의 실세이자 피도 눈물도 없던 대군이, 역적의 핏줄인 계집 하나에 미쳐 똥통을 닦고 얼음물에 제 살을 뜯어낸다는 기괴한 풍문.처음에는 정적들이 꾸며낸 헛소문이라 여겼다.하지만 며칠 전 편전에서, 그 계집을 지키기 위해 만조백관의 입을 율법으로 찢어발기던 이헌의 광기를 직접 목도한 뒤 이도의 의심은 확신으로 변했다.‘내 아우가 요물에게 홀려 단단히 미친 것이 분명하다.’왕의 위엄을 걸고, 그 요망한 계집의 얼굴을 직접 확인하여 당장 목을 칠 참이었다.“문을 열어라.”이도의 짧은 턱짓에 내금위장이 안채의 문을 향해 거칠게 다가갔다.그가 굳게 닫힌 문고리를 잡으려 손을 뻗은 찰나였다.“누구의 허락을 받고 감히 남의 침소에 손을 대는가.”어둠이 짙게 깔린 툇마루 구석.기둥의 그림자 속에 미동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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