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군저의 앞마당을 가득 채웠던 횃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무거운 적막만이 남은 안채의 가림막 너머, 서연은 숨을 몰아쉬며 웅크려 있었다.‘결국 나를 이용해…….’서연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식어갔다.조선의 절대 군주를 율법으로 협박하여 쫓아냈다.이헌의 그 무모하고도 완벽한 기백은, 서연에게 한 가지 소름 끼치는 결론을 도출하게 만들었다.그는 단순히 정체를 알 수 없는 깊은 죄책감 때문에 벌벌 기는 것이 아니다.이 기괴한 속죄 연극은 모두 치밀하게 계산된 정치적 포석이었다.서연은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났다.그녀는 가림막 가까이 다가가, 대나무 발 틈새로 엎드려 있는 거대한 그림자를 노려보았다.“……결국, 나를 이용해 반역의 명분을 쌓으려는 겁니까.”서연의 갈라진 목소리가 방 안을 찢었다.그 말에, 엎드려 있던 이헌의 어깨가 벼락이라도 맞은 듯 크게 튀어 올랐다.“예? 아가씨,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왕을 쫓아내고, 사헌부를 도륙 내고, 내 주변의 모든 권력자들의 목을 율법으로 치는 이유.”서연의 목소리는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나를 지킨다는 핑계로 당신의 사병을 늘리고, 조정의 대신들을 쳐내고, 결국엔 국왕과 맞설 명분을 만들고 있잖아. 내가 당신의 그 더러운 왕권 다툼의 가장 완벽한 미끼입니까.”이헌이 고개를 번쩍 치켜들었다.가림막 틈새로 보이는 그의 두 눈은 경악과 비참함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자신이 그녀를 지키기 위해 벌인 그 피눈물 나는 사투가, 그녀의 눈에는 반역을 위한 추악한 정치적 계산으로 보였단 말인가.&ldq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7-26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