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회귀한 대군의 후회: Capítulo 51 - Capítulo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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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화] 광기의 증명(1)

 의금부로 끌려간 대신들의 피울음이 궐내를 핏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진안대군 이헌의 칼춤은 무자비했다.그는 서연의 이름을 입에 올렸던 자들, 그녀의 가문을 짓밟았던 자들의 숨통을 율법이라는 그물로 엮어 단숨에 끊어버렸다.훈구파 대신들은 공포에 질렸다.그들은 이헌이 쳐놓은 법의 올가미를 정면으로 뚫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서연을 노비법으로 빼앗으려던 시도도, 가짜 서신으로 역모를 조작하려던 시도도 모두 그의 압도적인 두뇌 앞에 산산조각 났다.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진안대군 본인의 뇌가 썩어 문드러졌다고, 그가 미치광이가 되어 율법을 망치고 있다고 선포하는 것.“전하! 진안대군은 지금 정상적인 이성을 잃었사옵니다!”조회가 열린 편전, 좌의정이 바닥에 엎드려 피를 토하듯 소리쳤다.“어가를 가로막고, 무고한 대신들을 하옥시키고, 급기야 제 사가에서 노비의 오물을 닦고 얼음물에 몸을 던진다는 해괴한 소문이 파다하옵니다! 이는 명백히 그 역적 계집의 흑주술에 홀려 심신(心身)이 미친 것이옵니다!”“당장 내의원(內醫院)을 동원하시어 대군의 정신을 감정하게 하시옵소서! 미치광이에게 추국청의 전권을 맡겨둘 수는 없사옵니다!”대신들의 합창이 편전을 뒤흔들었다.서연을 직접 공격할 수 없으니, 아예 이헌을 금치산자(禁治産者)로 만들어 그의 모든 법적 권한을 강제로 박탈하려는 최후의 꼼수였다.용상에 앉은 이도 역시 골치가 아픈 듯 미간을 짚었다.그 또한 이헌의 기행이 도를 넘었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진안대군. 내의원 수의(首醫)를 불러 네 상태를 진맥하게 하라. 이는 어명이다.”왕의 싸늘한 하명에, 붉은 곤룡포를 입고 서 있던 이헌이 피식 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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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광기의 증명(2)

 좌의정을 비롯한 대신들이 일제히 바닥에 엎드려 사시나무처럼 떨기 시작했다.완벽한 패배였다.이헌은 그들의 숨통을 밟고 선 채, 편전을 울리는 서늘하고 오만한 웃음을 터뜨렸다.---그날 늦은 오후, 대군저의 안채.가림막 너머로 웅크려 있던 서연은 밖에서 들려오는 가솔들의 웅성거림을 숨죽여 듣고 있었다.“대군 자가께서 편전에서 의서들을 줄줄 읊으시며 어의의 혼을 빼놓으셨다네.”“대신들이 대군 자가를 미치광이로 몰아세우려다, 도리어 무고죄로 목이 달아날 판이라더군.”서연의 파르르 떨리는 두 손이 이불 자락을 꽉 틀어쥐었다.마지막 희망이라 여겼던 대신들의 반격마저 완벽하게 박살 났다.정신 감정? 금치산자?그런 알량한 덫으로 저 남자의 광기를 옭아맬 수 있을 리 없었다.그는 미친 것이 맞았다. 하지만 그 미침은 이성을 잃은 짐승의 맹목이 아니라, 완벽한 논리와 지성으로 무장한 가장 끔찍한 종류의 광기였다.자신의 정신병마저 의서와 율법의 논리로 완벽하게 덮어버리는 괴물.‘나는…… 영원히 이 감옥에서 나갈 수 없어.’서연의 텅 빈 눈동자에 짙은 절망이 고여 들었다.그녀가 살아남기 위해 던졌던 모든 생존 본능, 저 남자를 사냥개로 부리겠다는 그 알량한 결심조차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 뼈저리게 체감했다.저 남자는 세상의 어떤 법과 권력으로도 통제할 수 없다.오직 그 자신이 설계한 완벽한 율법의 감옥 속에서, 그녀는 영원히 그 맹종의 사슬을 차고 살아가야만 했다.드르륵.안채의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가림막 너머로, 밖에서 대신들을 도륙 내고 온 이헌의 거대한 그림자가 스며들었다.그는 어김없이 차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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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핏빛 식사(1)

 “당장 팔도에 파발을 띄워라. 전라도의 산낙지, 함경도의 전복, 평안도의 잣과 꿀까지!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몸에 좋다는 식자재는 돈을 얼마를 주든 모조리 쓸어와라!”“예, 자가!”“내의원 어의와 도성 최고의 수라간 숙수를 당장 대군저로 끌고 와. 아가씨의 입맛을 돋우지 못하는 놈들은 모조리 목을 칠 것이다!”미친 듯한 호령.전국 팔도의 귀한 식자재를 강제로 공수해 오라는 명령은 폭군의 발악 그 자체였다.잠시 후, 밖에서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가림막 틈새로 다시금 소반이 밀려 들어왔다.이번에는 귀한 전복과 꿀을 쑤어 만든 암죽이었다.하지만 서연은 여전히 이불 속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아가씨.”드르륵.참지 못한 이헌이 결국 가림막의 명주천을 거칠게 걷어내며 안채 안으로 짐승처럼 기어 들어왔다.그의 얼굴은 사흘 밤낮을 꼬박 샌 탓에 시체처럼 파리했고, 두 눈은 핏발이 터져 붉게 물들어 있었다.이헌은 침상 구석에 웅크린 서연의 앞까지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그는 덜덜 떨리는 두 손으로 소반 위에 놓인 은수저를 집어 들었다.“제발…… 제발 한 숟갈만이라도 드시옵소서.”이헌이 전복죽을 뜬 수저를 서연의 굳게 닫힌 입술 앞으로 조심스럽게 내밀었다.하지만 서연은 고개를 홱 돌리며 입을 꾹 다물었다.음식 냄새를 맡는 순간, 지독한 구역질이 치밀어 올라 위액이 역류할 것만 같았다.“우욱…….”서연이 헛구역질을 하며 이불에 얼굴을 파묻었다.그 모습에 이헌의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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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황금으로 엮은 올가미(1)

 호조(戶曹)의 핵심 관료들이 대군저의 서늘한 서재에 불려 와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그들의 눈앞에는 묵직한 마호가니 책상 위로 조선 팔도에 흩어진 거대한 토지 대장과 매매 문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모두 십 년 전 역모 누명을 쓰고 국고로 적몰되었다가, 진안대군이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막대한 사재를 털어 모조리 사들인 ‘서상서 가문’의 옛 영지들이었다.“대군 자가. 이, 이 매매 증서의 소유주 명의가…… 조금 이상하옵니다.”호조 정랑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서류의 한 부분을 가리키며 마른침을 삼켰다.“어찌하여 대군 자가의 존함이 아니라, 안채에 머무는 사노비 ‘서연’의 이름이 소유권 대리인으로, 그것도 영구적인 권리 행사자로 명시되어 있사옵니까? 조선의 국법에, 천한 노비는 독자적인 재산권을 이토록 방대하게 행사할 수 없사옵니다!”이헌은 책상에 비스듬히 기대앉은 채 서늘하게 코웃음을 쳤다.“경국대전을 읊어보아라. 주인이 자신의 재산을 노비에게 맡겨 ‘위탁 관리’하게 하는 것이 불법이더냐.”“그, 그것은 아니오나…… 이 문서는 위탁의 기한이 없고, 발생하는 모든 토지 수익의 처분권마저 대리인인 사노비에게 일임한다고 적혀 있사옵니다. 이는 대군의 재산을 빌린 사실상의 소유권 이전이나 다름없는, 기형적인 문서이옵니다!”호조 정랑의 눈에는 경악이 서려 있었다.하지만 이헌의 짙은 눈동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잔혹하게 빛났다.현대 자본주의의 정점에서 거대 기업들을 쥐락펴락했던 최고의 에이스 변호사 차태경.그가 즐겨 쓰던 페이퍼 컴퍼니의 법리와 차명 신탁(Trust)의 완벽한 구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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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황금으로 엮은 올가미(2)

 “이것이…… 무엇입니까.”서연의 갈라진 목소리가 좁은 방 안을 기괴하게 울렸다.가림막 너머의 이헌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바닥에 이마를 찧었다.“아가씨의 아버님께서 억울하게 빼앗기셨던 영지들이옵니다. 제가 국고에 환수되었던 그 모든 땅을 사재를 털어 다시 사들였사옵니다.”“…….”“그리고 율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해, 오직 아가씨만이 이 땅의 모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호조의 공증을 받아두었습니다. 이제 이 거대한 재산은,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아가씨만의 완벽한 소유이옵니다.”이헌은 핏발 선 눈으로 가림막을 응시하며 처절하게 속삭였다.언젠가 그녀의 신분을 복원시킬 그날.그녀가 맨손으로 세상에 던져지지 않도록, 자신이 그녀의 곁에서 죽거나 사라지더라도 이 막대한 재산이 완벽한 방패가 되어 평생을 떵떵거리며 살 수 있도록 만들어둔 치밀한 헌신이었다.자신이 가진 모든 권력과 지식을 총동원해 바치는 가장 무거운 속죄.“부디, 받아주시옵소서.”하지만.서연의 눈동자는 궤짝 안의 서류들을 내려다보며 극심한 공포로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재산. 권리. 완벽한 소유.그 화려한 단어들이 서연의 귓가에서 대군저에 들어온 뒤 겪은 통제의 기억들과 뒤엉켜 악마의 속삭임으로 변모했다.[서연아. 이 회사 지분과 부동산, 전부 네 이름으로 차명 신탁해뒀어. 넌 내 곁에서 숨만 쉬면서 이 부를 누리면 돼.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 네 이름으로 된 이 막대한 자본이, 널 배임과 횡령으로 옭아맬 테니까.]형조 옥사에서 자신을 데려와, 화려한 대군저 안에 붙잡아 두고 모든 선택을 대신하려 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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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핏줄이라는 인질(1)

 조정의 대신들이 이헌이 휘두르는 율법의 칼날에 추수 앞의 벼 포기처럼 베어져 나가던 무렵.대군저의 내밀한 서재에서는 전혀 다른 종류의 서늘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형조(刑曹)에서 관리하는 관노비 출납 대장과, 각 지방으로 팔려 나간 역모 연좌자들의 명부를 모조리 대조하였느냐.”이헌이 서안에 쌓인 두꺼운 장부들을 차갑게 훑어 내리며 물었다.그의 앞에는 흑위대 정보조의 수장이 숨을 죽인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예, 자가. 서상서 영감의 방계 혈족들 중, 살아남아 노비로 팔려 간 자들의 행방을 모두 추적하였사옵니다.”“가장 상태가 위급한 자가 누구인가.”“함경도의 은광으로 끌려간 사내아이옵니다. 서상서 영감의 육촌 조카뻘 되는 핏줄로, 이제 겨우 열 살 남짓이오나 가혹한 채굴 노역에 시달려 목숨이 경각에 달했다 하옵니다.”이헌의 미간이 좁혀졌다.송지안의 가문을 파멸시킨 것은 전생의 자신이었고, 서연의 가문을 파멸시킨 것은 이 조선의 부패한 권력자들이었다.그녀의 핏줄이 차가운 북방의 은광에서 피를 토하며 죽어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이헌은 붓을 들어 백지 위에 빠르게 지시 사항을 휘갈겨 적었다.“은광을 관리하는 수령의 뒤를 캐어, 그가 횡령한 광물의 이중 장부를 확보해라.”“……!”“그 장부를 빌미로 수령의 목줄을 쥐고, 합법적인 매매 증서를 꾸며 그 아이의 소유권을 즉각 내 앞으로 이전시켜. 돈은 그 수령이 부르는 액수의 열 배를 주어도 좋다.”단 한 명의 어린 노비를 구하기 위해, 국가의 관리를 협박하고 막대한 사재를 쏟아붓는 극단적인 율법의 남용.하지만 이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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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핏줄이라는 인질(2)

 공포에 짓눌려 숨만 쉬던 그녀의 핏속에서,인질로 잡힌 어린 핏줄을 보았다는 극단의 분노가 폭발적으로 들끓어 올랐다.서연은 방 한가운데를 흉물스럽게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가림막의 명주천을 거칠게 쥐어뜯어 버렸다.찌익-!대나무 발이 부서지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녀는 문지방 앞으로 성큼 다가섰다.마침, 조정을 도륙 내고 갓 돌아온 이헌이 안채의 마루에 발을 들이던 참이었다.그는 굳게 닫혀 있던 방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가림막 너머에 숨어 자신을 피하기만 하던 그녀가.하얗게 질린 얼굴과 핏발 선 눈을 한 채, 맨발로 차가운 툇마루까지 뛰쳐나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서, 서연 아가씨……? 어찌 맨발로 찬 바람을……!”이헌이 놀라 다급하게 다가가 그녀의 발을 감싸려 손을 뻗었다.그의 손끝이 서연의 버선 끝에 닿기도 전이었다.짜악-!!서연의 가녀린 손바닥이 허공을 가르며 이헌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둔탁하고 매서운 마찰음이 안채의 툇마루에 벼락처럼 울려 퍼졌다.“……!”이헌의 고개가 무방비 상태로 돌아갔다.그의 하얀 뺨 위로 붉은 손자국이 선명하게 떠올랐다.무예로 단련된 거구의 사내가 작은 여인의 손길에 밀릴 리 없었으나, 이헌은 그녀가 휘두른 그 가녀린 분노 앞에 어떠한 저항도 없이 뺨을 내어주었다.허공에 멈춘 서연의 손끝은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리고 있었다.그녀의 두 눈에서는 공포와 살의가 뒤엉킨 눈물이 미친 듯이 쏟아져 내렸다.“어디까지…… 대체 어디까지 할 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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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 숨 막히는 구원(1)

 어둠이 걷히고 희뿌연 새벽안개가 대군저의 앞마당에 무겁게 내려앉았다.살을 에이는 듯한 한겨울의 냉기가 처소의 툇마루를 하얗게 얼려가고 있었다.그 차가운 마루 바닥에 납작 엎드린 거대한 그림자는, 간밤부터 단 한 치의 미동도 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이헌이었다.그의 흑장색 철릭 위로 하얀 서리가 겹겹이 내려앉아 있었다.서연에게 뺨을 맞고 살해 위협을 들은 직후부터, 그는 짐승처럼 바닥에 이마를 박은 채 밤새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자신이 그녀의 피붙이를 데려온 것이 그녀에게 얼마나 끔찍한 폭력으로 다가갔는지 깨달은 순간.이헌은 그 어떠한 변명도 입에 올릴 자격을 상실했다.그저 뼈가 얼어붙는 추위 속에서 자신의 몸을 학대하며, 그녀의 분노가 아주 조금이라도 가라앉기만을 애타게 기다릴 뿐이었다.드르륵.안채의 문이 아주 미세하게 열렸다.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서연이, 창백하고 수척해진 얼굴로 문틈을 내다보았다.그녀의 기척을 느낀 이헌이 뻣뻣하게 굳은 상체를 아주 천천히 일으켰다.“……서연 아가씨.”얼어붙은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목소리는 쇳소리처럼 갈라져 있었다.고개를 든 이헌의 얼굴을 본 순간, 서연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헉 들이켰다.그녀에게 맞은 뺨은 시퍼렇게 멍이 든 채 흉측하게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밤새 추위에 떨며 바닥에 찧은 이마에서는 핏물이 말라붙어 검은 자국을 남기고 있었다.조선의 무소불위 권력자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비참하고 기괴한 몰골이었다.이헌은 붉게 핏발이 선 눈으로 서연을 올려다보지도 못했다.그는 얼어붙어 곱은 손을 덜덜 떨며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관인이 빽빽하게 찍힌 두꺼운 문서 몇 장과, 묵직해 보이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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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숨 막히는 구원(2)

 서연의 두 손에서 면천 문서가 파르르 떨렸다.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워졌다.‘내가…… 오해했어.’서연의 핏기 없는 입술이 달싹였다.그는 가족을 인질로 삼아 자신을 협박하려던 것이 아니었다.이헌이 홀로 품고 있던 오래된 상처를 자신에게 향한 위협으로 오해한 끔찍한 착각이었고, 그는 그 착각 속에서 날아온 매서운 뺨과 살해 위협을 어떠한 저항도 없이 고스란히 받아낸 것이다.그 덩치 큰 절대 권력자가 밤새 한겨울의 마루에 엎드려 자신의 분노가 가라앉기만을 기다렸다.미안함이 들어야 마땅했다.자신을 위해 천금을 쏟아붓고 율법의 허점을 비틀어준 그에게 고마움을 느껴야 했다.하지만.서연의 등줄기를 타고, 어젯밤의 분노와는 차원이 다른 소름 끼치는 한기가 쫙 퍼져나갔다.‘어떻게 찾았지?’서연의 숨소리가 발작적으로 가빠졌다.아버지가 역모로 몰려 죽고 가문이 박살 나면서, 방계 혈족들은 조선 팔도 각지로 뿔뿔이 흩어져 이름 모를 관노비로 팔려 갔다.함경도의 후미진 은광. 그 지옥 같은 곳에 열 살짜리 먼 친척 조카가 끌려가 있다는 사실을, 도대체 어떻게 이토록 단시간에 찾아냈단 말인가.그의 통제력.그의 정보력.이헌은 이 좁은 안채의 툇마루에 무릎을 꿇고 헐떡이면서도, 밖으로는 수천수만의 눈과 귀를 풀어 조선 팔도를 이 잡듯 뒤지고 있는 것이다.자신과 단 한 방울의 피라도 섞인 자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며 숨을 쉬고 있는지.그 모든 명줄과 거처를 이 남자가 완벽하게 파악하고 손아귀에 쥐고 흔들고 있다.[낭자의 핏줄은 모두 안전할 것입니다.]그 애틋하고 절절했던 한마디가, 서연의 귓가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통제 선언으로 형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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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금군의 칼날과 방패(1)

 편전의 깊숙한 내밀실.국왕 이도는 서안에 놓인 첩보 보고서를 내려다보며 미간을 깊게 짓누르고 있었다.보고서를 올린 내금위장의 얼굴은 잿빛으로 굳어 있었다.“……진안대군이 서상서의 방계 혈족 하나를 형조의 노비 명부에서 완전히 삭제하고, 평민으로 신분을 세탁해 도성 밖으로 빼돌렸다 하였느냐.”이도의 목소리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최근 이헌이 벌인 기행들은 단순한 애정 행각을 넘어, 조선의 근간을 뒤흔드는 노골적인 월권으로 치닫고 있었다.자신의 재산을 털어 역적의 토지를 매입해 그 사노비 계집의 명의로 돌려놓더니, 이제는 역모에 연좌된 핏줄의 신분마저 사사로이 면천시켰다.“예, 전하. 형조의 실무자들을 겁박하여 완벽한 합법의 외피를 씌웠사오나, 이는 명백히 국왕의 사면권(赦免權)을 침해한 행위이옵니다.”내금위장의 보고에 이도는 헛웃음을 터뜨렸다.역적의 핏줄들을 사사로이 면천시키고 재산을 안겨준다.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뿐이었다.“진안이 기어이 역모 가문의 잔당들을 규합하여 반란군을 조직하려는 모양이구나.”이도의 눈동자에 서늘한 살기가 번뜩였다.그 요망한 계집에게 홀린 대군이, 그녀의 복수를 위해 왕좌마저 노리고 있다고 생각하자 더 이상의 인내는 불가능했다.“금군(禁軍) 이백 명을 대군저로 급파하라.”“전, 전하! 수색 영장이나 명확한 죄증 없이 대군의 사가를 치는 것은……!”“그 계집과, 계집을 둘러싼 모든 인물들을 강제로 연행하여 의금부 지하에 처넣어라. 진안이 반항한다면, 내 어명을 거역한 죄를 물어 그놈의 사지도 묶어 끌고 와!”국왕의 노기가 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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