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조(戶曹)의 핵심 관료들이 대군저의 서늘한 서재에 불려 와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그들의 눈앞에는 묵직한 마호가니 책상 위로 조선 팔도에 흩어진 거대한 토지 대장과 매매 문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모두 십 년 전 역모 누명을 쓰고 국고로 적몰되었다가, 진안대군이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막대한 사재를 털어 모조리 사들인 ‘서상서 가문’의 옛 영지들이었다.“대군 자가. 이, 이 매매 증서의 소유주 명의가…… 조금 이상하옵니다.”호조 정랑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서류의 한 부분을 가리키며 마른침을 삼켰다.“어찌하여 대군 자가의 존함이 아니라, 안채에 머무는 사노비 ‘서연’의 이름이 소유권 대리인으로, 그것도 영구적인 권리 행사자로 명시되어 있사옵니까? 조선의 국법에, 천한 노비는 독자적인 재산권을 이토록 방대하게 행사할 수 없사옵니다!”이헌은 책상에 비스듬히 기대앉은 채 서늘하게 코웃음을 쳤다.“경국대전을 읊어보아라. 주인이 자신의 재산을 노비에게 맡겨 ‘위탁 관리’하게 하는 것이 불법이더냐.”“그, 그것은 아니오나…… 이 문서는 위탁의 기한이 없고, 발생하는 모든 토지 수익의 처분권마저 대리인인 사노비에게 일임한다고 적혀 있사옵니다. 이는 대군의 재산을 빌린 사실상의 소유권 이전이나 다름없는, 기형적인 문서이옵니다!”호조 정랑의 눈에는 경악이 서려 있었다.하지만 이헌의 짙은 눈동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잔혹하게 빛났다.현대 자본주의의 정점에서 거대 기업들을 쥐락펴락했던 최고의 에이스 변호사 차태경.그가 즐겨 쓰던 페이퍼 컴퍼니의 법리와 차명 신탁(Trust)의 완벽한 구조를,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7-28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