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화.준석은 그런 여진의 표정을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당신도 조용하고 평화롭던 마을이 소란스러워지길 원하진 않을 텐데.”“그, 그렇지만, 연희동은 아니에요!”“좋아. 그럼 말해봐. 당신이 생각하는 현실적인 대안.”“…!”“여진아, 당신이 죽고 못 사는 별아를 생각해. 그 아일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뭔지. 난, 연희동이라고 보는데. 아닌가?”여진은 준석의 말에 아니라고, 반박하지 못했다.그녀가 별아를 데리고 차애란의 사정거리 안에서 도망칠 방법은 없었다.차준석이라는 거대하고 튼튼한 나무 위에 지어진 안전한 둥지밖에는.“별아가 내 딸이 아니라고 소리치던데.”이 말을 내뱉는 준석의 눈가가 서늘해졌다.“준석 씨, 그건!”“잘했어.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니니까.”“…!”“어머니도 별아가 내 딸이 아닌 걸 아셨으니, 당분간은 움직이진 않으실 거야. 그래서 지금 이곳을 떠나기에 적합한 시기라는 말이야. 더는, 시간 끌지 마.”준석은 입만 벙긋댈 뿐 무어라 반박하지 못하는 여진을 잠시 응시했다.여진아.네가 이곳에 있으면, 내가 불안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해.언제 또 빌어먹을 인간들이 이곳에 들이닥칠지 모를 일이니까.이젠 별아가 내 딸이 아니어도 상관없어.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윤여진, 너의 안전이야.네가 이곳에 있다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난 거기에 연루된 모든 사람의 숨통을 끊어 놓을 테니까.내가 그런 괴물이 되지 않게 당신이 협조해줬으면 하는데.아니, 협조해.그래야 내가 살아.“별아는, 아직도 자나?”“…아마도요.”오늘 같은 일이 벌어질 줄 알았던 것처럼, 오늘따라 별아의 낮잠이 길었다.그거 하나만큼은 다행인 날이었다.“다시 말하지만, 내일 연희동으로 가. 이 집 정리는 내가 비서실에 말해 놓을 테니, 당신은 별아만 챙겨.”“….”“여진아, 대답해야지.”“아무리 급해도… 가까운 사람들한테 인사는 해야죠.”“희주 씨 말고, 인사할 사람이 또 있나?”뻔히 알면서 물어오는 준석이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6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