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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화.

101화.젠장!“혹시 차애란 전무가 움직인 겁니까?”어머니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네. 차 전무님 지시라, 병원장도 퇴원을 막지 못했다고 합니다. 저희도 잘 살폈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비서실에서 죄송할 일이 아니었다.병원장도 막지 못한 것을 비서실에서 어찌 막을 수 있었을까.“장모님 어디로 옮겼나요?”- 그건 병원장도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차 전무님께서 막무가내로 모시고 가셨다고 합니다. 저희 불찰이 큽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상대가 차 전무 아닙니까. 비서실에서 감당한 선이 아니에요. 얼마나 꼭꼭 숨겨놨는지 모르지만,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장모님 위치 파악하세요.”- 네, 대표님. 그렇게 하겠습니다.“그리고 이 사실은 그 누구에게도 말해선 안 됩니다. 정성훈 실장도 몰라야 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대표님.성훈이 병원에 입원한 뒤, 성훈은 회사일 뿐 아니라 준석의 사적인 일정 또한 일절 모르고 있었다.몸 회복에 집중하라는 준석의 뜻이었으나, 사실상 그것은 표면적 이유일 뿐이었다.준석은 성훈이 여진의 산모 수첩을 숨긴 일을 계기로 그를 온전히 신뢰하지 못했다.이유야 어찌 됐든 저에게 무언가를 감춘 것 자체가 쉽사리 용납되지 않았다.비서실과 통화를 끝낸 준석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윽고 핸드폰이 부서져라 꽉 움켜쥐었다. 그의 손등에 푸른 핏줄이 선명하게 솟아났다.“제기랄!”준석은 풀리지 않은 분노에 고개를 젖히고 연신 한숨을 뱉어냈다.감정을 다스린 그는 성훈에게 메시지를 남겼다.[내일 서울에서 보자. 오늘 못한 얘기는 내일 만나서 하고.]준석은 여진에게 둘러댈 말을 생각했다.삼사일에 한번은 장모님의 소식을 전했었다.마비되었던 몸이 조금씩 차도를 보인다고 말했을 때, 여진은 울먹이며 나중엔 고맙다는 말까지 했었다.며칠 동안은 장모님 소식을 전하지 않아도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 테다. 하나 모든 일은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하루빨리 장모님의 행방을 알아내야 했다.어머니 차애란을 들쑤시는 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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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화.

102화.성훈이 담벼락에 기댔던 몸을 바로 세우고 택시를 부른 뒤 큰 길가로 나갔다.버스 정류장에 다다랐을 때 남자아이 하나가 축구공을 튕기며 놀고 있었다.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운동신경이 꽤 좋아 보였다.성훈은 그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관찰했다.그때 공을 튕기던 아이가 성훈을 향해 몸을 돌렸다.두 사람의 눈동자가 올곧이 서로를 응시했다.“안녕하세요!”아이는 성훈을 처음 보는 데도 꾸뻑하고 큰 소리로 인사했다.“어? 어. 안녕….”너무도 씩씩한 아이의 인사에 오히려 성훈이 당황해하며 인사를 받았다.“저희 마을에 새로 이사 오셨어요?”낯선 성훈을 보며 아이는 스스럼없이 물어왔다.“아니. 그냥 지나가는 길이야.”아이는 열 살 정도 되어 보였다.조금 있으면 어두워질 시간이었다.아이 혼자 텅 빈 정류장에 나와 있기엔 위험한 시간이라고 성훈은 생각했다.“이 시간에 여기서 뭐 하니?”“삼촌 기다려요.”“삼촌?”“네, 저희 삼촌 택배 기사거든요.”아이는 묻지 않은 말을 전하며 환하게 웃었다.그 모습이 투명한 샘물처럼 순수해 보였다.투명한 샘물이라.샘물.“…!”아이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성훈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심장이 저릿하게 조여들며 그를 과거의 한순간으로 덧없이 끌고 갔다.‘정성훈, 나도… 네가 좋아.’말캉한 입술을 부딪쳐오며 건네던 고백.십여 년 전 저를 보고 해사하게 웃던, 샘물처럼 맑은 여자아이가 불현듯 떠올랐다.가슴 한편에 묻어 두었던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며 그의 심장을 뛰게 했다.빠앙!자동차 클랙슨 소리에 성훈은 그제야 묶어놨던 기억 속에서 빠져나왔다.“택시 부르셨죠?”어느새 택시가 정류장에 정차해 있었다.“아, 네.”성훈은 택시를 타려다 말고, 천진한 표정으로 공을 튕기고 있는 아이를 바라봤다.“너, 이름이 뭐니?”“호영이예요.”아이는 축구공을 손에 쥐고 해맑게 대답했다.“호영이. 이름이 멋지네. 호영아, 이거 받아.”성훈은 지갑에서 오만 원짜리 하나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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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화.

103화.다음 날, 오후.끼익.검은색 세단이 연희동 집 지하 주차장에 정차했다.실로 오랜만에 이곳에 온 여진은 별아를 품에 안은 채 조금 긴장된 얼굴을 했다.직접 운전을 한 준석은 차에서 내려 여진이 앉아 있는 뒷좌석 문을 열었다.“아이는 자나?”준석은 먼저 별아의 상태를 물었다.이천에서 서울까지 먼 거리는 아니었으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긴 거리를 이동한 별아였다.“네, 차 타자마자 자더니 깨질 않네요.”“다행이네.”준석은 여진이 내릴 수 있도록 몸을 비켜섰다.별아를 한쪽 품에 단단히 안은 여진은 몸을 반쯤 비틀어 뒤편에 있던 기저귀 가방을 챙겼다.그 모습에 준석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도와달라고 하면 되잖아.”준석의 말에 여진은 불편한 자세로 눈만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왜 또 저러나 싶은 표정이었다.그 표정이 준석의 신경을 더 거슬리게 했다.“별아 줘, 내가 안을 테니.”준석은 몸을 수그리더니 팔을 활짝 벌렸다.여진은 준석의 행동에 잘게 인상을 구겼다.별아가 제 품에서 잘 자고 있었다.이럴 때 필요한 도움은 뒤에 있는 기저귀 가방을 들어주는 것인데, 아이를 달라니.“별아 깨요. 도와주고 싶으면 가방 좀 들어줘요.”“그럼, 그러지 뭐.”여진은 별아를 품에 단단히 안아 들고 밖으로 나왔다.곧이어 준석이 큰 몸을 한껏 수그려 뒷좌석 깊숙이 있는 기저귀 가방을 꺼냈다.그가 가방을 든 채로 몸을 바로 세웠다.완벽한 수트 핏에 알록달록 꽃무늬 기저귀 가방을 들고 있는 차준석의 모습이 여진의 눈에 들어왔다.여진은 피식거리는 입술을 어쩌지 못하고 풋, 하고 웃어버렸다.준석은 풋사과 같은 여진의 웃음소리에 순간 얼굴을 굳혔다.그의 귓바퀴가 주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그레 달아올랐다.준석은 민망함에 일부러 건조하게 물었다.“왜 웃는 거지?”“아, 미안해요. 그냥 웃겨서. 혹시 화났어요?”여진은 뭔가 뾰로통한 남자의 얼굴을 보고 의아한 듯 물었다.“됐어, 들어가.”준석은 여진의 눈동자를 피하며 먼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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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

104화.“그동안 고생 많으셨죠, 사모님.”아이를 안고 있는 여진을 보니 아주머니는 애석한 마음이 들었다.여진의 친정에 일어난 일을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알고 있었다.여진은 아이를 낳고도 여전히 예뻤으나, 신혼 때처럼 생기가 돌지는 않았다.낯빛이 지쳐 보였다.혼자 얼마나 맘 고생이 많았을까 싶었다.“아, 아니에요.”여진은 아주머니의 위로에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왔으나 애써 감정을 삼켰다.“아이 방은 잘 준비됐나요?”준석이 아주머니에게 물었다.“네, 오전에 비서실에서 다 준비해 주셨어요.”“식사는요?”“사모님 좋아하시는 거로 만들어 두었어요. 아이 이유식도요.”“잘하셨네요. 조금 있다가 내려올 테니 곧장 먹을 수 있게 해주세요.”“네, 대표님.”준석은 먼저 2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그 뒤를 여진이 별아를 품에 안고 뒤따랐다.2층으로 향하는 여진의 시야에 집안의 풍경이 들어왔다.집은 그녀가 살던 때의 모습과 변함이 없었다.그중 유독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는데, 바로 그녀의 도예 작품들이었다.여진이 이곳에서 살던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유리관에 잘 보관되어 집안 곳곳에 전시되어 있었다.매일 쓸고 닦았는지 도예작품을 보관한 유리관이 투명할 정도로 깨끗했다.여진은 시선을 돌려 제 앞으로 가고 있는 준석을 바라봤다.저의 외도를 의심하며 경멸 가득한 시선을 보냈던 지난날의 차준석은 대체 어떤 생각으로 제 작품을 보관하고 있었던 것일까.여진은 그의 마음을 전혀 가늠할 수가 없었다.2층으로 올라온 여진은 별아를 안고 아이 방으로 들어갔다.별아를 아기 침대에 눕히자마자 아이는 눈을 번쩍 떴다.“어? 우리 아기 일어났어?”별아도 낯선 환경이 신기한지 눈동자를 굴리며 두리번거렸다.그러다 이내 울상을 짓더니, ‘흐앙’ 소리와 함께 울먹거렸다.“괜찮아. 이제 여기서 지낼 거야. 울지 마, 엄마가 옆에 있잖아.”여진은 별아를 다시 품에 안으며 달랬다.자다 깬 별아는 쉽게 울음을 그치지 않았고, 엄마 가슴에 얼굴을 자꾸 비볐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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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화.

105화.준석도 여진을 보고 놀란 듯했으나, 이내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언제 들어왔어?”여진은 시야에 가득 들어오는 남자의 맨몸을 보고 얼른 고개를 숙였다.그도 그럴 게, 준석은 허리 아래로 타월만 두른 채 서 있었다.눈을 한번 질끈 감은 여진은 서둘러 대답했다.“노, 노크했는데 아무 말이 없어서요.”“아, 씻느라 못 들었나 봐.”“별아 방에 수유할 곳이 없어서….”여진은 민망함에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그래? 내가 생각이 짧았군. 별아 방을 여기로 옮길까?”준석의 물음에 여진은 숙였던 고개를 번쩍 들었다.그러다 다시금 적나라하게 들어오는 준석의 맨몸에 시선을 어디다 둘 줄 모르며 말했다.“준석 씨가 지내는 방인데, 그래도 돼요…?”“어려울 게 있나. 나는 서재에서 생활하면 되니까, 당신이랑 별아가 이 방을 쓰도록 해.”“아, 고마워요, 준석 씨.”준석은 제 벗은 몸을 보고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여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자신이 자는 침대에 앉아 아이의 젖을 먹이고 있는 윤여진이라.불과 며칠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할 광경이었다.준석은 옷을 입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은 채 여진을 잠시 감상했다.그때 그의 몸에 확 하고 열감이 올라왔다.그는 느닷없이 반응하는 제 몸을 통제하지 못하고, 미간을 사정없이 좁혔다.이내 침실과 연결된 드레스 룸으로 도망치듯 발걸음을 옮겼다.여진은 준석이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그제야 시선을 제대로 두었다.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홧홧하게 달아올라 있었다.이천에서 몇 주를 함께 보냈지만, 준석은 상체를 홀딱 벗고 나온 적은 없었다.아마도 그곳이 그의 집이 아니었기에 그랬을 것이다.한데 이곳은 그의 집이자, 그의 침실이었다.옷을 다 벗고 나체로 나온다고 해도 이상한 곳이 아니었다.여진은 저를 빤히 바라본 채 젖을 빨고 있는 별아를 내려다보며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려 애썼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준석이 편안한 셔츠에 통이 넓은 면바지로 갈아입고 여진에게 다가왔다.여진은 옷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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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화.

106화.“아기 놀란다.”준석은 오히려 여진을 타이르듯 말하고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나도 밥 먹고 싶다고. 당신은 배 안 고파? 점심 안 먹었잖아.”“하아!”여진은 그제야 준석의 장난을 눈치채고 기가 막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준석은 그런 여진을 보며 재밌다는 듯 속으로 웃었다.“천천히 먹이고 나와. 아주머니한테는 조금 늦게 차리라고 말할 테니.”그는 여진의 대답을 들을 생각은 없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여진은 그의 장난이 괘씸해 닫힌 문을 한참 흘겨보았다.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차준석은 상당히 능글맞은 남자가 되어있었다.***몇 시간 뒤.서재에서 화상으로 회의를 마친 준석은 그제야 성훈을 떠올렸다.성훈은 병원에서 퇴원해 서울에 왔다. 그렇다고 그를 당장 업무에 복귀시킬 생각은 없었다.당분간 휴식기를 가지라고 말해 놓았기 때문에 오늘 회의에 성훈은 참석하지 않았었다.준석이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이제 곧 있으면 저녁 시간이었다.준석은 성훈에게 메시지를 남겼다.[저녁 7시, 성북동에서 보자.]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성훈에게 답장이 왔다.[네, 대표님. 거기서 뵙겠습니다.]준석은 답장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별아의 방으로 향했다.별아의 방문을 연 준석은 그곳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건너편 침실로 향했다.벌컥, 침실 문을 열었다.한데 그곳에도 별아의 물건만 옮겨져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어디 갔지?”준석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여진과 아이를 궁금해하며 1층으로 향했다.1층에 다다랐을 때, 주방에서 속닥거리는 말소리가 들렸다.준석은 그 소리를 따라 주방으로 향했다.“아, 이렇게 하는 거였구나. 전 레몬만 사용했거든요.”조금 상기된 여진의 목소리였다.“아이고, 그것만 가지곤 비린내 못 잡죠.”“그래요? 그래도 준석 씨가 되게 잘 먹었어요. 여러 번 해줬는데 비리다는 말 한 번도 안 하더라고요.”“네? 대표님이 도미찜을 드셨다고요?”아주머니의 놀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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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화.

107화.그녀는 아직 준석에게 한 끼 당 백만 원짜리 밥이 꽤 남아있었다.연희동에 왔다고 해서 그 빚이 청산되는 것은 아니었기에, 여진은 오늘부터 저녁을 준비하려 했었다.“그래서 아이를 저렇게 보행기에 내팽개치고, 도미찜을 한다고 이 소란이었던 거야?”준석은 보행기 안에 들어가 이 광경을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별아의 모습이 못마땅했다.이천 집이야 여진의 사정에 맞게 살았던 곳이지만, 이곳은 아니었다.사용인 여러 명을 써도 부족할 집에 여러 사람이 들락날락하는 게 싫어서 최소 인력만 고용했을 뿐이다.살림은 아주머니가 전담하고 있지만, 집 안 청소며 1층과 연결된 정원 등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었다.급하게 옮기느라 베이비시터를 구하지 못했으나, 내일부터는 베이비시터도 오기로 되어있었다.준석은 제집에서까지 여진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이혼 위자료를 운운했던 것은 그녀의 집을 드나들 이유를 만들 수단이었을 뿐이었으니까.이젠 여진이 연희동에서 지내지 않나. 위자료 같은 하찮은 핑계는 필요가 없었다.여진은 나름 맛있는 저녁을 해주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던 제 모습을 생각하며 준석의 말에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준석 씨, 내팽개치다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음식 하는 곳에 아이가 있다는 것 자체가 위험하잖아. 내 말이 틀렸어?”“그건….”준석의 지적은 여진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이천 집은 워낙 작아 별아를 거실에 두고 눈으로 살피는 게 가능했었다.한데 이 집은 주방과 거실이 완전하게 분리된 집이었다.별아 혼자 거실에 둘 수 없어 보행기에 태워 주방에 데리고 온 것이었다.이유야 어떻든 위험하다는 준석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여진은 졸지에 조심성 없는 엄마가 되었다.준석은 마뜩찮은 표정을 풀지 않고 보행기에 있는 별아를 가볍게 꺼내 제 품에 안았다.“아주머니.”“아, 네. 대표님.”“앞으로 여진이랑 아이, 주방에 한 발짝도 들이지 못하게 하세요. 여진이 손에 물 묻히는 일 없었으면 합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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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화.

108화.“희주 씨가 그러더군. 남이준은 별아와 정말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니, 당신을 믿어달라고 말이야.”“희주가요? 언, 언제요?”“어제 당신하고 인사하러 갔을 때. 별아 수유한다고 잠깐 자리 비웠었잖아.”“아….”여진은 어제 준석과 함께 희주에게 인사를 하러 갔었다.이천을 떠난다는 소식에 희주는 저를 한참 안아 주며 언제든 다시 돌아와도 된다고 말해 줬었다.“그래서 준석 씨는, 그 말을 믿나요?”“별아 친아빠가 남이준이 아니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어. 희주 씨를 통해 확인받은 것뿐이지.”준석도 처음엔 이준의 뒷조사를 했을 때 여진의 집을 자주 드나드는 것에 의심이 들었었다.한데 이준이 별아의 친아빠라면, 그렇게 따로 살고 있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다다랐다.자연스레 남이준은 별아의 친아빠 리스트에서 제외가 됐다.그럼에도 남이준이 걸리는 것은 여진을 향한 그 눈동자였다.남자 새끼들이라면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수컷의 눈동자.하룻강아지라도 수컷이면 수컷이었다.“그럼, 별아 아빠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예요?”여진은 일말의 희망을 품고 물었다.저를 믿는다면 별아의 아빠가 차준석 본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 않을까.“내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하지. 당신이 여러 번 확인시켜 줬잖아.”“그건…!”“여진아, 이젠 별아 친아빠가 누군지 그런 거 중요하지 않아.”“그게… 무슨 말이죠?”“별아, 내가 키울 거야.”“준석 씨! 미, 미쳤어요?”여진은 준석이 미쳤다고 생각했다.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별아를 키우겠다니!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인지!“엄마, 엄바바”그때 별아가 옹알이를 했다.여진은 아기 침대 안에 있는 별아를 바라봤다.별아는 세상 행복한 얼굴로 애착 인형을 손에 쥐고 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눈가를 살짝 접은 채 준석이 바라보고 있었다.여진은 순간 불길한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차준석이 윤별아를 빼앗아 갈 것만 같았다.여진은 짧은 거리였지만 달리듯 별아에게 향했다.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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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화.

109화.소유욕으로 일렁대는 검은색 눈동자가 여진을 옥죄듯 응시했다.“맞아. 나 제정신 아니야. 정신 똑바로 박힌 놈이라면, 제 아내가 외도로 낳은 아이를 호적에 올리겠다고 나서진 않겠지.”“…!”“난, 나를 배신한 윤여진을 여전히 미워해.”여진을 붙잡고 있는 손에 조금 전보다 더 강한 힘이 들어갔다.“그, 그런데 왜 나랑 다시 부부가… 되겠다는 건가요?”떨리는 목소리를 어쩌지 못하고 여진이 물었다.“지금 내 눈앞에 있는 윤여진은 과거의 윤여진이 아니니까.”“그게 무슨….”“당신 이제, 별아 엄마잖아. 난 윤여진이 아니라 별아 엄마와 부부가 되겠다는 거야.”“…!”궤변이었다.윤여진이 별아 엄마라고 해서 윤여진이 아닌 게 아닌데!여진은 준석이 쏟아내는 말이 궤변인 줄 알면서도, 헛소리 그만하라며 소리치지 못했다.그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를 응시할 뿐.준석은 그런 여진을 제 품으로 확 잡아끌었다.여진의 잇새로 단발의 신음이 새어 나왔다.준석이 한쪽 팔로 여진의 허리에 단단히 둘렀다.가녀린 몸이 그의 탄탄한 몸에 빈틈없이 밀착되었다.준석의 코끝으로 여진의 향기가 훅, 하고 흘러들었다.젖내를 품은 농밀한 여자의 향기.“여진아.”그녀를 부르는 준석의 눈빛은 흡사 허기진 늑대와 같았다.덫에 걸려 낑낑거리는 산속 어린 짐승을 곧 삼켜 버릴 것 같은, 그런 눈동자였다.여진은 최면에 걸린 것처럼 순간 얼어붙었다.여린 눈동자만 파르르 떨었다.궤변을 늘어놓던 차준석은 그 궤변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여진의 입술을 찾아 얼굴을 내렸다.준석의 입술이 여진의 코끝에 닿았다.“…!”그 순간 여진은 불에 덴 듯 화들짝 놀랐다.이내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 양손을 들어 그의 가슴을 힘껏 밀었다. 한데 민다고 밀릴 몸이 아니었다.벗어나려는 그녀의 노력이 허무할 정도로 준석의 몸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이미 그의 팔에 깊숙이 감겨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푸, 풀어줘요.”여진은 그에게서 벗어나고자 계속 버둥거렸다. 그녀의 행동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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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화.

110화.같은 시각.성훈은 차를 몰고 성북동으로 향했다.준석이 성북동에서 만나자고 했을 때, 그는 ‘어디서’라는 말을 묻지 않았다.묻지 않아도 알았다. 형제가 종종 아버지를 추억하는 곳이었으니까.퇴근 시간이라 도심의 중심가는 차들로 꽉 막혀 있었다.성훈이 정면을 바라보며 톡, 톡, 톡 핸들을 두드렸다. 이내 시간을 확인했다.“이러다 늦겠는데….”그가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보조석에 놓인 서류 봉투에 눈을 두었다.그 안에는 유전자 검사 결과지가 들어있었다.“아마도 깜짝 놀라시겠지.”봉투를 바라보는 성훈의 얼굴이 조금 전과 다르게 긴장감이 서렸다.준석의 허락 없이 진행한 유전자 검사였다.‘앞으론 이런 일, 없게 해. 눈감아 주는 건 이번만이다. 네가 아무리 내 동생이라도 두 번은 없어.’성훈은 산모 수첩을 발견한 뒤, 제게 엄중히 경고한 준석을 떠올렸다.그 경고를 무시하고 또다시 저지른 일이었다.결과가 좋아 다행이었으나, 그렇다고 깨진 신뢰가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다.준석을 가장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보좌했던 성훈이 아닌가.최근 저를 향한 준석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제 건강을 걱정하며 저를 일선에서 빠지게 했으나, 성훈은 작금의 상황이 준석이 저에게 내린 근신이라는 것을 알았다.그가 보조석에 덩그러니 놓인 서류 봉투에 다시금 시선을 뒀다.준석의 질타를 받더라도, 꼭 알려야 하는 중요한 사실이었다.성훈은 저 서류 봉투가 여러모로 전화위복이 되길 바랐다.***쿵-!여진의 등이 순식간에 드레스 룸 벽에 닿았다.준석에 의해 하늘에 붕 뜬 몸은 단 몇 초 만에 드레스 룸에 도착해 있었다.온몸에 피어오르는 열감과 상반되게 벽의 찬 기운이 찌릿하며 그녀의 몸을 관통했다.“기억나?”준석이 한 손으로 벽을 짚은 채 잔뜩 긴장한 여진의 얼굴을 다른 손으로 그러쥐며 물었다.여진의 고개가 준석을 향해 빠듯하게 젖혀졌다.그녀를 군림하듯 내려다보는 준석의 눈동자는 대답을 들을 생각 따윈 없는 듯 정염에 붉게 타올랐다.여진의 얇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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