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송연화도 익숙하지 않았지만 김서영이 자주 찾아오자 차분히 무시할 수 있게 되었다.몸을 돌보는 나날은 몹시 평온했다.서재헌과 송유란이 줄곧 나타나지 않으니 송연화는 영휘궁만 세상에서 동떨어진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이상했지만 그 느낌은 영문도 모르게 송연화를 안심시켰다.그러던 보름 뒤 태후가 갑자기 병이 들었고, 영휘궁으로 태후의 명이 내려왔다."태후 마마의 뜻을 받들어 연빈 마마께서는 청안궁으로 가시어 병시중을 드시옵소서."'병시중이라니!'송연화는 몸이 굳고 저도 모르게 손끝을 움켜쥐었다.북방 변경에서 지낸 몇 해 동안 태후는 몸이 약해 자주 앓았다. 그때마다 병시중을 든 사람은 송연화였다.당시에는 태후를 진심으로 위했다. 매번 깊은 밤 부처 앞에 무릎 꿇고 정성껏 경전을 베껴 썼다.하지만 그때는 눈도 멀쩡했고 아이도 없었다.'이제는...'"연빈 마마, 연빈 마마?"송연화가 정신을 차렸다. 온갖 생각은 끝내 침묵으로 가라앉았다.잠시 뒤 송연화는 도연의 도움을 받아 옷을 갈아입고 청안궁으로 향했다....청안궁.송연화가 정전 안으로 막 들어서자 송유란의 목소리가 들렸다."연화야, 어찌 왔니? 지금 아이를 가진 몸인데 혹시라도 병이 옮으면... 아이고, 얼른 돌아가렴. 고모님은 나 혼자 돌보면 돼."송유란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송연화를 뒤로 밀었다."어서 돌아가. 어서."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한 송연화는 비틀거렸다. 바닥에 쓰러지기 직전 팔 하나가 허리를 감싸 단단히 받쳐 주었다.익숙한 향이 코끝을 맴돌았다. 맞닿은 곳에서 전해지는 체온에 송연화의 눈빛이 잠시 아득해졌다.이윽고 가까이 붙어 있던 사람이 떨어져 나갔다."똑바로 서거라. 아이를 가진 몸이니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서재헌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그 서늘함에 송연화는 단숨에 정신을 차렸다.그때 송유란이 앞으로 다가왔다."재... 폐하, 오셨습니까? 고모님께서 갑자기 중병에 드셔서..."송유란은 서재헌의 옷자락을 움켜쥔 채 눈을 내리깔았다.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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