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하, 황비가 사라졌습니다》全部章節:第 11 章 - 第 20 章

30 章節

제11화

말이 끝나고서야 자신의 행동을 깨달은 듯 송유란은 손을 거두며 작게 해명했다."조금 전에는 그런 뜻이 아니라..."서재헌이 재빨리 그녀의 손을 잡았다."짐은 그 호칭이 좋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송유란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고 흰 귓불마저 붉게 물들었다.서재헌은 가볍게 헛기침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짐은 처리할 일이 남았으니 유란과 부인은 천천히 이야기 나누도록 하라."말을 마친 그는 곧장 떠났다. 송유란과 김서영만 서로를 바라보았다.잠시 뒤 송유란이 미간을 좁혔다."어머니, 기분이... 좋지 않으신 듯합니다."김서영은 씁쓸하게 웃었다."네 눈에도 보이니? 조금 전 영휘궁에 다녀왔단다."'영휘궁?''어째서 그곳에?'송유란은 화가 치밀었지만 곧 감정을 억눌렀다."재헌 오라버니가 먼저 그곳에 가라고 하신 것입니까? 동생의 상태가... 많이 좋지 않습니까?"마지막 말은 몹시 조심스럽게 꺼냈다.불안해하는 모습과 퉁퉁 부은 눈을 보자 김서영은 가슴이 아팠다."내가 찾아가고 싶어서 간 거란다.""동생을 만나고 싶으셨습니까?"송유란은 그 말을 되풀이하다 목소리를 높였다."왜 그러셨습니까?"너무 놀란 송유란은 미처 목소리를 가다듬지 못했다.날카로운 목소리에 귀가 아플 지경이 된 김서영은 멍하니 굳었다.'유란이가 어쩐지 조금 무섭구나.'어머니의 시선을 마주한 송유란은 가슴이 철렁해 곧장 둘러댔다."어머니께서 사람을 보내 말씀해 주지 않으셔서 몹시 걱정했습니다. 동생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두려웠습니다."말끝이 목메기 시작하더니 눈물까지 흘러내렸다.그 모습을 보자 김서영은 방금 든 의문을 곧 잊고 안타깝게 달랬다."연화가 전각 안에서 넘어졌단다. 뱃속의 아이가 네 양자로 들어올 테니 아이가 무사한지 확인하러 간 것뿐이야."그런 이유였구나.송유란은 안도하며 눈물을 글썽였다."어머니께서는 정말 저를 아껴 주십니다."김서영의 어깨에 기대어 어린 딸처럼 어리광을 부렸다.김서영은 마음이 약해져 어깨를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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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서재헌은 대답하지 않은 채 말없이 송연화만 바라보았다.그러다 문득 송연화가 전보다 더 야위어 보였다.송유란을 데리고 떠난 뒤 서상운에게서 송연화가 영휘궁에서 넘어졌다는 보고를 받았다.하지만 송유란이 정신을 잃은 탓에 걱정되어 직접 오지는 못하고 사람을 보내 김서영을 입궁시켰다.왜 그런 명을 내렸는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왠지 송유란과 송연화 모두 김서영을 필요로 할 것 같았다.그렇다고 궁녀들이 송유란을 모욕한 일을 용서한 것은 아니었다.송유란은 자매의 정을 소중히 여겨 그 일로 마음 아파했다. 그렇다면 자신이 두 사람의 인연을 다시 이어 주면 되었다.황후 책봉식이야말로 가장 좋은 기회였다."두 달 뒤 유란의 황후 책봉식이 열린다."황후 책봉식.송연화는 굳었다. 손끝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고 목이 바짝 말랐다."폐하께서 신첩을 찾아와 이 말씀을 하시는 것은, 소원을 이루신 일을 축하해 달라는 뜻입니까?"서재헌은 담담하게 말했다."말로 하는 축하는 쓸모없다. 진심으로 축하한다면 네가 황후 책봉식을 맡아 준비하는 것이 어떠냐?"송연화의 가슴이 떨렸다.앞서 송유란이 이 일을 말했을 때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서재헌은 돌아서자마자 이토록 잔인하게 송연화의 마음을 후벼 팠다."신첩이 거절한다면 어찌하시겠습니까?""짐이 허락하지 않는다."서재헌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송연화는 또다시 손바닥을 손톱으로 파고 있었다.그는 앞으로 다가와 손가락을 하나씩 펴 주었다. 부드러워 보이는 동작에는 거역을 허락하지 않는 힘이 실려 있었다."여봐라, 연고를 가져오라."서재헌의 목소리가 멀리 울려 퍼지자 넋을 잃었던 송연화가 정신을 차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연고 한 상자가 들어왔다.서재헌은 손바닥에 약을 발라 주며 말했다."잠시 뒤 상운이 영휘궁의 궁인들을 다시 배치할 것이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아랫사람들에게 말하라."그 말만 남긴 채 서재헌은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손바닥에 남은 서늘한 감촉을 느끼자 갑자기 가슴이 시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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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서재헌은 직접 명령한 것으로도 모자라 협박까지 덧붙였다.정적이 길어졌다. 서상운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북방 변경에서 함께한 삼 년을 떠올리며 가볍게 헛기침했다."마마, 괜찮으십니까?"송연화는 손끝을 꽉 움켜쥐다가 억지로 웃었다."서 내관, 염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폐하께는 제가... 알겠다고 전해 주십시오.""마마, 염려 마십시오. 소인이 반드시 그대로 전하겠습니다."서상운은 예를 올렸다. 떠나기 전 한 가지 일을 더 알렸다."유란 아가씨를 모욕한 두 궁녀도 돌아왔습니다. 예전에 쓰던 처소에 있습니다."송연화는 차분하게 답했다."알았다."서상운은 문 앞에서 몇 번이나 말을 꺼내려다 끝내 침묵한 채 떠났다.연빈 마마는 폐하를 위해 수많은 일을 했다. 하지만 폐하가 사랑하는 사람은 결국 한 사람뿐이었다.감정은 이치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연빈 마마가 하루빨리 마음을 다잡기만 바랐다.송연화는 그의 생각을 알지 못했다. 고개를 숙인 채 잠시 앉아 있다가 쉬었다.다음 날.몸단장을 마친 송연화는 도연을 불러 연이와 난희를 데려오게 했다. 송유란을 모욕했다는 일의 진상을 확인하고 싶었다.두 사람이 앞에 서자 짙은 피비린내가 코끝을 찔렀다.송연화는 고개를 기울여 도연에게 물었다."두 사람의 상태가 어떠하냐?"도연은 두 사람을 살펴본 뒤 답했다."둘 다 정신을 잃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운데 태의를 부르시겠습니까?"송연화가 잠시 멈췄다."열이 나는 사람은 누구냐?""난희입니다. 몸의 상처도 더 심합니다."도연은 이름을 말한 뒤 상태를 덧붙였다.도연이 난희를 아는 것은 이상하지 않았다. 송연화가 태의를 부르라고 명하려는 순간, 갑자기 누군가의 팔이 다리를 끌어안았다."마마!""마마, 드디어 다시 뵙게 되었습니다. 흑흑... 소인은 너무 무서웠습니다. 다시는 마마를 뵙지 못할 줄 알았습니다."귓가에 흐느낌이 울렸다. 연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송연화의 가슴에 의심이 스쳤다.'같이 송유란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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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송연화의 입에서 '윗사람을 능멸하다'라는 말이 나오자 주위는 죽은 듯 고요해졌다.다음 순간 털썩 소리가 났다."소인이 죄를 지었습니다. 마마, 벌을 내려 주십시오."벌을 청하는 순간에도 도연의 말투에는 공경심이 가득했다.송연화는 한참 침묵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일어나거라."도연은 서재헌이 특별히 보낸 사람이었다.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벌을 줄 생각이 없었다.다른 이유는 없었다. 지금은 무조건 눈에 띄지 않고 지내야 했다.더구나 방금 도연을 꾸짖은 것도 일단 기세를 누르기 위해서였을 뿐이다."마마, 법도는..."송연화가 손을 조금 들자 도연은 말을 하다 즉시 입을 다물었다."네가 오기 전에 어떤 말을 들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곳은 영휘궁이고, 여기서는 내 말이 곧 법도다."잠시 멈춘 뒤 말을 이었다."그만 무릎을 꿇고 일어나 태의를 불러오너라."도연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눈빛에는 복잡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하지만 곧 뒤엉킨 생각을 눌러 담았다."알겠습니다. 곧 사람을 보내 태의를 부르겠습니다."떠나기 전 송연화가 다시 당부했다."두 사람을 잘 돌보아야 한다."다음 날.송연화가 막 일어나자 도연이 김서영이 찾아왔다고 알렸다."앞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송연화의 손이 잠시 멈췄다."온 지 얼마나 되었느냐?""방금 도착하셨습니다."도연은 잠시 생각하다 덧붙였다."소인이 듣기로 김서영 부인께서는 어젯밤 유란 아가씨의 처소에서 주무셨다고 합니다."송연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송유란을 입궁시킨 것도 모자라 김서영까지 예외로 궁에 묵게 했다. 서재헌은 궁중 법도를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생각을 거둔 송연화는 도연에게 사람을 들이라 명했다.곧 김서영이 안으로 안내되었다.송연화는 도연을 물린 뒤 물었다."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김서영은 미간을 좁혔다.가슴이 시큰했다."볼일이 없으면 찾아와서는 안 되니?"송유란만 편애하는 사람이 아무 일도 없이 자신을 찾아올 리 없었다.송연화는 무심하게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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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김서영은 본능적으로 대답했다."그쪽은 머물기에 마땅하지 않아서 그래."말이 끝나자 잘못 답했다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설명했다."내 말은 유란이가 몸이 약하니 그 아이에게는..."'정양이 필요하다'는 말은 끝내 나오지 못했다.말을 더할수록 실수가 늘어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송유란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송연화의 몸도 성하지 않았다.그때 송연화의 머릿속에 서재헌의 모습이 떠올랐다. 손끝이 움츠러들고 가슴 한구석이 메마르게 아팠다.서재헌이 자주 송유란을 찾으니 김서영이 그곳에 머물기는 분명 불편할 터였다.한편 김서영의 마음에는 초조함이 더해졌다.처음에는 죄책감을 느꼈지만 송연화가 계속 침묵하자 그 감정은 원망으로 변했다."계속 말이 없구나. 내가 영휘궁에 머무는 것이 싫으냐?"김서영의 물음에 송연화는 생각에서 깨어났다.그러나 대답하기도 전에 어머니가 말을 이었다."내가 영휘궁에 머물려는 건 유란이 쪽이 불편해서이기도 하지만, 너를 돌보고 싶어서이기도 해.""네 꼴을 보렴. 뼈만 남을 만큼 야위었고 음식에도 문제가 있는 모양이구나. 궁인들은 감히 말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주의를 줄 수 있어.""연화야, 너와 아이를 생각해야지."김서영의 말에 송연화의 마음이 흔들렸다. 얼굴에는 조소가 떠올랐다.'겉으로는 그럴듯했지만 실상은 뱃속의 아이가 잘못되어 송유란에게 가지 못할까 두려운 것 아닌가?'송연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앞을 보지 못해 더욱 깊고 공허해 보이는 두 눈이 허공을 향했다. 사람마저 빨아들일 듯했다.김서영의 시선이 흔들렸다.송연화가 김서영의 표정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김서영은 왠지 불편했다.어젯밤 송유란 곁에서 잠들며 지켜보니, 아이는 계속 '아이'와 '무섭다'는 말을 중얼거렸다.송유란을 위해 송연화의 아이를 잘 지켜야 했다.그 조급함에 김서영은 곧장 영휘궁으로 달려왔다.하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자신의 행동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시간이 흐르고 침묵 속에서 분위기는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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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도연이 나가시라는 뜻으로 손을 내밀자, 말하던 김서영은 입을 다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내가 아직...""부인, 이쪽으로 오십시오."김서영이 말을 이으려 했지만 도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일부러 높인 목소리가 김서영의 말을 덮었다.그와 동시에 송연화는 시선을 돌렸다.두 사람 사이에 낀 김서영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발소리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송연화는 더듬거리며 침상 가장자리로 갔다. 손을 베개 밑에 넣자 도자기 병의 서늘한 감촉이 손끝을 타고 번졌다.송씨 가문에 대대로 전해지는 약환은 그만큼 조심스럽게 간직하고 있었다.하지만 도자기 병을 어루만지자 도연이 했던 말이 떠올랐고, 어제 품었던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어째서 연이의 상처가 난희보다 가벼운 걸까?''두 아이에게 무슨 차이가 있기에?''설마...'의문이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송연화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가 한참 뒤에야 도자기 병을 다시 베개 밑에 넣었다.한편 김서영의 거처를 마련한 도연은 떠나려다 부름을 받고 멈췄다."요 며칠 연빈 마마의 식사는 어떠하냐?"도연의 시선이 김서영에게 닿았다."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요 며칠 마마께서는 식사를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김서영은 안도한 뒤 다시 물었다."그럼 태의가 연빈 마마를 살펴보았느냐?"이번에는 도연이 대답하지 않았다.침묵이 이어지자 김서영의 표정이 서서히 굳었다."큼큼, 내가 너무 캐물었구나. 참으로 미안하구나."도연은 시선을 돌렸다."과한 말씀이십니다. 소인은 마마를 모셔야 하니 먼저 물러가겠습니다."도연이 떠나자 김서영은 한숨을 내쉬었다.황제가 송연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해도 중요한 일에는 나름대로 손을 써 줄 터였다.괜찮았다. 폐하의 마음이 계속 송유란에게 머무는 한 황후의 자리와 아이에게는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을 테니까.다만 그전에 송연화가 몸을 회복하도록 반드시 다그쳐야 했다.아이는 무사하고 건강하게 태어나야 했다.송연화는 김서영의 속내를 알지 못했다. 도연이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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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처음에는 송연화도 익숙하지 않았지만 김서영이 자주 찾아오자 차분히 무시할 수 있게 되었다.몸을 돌보는 나날은 몹시 평온했다.서재헌과 송유란이 줄곧 나타나지 않으니 송연화는 영휘궁만 세상에서 동떨어진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이상했지만 그 느낌은 영문도 모르게 송연화를 안심시켰다.그러던 보름 뒤 태후가 갑자기 병이 들었고, 영휘궁으로 태후의 명이 내려왔다."태후 마마의 뜻을 받들어 연빈 마마께서는 청안궁으로 가시어 병시중을 드시옵소서."'병시중이라니!'송연화는 몸이 굳고 저도 모르게 손끝을 움켜쥐었다.북방 변경에서 지낸 몇 해 동안 태후는 몸이 약해 자주 앓았다. 그때마다 병시중을 든 사람은 송연화였다.당시에는 태후를 진심으로 위했다. 매번 깊은 밤 부처 앞에 무릎 꿇고 정성껏 경전을 베껴 썼다.하지만 그때는 눈도 멀쩡했고 아이도 없었다.'이제는...'"연빈 마마, 연빈 마마?"송연화가 정신을 차렸다. 온갖 생각은 끝내 침묵으로 가라앉았다.잠시 뒤 송연화는 도연의 도움을 받아 옷을 갈아입고 청안궁으로 향했다....청안궁.송연화가 정전 안으로 막 들어서자 송유란의 목소리가 들렸다."연화야, 어찌 왔니? 지금 아이를 가진 몸인데 혹시라도 병이 옮으면... 아이고, 얼른 돌아가렴. 고모님은 나 혼자 돌보면 돼."송유란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송연화를 뒤로 밀었다."어서 돌아가. 어서."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한 송연화는 비틀거렸다. 바닥에 쓰러지기 직전 팔 하나가 허리를 감싸 단단히 받쳐 주었다.익숙한 향이 코끝을 맴돌았다. 맞닿은 곳에서 전해지는 체온에 송연화의 눈빛이 잠시 아득해졌다.이윽고 가까이 붙어 있던 사람이 떨어져 나갔다."똑바로 서거라. 아이를 가진 몸이니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서재헌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그 서늘함에 송연화는 단숨에 정신을 차렸다.그때 송유란이 앞으로 다가왔다."재... 폐하, 오셨습니까? 고모님께서 갑자기 중병에 드셔서..."송유란은 서재헌의 옷자락을 움켜쥔 채 눈을 내리깔았다.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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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그 말이 떨어지자 내전 전체가 죽은 듯 고요해졌다.송유란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무언가를 캐려는 눈빛에는 옅은 악의가 깃들어 있었다.태후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성정이 온화하지 않았다. 송연화가 그런 말을 했으니 큰 화를 입을 터였다.하지만 송유란에게도 못마땅한 점이 하나 있었다.'태후는 어째서 계속 송연화의 병시중만 고집하는 걸까?''나도 여기 있는데 굳이...'"콜록, 콜록, 콜록..."거센 기침 소리가 울렸다.송유란의 생각이 끊겼다.동시에 주위 사람들이 모두 침상으로 몰려갔다.태후는 목구멍이 견디기 힘들 만큼 간지러웠다. 궁인이 차를 건네자 간신히 한 모금 마셨다."고모님, 어찌 그러십니까?""태의는 어서 살펴보아라."...송연화는 그 자리에 조용히 서 있었다.앞을 볼 수는 없었지만 들려오는 소리만으로도 혼란스러운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풍한에 든 태후는 감정이 격해질 때마다 심하게 기침했다.북방 변경에 있었다면 가장 먼저 배고를 준비했을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묵묵히 듣기만 했다.갑자기 손 하나가 송연화의 팔을 붙잡았다.송연화가 화들짝 놀랐다."누구냐?""당장 영휘궁으로 돌아가거라. 짐의 명이 없으면 앞으로는..."서재헌의 차가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곁에서 들리던 기침이 잦아들었다.태후는 가슴을 움켜쥐고 서재헌과 송연화를 똑바로 바라보았다."병시중을 들러 온 아이를 영휘궁으로 돌려보내서 무엇 하겠느냐?"서재헌은 송연화를 깊이 바라본 뒤 답했다."어마마마, 연빈은 지금 몸이 불편합니다. 병시중을 들 사람은 궁에 얼마든지 있습니다."태후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고 송연화에게 화살을 돌렸다."송연화, 방금 불만이 있다고 했지. 그 불만이 무엇인지 내가 들어 보자꾸나!"정신을 차린 송연화가 입을 열려 했지만 서재헌이 다시 말을 가로챘다."연빈은 아이를 가졌고 앞도 보지 못하니 어마마마를 제대로 돌볼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으로 바꾸시지요."'서재헌이 정말 내 편을 들어 주는 건가?'거듭되는 두둔에 송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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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어둠에 마음속 추측까지 겹치자 불안이 피어올랐다. 금방이라도 감정이 무너질 듯한 순간, 어깨 위로 손 하나가 내려앉았다."소인이 곁에 있습니다."'도연이다!'송연화의 불안한 마음이 단숨에 가라앉았다.잠시 뒤 그녀는 앞쪽을 더듬어 자신이 침상 곁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마마께서는 우선 앉아 계십시오. 소인이 태후 마마를 살피겠습니다."도연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송연화의 귀에 또렷이 들어왔다.송연화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도연의 제안을 거절했다.'지금의 태후는 북방 변경에 있을 때와 전혀 달랐다. 한 번이라도 흠을 잡히면...'송연화는 눈을 감고 자는 척하며 정신을 쉬게 했다.얼마나 지났을까. 잠들었던 태후가 깨어나자마자 송연화를 불렀다.송연화는 더듬거리며 일어나다가 앞을 보지 못해 무릎을 부딪쳤다.통증이 밀려오자 몸이 굳고 호흡까지 느려졌다."무얼 하는 게냐?"태후의 물음에는 냉기가 서려 있었다.송연화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실수로 무릎을 부딪쳤습니다."말을 마친 뒤 뒤쪽을 향해 명했다."차를 한 잔 가져오너라."태후는 송연화를 한 번 흘겨보았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궁녀가 건넨 찻잔을 받았다.태후가 트집을 잡지 않으니 송연화도 굳이 일을 만들지 않았다.예전 태후의 습관에 맞춰 이따금 궁인들에게 필요한 것을 준비하라고 명했다.저녁이 되자 송연화는 도연의 부축을 받아 청안궁을 나섰다.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영문 모를 의아함을 느꼈다.하루 내내 태후가 자신을 조금도 괴롭히지 않았다.송연화가 상상한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그때 앞쪽에서 갑자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정신을 차린 송연화가 물었다."왜 이리 소란스러우냐? 무슨 일이 생긴 게냐?"도연이 앞을 살펴보았다."사람을 보내 알아보겠습니다."그렇게 말하던 중 소란이 갑자기 커졌다. 송연화가 귀를 기울이자 연이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그 미친 여자를 어서 붙잡아!""빌어먹을, 너희는 반대편을 막아!"'미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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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송연화는 놀란 나머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다.막 옷자락을 붙잡은 순간 찰싹 소리가 나며 손을 세게 얻어맞았고, 조금 전까지 얼굴 가까이 있던 사람은 재빨리 물러났다."아아악!"갑자기 날카로운 비명이 터졌다.송연화가 미간을 찌푸렸다.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말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너 누구야? 왜 나를 잡으려 해?""가짜야. 전부 가짜라고.""꺼져! 아무도 나를 해칠 수 없어. 나를 해치려 하지 마..."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 미친 여인의 입에서 빠르게 흘러나왔다.송연화는 그녀가 어디 있는지 볼 수 없어 끈기 있게 달랬다.하지만 몇 마디 하지도 못했는데 멀리서 고함이 들렸다.송연화가 잠시 정신을 판 사이 미친 여인은 눈앞에서 달아나 버렸다.잠시 뒤 여러 사람이 송연화를 에워쌌다."마마, 괜찮으십니까? 미친 여자는 어디 갔습니까?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다급한 숨소리가 귀에 닿았다.송연화는 마음을 가다듬고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다치지 않았다. 그 여자는 스스로 달아났느니라."잠시 멈췄다가 물었다."그 여자는 대체 누구냐?""그것이..."도연이 한마디만 내뱉고 침묵하자 송연화는 그 여자의 신분이 수상하고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송연화는 생각에 잠겼다가 미간을 문질렀다."됐다. 신경 쓰지 말자꾸나. 배가 조금 불편하니 먼저 영휘궁으로 돌아가자."배가 불편하다는 말에 주변 궁인들이 일제히 다급해졌다."어서 태의를 불러라."반 시진 뒤 태의가 영휘궁을 떠났다.송연화는 침상 머리에 반쯤 기대 앉아 한 손을 배 위에 가볍게 얹었다.겉으로는 배를 바라보는 듯했지만 정신은 온통 그 미친 여자에게 쏠려 있었다.'너한테서 회혼단 냄새가 나.'송연화는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회혼단은 냄새가 분명했지만 약을 받은 첫날에만 손을 댔고 벌써 며칠이 지났다. 그런데 그 미친 여자는 어떻게 냄새를 맡았을까?'"폐하께서 납시오!"도착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곧이어 궁인들이 예를 올리는 소리가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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