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끝이라고 믿었던 우리: Chapter 41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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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호건의 표정이 굳어졌다.“너... 별말 안 했지?”“걱정 마. 나 약속은 지켜. 말하면 안 되는 건 하나도 말 안 했어.”호건이 단미 옆에 앉았다.“그럼 어머니는 왜 오셨는데?”“초대장 주러.”단미가 탁자 위를 가리켰다.“모레 최민찬 회장 부부 결혼 25 주년 행사에 당신더러 가래.”호건이 초대장을 열어 보더니 단미를 바라봤다.“어머니가 우리 둘이 같이 가라고 한 거지?”“그렇게 말씀하셨는데 난 안 가.”단미는 호건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난 이혼 사실을 공개하지 않겠다고만 약속했어.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계속 당신 아내 역할을 해 주겠다고 한 적 없어. 물론 호건 씨야 나 말고도 같이 갈 사람이 부족할 일도 없겠지만.”“결혼기념 행사에 아내 아닌 다른 여자를 데려갈 수는 없어.”호건은 제안하듯 부드럽게 말했다.“그러니까 단미 씨가 한 번 도와주면 안 될까?”단미는 바로 거절했다.“싫어.”“왜?”“우리 사이에 그런 일을 도와줄 만한 우정은 없잖아.”호건이 잠깐 생각하더니 물었다.“그럼 돈 받고 해 주는 건?”“돈 줘도 안...”“5천만 원.”단미의 거절이 중간에서 끊겼다.“얼마?”호건은 반짝이는 단미의 눈을 보며 낮게 말했다.“5천만 원. 같이 가 주는 대가로. 어때?”‘행사 한 번 동행하고 5천만 원?’‘이런 일을 어디 가면 구할 수 있는 거지?’단미는 솔깃했다. 지금도 따로 모아 둔 돈이 적지 않았지만 아이 한 명 키우는 데 돈이 끝없이 든다는 말은 익히 들었다.벌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벌어 둬야 했다.“그래.”단미가 눈썹을 살짝 들었다.“우리 아이 분윳값 번다고 생각하지 뭐.”호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핸드폰을 몇 번 누르자 단미의 핸드폰에서 알림음이 들렸다.계좌를 확인한 단미의 눈이 커졌다.5천만 원이 바로 입금돼 있었다.“벌써 보냈어?”‘계약금’도 아니고 전액 일시금이었다.단미가 놀라 호건을 봤다.“성의를 보여야지.”단미는 엄지를 들어 보였다.“지 대표님,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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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다음 날 점심.호건은 직접 영양사를 데리고 집에 와서 단미의 식단과 생활 패턴을 맞췄다.저녁에도 다시 집에 와 식사했고, 영양을 맞춘 식단이 단미의 입에 맞는지 물었다.그다음 날 아침 8시.단미가 아침을 먹으러 내려왔는데 호건은 아직 집에 있었다. 두 사람이 한 식탁에서 아침을 다 먹은 뒤에야 출근했다.10시쯤 되자 단미는 졸음이 몰려와서 다시 침대로 들어갔다.한창 깊이 자고 있을 때 귀에 오정란의 목소리가 들렸다.“단미 씨.”“단미 씨?”“음...?”단미가 반쯤 잠긴 눈을 떴다. 오정란이 침대 옆에서 조심스럽게 부르고 있었다.“점심 준비됐어요.”단미는 이불을 끌어올리고 다시 돌아누웠다.“이모님, 저 너무 졸려요. 좀 더 자고 이따가 먹으면 안 돼요?”오정란은 어깨에서 흘러내린 잠옷을 살짝 올려 주며 말했다.“대표님이 오셨어요. 아래에서 같이 점심 드시려고 기다리고 계세요.”단미의 눈이 번쩍 떠졌다.“또 왔어요?”단미는 못마땅한 얼굴이었다.“왜 맨날 집에 와서 밥을 먹는 거예요?”‘JF그룹은 이제 대표 식사도 안 챙겨 주나?’‘벌써 사흘째인데...’호건이 이렇게 연달아 집에서 식사한 건 신혼 첫 주 이후 거의 없던 일이었다.‘임산부 식단이 그렇게 맛있나?’“대표님께서 더 주무시면 공복이 너무 길어진다고 하셨어요.”오정란이 웃으며 덧붙였다.“더 안 일어나시면 아마 이리로 직접 올라오실 것 같은데요.”...호건은 식탁에서 핸드폰으로 계약서를 검토하고 있었다.오정란이 내려왔다.“대표님, 단미 씨 곧 내려오신대요.”호건이 핸드폰을 내려놓았다.“그럼 상 차려주세요.”얼마 뒤 단미가 심통 난 표정으로 내려와 아무 말 없이 맞은편에 앉았다.누가 단잠을 깨워서 기분이 몹시 나쁜 사람처럼 보였다.예전에 같이 살 때 호건이 일어나는 시간에는 단미가 늘 품 안에서 자고 있었다.호건은 단미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침대를 빠져나왔고, 단미가 눈을 뜰 때면 이미 회사로 출근한 뒤였다.그래서 잠투정하는 단미를 본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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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예전에는 호건이 좀처럼 집에서 밥을 먹지 않아도, 한 번 들어오기만 하면 단미는 무척 기뻐했다.같은 식탁에 앉아 초승달처럼 눈을 휘며 웃었고, 최근에 재미있었다고 느낀 일들을 이것저것 들려주곤 했다.지금은 달랐다. 맞은편에 앉은 사람을 우연히 합석한 낯선 사람처럼 대했다.호건이 먼저 말을 꺼냈다.“오늘 4시에 스타일리스트 오라고 했는데 괜찮아?”오늘 저녁 최민찬 회장 부부 행사에 갈 준비를 말하는 것이었다.예전에는 행사 날이면 오후 세 시쯤 스타일리스트가 와 헤어와 메이크업을 하고 드레스를 골랐다.단미가 고개를 끄덕였다.“응.”“6시 전에는 데리러 올게.”“알았어.”식사를 마친 단미가 올라가자 호건은 출근하기 전 오정란에게 따로 말했다.“오후에 스타일리스트가 와도 단미 씨가 낮잠 자고 있으면 깨우지 마세요. 기다리라고 해 주세요.”“네, 대표님.”“잠에서 깨면 먼저 간단히 먹을 것도 챙겨 주시고요.”저녁 행사가 늦어질까 봐 미리 배를 채우게 하려는 모양이었다.오정란이 웃으며 대답했다.“걱정 마세요. 제가 챙길게요.”...단미는 방으로 돌아와 낮잠을 잤지만 알람은 네 시에 맞춰 두었다.돈 받고 하는 일이니 최소한의 성의는 지켜야 했다.정각에 일어나 내려가 보니 스타일리스트는 이미 와 있었고 오정란은 맛있는 간식까지 준비해 놓았다.맛있는 걸 먹고 나니 단미의 기분도 좋아졌다.호건이 집에 도착한 건 오후 다섯 시 사십오 분.단미는 이미 외출 준비를 끝낸 뒤였다.물빛이 도는 연한 파란색 실크 원숄더 드레스에 머리를 단정히 올리고 다이아몬드 귀걸이와 목걸이를 착용했다.화장은 과하지 않아 단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났다.임신한 지 한 달 남짓이라 허리선은 아직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한 손에 잡힐 듯 가늘었다.호건의 시선이 단미의 허리에 머물렀다.눈빛이 조금 짙어졌다.둘이 가까워질 때마다 단미가 도망치려 하면 호건은 늘 그 가느다란 허리를 단단히 붙잡았다. 단미가 빠져나가지 못하게.단미는 호건이 계속 드레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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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최민찬 회장 부부의 결혼 25주년 기념행사는 강울시에 있는 한 특급호텔에서 열렸다.단미와 호건이 도착했을 때 최민찬 회장 부부는 입구에서 직접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호건은 준비한 선물을 건네고 짧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단미도 미소를 지었다.“두 분께서 25년 동안 한결같이 함께해 오신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아요. 부러워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최민찬 회장 부인은 단미와 호건을 번갈아 보더니 웃었다.“단미 씨도 남의 부부 부러워할 필요 없어요. 두 분은 얼굴만 봐도 잘 어울리잖아요. 오래오래 함께할 팔자 같아요.”단미는 속으로 헛웃음을 삼켰다.‘이제 부부도 아닌데 무슨 잘 어울리는 부부라니...’‘오래갈 인연?’‘우리 둘의 관계는 이미 끝나 버린 인연에 가까운데...’단미가 뭐라고 답하기도 전에 최민찬 회장이 아내 말에 웃으며 맞장구쳤다.“우리 집사람 사람 보는 눈 정확합니다. 괜히 하는 말 아니에요.”호건이 자연스럽게 받아쳤다.“좋은 말씀 감사합니다.”그러더니 손을 뻗어 단미의 허리를 가볍게 감쌌다.“저도 제 아내가 저를 너무 싫어하지 않고 제 옆에 오래 있어 줬으면 좋겠습니다.”낮고 깊은 목소리가 귀에 닿았다.단미가 고개를 돌리자 호건의 짙은 눈과 마주쳤다.‘밖에서 이미지 지키는 건 알겠는데, 이 정도까지 애틋하게 연기해야 해?’‘너무 가짜 같아서 티 나겠어.’최민찬 회장 부부가 자신들을 보고 있으니 단미도 맞춰 줄 수밖에 없었다.“그럼요.”마침 다른 손님들이 다가오는 게 보여 단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그럼 저희 먼저 들어갈게요. 다른 손님들 맞으셔야 하니까요.”“그럽시다. 편하게 들어가요.”단미는 호건의 팔을 잡는 척하며 허리에 올라온 손을 자연스럽게 떼어 냈다.아무 일 없다는 듯 미소 지었다.“가자.”호건은 그 행동을 다 봤지만 아무 말 없이 단미와 함께 연회장 안으로 들어갔다.호건이 나타나자 업계 사람들이 다가와 연이어 인사를 건넸다.단미는 예전에 호건과 행사에 참석했을 때처럼 곁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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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별말씀을요.”직원은 단미 곁에 서서 미소를 지었다.“지 대표님께서 제가 오늘 계속 사모님을 도와드리라고 하셨어요.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단미는 자신이 그저 행사에 밥 한 끼 먹으러 왔는데 사람까지 붙여 감시하듯 챙길 필요가 있나 싶었다.“저... 화장실에 좀 다녀올게요.”단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이쪽입니다.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괜찮아요. 혼자 갈 수 있어요.”단미는 호건의 재킷을 벗어 소파 위에 올려놓았다.“대신 이것만 잠깐 봐 주세요.”“네, 사모님.”단미는 직원이 알려 준 방향으로 화장실을 찾았다.연회장이 넓어 안내 표지판을 보며 한 바퀴 돌아야 했다.계단 근처를 지나던 단미가 무심코 위를 올려다봤다.호건이 흰 드레스를 입은 여자와 나란히 이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단미의 발이 그대로 멈췄다.마침 여자가 아래를 돌아봤다.단미와 눈이 마주치자 잠깐 놀란 듯하더니 이내 웃어 보였다.웃음 속에는 분명한 도발이었다.채림이었다.몇 초 뒤 채림과 호건은 이층 복도 모퉁이 너머로 사라졌다.‘저게... 업무 얘기할 사람이 있다는 뜻이었어?’“사모님, 화장실은 바로 앞입니다.”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단미가 정신을 차렸다.아까 그 직원이었다.“혹시 길을 못 찾으실까 봐 따라왔어요.”직원은 호건의 재킷을 단정하게 들고 있었다.단미는 감정을 감추고 옅게 웃었다.“감사해요.”“그럼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네.”단미는 혼자 화장실로 들어갔다.볼일을 마치고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는데 누군가 들어왔다.고개를 돌리니 채림이었다.가까이서 보자 채림이 걸고 있는 사파이어 주얼리 세트가 눈에 들어왔다.생일날 SNS에 자랑하듯 올렸던 바로 그 세트였다.“단미 씨, 오랜만이네요.”채림은 친절하고 예의 바른 척 웃으며 먼저 인사했다.단미는 바로 받아쳤다.“방금 봤잖아요?”조금 전 계단에서 일부러 눈을 맞추고 웃었던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채림의 미소가 잠깐 굳었다가 다시 부드럽게 돌아왔다.“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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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연회장을 나온 단미가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단미 누나?”단미가 돌아보니 멀지 않은 곳에 경남이 서 있었다.“단미 누나, 진짜 누나 맞네요?”경남이 반가운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왔다.“경남아?”단미도 놀랐다.“너 스승님 만나러 간 거 아니었어?”세연이 경남을 동부권으로 보냈던 걸로 기억했다.“원래 그럴 생각이었는데요. 스승님이 당분간 저 봐 줄 시간이 없다고 다시 돌려보내셨어요.”경남이 웃었다.“저 어제 강울시에 돌아왔어요. 며칠 안에 누나 찾아가려고 했는데 오늘 여기서 먼저 만나네요.”“그랬구나.”단미는 평소와 달리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경남을 봤다.“근데 넌 여긴 왜 왔어?”“부모님 따라 행사 참석차 왔어요.”경남은 단미의 옷차림을 보고 뒤늦게 깨달은 듯했다.“누나도 최민찬 회장님 결혼 기념행사 오신 거예요?”“응. 근데 이제 가려고.”“벌써요?”경남이 놀랐다.“아직 식사는 시작도 안 했잖아요.”“몸이 조금 불편해서. 집에 가서 쉬면 괜찮을 거야.”경남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단미를 살폈다.“어디가 불편하세요? 병원 가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괜찮아. 그 정도는 아니야.”단미가 얼른 손을 저었다.“조금 쉬면 돼.”“누구랑 오셨어요? 왜 혼자 나오셨어요? 데려다줄 사람은 있어요?”단미는 앞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말했다.“차 불러서 가면 돼.”“그건 안 되죠.”경남이 바로 말했다.“제가 데려다드릴게요.”“괜찮아. 너까지 번거롭게 안 해.”“저도 여기 있는 거 재미없어서 빠져나가던 참이에요.”경남은 와서야 어머니가 왜 그렇게 자신을 끌고 왔는지 알았다. 소개팅 비슷하게 또래 집안 딸을 만나게 하려는 속셈이었다.아직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경남은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를 대고 빠져나왔다.그러다 단미를 만난 것이었다.단미가 여전히 망설이자 경남이 장난스럽게 말했다.“누나는 제게 기술 가르쳐 주신 스승님 못지않은 분이잖아요. 이 제자가 한 번 은혜 갚을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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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단미는 솔직하고 맑은 눈으로 자신을 보는 경남에게 웃어 보였다.“당연하지.”그때 호텔 밖으로 급하게 나온 호건은 멀리서 단미가 한 남자와 서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둘 다 즐거워 보였다.단미는 그 남자를 보며 눈까지 휘어지게 웃고 있었다.호건의 시선이 단미 어깨에 걸친 남자 재킷에 닿자 눈빛이 더 어두워졌다.길가에는 검은색 부가티가 세워져 있었다.경남이 차 조수석의 문을 열고 단미가 타도록 문을 잡아 줬다.“단미 누나, 타세요.”“고마워.”단미가 드레스 자락을 들고 차에 타려던 때 손목이 붙잡혔다.놀라 돌아보니 호건의 굳은 얼굴이 바로 앞에 있었다.“어디 가?”단미는 손을 빼내며 차갑게 답했다.“집.”“집에 가면서 왜 나한테 말 안 했어?”단미의 창백한 얼굴을 보자 호건의 표정이 굳어졌지만 목소리는 조금 누그러졌다.“어디 안 좋아?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라고 했잖아.”호건이 다시 손을 잡으려 했지만 단미는 호건의 손을 피했다.“지 대표님은 중요한 일이 있다면서요. 제가 어떻게 좋은 시간 방해하겠어요?”단미는 두 걸음 물러서며 미간을 찌푸린 호건을 봤다.“직원한테 먼저 간다고 전해 달라고도 했고요.”“지 대표님?”경남은 눈앞의 잘생긴 남자를 유심히 보다가 드디어 누군지 알아봤다.단미 쪽으로 몸을 조금 기울여 낮게 말했다.“와, 누나. 오늘 JF그룹 대표랑 같이 오신 거예요?”경남이 단미와 가까이 붙어 귓속말하는 모습을 본 호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호건은 단미 어깨에 걸친 재킷을 벗겨 경남 쪽으로 던졌다.“내 아내한테서 떨어져.”옷이 경남의 얼굴을 덮었다.단미가 놀라 호건에게 뭐라고 하려던 때 이번에는 호건의 재킷이 단미의 어깨를 감쌌다.경남은 이마가 옷에 스치며 아팠지만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급히 재킷을 걷어 내고 호건과 단미를 번갈아 봤다.“누나, 이분이... 남편이에요?”“아니, 잠깐만요. 누나 이혼했다고 했잖아요?”호건의 얼굴이 완전히 굳었다.재킷 양끝을 잡은 채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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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억지로 차에 탄 단미는 숨도 고르기 전에 호건의 재킷부터 벗어서 옆에 던졌다.호건은 조용히 받아 들고 잔뜩 화난 단미를 바라봤다.“갈 거면 왜 나 안 불렀어?”단미는 창밖으로 얼굴을 돌렸다.“지 대표님 바쁘시잖아요. 제가 감히 어떻게 부르겠어요?”“그래서 다른 사람은 불렀어?”“다른 남자한테 데려다 달라고 하고?”“아까 그 남자 누구야?”“이혼 사실은 숨기기로 했는데 왜 말했어?”“또 내 옷은 벗어 놓고 걔 옷은 왜 입었어?”“도대체 무슨 사이야?”옆에서 끊임없이 질문이 쏟아졌다.단미는 귀가 아플 정도였다. 결국 짜증스럽게 고개를 돌렸다.“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호건은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나랑 같이 온 사람이 말 한마디 없이 다른 남자랑 가 버렸는데 상관없다고?”“내가 눈치껏 빠져 줬으니까 당신은 다른 사람이랑 더 오래 있을 수 있었잖아. 오히려 좋았던 거 아니야?”호건이 멈칫했다.단미를 몇 초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물었다.“내가 다른 사람이랑 업무 얘기하러 가서... 화났어?”“화 안 났어. 당신이 일 얘기를 하든 여자랑 같이 있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내가 왜 화를 내?”말을 하다 보니 단미 스스로 목소리가 높아졌다.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억지로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그냥 거기 있기 싫어서 집에 가려고 나왔어. 그것도 안 돼?”“돼. 당연히 되지.”호건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집에 가고 싶으면 나한테 말했어야지. 왜 다른 사람한테 데려다 달라고 해?”조금 전 그 남자에게는 환하게 웃어 주고 자신에게는 이렇게 차가운 단미를 떠올리자 속이 불편했다.“그래서 그 남자 누구야?”단미는 반복되는 질문에 화가 났다.“왜 자꾸 누구냐고 물어? 누군지 당신이 알아서 뭐 하게?”“돈 받고 같이 온 사람이 행사 중간에 사라졌으면 이유 정도는 물을 수 있는 거 아니야?”호건도 억울한 표정이었다.“오늘 밤 같이 있기로 해 놓고 식사도 시작하기 전에 가 버렸잖아.”“나를 먼저 두고 다른 사람한테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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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아, 전 괜찮아요.]경남은 시원하게 웃었다가 곧 진지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근데 누나, 왜 남편이 JF그룹 대표라는 말씀은 안 하셨어요?][또 누나가 경운시 가기 전에 이혼 절차 끝낼 거라고 했잖아요.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단미는 잠시 말이 없었다.“지호건이랑 이혼한 건 맞아. 다만 아직 밖에 알리지는 않았어. 네 스승님이나 내 스승님도 아직 모르셔.”“그러니까 내 일은 비밀로 해 줄래?”[그거야 당연하죠. 그런데... 계속 숨기실 거예요?]“아니. 딱 1년만 비밀로 하는 거야.”[그럼 어른들한테도 일단 말 안 하시는 거네요?]“적당한 때가 오면 내가 직접 말할 거야.”[알았어요. 걱정 마세요. 밖에서 절대 말 안 할게요.]“고마워.”통화를 끝낸 단미는 샤워를 했다. 따뜻한 물에 몸을 씻고 나니 긴장도 조금 풀렸지만 이번에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그제야 저녁을 아직 먹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가벼운 겉옷을 걸치고 아래로 내려갔다.주방에서 소리가 나길래 안으로 향했다.“이모님, 저 배고픈데 혹시 국수라도 한 그릇...”말이 중간에서 멈췄다.주방에는 앞치마를 두른 호건이 가스레인지 앞에 서 있었다.호건이 단미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물었다.“국수 끓였는데 먹을래?”“고맙지만 사양할게.”단미가 돌아서자 호건이 급히 따라와 앞을 막았다.“너 저녁 안 먹었잖아. 뱃속의 아이도 배고파.”단미가 뭐라 하려는 때 배에서 아주 정확하게 꼬르륵 소리가 두 번 났다.호건이 바로 말했다.“우리 아기 먹인다고 생각하고 조금만 먹어. 어때?”단미가 호건을 유심히 봤다.“당신 이거 아기 먹이려고 일부러 만든 거야?”호건이 단미를 내려다봤다. 낮은 목소리에는 부드러운 기색이 묻어 있었다.“응. ‘내 아기’ 먹으라고 만든 거야.”단미는 그 말에 다른 뜻이 있는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오히려 놀리듯 말했다.“당신이 만든 게 먹을 만하긴 해?”2년 동안 같이 살면서 호건이 요리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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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한 그릇이 거의 바닥을 보일 때쯤 따뜻한 음식으로 배를 채운 덕분에 단미의 기분도 한결 나아졌다.“미안해.”국수를 먹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사과가 들렸다.단미가 고개를 들었다.호건의 눈에는 진심과 미안함이 섞여 있었다.“오늘 일은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단미가 쥔 젓가락 끝이 살짝 멈췄다.호건은 말을 이어 갔다.“다른 일 때문에 너 혼자 행사장에 두고 간 건 내 잘못이야.”임신한 단미는 평소보다 예민할 수 있었다. 자신이 곁에 있어야 했는데 혼자 두고 단미의 기분까지 상하게 했다.“돌아올 때도 네 의견 안 묻고 억지로 안아서 차에 태운 것도 잘못했고.”호건은 단미를 바라봤다.“다만 내가 널 탓하려던 건 아니라는 건 알아줬으면 해. 네가 집에 가고 싶으면 나한테 말해 줬으면 했어. 내가 같이 와 주면 되잖아. 굳이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지 않아도 되고.”마치 스스로 잘못한 일을 하나하나 되짚는 사람처럼 진지했다.호건이 이렇게 정식으로 사과한 건 처음이었다.단미는 조금 놀랐다. 예전 둘의 관계는 크게 싸울 일이 없을 만큼 서로에게 조심스러웠다. 오늘 같은 다툼도 사실 처음이었다.“어쨌든 오늘은 내가 잘못했어. 화나면 나한테 풀어. 욕해도 되고 때려도 되고, 뭘 시켜도 돼.”호건이 낮게 말했다.“혼자 참지는 마. 화 많이 내는 것도 임신한 몸에 안 좋아.”단미의 표정이 잠깐 멈췄다.‘결국 또 아이 때문에 사과하는 거네.’그래도 이유가 무엇이든 호건이 이 정도까지 낮추고 나오는데 자신까지 계속 억지를 부릴 수는 없었다.“나도 오늘 잘한 건 없어.”단미는 시선을 내리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잠시 머뭇거리다 낮게 말했다.“난 당신한테 오늘 내가 필요 없는 줄 알았어. 마침 그때 배도 조금 불편했고, 그래서 그냥 먼저 나온 거야.”호건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배가 아팠어? 왜 나한테 말 안 했어?”자리에서 바로 일어나 단미 앞에 쪼그려 앉았다.호건은 조심스럽게 단미의 배에 손을 올리고 올려다봤다.“지금은 괜찮아? 아직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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